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83
184화
유라일 여신
“……?”
“……?!”
여신상의 반응에 켄트와 유라일의 사제는 깜짝 놀랐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마리얌 여신의 사제인 켄트에게 유라일 여신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마리얌 여신도 그렇지만, 유라일 여신도 자신을 믿지 않는 자에게 힘을 내려주지 않았으니까.
신성력은 믿음의 증거다.
신성력은 신을 믿는 만큼 얻을 수 있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 여신이시여?”
특히 유라일의 사제가 느끼는 놀라움은 매우 컸다.
그는 무심코 신상을 올려다보았다가 기절할 듯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느꼈던 놀라움은 약과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여, 여신상이……!”
여신상의 얼굴이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켄트도 사제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마리얌 여신님……?”
신성력의 느낌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낯선 느낌이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의 것으로.
신상의 얼굴은 어느덧 완전하게 마리얌 여신의 얼굴로 변모했다.
뿜어내던 신성력도 완전히 느낌이 달라졌다.
‘유라일 여신이 곧……마리얌 여신이었어!’
켄트가 눈을 번쩍 떴다.
유라일과 마리얌.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두 여신이 같은 여신이라는 걸 완전하게 깨달은 것이다.
인류는 신과 달리 완전하지 않아 유일신을 모시면서도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불안감을 쉽게 억누르지 못한다.
그 불안감을 다른 신앙을 찾는 것으로 대신하려 하는 건, 어쩌면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리얌은 피조물의 신앙을 강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컨트롤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믿음을 바라는 이들에게 자신의 다른 모습과 다른 이름을 내주었을 따름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추앙되더라도 신앙의 종착점은 결국 자신으로 수렴할 테니.
물론 켄트는 그런 내밀한 사정까진 알지 못했지만, 두 여신이 동일한 존재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아챘다.
슉─!
성지 전체에 은은하게 퍼져있던 신성력이 신상으로 모여들었다.
신상은 신성력을 한 방울의 낭비도 없이 모두 빨아들였다.
우우웅.
신성력을 짙게 머금은 신상의 울림이 점점 커졌고.
후아악──!
곧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다만 사방에 퍼져있었던 전과 달리, 이번엔 일정한 방향으로 쏟아졌다.
쏟아진 방향은 바로 정수리 쪽, 하늘 방향이었다.
신상을 거친 신성력은 기존보다 더 강해져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솟구쳤다.
신성력 기둥은 수인족이 힘을 합쳐 설치한 보호막을 지나쳤다.
신성력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들고 있던 켄트는 볼 수 있었다.
신성력의 기둥이 힘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하늘을 오르는 것을.
그리고 오름의 끝은 바로, 마리얌 여신일 것임을 말이다.
켄트는 얼른 다시 무릎을 꿇고 여신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여신이시여.”
우웅.
켄트의 몸에서도 신성력이 일어났다.
켄트는 신상에 가진 신성력을 가득 주입했다.
신상은 켄트의 신성력 또한 넙죽넙죽 받아먹은 뒤 기둥에 보탰다.
후우우욱──!
켄트의 신성력이 기둥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당장에라도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변화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사제님!”
켄트는 여전히 당황한 유라일의 사제를 불렀다.
“아, 네!”
그는 켄트의 부름에 금방 정신을 차렸고, 곧장 켄트 옆으로 와 무릎을 꿇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여전히 알 길은 없으나, 그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그 또한 이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 말이다.
* * *
화아악!
사방이 밝아졌다.
생사를 놓고 겨루던 수인족과 흑마법사들이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그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전투를 잠시 멈추고, 이변이 발생한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진원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성지에서부터 엄청난 빛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었으니까.
“저, 저건……?!”
흑마법사들은 당황했고.
“와아앗!”
“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수인족들의 기세는 더 등등해졌다.
두 진영 다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느낌이라는 게 그렇다.
