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4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0화
‘별의별곡’과 테스타 김래빈의 표절 시비에 대한 대중 반응을 좀 보자.
아니, 정확히는 테스타를 간만에 기가 막힌 명분으로 욕할 수 있는 이 상황에 신난 놈들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았다.
우선 1번.
일명 ‘그럴 줄 몰랐는데’.
-김래빈 그렇게 빠들이 천재니 뭐니하더니 까보니 이지경.. 어휴
-너무 충격이야 대상까지 탄 아이돌도 이럴 줄은 몰랐어 정말ㅜ
-테스타 정말 실망임 한국도 조롱거리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절대 테스타를 평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크게 실망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걸 반대로 해도 치는 맛이 끝내준다.
그게 바로 2번이다.
일명 ‘그럴 줄 알았다’.
-관상은 사이언스
-아주사 때 악편 아닌 것 같았음 팬들 순둥 영업 쎄하더니
-이 테크트리 최종은 보통 마약이던데 김래빈 혹시 말 못하고 횡설수설하는게?ㅋㅋ 킹리적 갓심
평소라면 미쳤냐고 역으로 공격당할 온갖 추측성 욕과 루머를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재미를 누리는 거지.
그리고 제일 핵심인 마지막 3번.
별의별곡 띄우기다.
피해자를 신격화할수록 잘못한 놈 팰 때 타격감이 좋거든.
-별의별곡 채널 곡들 정말 반짝반짝 예쁘다 왜 표절한 건진 알겠어
-ㅋㅋ나 전공잔데 별의별곡 이쪽이 원류야 김래빈 꾸준히 참고하다 선 넘은 것 같은데
-진짜 천재를 두고 천재 코스프레 했네ㅋ
“그래서 현대의 모차르트, 천재라는 평을 받고 있는 별의별곡의 중심 멤버 김래빈 씨의 반응을 예상해 보자면…”
“…감사합니다?”
“어, 그거다.”
큰세진의 말에 멤버들이 한숨을 쉬거나 헛웃음을 터뜨렸다.
당장 SNS에 ‘별의별곡은 테스타’라고 올리려던 김래빈을 일단 말린 놈들은 입국하자마자 새벽 숙소에 모인 상태였다.
“래빈이는?”
“자, 잘 자고 있어.”
“오케이.”
“근데 왜 김래빈 말려요? 우리 빨리 우리라고 말해요! 정의의 맛 보여줘요.”
“으음~ 유진아, 이런 건 좀 준비해서 말하는 게 좋아.”
큰세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들이 오해한 건데 괜히 속았다고 화내는 사람들도 있거든.”
“우… 찌질해요.”
“좀 그렇긴 하지.”
놈의 말이 맞았다.
물론 별의별곡이 김래빈을 주축으로 한 테스타라는 걸 밝히는 순간, 주류 여론은 확 반전될 것이다.
하지만 방법에 따라 쓸데없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문제지.
나는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일부러 홍보를 위해 노리고 했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러게, 그것도 가능성 있네.”
아예 OST 계약하자마자 위튜브 계정 만들어서 관련 편곡을 올린 거다… 는 식의 여론을 만들려는 놈들이 있을지 모른다.
-솔직히 대처 이렇게 빠른 것도 그렇고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한데
-흠… 폐허공장 세계관 영화 OST 계약하고선 폐허공장 게임 편곡을 올리는 계정을 만들었다?ㅋ
-야 이건 너무 주작 같잖아 티원ㅂㅅ들ㅋㅋㅋㅋ
이런 밑밥을 굳이 남겨둘 필요는 없지 않나.
류청우는 심각한 얼굴로 보충했다.
“하지만 오래 둘 순 없어. 래빈이가 너무 공격당하고 있더라.”
“그렇죠. 심각한 오해니까.”
회의한답시고 너무 오래 방치하면 저 증상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과하기 싫거든.’
표절 논란에 동조해서 욕했던 사람 중 꽤 많은 수가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든 내가 아니라 상대를 탓할 명분을 또 만들려고 하지 않겠는가.
선아현이 울상을 지었다.
“오, 오해라고 해도… 너무한, 것 같아. 래빈이, 해명도 듣지 않고 이렇게까지 먼저….”
“…그래. 너무 심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곡이 너무 잘나가는 부작용이죠.”
만일 그냥 수록곡에서 논란이 난 거였다면 모르겠는데, 지금 이 OST가 국뽕메타를 타서 말이다.
‘대리만족이 박살 나서 대리수치가 된다고.’
이 건으로 해외에서 망신살 당할까 봐 더 격분하는 것이다.
국뽕메타의 부작용이었다. 우리 타이틀이 표절 논란이 나도 이렇게 인터넷이 떠들썩하진 않았겠지.
“후.”
나는 과열된 분위기에, 덩달아 올라가는 ‘별의별곡’ 위튜브 채널 구독자수를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머리를 들이밀어 확인한 큰세진이 경악했다.
“헐, 10만 넘겼네.”
“그러게.”
