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2
빡-!
“컥!”
느닷없이 날아든 단우현의 손바닥이 홍원창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홍원창은 그대로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신음을 삼켰다.
왜 자신이 맞아야 하는가?
때려죽여야 하는 악적은 저기 있거늘.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달려온 홍원창은 억울함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소란이냐.”
“크윽, 그것이…….”
“아니, 다짜고짜 찾아와서 무슨 오라를 받니 마니 하쇼? 북경에 갔다 오더니 머리통이 어찌 된 것 아니오?”
느닷없는 죄인 취급에 장삼태 또한 짜증이 난 것인지 인상을 썼다.
제 딴에는 과거 도둑질하고 다녔던 행적이 들킨 것은 아닌지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오히려 뻔뻔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헛기침한 홍원창이 이내 품에서 용모파기 한 장을 꺼내어 펼쳤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용모파기에 고정되었다.
“이…… 이건……!”
“이래도 발뺌을 할 셈이냐!”
“장삼태? 내 이름이잖아?”
“오호, 네놈 아편 밀매까지 했었냐?”
“아저씨, 뭐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안색이 시퍼렇게 질린 장삼태는 용모파기를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그 이름이 바뀔 리가 없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홍원창을 바라보며.
“말도 안 돼! 난 아니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름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한데.”
“글쎄, 아니라니까! 내가 아무리 돈이 궁해도 아편 밀매나 인신매매 같은 건 안 한단 말이오!”
붕붕 고개를 내저으며 맹렬히 부정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도둑질을 하며 먹고 살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한데 인신매매에 아편 밀매라니? 심지어 살인 혐의까지 떡하니 적혀 있으니 잘못하다간 목이 날아갈 수준이 아니라, 능지처참도 부족해 보였다.
“이거 좀 보쇼. 이 용모파기의 어디가 나와 닮았다는 거요?”
장삼태가 홍원창이 쥐고 있던 용모파기를 냅다 빼앗아 얼굴 옆으로 들어 올렸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와, 아저씨랑 똑같아요! 그림 정말 잘 그렸네요.”
“그렇게 놓고 보니 더 비슷하군.”
“같은 사람인데?”
장삼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흉악한 놈과 자신이 닮았단 말인가.
그는 치솟은 짜증을 억누르며 자세히 용모파기를 들여다봤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장삼태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비슷하네?”
권무진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발뺌하는 장삼태의 행동이 우스웠던 모양이다.
설마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아편 밀매라니?
“아니, 똑바로 보쇼! 이놈은 코 옆에 아주 커다란 점이 있잖아! 난 이런 거 없다고!”
장삼태는 거칠게 반항했다.
무죄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물론 용모파기가 비슷하게 생긴 것은 자신도 인정하지만, 이놈처럼 코 옆에 커다란 점은 없었다.
그때, 권무진이 바위를 부수며 손에 묻은 흙을 장삼태의 코 옆에 묻혔다.
순간적으로 모든 이들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심지어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단우현은 천천히 장삼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네놈이 맞구나. 얼른 자백해라.”
“에이, 썅! 아니라니까 그러네! 저 미친놈은 사람 얼굴에 뭘 묻히는 거야!”
억울했다.
정말로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고래고래 악을 써 봐도 이 인간들은 쉽게 믿어 주지 않았다.
정말로 모든 죄를 장삼태가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장 아저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그때, 그를 변호하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단소미였다.
장삼태를 감싸듯 사람들 사이에 선 그 아이는 홍원창을 올려다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소미야, 이 용모파기를 보면…….”
“그림 그린 사람이 실수한 거예요! 장 아저씨는 절대로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름도…….”
“장 아저씨랑 이름이 똑같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단소미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중원이 넓은 만큼 사람도 많았고, 흔하디흔한 장씨인 만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헤아려 보자면 아마도 끝이 없을 것이다.
홍원창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똑같이 생긴 데다 이름까지 같았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저놈이 분명한 것 같은데, 소미의 말을 들어 보니 또 헷갈렸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까지 딱 맞아떨어지면…….”
홍원창이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장삼태가 퉤! 하고 침을 뱉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니미럴! 내가 직접 이놈을 잡고 만다!”
“소미도 도울게요! 우리 힘을 합쳐서 진짜 범인을 꼭 잡아요!”
“역시 내 생각을 해 주는 건 우리 소미밖에 없구나! 가자, 소미야!”
“네!”
등을 돌린 장삼태와 단소미가 후다닥 장원을 벗어났다.
‘어디서 어떻게 찾을지 생각은 하고 가는 건가? 더군다나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단우현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혐의가 이렇게 많은 걸 보면 꽤 오래 활동한 거 같은데, 그리 유명하지는 않았나 보군.”
“예, 근래 용모파기가 돈 것도 우연히 목격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랍니다. 그 전까지는 이런 흉악한 놈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호남에서 활동을 한다라…….”
