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1
1150
“그를 어떻게 제거하겠나?”
“그 자식은 무모합니다.”
“무모하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지나칩니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막시무스는 카인의 말에 동의했다.
지크가 제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저렇듯 물불 안 가리고 쳐들어와서 깽판을 치는 건 확실히 무모한 행동이었다.
적진 한복판을 계속해서 휘젓는다는 건 언젠가 큰코다칠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혼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만함이로군.”
“예, 집정관님.”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오만함을 잘만 구슬린다면, 그 자식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함정을 파자?”
“그렇습니다.”
“으음!”
“적당한 미끼를 던지면, 물 겁니다. 그럼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가 놈을 사냥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그놈이 어딜 공격해올지 모르지 않나?”
“혹시 존버라는 말을 아십니까?”
“존버?”
“X나 버틴단 의미입니다.”
“그, 그렇군.”
“일단 함정을 파고, 그 자식이 공격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콤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버티다 보면 그 자식이 공격해올 것입니다.”
“좋다.”
막시무스 집정관은 카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크가 어디로 공격해올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카인이 말했다.
“제가 제 길드원들을 이끌고 작전을 지휘하겠습니다.”
“음?”
“저와 그 자식은 같은 세계에서 온 존재입니다. 저는 그 자식을 잘 압니다. 그러니 제게 맡겨주신다면,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다.”
막시무스 집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를 황제 폐하께 추천해 강제 개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황제 폐하께서는.”
막시무스가 말했다.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시는 능력을 지니고 계신다. 우리 코랄 종족은 그 능력을 강제 개화라고 부르지.”
“강제… 개화.”
개화(開花)는 꽃이 핀다는 뜻.
강제 개화란 코랄 황제의 능력을 통해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우는 걸 의미했다.
“강제 개화를 받는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고, 축복이다. 우리 코랄 종족에서도 소수만이 그 영광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오오!”
“너의 전향은 우리 코랄 종족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앞으로도 많은 실력자들이 우리 코랄 종족의 편으로 전향할 수 있게 만들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럼… 제가 강제 개화를 받는 것입니까?”
“그렇다.”
막시무스 집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강제 개화의 축복을 내려줄 테니, 그놈을 반드시 제거할 수 있도록 하라.”
“충성!”
카인은 강해질 수 있다는 말에 막시무스의 앞에 엎드려 넙죽 절했다.
본래 게이머란 강해질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존재.
기왕 배신까지 한 마당에 강제 개화를 통한 비약적인 강함을 손에 거머쥘 수 있다니, 엎드려 절이 아니라 죽는시늉까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
지크는 그 후로도 수없이 많은 작전에 나섰고, 많은 코랄 종족을 학살하며 경험치를 획득했다.
의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꿀을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쪽쪽 빨아댄 것이다.
그 결과.
[알림: 495레벨 달성!]지크는 의 지속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495레벨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난 열흘 동안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폭렙 업을 이루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지크는 그날 작전을 완수하고 돌아와 콧노래를 흥얼거려다.
495레벨을 달성했으니, 이제 5레벨만 더 올리면 500레벨을 찍고 3차 전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아주 기분이 좋아 절로 흥얼거리게 되었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고생했다!”
“그럼, 고생했지.”
지크는 지난 열흘 동안의 여정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뀨우! 이제 뭐 할 거냐! 뀨우!”
“잠깐 복귀해서 공사 현장 좀 체크하려고.”
“뀨우?”
“감옥 지어지는 건 봐야지.”
마우레키온 제국은 지크의 대활약 덕분에 전능석을 마음껏 채굴할 수 있었고, 공급이 원활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마우레키온 제국은 전능석을 포식철로 바꾸어 프로아 제국에 공급하는 중이었다.
프로아 제국은 공급받은 포식철을 이용해 새로운 감옥 건설에 들어갔다.
이른바 라 이름 지어진 그 감옥은, 이제 갓 공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래서 지크는 감옥 건설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 로그아웃해서 쉴 생각이었다.
“뀨! 그럼 가자! 수송선 출발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뀨우!”
“그래.”
그렇게 지크와 햄찌는 뉘르부르크 대륙으로 향하는 수송선에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웅성웅성!
수송선 근처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이제 갓 코랄 행성에 도착했거나, 혹은 곧 떠날 NPC들과 게이머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지크는 괜히 주목을 받기 싫어서 를 착용하고 수송선에 탑승했다.
그러던 중.
‘어?’
지크는 인파 속에서 뭔가를 감지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찌릿!
뭔가 날카로운 송곳이 미간 바로 앞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누군가 살기를 품고 지켜보는 듯한 아주 더러운 기분이었다.
“뀨. 주인 놈아. 왜 그러냐.”
햄찌가 지크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
지크가 대답했다.
“누가 날 스토킹하는 것 같아서.”
“뀨우?”
“뭐지.”
지크는 감각을 일깨워 주변을 스캔해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었다.
‘그냥 기분 탓인가.’
그러기엔 지크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하고, 또 정확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사라져버려서, 알아낼 방법도 없었다.
‘군중 사이에 나한테 원한이 있는 인물이 끼어 있었던 건가? 아닌데. 나 지금 위장 중이라 누가 날 알아보지도 못할 텐데.’