그 와중에 이렇게도 노이즈 마케팅이 됐군. 슬슬 수익 창출 계정으로 등록해서 저작권 뗀 금액이라도 정산받으라고 말해야 하나.
-화이팅!
-구독박았습니다 곡 진짜 지리게 좋네요
-☆★☆★☆라임스톤 여기봐 여기가 원조야 이 천재랑 해☆★☆★☆
-정말 놀랍다 대학생이라던데 역시 재능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닌 듯
해당 채널의 댓글을 읽던 배세진이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말 김래빈이 욕먹는 만큼 김래빈이 인정받고 있잖아…?”
“그, 그러게요….”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애매한 웃기는 상황이었다. 차유진이 기지개를 켰다.
“Whatever, 다음 거 잘하면 다 말 못 해요! 그냥 우리 빨리 알려요!”
한결같군.
그리고 놀랍게도 류청우가 진중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예?”
“내가 좀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별 이야기 없이 괜찮을 것 같거든.”
흠.
“솔직하게요?”
“그래. 우리가 왜 그 계정을 만들었는지 잘 설명하면 될 것 같아서. 사실 좋은 이야기잖아.”
“으음.”
정공법인가.
사실 입장을 낼 때 가장 옳은 방법이긴 했다. 사정을 솔직히 설명하는 것.
“그렇게 회사 통해서 정식 입장문을 발표하는 게 어떨까 하는데.”
“…….”
그때, 머리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저는 찬성입니다.”
“으악!”
“죄송합니다!”
고개를 돌리자 기겁한 배세진의 뒤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김래빈이 보였다.
“너, 너 자는 거 아니야??”
“몇 분 전에 잠에서 깼습니다. 물이라도 마시고자 나왔는데 담소를 나누고 계신 것 같아 조용히 이동하는 중에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어….”
자리에 없는 놈 이야기하던 우리가 찔려야 하는 상황인데 왜 네가 변명을 하냐.
어쨌든 당사자가 나왔으니 의사를 들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래서… 래빈이는 이 의견이 좋다는 거지? 솔직히 전부 말하기?”
“네.”
자리에 끼어 앉은 김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별의별곡 계정을 운영하게 된 것은 형들께서 슬럼프에 빠진 절 배려해주신 선량한 도움이었으니, 그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래, 래빈아….”
“비록 저희가 더는 취미로 계정을 운영하긴 힘들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또 건전한 취미를 개발해 보겠습니다!”
김래빈은 손을 불끈 쥐었다.
‘오.’
나는 빙긋 웃었다.
“그래. 우리 그냥 솔직히 말하자.”
“…!!”
옆에서 숙덕대는 소리가 들렸다.
“문대문대?”
“쟤 혹시 술 마셨어?”
나는 무시했다.
“래빈이 말이 맞아.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지. 솔직하게 가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와~”
큰세진이 구라 치지 말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이 새끼 봐라.
물론 아직 할 말이 더 남긴 했다만.
“그런데, 회사 통하지 말고 네가 직접 하는 건 어때.”
“아, 그럼 테스타 SNS에….”
“아니, 거기 말고.”
“…?”
“그럼 어디에 올리란 말씀이십니까?”
나는 웃는 채로 스마트폰을 돌려서 놈에게 보여주었다.
충격의 극대화. 가자.
* * *
표절 논란이 터진 후 한나절.
인터넷은 여전히 뜨거웠다.
이번 사태를 넘어 김래빈의 온갖 과거 루머가 짜깁기되어 끌려 나오기 직전까지 간 개판.
그 와중에도 음원 순위가 고공행진 중인 OST에 별점 테러가 쏟아지며 끝없이 화제를 재조성할 때.
-대박 별의별곡 라이브 시작함
기어코 표절당한 당사자가 등판했다!
[이번 표절 논란 관련 제 입장입니다.]새로운 장작에 사람들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해당 영상을 클릭했다.
검은 썸네일이 지나고, 드러난 영상에서는….
[안녕하십니까, 별의별곡 채널을 운영 중인 테스타 김래빈입니다.]-???
왜 네가 여기서 나와…?
순식간에 실시간 채팅이 물음표와 느낌표, 그리고 온갖 의성어로 가득 찼다.
그러나 사복을 입고 숙소의 방에 앉아있는, 화면 속 김래빈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는 종이를 참고해 입장 발표를 계속했다.
-이게 뭐임
왜 표절 논란 당사자가 뜬금없이 다른 당사자의 채널에서 감사 따위의 말을 하고 있는가.
‘설마 당사자와 원만히 합의했다고 말하려는 건가?’
‘이렇게 억지 출연한 거면 너무 졸렬하지 않나?’
그러나 김래빈은 계속 말을 이었다.
[때는 지난 늦가을, 저는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의해 작곡에 난항을 겪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멤버 형들께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취미 캠프 활동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어디까지나 제 실수이며, 멤버들에게는 어떤 책임 사유도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사람들은 그 저자세와 말투에서 김래빈이 표절에 대한 사과를 하러 나온 것이라 드디어 지레짐작했다.
