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반전
“모두 쓸어버려!!”
“놈들을 단 하나도 살려놓지 마라!”
붉은 오크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든 채 전장으로 난입했다.
“뭐야?”
“원군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나?”
도시군은 갑작스러운 붉은 오크의 등장에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이 변하는 데에는 몇 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몰라! 근데 그게 중요해?!”
“……맞네. 안 중요하지.”
“죽여버려!!”
그들이 마왕군을 상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거면 충분했으니까.
떨어져가던 도시군의 사기가 다시 한번 치솟았다.
두두두두!
붉은 오크들은 다소 주춤거리는 도시군을 휑하니 지나쳤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선두 열로 향했다.
앞서간 붉은 오크들이 선두에 도착했을 무렵.
“모두──!”
한 붉은 오크가 전장을 관통할 만큼 큰소리로 외쳤다.
“토템을 발동하라!”
그 목소리를 들은 유케가 밝은 미소로 반색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세상에! 라주앙 님!”
라주앙은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유케에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라주앙의 지휘에 맞춰 붉은 오크 주술사들이 일제히 자신만의 토템을 꺼내들었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 반지 등등.
그들이 꺼내 던지는 액세서리는 모두 달랐지만.
퉁─ 퉁─ 투웅───!
2미터가 넘어가는 높이에 한 아름이 너끈히 넘어가는 너비와 거친 통나무의 투박한 질감은 유케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었다.
“미친! 붉은 오크들이 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붉은 오크들과 토템을 보며 경악하는 뱀파이어들.
지난 몇 년간 가장 공을 들여왔던 곳이 바로 로아 대평야였기에 붉은 오크들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붉은 오크? 피부만 조금 빨간 오크 아냐?”
“호들갑 떨지 마라. 어차피 다 죽여야 하는 놈들일 뿐이다.”
다른 군단 소속의 마왕군들은 붉은 오크들에 대해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뭣도 모르면 그딴 소리는 하지 마!”
뱀파이어들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라 혈마법을 준비했지만.
“「링크Link」!”
붉은 오크 주술사들의 반응이 더 빨랐다.
핑─ 핑─ 핑──!
토템에서 저마다의 붉은 선이 흘러나와 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했다.
고작해야 수십 정도의 소수에게만 링크를 사용했던 유케와 달리 그들의 주술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전장 전체로 퍼져나가는 붉은 실.
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붉은 오크 전사들.
붉은 실이 붉은 오크 전사들과 만나는 순간, 밝게 빛나며 타오르는 투기의 향연까지.
“허어!”
“……장관이군.”
그 압도적인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찌릿찌릿한 마음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링크는 소수에게 사용해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주술이지만, 그 규모가 수백, 수천, 수만으로 점점 커질수록 효율은 훨씬 배가 된다.
“저까짓 놈들이 뭐가 무섭다고!”
“흑마법! 흑마법부터 퍼부어!”
하지만 붉은 오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다른 군단의 마왕군들에게 그들은 그저 새로운 먹잇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크 스피어Dark Spear」!”
“「보랏빛 안개Violet Fog」!”
“「나태의 늪Pigritia Swamp」!”
“「검은 번개Black Lightning」!”
온갖 흑마법이 붉은 오크를 향해 떨어졌다.
쾅! 콰앙─!
퍼어엉───!
하지만 이미 링크로 연결된 붉은 오크들을 쓰러트리기에 그들이 사용한 흑마법의 위력은 너무 조악했다.
흑마법사들이 사용한 흑마법이 결코 약했단 소리가 아니다.
만일 그 흑마법들을 다른 이들에게 사용했다면?
그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충분했을 것이다.
단지 하나로 결속된 붉은 오크들의 생명력이 거대하디 거대했을 뿐이다.
투확!
먼지와 연기를 뚫고 무언가가 흑마법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빙글빙글.
원심력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은 바로 손도끼였다.
콰득! 콰지직───!
투기를 잔뜩 머금고 날아간 손도끼는 흑마법사들의 방어막을 무참히 깨부수고 허연 속살을 탐했다.
퍽! 퍼벅!
“컥!”
“캬악!!”
방심하고 있던 일부 흑마법사들이 손도끼에 피륙이 갈라져 비명을 질렀다.
운이 나쁜 몇몇은 머리나 심장 같은 즉사 포인트에 손도끼가 박혀 그대로 허물어졌다.
“헛!”
“……다소 당혹스럽군.”
걷힌 먼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붉은 오크들의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멀쩡한 모습에 흑마법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읊조렸다.
하늘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뱀파이어들이 흑마법사들에게 소리쳤다.
“그걸론 안 된다고 말했지?!”
“크고 강한 걸 준비해! 한 방에 휩쓸어버릴 수 있는 걸로!”
“물론 그런 공격을 수십, 수백 번을 적중시켜야 놈들은 쓰러지겠지만!”
붉은 오크들의 전투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던 뱀파이어들이 다시 한번 방법을 일러주었다.
흑마법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흘끔거리고는 다시 영창을 시작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의 의견을 수용한 건 일부에 불과했다.
“흥! 나약한 것들.”
“너희가 다루는 혈마법이 얼마나 조악했으면 수백 번씩 공격해도 적이 무너지지 않는단 말이냐.”
뱀파이어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은 이들은 그들을 조롱하듯 말하고 계속해서 흑마법을 사용했다.
“저런!”
“멍청한 놈들!!”
“내버려 둬. 말해줘도 듣지 않는 놈들인데 뭐가 좋다고 계속해서 조언을 해?”
