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1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18화(3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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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년 전의 약속
어릴 때부터 요리가 싫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세상이다.
그에 비해 직접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낭비되는가.
우선 식재료를 손질해야 하고, 끓이거나 볶거나 지지거나 해야 한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수식을 하나 더 외우고, 검을 한 번 더 휘두르는 편이 낫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는 내가 열다섯 살이 되자 손에 식칼을 쥐여 주었다.
나는 당연히 반발했고.
바로 짐을 싸서 가출하듯 집을 나와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살이 통통하게 찐 남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아킨. 너는 왜 식사 시간만 되면 심각한 표정으로 접시를 노려보는 거야?”
도저히 기사 지망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체형.
입소 동기이자 벌써 반년째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르카였다.
나는 스푼으로 식판 위에 놓여 있는 음식 같지 않은 쓰레기를 뒤적이며 대답했다.
“이게 뭐로 보이냐.”
“음. 감자튀김이랑 샌드위치랑 칠면조 소시지잖아?”
“그리고 어제저녁 메뉴가 뭐였더라.”
“무슨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거야? 그레이비소스를 뿌린 감자튀김에 피자였잖아. 아, 햄도 먹었지.”
온통 즉석식품뿐이다.
아무리 허울뿐인 자리라고는 해도 이곳은 악마와 싸울 기사를 기르는 사관학교다.
그런데 이런 것만 먹어서 제대로 된 체력을 기를 수 있을까?
“그거 알아? 이건 칠면조 소시지가 아니라 트위즐러야. 칠면조 고기를 주재료로 해서 지방과 소금을 잔뜩 넣어서 맛을 낸 음식이지. 그래서 한 번에 조금씩 먹지 않으면 미각을 완전히 버리게 된다고.”
게다가 칠면조 트위즐러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칠면조 고기의 함량은 채 3할도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영양학에 일가견이 있는 나도 거기 들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정도다.
그런데도 사관학교의 생도들은 엄청 좋아하면서 먹고 있다.
아니, 저것만 먹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옆자리에서 먹고 있는 것은 닭 껍질과 대량의 조미료, 그리고 지방을 섞어서 튀긴 치킨 너겟.
그리고 샌드위치랍시고 치즈를 한 장 끼운 빵조각뿐이다.
“……대단하네. 전쟁 직후에나 먹었을 음식인걸.”
과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저런 식단으로는 체력을 기르기는커녕 병이라도 안 걸리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솔직히 군견이 더 좋은 것을 먹을 것 같다.
내 설명을 들은 오르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음식은 먹고 배만 부르면 되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너 요즘 화장실 며칠에 한 번씩 가냐.”
“어? 음……. 그러고 보니 통 못 간 것 같은데.”
“그게 다 야채를 안 먹어서 그런 거야. 물론 근육의 형성에는 단백질의 섭취가 필요하지.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균형이야. 게다가 네가 먹고 있는 그건 고기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쓰레기고.”
그러자 만성 변비로 누렇게 떠 있던 오르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제야 좀 봐 줄 만하네.
“잠깐만. 여긴 분명 사관학교잖아? 그렇게 엉망인 음식을 먹고 무슨 훈련을 받으라는 거야?”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계속 이런 거만 먹다가는 졸업하기 전에 성인병부터 걱정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아버지가 트위즐러 공장에 폭탄이라도 던져서 폭발시켜 버리고 싶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네. 이러다 정말 죽겠어.”
그렇다고 해도 매일 학교 밖으로 밥을 먹으러 나갈 수도 없다.
한 달에 쓸 수 있는 외출권은 겨우 4장뿐이니까.
적어도 한 끼는 제대로 된 것을 먹어야 한다.
그러면 분명 1에서 변하지 않고 있는 내 레벨 또한 오르지 않을까?
결국 나는 오르카를 설득해서 요리에 쓸 식재료를 사러 갔다.
물론 아버지처럼 요리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 * *
“그래서 뭘 만들 건데?”
“역시 단백질 섭취에는 닭 가슴살 아니겠어? 대충 꼬치에 파프리카랑 마늘이랑 해서 꽂아서 구우면 끝이고. 뭐, 적당히 양념은 발라 줘야겠지만.”
“대단하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야?”
“집에서 아버지가 요리하는 걸 옆에서 봤어.”
