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 (Shin Yun-hee) RAW novel - chapter 104
예쁘게 웃으며 묻는 서현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무자리가 짐짓 모르는 척 눙쳤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짙게 배었다. 서현이 천천히 상체를 펴서는 무자리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무자리의 팔이 안전하게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늘 그렇듯.
서현은 제 앞에 있는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를 굽어보며 희고 작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고백했다.
“은애합니다.”
그러곤 더욱 가깝게 얼굴을 갖다 대었다. 무자리의 살갗에 그녀의 호흡이 닿아서 녹았다. 그렇게 서현이 가볍게 숨을 내쉴 때마다 그녀의 만월처럼 부푼 배가 무자리의 가슴에 살며시 와 닿았다.
“저는, 저 문가 서현은 서방님을 은애하고 있어요.”
겹겹이 대비의 사람으로 둘러싸여 있는 깊은 궁에서 가짜 임금으로, 다른 가문의 가짜 딸이 되어 그 임금의 후궁으로 살면서 두 사람은 단둘이 있을 때도 마음 놓고 편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꼬투리가 잡힐까, 그 어떤 빌미가 될까 저어하여 필담조차 조심하며 그렇게 지내 왔다.
그런데 서현이 온전히 제 이름을 걸고 고백한 것이다. 무자리는 가슴이 뭉클하게 벅차올랐다.
“서현아…….”
“함께 계셔도, 이렇듯 안고 있어도 저는 늘 서방님이 그립습니다. 그립고 그리워요. 전에는 소녀가 이렇듯 누군가를 깊이 은애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하였지요.”
서현의 뺨이 수줍은 소녀처럼 발그레하게 물들고 눈동자가 아름답게 빛났다.
“하지만 지금 소녀는 그저 서방님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뿌듯하고 흐뭇하고 기뻐서 웃음이 나옵니다. 가끔 이유 없이 가슴이 저릿하고 아플 때도 있지만 저는 서방님이 있어 행복합니다.”
서현은 촉촉하게 부풀어 오른 제 입술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무자리의 입술에 겹쳤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온기를 나누고, 숨결을 나누고, 체온을 나누고, 체취를 나누었다.
“나는 네가 어여뻐서 좋아한다만 너는 내가 왜 좋은 것이냐?”
잠시 후, 입술을 뗀 채 은은하게 붉어진 얼굴로 무자리가 물었다. 장난스러운 말투였으나 그 눈빛은 사뭇 조심스럽고 진중했다. 세상천지에 두려운 것 없는 백정 무자리가 옅은 두려움에 가슴을 졸이며 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서현이 넘칠 듯 웃으며 답했다.
“참으로 잘난 사내이시라서요.”
“뭐?”
“참으로 잘생기셨습니다, 서방님.”
그 말에 은근히 기쁘면서도 저와 똑같은 얼굴이 세상에 한 명 더 있다는 걸 떠올린 무자리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순수하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럼 이 얼굴이 변하면 네 마음도 변할 것이냐?”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습니다.”
무자리의 반응이 뜻밖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서현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만약 서방님의 모습이 변한다면 다른 것으로 서방님을 알아보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니 소녀의 마음 또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으로 나를 알아볼 것인데?”
“서방님의 마음요.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날이 가면 다음 날이 밝듯이 언제나 변함없는 서방님의 마음 말입니다.”
서현이 눈매를 초승달처럼 휘면서 답했다.
“소녀를 아껴 주시는 서방님의 그 한결같은 마음을 알아볼 것입니다. 만일 그 마음이 사라지고 없어도…….”
“사라질 리 없다!”
무자리가 서현의 말허리를 자르며 단호하게 말하자 서현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맞습니다. 그럴 리 없죠. 그러니 소녀의 마음도 결코 변하지 않아요, 서방님.”
어느덧 서현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배어들었다.
“……그래, 결코 변할 수 없겠구나.”
목멘 무자리의 음성이 나직하게 떨렸다.
서로를 응시하며 미소 짓는 지금만이 두 사람에게는 가장 진실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겹쳐졌다.
“그 마음 절대로 변하시면 아니 됩니다.”
“죽어도 안 변한다. 죽어서도 안 변해.”
“제 마음이 변할 일도 결코 없습니다.”
