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접전
커다란 데스웜이 마수사냥꾼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압도적인 질량이 그들을 내리깔았지만, 그들은 눈 하나도 깜빡하지 않고 이를 받아냈다.
블러드러스트로 인해 두려움이 가신 까닭이다.
방패를 다닥다닥 붙인 뒤 비스듬히 경사를 이룬다.
2열, 3열의 마수사냥꾼들은 1열의 방패수들이 밀려나지 않도록 발을 붙잡고 등을 받친다.
콰아앙!
최초의 충돌.
무게를 버티지 못한 방패수들이 한차례 출렁거렸지만, 전열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가각, 가가각!
데스웜이 방패의 경사를 따라 옆으로 흘러내렸다.
쿵!
바닥에 널브러진 데스웜.
“흐아앗!”
우렁찬 기합과 함께 방패벽 위로 붕, 떠오른 후열의 마수사냥꾼들.
그들은 머리 위로 쳐들었던 손을 그대로 그어 내렸다.
퍽! 퍽! 퍼억!!
거대한 전투도끼와 대검 등이 데스웜의 몸을 가차 없이 갈랐다.
“그워어어!”
데스웜의 비명을 지르는 동안, 도끼와 대검을 내려찍었던 마수사냥꾼들이 몸을 빼냈다.
척!
그들이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춰 방패벽이 열리고, 마수사냥꾼들은 그 사이로 빠져나갔다.
데스웜이 꼬리를 휘둘렀지만.
쾅!
간발의 차이로 닫힌 방패벽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합.
가온은 흘끔 바라보았다.
사실 데스웜 따위야 가볍게 검 한 번 휘두르면 소멸시킬 수 있는 미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온은 어떤 도움도 주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계속해서 돕기만 해선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들은 게속해서 쏟아질 테고, 이들 옆에 언제나 가온이 있을 순 없었으니 말이다.
마수사냥꾼들은 그들만의 싸움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유케가 지휘봉을 잡고 그들을 움직이고 있을 때, 경험을 쌓아야지.’
비록 블러드러스트로 인해 이지가 떨어진 상태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백치가 되어버리는 건 아니었다.
추후에 복기하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기억이 남아 있을 터였다.
또한 몸에 새겨진 감각은 그보다 더 생동적일 터였고.
가온이 이들을 키우려고 생각하는 이유엔 복잡한 계산이 들어있지 않았다.
두려움에 떨지언정 싸울 의지가 있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공포의 존재들에게 도리어 한발 먼저 덤벼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온이 아무리 강해져도 끝없이 몰려드는 모든 마왕군을 모조리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은 분명히 필요했다.
그게 바로 가온이 그들을 키우려는 의도였다.
* * *
첫 전투는 마왕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태의 싸움이었다.
마왕군의 군세는 매우 조직적이었고, 도시군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군이 각 세력별로 뭉쳐 대응을 했다곤 하나, 그것 또한 완벽하게 합이 맞았다고 할 수 없었던 반면에.
마왕군의 움직임은 사전에 조율된 대로 움직인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합일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크악!!”
“왼쪽 막아! 아니, 중앙! 아, 아니 오른쪽!!!”
중구난방으로 허둥지둥.
당장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급급한 모습.
곳곳이 파고들 허점투성이인 탓에 제대로 된 공세를 펼치기조차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각 세력의 고위 간부들은 속절없이 밀리는 아군을 보며 기겁을 했다.
비록 함정에 빠지긴 했어도, 바로 직전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실종 사건의 본거지를 급습했을 때엔 그들의 합이 썩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세력의 간부들이 크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때는 각 세력별로 난다긴다하는 인원들이 모두 모여 싸웠던 것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때의 도시군은 높은 레벨만큼이나 많은 경험을 가진 이들.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허나 지금은 레벨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가 전쟁에 참석한 상황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그만큼 갑자기 발생하는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끼요호! 이쪽이다!”
“여기 방패병이 무너졌다!”