때로는 직감이 그 어떤 것보다 정확한 정답을 내놓는다는 것 말이다.
“뚫어! 당장 서둘러라!”
흑마법사들은 느꼈다.
현상이 완성되는 순간 힘들어질 거라는 걸.
“막아! 무조건 막아!”
수인족도 느꼈다.
현상이 완성되는 순간 승리를 노래할 수 있으리라는 걸.
두 진영은 더더욱 치열하게 변했다.
초인들은 너도나도 규칙 선포를 사용했고, 다른 수인족과 흑마법사도 이능을 아끼지 않았다.
사용하는 힘의 크기가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
쾅! 콰앙!
전장 곳곳에서 폭발음이 터진다.
“링에!”
“나도……느꼈다.”
베흐만과 링에의 안색이 확 굳었다.
2대1의 싸움이라 다소 가벼운 마음이었던 두 사람의 표정이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가온이 입꼬리를 씨익 잡아당겼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나 보지?”
“…….”
링에는 대꾸하는 대신, 마기를 끌어 올려 기술의 규모를 키웠다.
「규칙 선포: 공포의 밤Panic of Night」
「까만 어둠을 꿰뚫는 한줄기의 벼락은 근원적 공포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베흐만도 얼굴을 싹 굳히고 곧바로 규칙 선포를 사용했다.
꾸릉─ 꾸르릉──!
어둠이 찾아든다.
그 사이로 하나둘 생겨난 뇌운이 번개를 주고받으며 울음을 터트려댔다.
가온도 조롱하던 걸 관두고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제는 한 번이라도 삐끗했다간 곧바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지금껏 보조나 하자는 심산으로 가볍게 전투에 임했던 베흐만도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규칙 선포를 사용한 것도 그렇지만, 사용하는 흑마법의 종류도 완전히 달라졌다.
짜자작──!
마기를 머금은 검은 번개가 가온을 강타했다.
“큭!”
번개를 받아낸 가온이 침음을 삼켰다.
투기를 두껍게 깔아 이를 받아냈지만, 번개의 관통력에 투기가 벗겨지며 미약하게나마 본신에 닿은 것이다.
짜르르.
번개가 피부밑으로 흐르며 솜털을 삐죽삐죽 세웠다.
통증과 함께 서늘한 감각이 신경을 타고 흘렀다.
공포를 자극하는 느낌.
하지만 높은 정신력을 가진 가온에게 저주는 통하지 않는 힘이었다.
가온은 고통을 억누르며 몸을 움직였다.
그 간극을 링에가 찔러왔기 때문이다.
쉭─!
음속을 넘어선 링에의 찌르기는 매우 날카로웠다.
챙!
가온은 틸리티를 이용해 창을 쳐냈다.
그러자 링에의 몸에서 마기가 물씬 풍겨 나오더니 그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스팟!
결국, 가온의 팔을 가르고 지나가는 창.
‘빨라!’
가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눈으로 볼 순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게 늦은 탓이다.
콰릉!
다시 한번 베흐만의 번개가 가온을 내리쳤다.
가온은 틸리티를 넓게 펼쳐 번개를 막았다.
사실 막았다고 하기보단 맞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베흐만의 번개는 음속으로 움직이는 링에보다 더 빨랐고, 피하는 건 요원한 일이었으니까.
그나마 가온이 틸리티를 펼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베흐만의 마법에 전조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이 규칙 선포로 만든 뇌운과 동조하며 특유의 현상이 만들어진다는 걸 눈치챈 덕분이었다.
가온은 틸리티의 한쪽 면을 바닥에 꽂아 번개가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했다.
“하찮은 꾀를 부리는군.”
베흐만은 가온의 행동에서 곧장 그걸 눈치채고 코웃음을 쳤다.
그런다고 해서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링에는 계속해서 가온의 주변을 돌며 창을 휘둘렀고, 가온의 몸엔 상처가 늘어갔다.
어쩌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만한 작은 상처들.