덕분에 드디어 욕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취미 캠프에서 표절을 했다는 거임?
-아니 님 취미 캠프가 뭐 어쨌다는 건지ㅋㅋㅋㅋ사과 제대로 하세요
-아 가오 떨어지네 일반인 계정에서 뭐하는 짓이냐 소속사도 뒀다 국 끓어먹냐?
-어휴
[제 실수로 샘플이 섞이며….]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숙소 방구석에서 슬금슬금 멤버 하나가 나왔다. 선아현이다.
-???
그리고 김래빈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다가, 곧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엉금엉금 다가와 귓속말하고 도로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김래빈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혹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그러니까 뭐가ㅋ
[제가 별의별곡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것부터 말씀드려야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댓글창은 다시 혼란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애초에 실시간 채팅을 볼 수 있단 것을 모르는 김래빈에겐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지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테스타 전체가 취미 캠프에서 편곡 및 작곡한 작업물들을 올리는 계정이었습니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도 달아주시는 댓글을 보며 힘을 얻었습니다!]-네?
-당장 말ㅎ새1!!
-미ㅣ미밈친 미친
-실화냐
실시간 반응이 외계어로 뒤덮였다. 그러나 김래빈은 준비한 대로 그저 왜 사태가 이 꼴이 되었는지만 열심히 설명할 뿐이었다.
그중 사족은 이것뿐이었다.
[그렇게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긍정적 반응에 힘을 얻어, 이 계정의 작업물들을 OST 컨택 중 포트폴리오로 보내기도 했습니다.]OST 계약을 딴 후 이 계정의 곡을 작곡했다는 의심이 나오지도 못하게 만들려던 것으로, 박문대가 은근히 밀어 넣은 문장이었다.
물론 김래빈은 단순히 감사를 전하는 것이라 생각해 진중히 말했을 분이지만.
-와
-나 진짜 상상도 못함
-별의별곡 = 김래빈 갓천재 시대의 모차르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으악
그리고 실시간 채팅은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하고 유쾌히 나오기 시작했다.
재밌으니까!
그리고 김래빈은 자신들이 욕한 것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본인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 말하고 있으니까!
자신보다 더 심하게 욕하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녀석들을 비웃으며, 채팅창은 이제 별의별곡 옹호자로서의 정체성만 살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테스타에 반감을 가지고 들어온 어그로들은 바뀐 분위기에 밀려 사라지거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욕박던 새끼들 어떡함 다 도망갔네
-아 개꿀잼
-이게 힘숨찐 메타인가 그거냐?
이후 이어지는 것은 김래빈이 대체 어떻게 OST를 작곡했으며, 왜 샘플이 겹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마저 현대인에게 충분한 공감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었다.
-마감…
-작밀레 당하고 있었구나
-ㅅㅂㅋㅋㅋㅋㅋ이렇게 작곡하고 작곡이 취미라니 뭐하는 놈임
-아이돌 정말 쉽지 않다
이제는 순전히 대흥행 영화 OST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유쾌한 분위기가 되었다.
김래빈이 준비한 발표 내용은 5분 내외였기에, 그리고 너무 길어져도 역효과가 났기에 슬슬 방송이 마무리될 타이밍.
[똑똑.] [아!]화면의 김래빈이, 구석에 반쯤 걸린 숙소의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방문 뒤에서 슬금슬금 테스타 나머지 멤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헐 테스타
-헐헐
-쟤들 왜 저랰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회의실에 뒤늦게 들어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민망해하는 태도에 채팅창에 ‘ㅋㅋㅋㅋㅋㅋ’가 다시 쏟아질 무렵.
편안한 사복 차림의 그들은 김래빈을 가운데 두고 굳이 대형까지 맞춰가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사과 썸네일에 나올 법한 모습이 나오자 댓글이 다시 폭소로 가득 찼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안했습니다! 취미로 좀 해보라고!] [저희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래빈이 죄 없어요!]누가 봐도 진심이라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우리가 미안하다
-얘네 놀라서 잠 못 잤을 듯
-고생했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그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사람들은 이제 아예 마음 편히 사과까지 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유쾌한 해프닝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구간이었다.
[그럼 다음에는 실수 없는 모습으로 뵙겠습니다!]마지막, 카메라가 어설프게 몇 번 흔들리더니 라이브가 종료되었다.
하지만 댓글은 여전히 상상도 못 했던 유쾌한 개판의 후유증으로 바글거렸다.
-아니 미쳤냐곸ㅋㅋㅋㅋㅋ
-정말 재밌게 산다 얘들아
같은 시각, 인터넷도 비슷한 알림 글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웃겼기 때문이다.
[별의별곡 정체] [김래빈과 김래빈, 표절 논란 원만히 합의해…. .jpg]그리고 그것들이 적절히 퍼진 후에야, 테스타는 자신들의 공식 SNS에 증거물을 해프닝에 대한 감상처럼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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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작곡 캠프 산장에서 박문대가 마신 인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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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타이밍의 문제였다.
다만 박문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이번에는 이 타이밍이 예상보다 더 기가 막히게 맞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