뱀파이어들은 흑마법사들의 삐딱선에 혀를 차며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들였다.
흑마법과 혈마법.
마왕군 안에서도 마법이란 카테고리 안에 묶이는 두 존재는 언제나 비교되곤 했다.
작동원리는 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흑마법과 혈마법의 신경전에서 우위에 있는 건 언제나 흑마법이었다.
좀 더 범용적이고 좀 더 가한 위력을 보이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혈마법이 흑마법의 하위호환이라는 건 아니었다.
혈마법에도 혈마법만의 강점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뱀파이어들은 흡혈을 통해 즉각적인 마기 회복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뛰어난 지속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는 분명 흑마법사들은 해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쨌든 미묘한 신경전이 흑마법사와 뱀파이어 간에 존재했는데.
흑마법사 일부가 뱀파이어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행동에는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득을 보는 건 당연히 붉은 오크들이었다.
“교차로 움직여!”
“어느 한 링크에만 과도한 피해가 쌓이지 않도록 분산시켜라!”
그들은 흑마법의 피해를 적절히 나눠 받으며 전투를 속행했다.
멀리서 떨어지는 흑마법을 무시하고 눈앞의 흑기사들에게 집중했다.
“세상에…….”
“저런 식으로 흑마법을 몸으로 받아 가면서 싸운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었어?”
갑자기 나타난 원군의 전투방식을 지켜보던 도시군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뭣들 그리 얼빠진 얼굴을 하고 쳐다만 보고 있어? 안 싸울 거야?! 계속 구경만 할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그런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저들 사이로 파고들어 마왕군을 상대해! 흑마법을 저들이 파훼해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니까!”
“머리 위로 보호막을 펼쳐! 맨몸으로 흑마법을 버텨내는 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몰라도 훨씬 도움이 될 거다!”
어느샌가 후퇴와 다음 전투를 생각하고 있던 도시군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잘 정련된 군대와 다름이 없는 붉은 오크들의 움직임에 어느새 저도 모르게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긴 것이 아닐까.
어쨌든 전투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달리 승패의 행방을 알 수 없을 만큼 매우 치열했다.
“계속해서 움직여! 놈들이 지치는 순간이 곧 온다! 그때야말로 우리가 치고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니까!”
“놈들은 반드시 지친다! 계속해서 공격해!”
쉽게 지치지 않는 마왕군은 지금까지 도시군이 그랬던 것처럼 누적된 전투 피로도가 폭발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붉은 오크를 잘 아는 가온이 보기에 그런 그들의 생각은 조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과연 그게 너희 마음대로 될까?”
가온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틸리티를 휘둘러 눈앞의 흑기사들을 베어 넘겼다.
투쟁.
붉은 오크란 종족을 대표하는 그 단어의 의미를 마왕군은 잘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미친……붉은 오크는 절대 지치지 않아.”
“아니, 지쳐도 쓰러지지 않는 족속들이라고!”
물론 뱀파이어를 제외하고.
하늘 위에서 소리치는 뱀파이어들의 말을 귀담아듣는 마왕군은 거의 없었다.
전투가 무르익어갈수록 흥분이 차올라 귀를 막았으니까.
“블러드러스트를 사용하라!”
때를 보던 라주앙이 크게 소리쳤다.
“「블러드러스트Bloodrust」!”
그 지휘에 맞춰 일제히 주술을 사용하는 주술사들.
고오오───!
붉은 실을 타고 흘러간 주술의 힘이 붉은 오크 전사들의 눈을 붉게 물들였다.
혈류가 빨라지며, 몸이 뜨거워진다.
후끈후끈.
붉은 오크 전사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던 도시군은 순간적으로 치솟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주술을 받아들인 붉은 오크 전사들이 가슴을 채우는 고양감에 일제히 포효했다.
[공격!] [돌진!]한 발 뒤, 토템과 함께 선 주술사들이 팔을 척! 쳐들어 전방을 향해 가리키며 의념을 전달했다.
팟! 파바밧!
주술사들은 링크로 연결된 제 일족들을 지휘했다.
블러드러스트로 떨어진 이지는 하등 상관없었다.
지휘를 하는 이들이 주술사라고 하지만, 그들 또한 붉은 오크들.
투쟁의 방식을 모를 리 없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선두에 선 전사가 거침없이 뛰어올라 거대한 태도(太刀)를 내려찍었다.
“……미친!”
공격 대상이 된 흑기사가 다급하게 마기를 운용해 이를 막고자 했으나.
콰드득!
본신의 투기와 주술로 강화된 붉은 오크 전사의 힘을 받아내는 건 무리였다.
단 일격에 좌우로 양단된 흑기사.
하지만 뛰어올라 체중을 실었던 붉은 오크 전사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도 컸다.
내려찍기가 강한 위력을 보장하긴 하나, 그만큼 큰 빈틈을 드러내는 공격패턴이었기 때문이다.
“죽어!”
“네놈도 두 동강을 내주마!”
붉은 오크 전사의 좌우로 빈틈을 노린 흑기사가 달려들었다.
챙! 채챙!
그러나 흑기사가 선두에 선 전사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휘를 맡은 주술사는 선두에게 내려찍기를 주문함과 동시에 2열의 전사들에게 그를 보조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슉! 슈슉!
그와 동시에 3열에서 쏟아지는 창의 찌르기 공격.
푹! 푸북! 푸부북!
“컥!”
“커흑!”
마치 한 몸 같은 그들의 움직임에 흑기사들의 전열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전장의 흐름에 반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 붉은 오크의 합류로 인해 일어난 변화였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