이내 입맞춤이 깊어지고, 두 사람이 열기에 휩싸여 달아오르는 것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간절하고 애틋한 손길로 서현의 갸름한 얼굴과 조붓하고 둥근 어깨와 등허리를 애타게 어루만지던 무자리는 제 손이 그녀의 풍염하게 부푼 젖가슴에 닿자 조심스럽게 손을 물렸다.
“서방님…….”
그러나 물러서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서현의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와 속적삼을 헤치고는 달덩이처럼 하얗게 둥글어진 그녀의 젖가슴을 손에 그득하게 쥐었다. 그러고는 달큼하게 즙이 배어 나오는 복숭아를 베어 물듯, 그러나 사뭇 조심스럽게 입에 머금었다. 입술을 오므리고, 혀로 쓸고 밀어 올리는 모든 움직임은 느릿했으나 뭉근하고 또한 진득한 열기가 배어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다.”
입술을 떼고는 서현의 풍염한 젖가슴을 천천히 어루만지면서 제 손길에 의해 흔들리고 이지러지는 하얀 살결을 홀린 듯 바라보며 무자리가 말했다.
메마른 몸과 달리 보얗게 살 오른 젖가슴이 무자리의 손 안에서 넘치고 그 중심에 솟은 유두는 더욱 짙어진 색을 머금었으니 차마 눈을 뗄 수가 없다. 자꾸 만지고 싶고, 자꾸만 입으로 탐하고 싶다. 살결에 코를 묻고 그 향을 두고두고 맡고 싶다.
“무엇이요?”
그리 묻는 서현의 숨결이 조금씩 가빠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박꽃 같았거든. 아니, 함박꽃 같았다. 참으로 향기로웠으니까.”
무자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은 서현의 뺨이 한층 붉어졌다. 바특하게 젖가슴을 쥐고 있는 무자리의 엄지손가락이 꼿꼿하게 일어선 예민한 유두를 슬쩍 건드리자 더욱 붉어졌다.
“게다가 조그마한 꽃술처럼 작고 옅은 것이 어찌나 곱던지, 만지고 싶으면서도 만지면 바스러질까 겁이 나기도 했었다.”
욕심을 못 이겨 제 입과 혀로, 손으로 마음껏 탐하면서도 차마 조심스러워 또 마음껏 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 전에 왜국의 사신이 가져온 화조도 속에서 본 야밀화(夜密花)라는 꽃 같구나.”
“처음으로 듣는 꽃입니다.”
서현의 옷을 천천히 벗겨 내면서 무자리는 제가 들었던 그 야밀화에 대하여 묘사했다.
“그 꽃은 말이다. 모양과 빛깔은 마치 당나리같이 새하얗고, 그 향도 비슷하다 하던데 다만 그 중심의 화문이 불그스름하고, 밤에만 핀다 하더라.”
이내 아름다운 임부의 나신이 제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나자 찬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무자리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어렸다. 검은 눈동자는 흥분과 열기로 흐려졌다.
“맑고 단물 같은 꿀이 넘쳐흐르고, 또한 꽃잎이 퍽 도톰하고 부드럽다지.”
무자리는 곧 서현의 젖가슴에 입 맞추고, 사막에 떠오른 만월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부푼 배에 입 맞추고, 검은 거웃이 은밀한 숲처럼 감싸고 있는 그녀의 밀지에 입 맞췄다. 흡사 밤이면 그 야릇하고 향기로운 향을 짙게 뿜어내어 사막을 건너는 자들을 미혹한다는 이국의 어느 꽃이 피어난 듯했다.
“왜국의 사신이 그 종자를 바치면서 그 꽃이 피게 되면 여름밤의 궁에 그 밀향이 가득할 거라 하였다만, 나는 여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여 그 향에 취한 무자리는 밀원을 찾아 서현의 둔덕에 입술을 내렸다. 조급한 마음에 그 사이의 길고 은밀한 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제 끝에 다디달고 물큰한 것이 닿아 흐르자 마음껏 핥아 올렸다.
“으음…….”
서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흠칫했다. 그러나 무자리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 참아야 했고, 절제해야 했던 탓으로 심하게 기갈 들린 사내란 원래 무례하고 염치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예민한 임부의 몸이었다. 하여 치솟는 욕망과 열기를 애써 억눌렀지만, 탐욕스러운 육체는 뜨거웠고 초조했다.