“아하, 그러고 보니 아킨은 평민 출신이라고 했지.”
오르카는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쳇, 사관학교는 출신도 신분도 묻지 않는 곳 아니었냐고.
다행히 케밥이라면 요리에 미친 아버지가 워낙 자주 만들어서 레시피를 기억하고 있었다.
꼬챙이에 끼워 구운 고기를 뜻하는 케밥은 오스만에서 즐겨 먹는 요리 중 하나였다.
또띠아에 싸서 먹으면 아주 끝내준다.
나는 우선 해체되지 않은 닭고기와 파프리카를 깍둑썰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식칼질에 닭고기가 너덜너덜해졌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
적어도 쓰레기 같은 재료로 만든 치킨 너겟보다는 맛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조금 비린내가 심한 것 같은데?’
역시 요리하기 전에 고기를 찬물에 담가서 핏물을 빼 줘야 했나.
물론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감히 귀찮은 과정은 생략했다.
뭐, 구우면 괜찮아지겠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닭고기였던 육편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준다. 그리고 커민 가루와 고춧가루, 파프리카 가루를 섞어 만든 시즈닝에 잠시 동안 절이는 것이다.
원래는 2시간 정도 해야 양념의 맛이 고기에 배어든다.
그렇지만 그것도 과감하게 생략해 주었다.
대신 향신료의 양을 세 배로 늘렸으니 괜찮겠지.
역시 향이 강한 향신료를 넣어서 그런지 기분 나쁜 냄새는 전부 사라졌다.
그런 다음 케첩과 그릭 요거트를 적당히 섞어 만든 소스를 발라 주는 것이다.
“이제 이걸 그릴에 굽기만 하면 끝이야.”
그러자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오르카가 눈을 크게 떴다.
“뭔가 그럴듯한데? 엄청 맛있게 되는 거 아니야?”
“뭐, 적어도 급식보다는 낫지 않겠어.”
나무 꼬치에 파프리카와 마늘, 그리고 닭고기를 번갈아 가면서 꽂아 준 후.
그 위에 올리브유를 골고루 발라 준다.
그런 다음 그릴에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가 창고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나 구워야 하더라?
뭐 타지만 않을 정도면 되겠지.
‘좋았어. 완성이군.’
적당히 구워진 케밥을 접시에 담자 보기만 해도 군침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30분 정도.
조금 아깝긴 하지만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자, 그럼 먹어 볼까.”
“나도 먹어도 돼?”
“물론이지. 우리가 같이 나가서 산 식재료잖아.”
“오오……! 잘 먹을게!”
“지금 막 구운 거라 조금 뜨거울 거야. 식혀서 먹으라고.”
오르카는 눈을 반짝이며 동시에 세 개나 되는 케밥을 움켜쥐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저렇게 맛있어 보이는 케밥이다.
분명 평소에 먹던 쓰레기 같은 음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수준이겠지.
오르카는 파프리카와 닭고기로 만든 케밥을 입으로 가져갔고, 그대로 우걱 하고 씹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찬사를…….
“우, 우웩……!”
늘어놓기는커녕 입에 집어넣은 고기를 그대로 뱉어 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오르카의 상태가 이상했다. 눈이 붉게 변한 채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야, 야잇 개 같은 자식 같으니라고……. 어디까지 기어오르는지 궁금해서 어울려 줬더니 오르카 빌헬름 님에게 감히 이딴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여? 젠장, 도저히 못 참겠다.”
“오, 오르카?! 이게 무슨 짓이야? 같은 생도를 상대로 검을 뽑아 드는 건 명백하게 교칙 위반이라고!”
“내가 아직도 너 같은 평민 자식의 친구로 보이냐? 보자 보자 하니까 안 되겠군. 어차피 뒤처리는 아버지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마침 좁은 방을 둘이서 쓰려니 답답해 미칠 것 같았는데 잘 됐군. 이참에 다시는 사관학교에 발도 못 붙이고 다니게 만들어 주지.”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몇 가지를 생략했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레시피대로 만든 요리다.
도대체 얼마나 엉망이기에 오르카가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그럼 이만 죽어라, 평민!”
오르카가 휘두르는 검격을 피하며 접시 위에 놓여 있는 케밥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단숨에 입으로 가져갔다.
‘……우, 우욱…….’
