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동물원에서 (1)
4월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강소는 임소영과 함께 새싹유치원으로 향했다.
유하영의 하원을 위해서였다.
“엄마!”
새싹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유하영은 도도도 달려나와 임소영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그 모습에 임소영과 강소는 미소 지었다.
“하영이, 오늘도 잘 놀았어?”
“네!”
“오늘은 뭐 하고 놀았어?”
“동물에 대해서 배웠어요. 코끼리도 배우고, 기린도 배웠어요.”
“그래? 재밌었겠네.”
“그리고 우리, 동물원 간대요.”
“어머? 그래?”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임소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새싹 유치원 봄 현장학습 안내 : 장소는 주주 동물원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이를 통해 가정통신문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어제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 선생님이 주라고 하셨어요.”
유하영은 가방 안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서 임소영에게 내밀었다.
가정통신문이었다.
“잊지 않고 엄마에게 줘서 고마워.”
임소영의 말에 유하영은 쑥스러운지 헤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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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각에 돌아온 강소는 이번 유하영의 봄 소풍 장소가 동물원이라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했다.
“동물원이라면,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어 놓고 그걸 구경하는 내용이었는데.”
강소의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좀 그런 문제들이 있었지.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 같은 것도 있었고.”
“그래?”
“하지만 요즘은 동물원이 있어서 동물들이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야.”
“어째서이지?”
“인간들이야 재주껏 도망가고 또 각성자들이 있어서 나름 대항할 수 있다지만 동물들은 아니잖아.”
“아…… 그렇군.”
“대부분이 다 마수에게 먹혀 버리고, 지금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전부라고 할 수 있지. 예전에는 동물을 직접 보는 것을 통해 학습을 하는 장소가 동물원이었지만 요즘은 동물을 보호하고 번식을 연구하는 그런 장소로서의 기능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지.”
“그렇군.”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하영이가 동물원에 갈 때 네가 따라갈래?”
“내가?”
“마침 정기휴일이잖아.”
사실 양춘각 정기휴일은 매월 첫 번째 주 월요일이었지만, 손님이 많아지고 일이 힘들어졌기에 이번 주부터 매주 월요일에 쉬기로 했다.
그리고 새싹유치원의 봄 현장학습은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게다가 사람이 무척 많이 오는 곳인데, 지금 안사람이 따라가기는 좀 무리이고.”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 할 시기였으니까.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내가 가도록 하지. 그런데 나 혼자만 따라가기에는 문제가 있다. 하영이가 화장실에 갈 때 내가 따라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유하영이 스케줄 때문에 방송국에 가거나 그럴 땐 그곳의 스태프가 데려가 준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부탁하기도 그렇고 해서, 아예 RD엔터에서는 유하영을 전담할 새 여자 스타일리스트를 구한다고 했다.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어떻게 한다…….”
그때 임소영이 말했다.
“그러면, 지은 씨에게 부탁해 볼까요?”
“지은 씨가 같이 가 주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지.”
다음 날 출근한 김지은에게 임소영은 유하영의 봄 현장학습에 동행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날도 알바 한 것으로 쳐 줄 테니까, 어떻게 안 될까?”
“에이, 뭘 알바 한 것으로 해요?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냥 하루 논다고 생각하죠. 뭐.”
김지은은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닌, 강소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고마워. 지은 씨.”
하지만 김지은의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어쩜 좋아! 알바 오빠와 단둘이 동물원 데이트라니! 아, 심장이 콩닥거리는 것 같아!’
그 모습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음, 오늘은 왜 흥분 상태지? 뭔 일이 있었나?’
그리고, 그런 강소와 김지은을 보며 유순태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 * *
밤이 낮보다 화려한 거리인 밤무지개 거리의 네온사인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다.
구석에 위치하여 손님들이 별로 찾지 않는 한 업소.
그곳에 세 명의 이들이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웨이터 복장을 한 점원이 그들을 맞이했다.
“장미 방 손님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의 말에 점원이 되물었다.
“거기에 있는 장미는 가시가 많습니다만.”
