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24
723
“그 정도로… 차이가 나나요?”
“본국의 신형 함포로도 자발라 왕국 비행선들의 외부 장갑을 뚫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수십 발은 명중시켜야 한 대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건 좀….”
오스칼의 보고를 들은 지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공권을 장악당한다면 정말이지 큰일이었다.
“그럼 본국의 대공포도 안 무서워하겠네요?”
“예, 전하.”
“그럼 자발라 왕국이 대공포를 맞으면서 폭격을 퍼부으면….”
“답이 없습니다.”
“…….”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연합군의 공군력은 자발라 왕국에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큰일이네요.”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
강대국들은 전쟁 시 반드시 함포를 탑재한 비행선, 즉 군함을 운용하기 마련이었다.
공중에서 퍼붓는 폭격이 전술적으로 엄청나게 유리하단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약소국들은 값비싼 비행선을 갖추는 대신 대공포를 다수 보유함으로써 최소한의 대응력을 갖추곤 했다.
어차피 약소국들에게 비행선은 사치라서, 대공포를 다수 보유하는 게 가격 대 성능비가 나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발라 왕국의 비행선들이 연합군의 대공포를 씹어 먹을 정도로 방어력이 뛰어나다면, 상황은 심각했다.
공성전이고 나발이고, 머리 위에 떨어지는 폭격에 연합군이 전멸해버릴 게 뻔한 것이다.
“이번 전쟁은….”
오스칼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자발라 왕국의 공중 병력을 무력화시키는 게 우선이 되어야 전투가 성립됩니다.”
“그렇군요.”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항복을 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지요.”
“말씀 잘 알았어요, 오스칼 경.”
지크가 오스칼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천우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앞서 오스칼 경의 브리핑대로, 본 연합군은 자발라 왕국의 공군력을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일세.”
그때, 로엔그린이 나섰다.
“내가 직접 비행 기사단을 이끌고 출전하겠네.”
“장인어른께서요?”
“덩치만 큰 비행선 따위, 침투에서 박살을 내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우리 비행 기사단의 기동성은 하늘에서 따라올 자가 없네.”
그러자 천우진도 덩달아 나섰다.
“우린 파이어버드를 지원하지.”
은 5써클 이상의 마법사들이 조종하는 란 소형 무인 전투기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들은 평소엔 의 본부에 자리한 격납고에 있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엄청난 기동성으로 하늘을 휘저으며 공중전을 벌이곤 했다.
실제로 들은 지난 에리얼 백작 토벌 당시 출동해서 활약한 적도 있지 않던가?
“전하.”
크반트가 발언했다.
“제가 우라칸을 전투기로 개조해 보겠습니다.”
“정말이세요?”
“우라칸은 드래곤이 만들어낸 비행선이니만큼, 전투기로 개조해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겁니다.”
“가능하겠어요?”
“지금 바로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사실 개조가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그럼 감사하죠.”
“참고로 신형 전투기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
“심심풀이로 우라칸을 분석해서 신형 전투기 몇 대를 만들어 보았는데,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고 공중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자발라 왕국의 함대를 보호하는 전투기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오!”
크반트는 프로아 왕국에 합류한 이후 놀고먹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크반트는 비머리언 공방의 재건뿐 아니라 프로아 왕국의 각종 무기들을 개발하고 개량하는 사업에도 관여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신형 전투기들은 다루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숙련된 파일럿이 아니면 조종하는 게 불가능하단 점입니다. 11대를 만들었는데, 본국에는 신형 전투기들을 조종할 수 있는 파일럿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프로아 왕국은 약소국으로써, 비행선은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소형 전투기까지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때문에, 소형 전투기들을 조종할 수 있는 파일럿이 있을 리 없었다.
당연히 파일럿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없었다.
그건 동맹국들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국력이 센 맥캘란 왕국과 신성 콘스탄틴 제국 역시도 공군력보다는 다수의 대공포를 운용했다.