순간적으로 입에 넣은 것을 뱉을 뻔했다.
닭고기는 제대로 익지 않아서 물컹거렸고, 피비린내 때문에 구역질이 났다. 거기에 더해진 향신료는 역겨울 뿐이었다.
맛이 없다 못해 정신이 나갈 정도의 음식이라니. 이게 정말 내가 만든 요리란 말인가.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순간에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어야 했다.
적어도 내 몸은 지켜야 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다. 오르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철가면을 쓴 거구의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런 괴상한 취향을 지닌 것은 사관학교에서 단 한 사람뿐이다.
“……처, 철가면이라고?!”
초급 마장기 운영술과 기초 체력단련을 담당한 교관. 속칭 철가면이었다.
철가면이 손짓을 하자 어디선가 쇠사슬이 튀어나와 오르카의 몸을 휘감았다.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지켜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타이밍의 등장이었다.
“쯧. 도대체 얼마나 엉망인 요리를 만들었으면 수백 년 동안 약해진 악마인자가 깨어난 거지.”
악마인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놔, 놔라! 내가 누구인 줄 알고! 나는……!”
철가면 교관은 바동거리는 오르카를 가볍게 무시한 채, 내게 다가왔다.
“설마 지스타드의 이름을 이은 자가 이렇게 엉망인 요리를 만들 줄은 몰랐다. 이거 칼질부터 다시 배워야겠군.”
그러자 오르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에서 칠죄종이 부활하더라도 저렇게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지, 지스타드라고?! 그, 그 성을 쓸 수 있는 것은 공왕가 뿐……. 서, 설마……!”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말도 안 돼?! 네놈이 왕족이라고?! 젠장! 그럼 나는 왕족에게……!”
“뭐, 친구끼리 싸울 때도 있는 법이지. 몇 가지 약속만 해 주면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도록 할게.”
“끄으으윽!”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진 오르카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은 브리타니아에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눈앞에 있는 철가면이 아버지가 심어 둔 첩자란 뜻이다.
“교관님. 죄송하지만 제가 왕위 계승자라는 것은 비밀로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철가면은 허리에 손을 올리며 껄껄 웃었다.
“실수로 정체를 누설해 버렸군. 미안하다, 파트너. 이 몸도 정말 오랫동안 참아서 말이다.”
“파트너라니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흐음. 아무래도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 같군.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하지. 예상했듯이 이 몸은 전대가 심어 둔 교관이다. 파트너가 식칼을 쥔 이후, 요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지.”
“……죄송하지만 저는 셰프가 아니라 기사가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지금까지 대륙을 지켜 온 수많은 영웅들이 만들어 온 수많은 영웅담에 제 이름을 더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 그렇지만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검술 레벨은 하나도 오르지 않았겠지. 이 몸의 말이 틀린가.”
역시나 아버지가 심어 둔 교관답게 내 비밀을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계속 검을 휘두르면 언젠가는 오르지 않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요리가 싫습니다.”
“그러면서도 영양학 책은 챙겨 보고 있더군. 게다가 방금 전에 파트너는 스스로의 의지로 식칼을 손에 쥐었다. 그것으로 드디어 맹약을 완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초대가 이 소식을 들으면 아주 기뻐하겠어.”
“……그건.”
“물론 파트너가 기사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초대 또한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식칼을 쥐는 것으로 강해질 수 있다면 어떻겠나.”
식칼을 쥐는 것으로 강해진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설마 철가면 교관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그러자 철가면은 품속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던졌다.
“일일이 설명하기는 너무 긴 이야기라서 말이다. 그래서 괴테 선생에게 부탁해서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 놨지. 읽어 봐라. 거기에 모든 것이 적혀 있다.”
철가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이 너무나 강력해서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쯧. 설마 천 년 동안 이어진 맹약이 실현되기 직전에 저렇게 심약한 후손이 태어날 줄이야. 뭐, 나름 귀엽긴 하다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분명 괴테라면 젊은 베르테스의 슬픔과 파우스트를 쓴 대문호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이 다른 글을 썼다고?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 엄청난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책입니까?”
“그건 직접 읽어 보도록 해라. 미리 결말을 말해 버리면 재미없지 않나.”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괴테가 썼다는 책의 표지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너무나 선명한 글자로 ‘요리하는 소드마스터’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