“장미는 가시가 있어야 아름답고, 백합은 향기에 독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지.”
묘한 대화였다.
하지만 웨이터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들 중 하나가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어 점원에게 줬다.
“수고해라.”
“감사합니다!”
그들은 장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왔군.”
그 방의 상석에 앉아 있는 한 남자는 잔에 위스키를 담아 마시고 있었다.
“늦었습니다.”
“됐다. 앉아라.”
그 말에 세 명의 사내들은 자리에 앉았다.
“지령이다.”
상석의 남자는 서류 봉투를 상 위에 던졌다.
“확인해 봐.”
그들은 그 봉투 안의 사진과 서류를 확인했다.
“아주 귀중한 분이다. 잘 모셔라.”
“알겠습니다.”
“알고 있겠지만, 이번 일은 아주 중요하다. 성공하면 레벨이 올라가고 실패하면…….”
상석의 앉은 이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세 명의 이들은 그 뒷말이 상상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럼, 건투를 빌지.”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 명의 이들은 열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고, 상석의 남자는 고개를 숙여 술잔을 보았다.
술잔에 비친 그는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 * *
월요일이었다.
오늘 강소는 유하영의 봄 현장학습에 따라가야 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이번에 마련한 바지와 셔츠 그리고 얇은 재킷을 입었다.
거울에 비추어 보니, 캐쥬얼한 복장이 아주 잘 어울렸다.
‘아, 지은 씨가 오고 있군.’
강소가 방에서 나왔고, 곧 문이 열리고 김지은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김지은의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는데, 양이 제법 많았다.
“도시락입니까?”
“네. 싸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졌어요.”
“그렇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래 임소영이 도시락을 싸야 했지만, 김지은이 자신이 싸 올 테니 무리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때 위에서 유하영과 임소영 그리고 유순태가 내려왔다.
“언니!”
“하영아! 오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노란색 원복을 입은 유하영의 모습에 김지은의 눈이 하트가 되었다.
새싹유치원에는 원복이 있었는데, 정장 느낌이 나는 불편한 옷이 아닌 노란색 체육복이었다.
평소에는 자유복을 입었지만, 현장학습 같은 단체 활동을 할 때 미아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히는 옷이었다.
“언니도 오늘 예뻐.”
유하영의 말에 김지은은 좋아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같이 가 줘서 정말 고마워.”
유순태의 말에 김지은이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아! 그리고 이거요!”
김지은은 도시락 중 하나를 꺼내 유순태와 임소영에게 내밀었다.
“도시락을 싸다 보니까, 양이 좀 많아서요. 좀 드셔 보시라고요.”
“아, 그래?”
“고마워.”
그들은 도시락을 열어 보았고, 깜짝 놀랐다.
“어머!”
아이들이 한입에 넣기 편한, 작은 크기로 싼 앙증맞은 김밥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직접 싼 거야? 잘 쌌네!”
“부족한 솜씨지만 열심히 싸 봤어요.”
“잘 먹을게.”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빠,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유하영은 배꼽 인사를 하고는 과자와 음료수가 든 배낭을 메고 강소와 김지은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순태와 임소영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 다녀와.”
“강소랑 지은 언니 말 잘 듣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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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유치원에 도착한 강소와 김지은 그리고 유하영은 담임 선생님인 권미라와 보조 선생님인 오정미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들은 강소를 보자 얼굴을 붉혔다.
잘생긴 남자를 봤을 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하영이 어머니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그러셨군요. 강소라고 합니다.”
“김지은이에요.”
그녀는 능숙하게 인사를 했고, 곧 학부모들과도 인사를 했다.
그녀의 모습에 보리 반 선생님, 고소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 쟤 지은이 맞아?’
그녀는 각성자 협회 집행과 직원으로 현재 새싹유치원에 잠복 근무 중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옅게 화장한 김지은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김지은의 표정에 미소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평소의 차가운 표정이 아닌, 화사한 봄꽃 같은 표정으로 학부모 네트워크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었으니까.