“이거 큰일인데… 파일럿이 없으면….”
바로 그때였다.
“전하! 택배 길드에서 특급 배송이 왔사옵니다!”
시종장의 보고와 함께 어전의 문이 덜컥 열리고, 택배 길드의 조끼를 입은 파일럿이 나타났다.
“어? 코르크 씨?”
“전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택배를 가져온 사람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공군 파일럿 출신이자 지금은 택배 길드의 특급 배송원인 코르크 씨였다.
“전하께 특급 배송이….”
“잠깐.”
지크가 묘한 표정으로 코르크를 불렀다.
“죄송한데요, 코르크 씨.”
“예?”
“저랑 얘기 좀 하죠. 회의 잠시 중단합니다.”
지크는 회의를 잠시 중단시키고는 코르크 씨의 손목을 붙잡고 회의장 근처의 빈방으로 향했다.
***
“저, 전하?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코르크 씨는 택배 배달을 왔다가 지크가 자신을 잡아끌자 무척이나 당황했다.
“저기요, 코르크 씨.”
“예?”
“혹시 지금 연봉에 만족하세요?”
“물론 만족합니다. 회사 복지도 좋고….”
코르크 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제가 다섯 배를 드린다면?”
지크가 코르크 씨에게 거액을 제안했다.
“예에?!”
코르크 씨의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커졌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재입대하시죠.”
“재, 재입대 말씀이십니까?!”
“본국의 공군 파일럿으로 복무하시면, 지금 택배 길드에서 받는 연봉의 다섯 배를 드리죠.”
“……!”
“전에 소령이셨죠? 아예 준장 계급까지 드리죠. 아니다, 별 하나는 좀 그러니까 두 개 드릴게요. 투스타로 합시다.”
“으음!”
“본국이 지금 좀 위기거든요. 공중전에 투입할 파일럿이 아예 없어서요.”
“하지만 전 이미 전역해서 택배 길드와 계약이….”
“연봉의 다섯 배에 별이 두 개인데도?”
“크흠!”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면 인센티브로 연봉의 열 배를 추가로 얹어드리죠.”
“……!”
“원하신다면 프로이센에 대저택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지크는 코르크 씨를 상대로 스킬을 시전했다.
물론 지크도 돈으로 충성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으로라도 인재를 영입해야 할 때였다.
코르크 씨는 마우레키온 제국에서 공군으로 복무했었고, 비행 실력도 매우 뛰어났다.
작은 경비행선, 혹은 히포그리프를 타고 슈퍼 비행선인 우라칸을 여러 차례 따라잡은 걸 보면 그 실력이 엄청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공군력이 시급한 이 순간 지크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건 코르크 씨와 같은 숙련된 파일럿이었던 것이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흐음.”
“이참에 다른 특급 배송원들이랑 같이 오시죠? 안 그래도 파일럿이 여러 명 필요하거든요.”
“매력적인 제안입니다만 전쟁터에 나간다는 게….”
“부탁드립니다.”
지크가 코르크 씨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 전하! 이러지 마십시오! 어찌 무릎을 꿇으십니다!”
“지금 본국은 위기입니다. 이 상황에서 무릎 하나 꿇는 게 뭐가 대수겠습니까?”
“전하….”
“프로아 왕국은 코르크 씨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프로아 왕국을 도와주십시오.”
“으음.”
코르크 씨는 지크의 간곡한 부탁에 한참이나 고민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프로아 왕국이 비록 약소국이긴 하나, 그래도 일국의 국왕 전하께서 나 같은 월급쟁이 택배 기사에게 무릎을 꿇을 줄이야. 게다가 전하께서는 마족들의 침공에서 세계를 구한 영웅이 아니던가?’
코르크 씨는 지크의 인품에 깊게 매료되었고, 곧 결정을 내려주었다.
“좋습니다.”