“아직 용모파기를 포졸들에게 주지 않아 저놈이 붙잡지는 않을 테지만…… 이렇게까지 똑같이 생겼다면 저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사안입니다.”
“알고 있다. 걱정 말고 돌아가 있거라.”
사실 단우현은 장삼태가 그런 짓을 벌였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반년 정도였지만, 함께 지내면서 그의 성정을 보았기에 확신할 수 있다.
놈은 도둑질은 해도 살인이나 혹은 인신매매, 아편 밀매 같은 짓은 절대로 하지 못했다.
피식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어디로 갔을까?
* * *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단소미의 손을 이끌고 움직이고 있었던 장삼태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뛰쳐나온 것이 화근이다.
어찌 되었든 범죄자를 찾는 일이다.
어린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은 없었다.
정보를 얻으려면 홍등가에 있는 하오문으로 가야 할 것이고,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결국 도박장 같은 음지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왜 그래요 아저씨?”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고 나온 뒤라 되돌아가는 것도 거북했다.
고작 일각 정도 걸었으니 얼마든지 아이를 떼어 놓고 올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기대로 가득 찬 표정의 단소미를 떼놓고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것이냐?”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번뜩 고개를 치켜 들어 올리니 어느새 눈앞에 단우현과 권무진이 우두커니 서 있다.
“커험! 이, 일단 도박장 같은 곳을 먼저…….”
“소미를 데리고?”
부리부리한 시선에 장삼태가 숨을 죽였다. 단우현은 언제나 단소미에게 좋은 것만 보여 주고 싶어 하며 나쁜 것들은 사전에 배제시켜 버렸다.
자칫, 장삼태가 소미의 교육에 해가 된다고 판단된다면 단우현은 망설임 없이 내칠 것이 분명했다.
“소미도 가면 안 돼요?”
“나중에 다 큰 다음에 함께 가자꾸나.”
단소미는 우- 하며 두 볼을 가득 부풀렸다.
기대를 하고 왔는데 막상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고 하니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단우현이 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진이와 함께 악양에서 놀고 있으면 찾아가도록 하마.”
“그래도 돼요?”
“물론이다.”
활짝 얼굴을 핀 단소미가 자그마한 손을 멀뚱멀뚱 서 있던 권무진을 향해 내밀자, 그가 살짝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이내 기분 좋게 웃음을 지으며 붙잡았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한 권무진이 단소미를 이끌고 악양을 향해 나아갔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던 장삼태가 우물쭈물하며 단우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제가 아닙니다.”
“안다.”
“그럼 왜 닮았다고……?”
“장난이었다.”
‘이 새끼가 진짜?’
장삼태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자칫 진심으로 단우현을 향해 욕을 할 것 같았기에 최대한 억눌러야 했다.
“일단 그놈을 찾아보도록 하자. 범죄자들을 가장 쉽게 찾는 방법이 무엇일까?”
“비슷한 부류를 족치는 것?”
“맞다.”
단우현은 씩 웃었다.
그렇다고 아무나 족치면 안 된다. 제법 급이 있고, 주먹으로 이름도 날려야 어느 정도에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장사로 갑니까?”
장사는 호남의 성도다. 악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큰 도시이며 그만큼 많은 이들이 뒤섞여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한데 단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장사가 크긴 하지만 작은 곳부터 뒤져야 우리가 움직이는 걸 모르지 않겠느냐?”
상대가 누구인지, 배후엔 누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 곧장 장사로 들어가 큰 곳을 노렸다가 정보라도 샌다면 영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작은 마을의 도박장이나 파락호들부터 조진다면, 정보가 퍼지는 것이 느릴 테고,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악양 인근에 도박장이 있는 작은 마을이라?’
장삼태는 고민에 빠졌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 마을로 갈 생각도 없으니까.”
“예?”
“놈은 아편 밀매를 한다고 했다. 그럼 아편을 사는 놈들은 누굴까?”
아편을 사는 이들은 상당히 많았다.
뒷골목 파락호부터 시작하여 하오문 패거리, 혹은 산적이나 도적, 마적들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치고 아편을 안 쓰는 놈들은 지극히 드물었다.
“인신매매, 그리고 아편. 이 두 가지와 연관이 있으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들.”
“아! 산적!”
“그래, 마적들이야 어디로 싸돌아다니는지 알지 못하지만, 산적들은 산채가 정해져 있으니 관에서 토벌하지 않는 이상 한 곳에 머무는 법이지.”
산적들은 돈이 되는 건 다 하는 놈들이다. 만약 놈들을 족친다면 적지 않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산적이 어디에 있으려나…….”
단우현은 작게 중얼거리며 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우뚝 선 커다란 산 하나가 눈에 보였다.
악록산(岳麓山).
악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산이었다.
산세가 험하고 몸을 숨길 곳이 많은 산이기도 했다. 만약 이 자리에 홍원창이 있었다면 단우현이 악록산으로 가는 것을 반기며 박수를 쳤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