곧 버스가 도착했고, 아이들 먼저 버스에 탄 후 학부모들이 탔다.
“이제 출발합니다. 안전벨트를 확인해 주세요.”
선생님의 안내와 함께, 버스는 주주 동물원으로 출발했다.
주주 동물원은 용인에 있는, 국내의 유일한 동물원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동물원에 도착한 아이들은 두 명씩 짝지어서 선생님을 따라 이동했다.
유하영의 짝은 이윤주였다.
“우리 새싹 친구들!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 내 볼까요?”
“네!”
“오리!”
“꽥꽥!”
“병아리!”
“삐약삐약!”
“개구리!”
“개굴개굴!”
선생님의 선창에 맞추어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아이들을 보며 학부모들은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곧 첫 번째 동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새싹 친구들! 저 앞에 보이는 동물이 뭘까요?”
“토끼요!”
“맞아요! 토끼예요! 그럼 토끼는 무엇을 먹고 살까요?”
“저 알아요!”
유하영이 손을 번쩍 들었다.
“풀을 먹고 살아요.”
집에서 큰 귀 토끼인 뽀뽀를 기르고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정답이에요! 상으로 사탕을 줄게요.”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강소는 흐뭇하게 웃었다.
동물원은 여러 가지의 주제가 있는 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마을은 작은 초식 동물들의 마을, 두 번째 마을은 큰 초식 동물들의 마을, 세 번째 마을은 작은 육식 동물들의 마을, 네 번째 마을은 큰 육식 동물들의 마을, 다섯 번째 마을은 물에 사는 동물들의 마을, 여섯 번째 마을은 추운 곳에 사는 동물들의 마을, 일곱 번째는 하늘에 사는 동물들의 마을이었다.
“마지막 여덟 번째가 기념품 마을이군.”
아이들은 각 마을을 거치며 많은 동물들을 보았다.
“와! 원숭이다! 저기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고 있어!”
원숭이는 강소가 살던 곳에서 많이 보던 동물 중 하나였기에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하영과 아이들은 무척 신기한 표정으로 원숭이를 보았다.
그 동물들 중 강소를 충격에 빠트린 이외의 동물이 있었으니, 바로 기린이었다.
‘저게…… 기린이었다니!’
강소가 아는 기린은 나라에 성인이 나타날 징조인 동물로 몸은 사슴과 같고 꼬리는 소 같고,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오색에 뿔에는 가죽이 덮여 있어 다른 동물을 상하게 하지 않는 그런 덕이 높은 동물이었다.
강소는 기린을 보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대충 비슷한가?”
한편 그 모습을 보며 김지은이 물었다.
“오빠, 기린이 많이 신기하신가 봐요.”
“아. 처음 봤습니다.”
“고립인이라고 하셨죠. 그럼 저 판다도 처음 보셨겠네요.”
김지은은 대나무를 씹고 있는 판다를 가리켰고, 그걸 본 강소가 대답했다.
“저건, 본 적이 있습니다.”
김지은은 강소가 책이나 TV로 본 적이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사실 그가 살던 곳에서 많이 봤던 동물 중 하나였다.
곧 그들은 큰 육식 동물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은 호랑이와 사자 그리고 곰과 같은 커다란 육식동물들이 있었는데 특이하게 울타리가 아닌 커다란 유리관을 통과하면서 동물들을 관찰했다.
그래서 더 가까이에서 큰 육식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때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오더니, 아이들을 향해 포효했다.
“으악!”
“엄마!”
“무서워!”
그 바람에 아이들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놀랐고, 울음을 터트렸다.
유하영은 당당하게 사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면 안 돼! 친구들이 놀라잖아!”
사자는 유하영을 보았고, 위협적으로 이빨을 보였다.
그걸 그냥 보고만 있을 강소가 아니었다. 그는 사자를 향해 살짝 기세를 내보였다.
“끼깅…….”
사자는 움찔하더니, 슬금슬금 다른 곳으로 도망가 버렸다.
강소는 손가락으로 코를 문지르며 씩 웃었다.
뭔가 뿌듯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5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