의아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어떻게 잡기도 그렇고, 수송선의 출발 시각이 다 되어 뉘르부르크 대륙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가자.”
“뀨우.”
그렇게 지크와 햄찌가 수송선에 탑승해 떠난 후.
스윽.
로브에 달린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던 사람 하나가 지크가 사라진 방향을 지켜보더니, 발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씨익.
눌러쓴 그의 후드 밑으로, 알 수 없는 미소가 엿보였다.
“나를 느낀 건가? 사제?”
***
공사 현장은 매우 활기찼다.
“거기! 자재 좀 빨리빨리 가지고 와!”
“마감 깔끔하게 해!”
“마법진 설치는 아직 멀었습니까? 거 빨리 좀 해주시오!”
에는 수만 명의 인부들이 투입되어 있었다.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하는 만큼 많은 인력이 투입된 것이다.
그렇다고 부실 공사가 예상되는 건 아니었다.
공사는 속칭 의 프로페셔널들인 가 주도해서 이루어지는 거였다.
야만 부족으로 이루어진 공병 부대인 의 노동력과 기술력이란 가히 엄청나서, 해외로 원정 파견도 자주 나갈 정도였다.
그만큼 건설에 특화된 부대인지라, 이 많은 인원도 아주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좋네.”
지크는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건 단순히 이건과 그 추종자들을 가둘 생각에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이번 건설 현장에 투입된 수만 명의 인부들은 프로아 제국으로 망명을 온 이들이었다.
본래 신성동맹의 백성들이라 집도 절도 없이 프로아 제국에서 배급해주는 음식이나 먹으면서 살다가, 이번 공사에 지원했던 것이다.
그 말은 곧 의 건설이 이 추운 겨울날에 일자리를 창출했단 말이었다.
‘일자리도 만들고. 좋네. 어차피 개발해야 할 땅도 많으니까. 당분간 여유 되는 대로 건설 사업에 좀 집중해야겠어.’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딱 한 달. 한 달만 참자.’
지크는 가 완성될 동안만 꾹 참다가 이건과 그 추종자들에게 반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 안에 코랄 종족의 지도자인 코랄 황제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한편, 카인은 코랄 황제로부터 축복을 받고 각성한 상태였다.
그래서 자신감이 넘쳤고,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음?”
카인은 웬 NPC가 코랄 종족으로 전향해 왔단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사령부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로브에 달린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는 NPC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뭐지? 저 NPC는? 통찰의 룬으로도 정보가 안 보여?’
카인은 의아했다.
도대체 저 NPC가 누구이기에 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그대가 우리 종족의 고위급 기사들을 모조리 때려눕힌 자인가.”
막시무스 집정관이 전향해 온 NPC에게 물었다.
“그렇다.”
NPC가 대답했다.
“죽이지는 않았으니 잘만 치료하면 될 테지.”
“다짜고짜 전향해 온 이유가 무엇인가?”
“너희들의 적이 곧 나의 적. 협력하고 싶다.”
“협력이라….”
“나에게는 무적의 무력은 있되, 세력은 없다.”
NPC가 말했다.
“그러니 나의 세력이 되어주면, 내가 저 마우레키온 제국을 쳐부수는 걸 보여주겠다.”
“과연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막시무스 집정관은 NPC의 그런 오만한 발언에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NPC가 보여준 무력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었다.
처음 코랄 종족에게 접촉해 올 당시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고위급 기사들을 때려눕히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래서 막시무스 집정관이 생각하는 NPC의 무력은 지크 이상이었다.
“협력자여. 이름이 무엇인가.”
“시구르드라고 한다.”
시구르드가 눌러쓴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어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물론이다.”
막시무스 집정관으로서는 시구르드와 같은 강자가 아군이 되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좋다. 너에게도 우리 황제 폐하의 은총을 내려주도록 하겠다.”
“은총?”
“강제 개화라고 하지.”
막시무스 집정관은 시구르드를 코랄 황제에게 추천해 그 잠재력을 극대화시켜주는 호의를 베풀려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막시무스 집정관의 생각일 뿐, 시구르드의 생각은 달랐다.
“거절한다.”
“거, 거절?!”
막시무스 집정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재력을 극대화시켜서 각성까지 시켜준다는데, 그걸 거절할 이유가 있던가?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차는 격이었다.
“아니, 강제 개화는 누구나가 꿈에 바라는….”
“나는 무적의 후예.”
시구르드가 막시무스 집정관의 말을 끊었다.
“인간의 몸으로 무적의 힘을 손에 넣은 자의 진정한 제자다. 그런 내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나 하나뿐. 외계 종족의 도움 따윈 필요 없다. 지금 내가 가진 힘, 이 힘이 바로 무적이기 때문이다.”
과연 사부의 제자.
비록 파문당한 신세이지만, 시구르드는 사부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엄청나, 디버프 마스터로서의 힘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너희들의 적. 마우레키온 제국을 내 손으로 부숴주마.”
시구르드가 호언장담했다.
화아아악!
그런 시구르드로부터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소용돌이쳤다.
시구르드가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가진 증오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
지크를 죽이는 것도 죽이는 것이었지만, 시구르드의 가장 큰 목표는 마우레키온 제국을 향한 복수였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