링에는 회복하기 힘든 커다란 한방에 집착하지 않았다.
자잘한 상처들도 많아지면 출혈과다가 일어나게 되고 더 이상 전투를 속행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가온을 상대로는 헛수고에 불과했다.
가온에게는 어떤 상처도 회복시킬 수 있는 무한회복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온은 의도적으로 상처를 내버려 두고 있었다.
딱 피가 몽글몽글 맺힐 정도까지만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 이상은 의도적으로 회복을 지연시켰다.
선택적으로 회복을 지연시키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무한회복을 의지대로 다룰 수 있게 된 건 꽤 오래된 일이었던 데다.
투기를 배우면서 소모된 생명력을 채우는 데에도 무한회복을 사용해야 했으므로.
상처를 회복할 무한회복을 생명력 복구에 돌리면 그만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알 턱이 없는 링에.
그가 이상함을 눈치챈 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음에도 가온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난 후였다.
“너…….”
“이런 눈치챘나?”
가온은 아쉽다는 듯 짧게 혀를 찼다.
링에의 표정이 확 굳었다.
가온은 무한회복을 움직여 그 많던 상처를 단숨에 회복시켰다.
벌어진 피부가 절로 닫히고 불긋했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좋았을 텐데.”
“감히……!”
분노한 링에가 창을 잡고 내달렸다.
푸슉!
정확히 심장을 노린 찌르기.
가온은 틸리티를 이용해 이를 막아냈다.
이어지는 공격.
베흐만도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킬 수 있는 고레벨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
사방이 온통 흰빛으로 물들었다.
성지에서 솟구치던 신성력의 기둥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생츄어리Sanctuary.
성지의 힘을 빌려 만드는 그 힘의 영역이 전장에 현현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치이익!
살점 바닥이 타는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회색빛 일색이던 나무가 생기를 되찾아 본연의 색을 되찾는다.
나무 기둥이 갈색으로 물들고, 가지 끝에서 파릇파릇한 나뭇잎이 자라났다.
마기를 잔뜩 머금은 텁텁한 보랏빛 공기가 증발하며, 맑고 상쾌하게 정화되었다.
하늘을 가리던 칙칙한 구름이 개며 창연한 하늘이 드러나고 그 사이로 태양빛이 내려앉는다.
환경의 변화는 마왕군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켁! 켁!”
살기를 번들거리며 수인족에게 뛰어들던 마수가 답답한 숨소리를 내뱉었다.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쳐 고장이라도 난 듯 크게 움찔거렸다.
“크아악!”
“캐, 캐스팅이……!”
흑마법사들의 피해는 더 컸다.
영창을 하고 있던 흑마법사는 돌변한 환경에 주문이 취소되었고, 반동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반절 정도는 서둘러 방비를 한 덕분에 피해를 모면하긴 했지만, 전방위적으로 한순간에 발생한 공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틈이다!”
“밀어붙여!”
수인족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호재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오러와 마나를 쏟아부어 단숨에 커다란 화력으로 적들을 공격했다.
강한 마법에 마수가 일거에 쓸려나갔고, 그 공백을 따라 돌진한 전위들은 흑마법사 앞에 순식간에 도달했다.
서걱! 우지직!
날카롭게 손톱을 세운 수인족들은 그간 당한 고충을 흑마법사들에게 고스란히 쏟아냈다.
“젠……장!”
“아, 안 돼!”
생츄어리의 영향은 초인들의 싸움에도 끼쳤다.
대등하던 싸움의 무게추가 한순간에 수인족 방향으로 기울었다.
2대1로 불리한 싸움을 하던 가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무슨……!”
“초인……급 사제라고?!”
「규칙 선포: 헤일로Halo」
「나의 몸 나의 마음 오롯이 여신께 바치오니. 여신이여, 뜻한 바를 이루소서.」
머리 위로 신성한 광륜(光輪)을 띄운 켄트가 전장에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