코르크 씨가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
“전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마우레키온 제국에서 복무할 당시 공군 파일럿으로서 전투에 한 번도 투입되지 못했던 게 못내 마음에 걸렸었지요.”
“아?”
“세계 최강대국이니만큼 저 같은 파일럿이 출동할 만한 일 자체가 없었습니다.”
코르크 씨 같이 기량이 출중한 파일럿이 단 한 번도 전투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는 걸 보면, 강한 군사력이 곧 평화를 만들어 낸다는 게 결코 허언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 기회에 군 복무 중 갈고 닦았던 전투 기술을 발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코르크 씨….”
“실력 좋은 파일럿 몇 명을 알고 있습니다.”
“……!”
“그들을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함께 프로아 왕국군에 입대한다면, 전하께 더 도움이 되겠지요.”
“고맙습니다!”
지크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에 코르크 씨의 손을 덥석 잡았다.
숙련된 파일럿들의 영입.
이것으로 프로아 왕국은 자발라 왕국의 침공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끝마칠 수가 있게 되었다.
***
3일 후.
자발라 왕국의 군대는 이른바 라 불리는 비행선들을 앞세워 프로아 왕국의 국경을 향해 진군해왔다.
총 여덟 척의 강철 비행선으로 이루어진 의 위용은 가히 엄청났다.
를 이루는 강철 비행선들은 다른 강대국들의 것보다 덩치가 컸으며, 칙칙한 은색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마치 강철 덩어리들이 하늘 위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그런 는 육군 병력들이 험준한 산악 지형을 통과하는 동안 앞서 비행하며, 정찰 겸 혹시나 모를 프로아 왕국군의 매복 공격에 대비하는 중이었다.
“한 시간 후에 프로아 왕국의 국경 지대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알겠네.”
를 지휘하는 자발라 왕국의 공군 사령관인 페르디낭 대장(★★★★)은 승무원의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 함대, 방향을 튼 뒤 함포를 방열하라.”
“예!”
페르디낭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에 속한 여덟 척의 군함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고 포신의 방향을 프로아 왕국의 국경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자발라 왕국은 전략은 간단했다.
자발라 왕국은 그들이 자랑하는 를 앞세워 프로아 왕국의 요새에 폭격을 가한 후 육군 병력으로 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끝.
전쟁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자발라 왕국의 승리로 끝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남부 전선에서는 바이에리셔 왕국의 군대가 재정비를 마치고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다는 말은, 이 전쟁이 시작과 동시에 끝나리라는 걸 의미했다.
가 프로아 왕국의 요새에 폭격을 퍼붓는 순간 프로아 왕국의 패전으로 끝나게 될 전쟁이었던 것이다.
“레이더에 미확인 비행 물체가 잡힙니다!”
그때, 상황병이 페르디낭 대장에게 보고했다.
“숫자는 약 100여 기 이상!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전투기인가?”
페르디낭 대장은 보고에 살짝 놀랐다.
뉘르부르크 대륙의 전투기들이란 지구, 즉 현실의 것과는 달랐다.
프로펠러가 달린 구형 비행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였다.
프로아 왕국 같은 약소국에 설마하니 공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소형 전투기 여러 대인 것 같습니다!”
“모조리 격추하라.”
“예!”
페르디낭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는 즉시 함포의 포신을 돌려 다가오는 소형 전투기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뒤이어 수백 문의 함포가 불을 뿜고, 하늘은 마치 먹구름이 끼듯 자욱한 화약 연기로 뒤덮였다.
“레이더 확인하라.”
페르디낭 대장은 첫 번째 포격이 끝나자마자 상황병에게 물었다.
“얼마나 격추….”
“함장님!”
상황병이 소리쳤다.
“적들이 가깝습니다!”
“뭐라?”
“함대의 포격을 모조리 피하고….”
바로 그 순간.
콰앙!
페르디낭 대장이 탑승해 있던 의 대장선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