전방위적으로 전장을 두드리던 마왕군이 전열 한 곳이 무너지자마자, 그곳으로 와르르 모여든다.
“어……??”
“아, 안……!”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간 마왕군이 그 균열을 더더욱 크게 만든다.
도시군은 쉽사리 대응하지도 못하고 복잡해진 손발에 허둥거림이 더 커졌다.
뒤로 빠져있던 고위급 인사들이 다급히 빈 곳을 채웠다.
“뒤로 물러나!”
다람쥐의 귀와 꼬리를 한 수인족 초인이 창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그들 또한 가온처럼 장기전을 대비해 그런 포지션을 잡았던 것이었지만, 현실은 전투가 일어난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투입되는 실정이었다.
그만큼 도시군의 조직력이 엉망이었다.
레벨이 높은 자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투입되자, 마왕군도 그들을 잡기 위해 더 높은 레벨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하늘에서 날카로운 핏빛 화살이 쏟아져 내린다.
쐐애액!
그 사이로 내리꽂히는 피의 창.
“헛!”
워낙 정신없이 흘러가는 전투에 피의 창이 내뿜는 기세를 놓친 다람쥐 수인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우우웅──
그는 이를 악물고 창대를 빠르게 휘돌렸다.
차창! 챙!
창대를 감싼 오러가 막을 형성하며 피의 창을 분쇄했다.
혈마법이 힘을 잃고 사라진 것을 확인한 창사가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리는 찰나.
번쩍!
허공을 가르고 떨어진 검은 번개가 그를 관통했다.
치지지지직!
“크학!”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진 다람쥐 수인.
번개 속성 특유의 마비 효과에 다람쥐 수인이 멈칫하는 사이, 마왕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멈춰선 수인에게 온갖 저주가 중첩되어 내려앉고.
콱!
재빨리 내려앉은 뱀파이어가 그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었다.
“컥!”
고통에 신음을 내뱉으며 애써 오러를 일으켜보지만.
뚜둑!
이윽고 달려든 머리수집가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목이 꺾여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다르빗! 안 돼!!”
다른 곳을 막던 원숭이족 수인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지만, 그 또한 밀려드는 마왕군을 막아내기 급급한 상황.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다르빗은 뱀파이어에게 온몸의 정기를 흡혈 당하고, 머리는 머리수집가의 일부가 되어 죽고 말았다.
그워어어억!
무려 초인의 머리를 흡수한 머리수집가.
차오르는 고양감을 참지 못하고 포효하지만.
쿠우웅!
놈이 성장한 성취를 뽐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에 생겨난 신의 망치가 그를 내리깔았기 때문이다.
꾸득! 꾸드득!
신성력 망치는 머리수집가를 사정없이 짓눌러 뭉갰다.
쪼르륵.
차오르던 마기가 신성력을 버티지 못하고 쪼그라들다 결국.
쩍!
다람쥐 초인의 머리가 박살 났다.
초인의 머리가 소멸했으니 머리수집가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일.
몸을 구성하던 머리로 파열이 번져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신성주문으로 머리수집가를 소멸시킨 사제는 곧장 다른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렇듯 전장은 물고 물리는 싸움이 쉴 새 없이 진행되었다.
초인도 죽어 나가는 마당에 그보다 낮은 레벨을 가진 사람이 몸 성할 리가 없었다.
“헉, 헉.”
“크흡, 흑!”
체력은 빠르게 고갈 났고.
“사, 살려……!”
“으악!!!”
죽는 것도 너무나 쉬웠다.
초인급의 이른 투입과 분전으로 전투는 백중세에 가까웠지만, 군세의 대부분을 이루는 저레벨들이 빠르게 지쳐버린 것이 문제였다.
“너, 너무 힘들……!”
“죽을 거 같아!”
“여긴 지옥이야……!”
“숨, 숨을 쉬기가 힘들어.”
그들은 전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반면에 마왕군의 기세는 처음과 그리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죽여라!”