“아, 아아…….”
그러나 서현의 신음이 높아지자 결국 입술을 떼고는 검붉은 얼굴로 물었다.
“혹 아픈 것이냐?”
“아뇨, 아닙니다.”
눈을 감은 채 서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저 뜨거워 그렇습니다.”
“나보다 뜨겁지는 않을 것이다.”
무자리는 다시 그녀의 밀원을 찾아 입술을 파묻었다.
느릿하지만 능란하게 이어지는 애무에 서현의 몸은 열기로 눅진하게 녹아 버렸다. 제 안에 품고 있던 당밀이 녹아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무자리는 그 당밀에 취한 것이 틀림없었다.
서현은 점점 뜨거워졌다.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열기와 쾌감에 취해 정신없이 신음을 흘렸다. 이제는 이 열기를 알지 못했던 때가, 무자리를 알지 못했던 그 시간이 서현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 잊었다.
이 강인하고 아름다운 사내를 위해서라도, 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이 사내를 위해서라도 서현은 잊어야 했다. 하여 그 마음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죄악감과 슬픔을 품고 평생 살더라도.
‘하느님, 이 불효막심한 계집의 앙큼한 행복을 용서해 주셔요. 아니, 저는 끝끝내 벌주시더라도 이 사람이 아프지 않을 때, 이 사람이 덜 슬플 수 있을 때, 그때 벌하여 주셔요.’
서현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감은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반짝였으나 무자리가 미처 알지 못하게 빠르게 훔쳐 내었다. 그녀에게 울 자격 따위는 없었다.
서현은 두 손을 내밀어 무자리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그가 주는 짜릿한 쾌락에만 집중했다.
“아, 아앗, 서, 서방님…….”
교합을 하는 중에도 서현은 무자리를 늘 전하라 했다. 그들의 동침을 사방에서 몰래 지키고 있는 이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껏 달아올라 머릿속까지 녹아 버린 서현은 그저 제 사내를 부르고 또 불렀다. 서방님이라고.
그런데 그녀가 서방님이라고 소리 내어 부르자 무자리는 불끈하고 용솟음치는 희열을 느꼈다. 몸의 만족보다 마음의 만족이 더 크다. 몸의 쾌감도 지극하나 마음의 쾌감은 더욱 극진하다.
“흥건하게 젖었다.”
무자리가 얼굴을 들어 올리더니 제 손가락을 바라보며 짓궂게 말했다.
“여인은 음이니 뜨거울수록 젖는 것이 당연하옵니다.”
“그래, 그렇지.”
만족스럽게 웃으며 서현에게 입 맞춘 무자리는 이내 다시 그녀의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서현은 저도 모르게 짧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커다란 배가 급하게 들리며 늑골을 짓눌렀다. 그러나 통증보다 더 큰 쾌감과 기대감이 서현에게 휘몰아쳤다.
“아, 아아…….”
무자리의 입술과 혀와 손가락이 그녀의 음문을 어루만지고, 그 사이에 솟은 매끄러운 음핵을 부드럽게 비비고, 촉촉하게 부드러워진 질 속을 파고들어 은밀한 내벽을 부드럽게 또한 빠르게 자극하자 서현은 어느덧 숨을 쉬는 것이 힘겨울 정도로 고조되었다. 평소보다 느릿하지만 더 강렬한 쾌감이었다.
“흐읏!”
그리고 한순간 절정에 치달아 올라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고개를 젖히고 열기에 젖은 한숨을 길게 토하던 서현이 이윽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흐릿한 시야에 무자리의 얼굴이 보였다.
“서방님…….”
서현이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자 무자리가 그 손을 잡아서는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뜨겁고 축축했다. 무자리가 천천히 상체를 기울여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물었다.
“오늘은 이 녀석들도 얌전한 것이지?”
어쩐지 초조하고 애가 닳은 듯한 표정이라 서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무자리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덧붙였다.
“필시 얌전히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럼요. 오늘은 곤하여 잠든 것인지 아주 얌전하답니다.”
“그래?”
무자리의 얼굴이 단박에 밝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짧게 우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