“놈들을 죽여서 우리 동료로 만들자!”
“피! 피! 신선한 피를 내게 다오!”
전장의 광기에 눈이 돌아간 흑기사들, 그리고 그들과 거리를 유지한 채 지원사격만 해대는 흑마법사는 지칠 리 만무했고.
애초에 죽은 존재인 언데드들에게 체력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하늘을 날며 호시탐탐 내려와 도시군의 뒷덜미를 콱!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뱀파이어들은 흡혈로 체력을 유지했다.
거기다 첫 격돌 이후, 전장이 혼전의 양상이 되어버리자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마수들은.
-케르르륵!
-구어어어억!
흑기사, 흑마법사, 언데드, 뱀파이어, 다른 어떤 마왕군보다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며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빈자리를 채우며 달려들고 있었다.
결국.
“후퇴! 후퇴하라!”
“더 이상은 무리야. 계속해서 싸웠다간 여기서 모두 죽고 말 거다.”
“뒤로 빠져 다음을 도모하라!”
마왕군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후퇴를 선택하는 조직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후퇴! 모두 후퇴해!”
“뒤로 빠져!”
도시군은 기다렸다는 듯 후퇴를 시작했다.
하지만, 후퇴하는 것에도 조직력은 필수였다.
일원화되지 못한 명령체계로 인해 중구난방으로 빠지자 자리를 지키는 이들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큭!”
“커흑!”
앞만 막으면 되던 것을 좌우까지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쉽게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전열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후퇴는 계속되었다.
[레이나!]허공을 날아다니며 전투를 보조하던 지젤이 이런 상황을 확인하고 레이나에게 알렸다.
“가온! 유케! 후퇴해야 해!”
지젤의 말을 전해들은 레이나도 재빨리 동료들에게 전했고.
“후퇴한다!”
가온도 이에 동의했다.
[후퇴!]유케는 빠르게 명령을 내려 퇴각을 시작했다.
마수사냥꾼들은 전장 전체에서 일어난 엉망진창의 후퇴가 아닌, 일사불란하게 후퇴했다.
척! 척! 척!
발을 맞춰 뒷걸음질 치면서도 방패의 열은 여전히 유지되었고.
퍼버버벅!
후열의 궁수들은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춰 시위를 놓았다.
모든 게 엉망진창인 전장에서 홀로 빛나는 곳이 바로 마수사냥꾼 부대였다.
“놓치지 마라!”
“준비된 군사들이다! 반드시 죽여!”
“정예병을 죽여야 다음 싸움이 더 쉬워진다!”
놈들은 그들의 일사불란함이 유케의 주술로 인한 일임을 알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와르르 몰려드는 적들을 보며 가온이 앞으로 몸을 날렸다.
“유케 넌 퇴각에만 신경 써!”
“알겠습니다!”
가온은 유케의 대답을 들으며 투기를 화르륵, 피워냈다.
지금까지는 마수사냥꾼들의 피해를 받아내는 데에 무한회복의 대부분을 소모했다면, 지금부터는 달랐다.
가온은 무한회복의 대부분을 투기 생산에 사용했다.
쿠콰콰콰!
가공할 수준의 투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뭣?!”
“이런! 고수가 이곳에 숨어있었구나!”
그들은 가온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이미 늦었어!”
가온은 틸리티를 대검으로 변환시켜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후아아아앙──!
압도적인 검풍을 따라 발산되는 투기.
가온은 엄청난 양의 투기를 다루면서도 세밀한 디테일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틸리티로 투입된 모든 투기가 잘 벼려진 검기로 승화해.
서걱! 스각!
전방의 마왕군을 사정없이 갈아버렸다.
후둑, 후두둑!
검기가 지나간 곳에 남은 건 마왕군이 흘린 핏물 뿐이었다.
일순간 생겨난 공백.
마수사냥꾼들은 공백이 생겨나자마자 전투태세를 해제하고 몸을 돌려 온 힘을 다해 뒤로 뛰었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