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48
347화. 마린 페스티벌 (3)
아침부터, 주방에서는 미역국 끓이는 냄새가 났다.
오늘은 9월 10일.
유하영의 생일이었다.
운기조식을 끝내고 씻은 후 유하영에게 줄 조그마한 축하 카드를 쓰고 있던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럼, 나도 도와주러 가 볼까?”
그는 카드를 봉투에 넣고 잘 갈무리하여 선물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홀로 나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 일어났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방에는 유순태와 임소영이 함께 있었다.
아무래도 생일상을 차리는 건, 힘든 일이었으니까.
강소는 앞치마와 주방용 모자를 쓰며 말했다.
“제가 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고맙고.”
오늘, 유하영에게는 아주 중요한 스케줄이 있었기에 서둘러야 했다.
그렇기에 유순태와 임소영은 강소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잠시 후.
양춘각의 식탁 위에는 생일상이 차려졌다.
가장 중요한 음식인 미역국이 등장하자 생일상이 완성되었다.
“우리 딸!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한다.”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강소의 축하에 유하영은 헤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자, 선물.”
유순태 부부는 유하영에게 포장지에 잘 싸인 선물을 내밀었다.
“한 번 뜯어보렴.”
“네!”
유하영은 조그마한 손을 움직여 포장지를 뜯어보았고, 곧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눈의 요정 도도의 성이다! 이거 가지고 싶었어요!”
그건 흰색에 가까운 하늘색의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은 성이었다.
그리고 도도의 테마송이 흘러나오는 버튼, 불이 반짝이는 버튼도 있었다.
게다가, 마정석 기술이 접목되어 성 주변으로 눈이 내리는 환상까지 보여 주었다.
비록 유하영은 그 실감 나는 환상까지 꿰뚫어 보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이거 가지고 재미있게 놀 거예요.”
“그래.”
이제 강소의 차례였다.
그가 준비한 선물은 좀 컸다.
“뜯어보렴.”
“응.”
유하영은 강소가 준 선물을 뜯어보았고, 이내 활짝 웃었다.
“이거 토끼 인형이야?”
“그래.”
강소가 준 선물은, 안고 잘 수 있는 아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감촉의 토끼 인형이었다.
“고마워. 오빠. 그런데 이거 엄청 부드러워.”
유하영은 인형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만지작거리며 손에서 놓질 않았다.
“매일매일 이거 안고 잘 거야.”
사실 그 토끼 인형은 강소가 만든 기물이었다.
몇 가지 기능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그 인형을 안고 자거나 곁에 두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회복되었다.
작년에 선물해 준 화분이 몸이 아프지 않게 한다면, 이건 정신적인 면을 보살펴 주기 위함이었다.
그건 눈동자의 사제 능력을 각성하고 또 신의 선택을 받은 유하영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두 번째 기능은 보호의 기능이었다.
자고 있을 때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진다면, 인형 스스로 판단해 외부의 충격을 막을 수 있었다.
세 번째 기능은 알림의 기능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두가 잠든 밤에 유하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즉시 알람이 울리게 해 놓은 것.
하지만 강소는 그 기능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여기 편지도 있다.”
“이건 내가 나중에 읽어 볼게.”
“그래.”
유하영은 그 편지를 토끼 인형의 배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 쏙 넣었다.
강소가 선물해 준 토끼 인형의 배에는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인형이 정말 좋네요.”
옆에서 임소영이 감탄했다. 촉감이 너무나도 좋았다.
모찌 인형이라든지 말랑이 인형 같은 것도 있었지만 토끼 인형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극강의 말랑함과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것을 구한 거야?”
“하하하.”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그냥 웃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 토끼 인형은 100퍼센트 핸드메이드였기 때문이다.
토끼 인형을 기물로 만든 건 강소였지만, 그 토끼 인형을 만든 건 호족들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인형만 500년 동안 만들었거든요. 하영이가 토끼 인형을 좋아한다고 했죠?”
“아, 저는 직조만 600년을 했으니까, 엄청 부드러운 천을 만들 수 있어요. 보니까 여기 식물 중에 부드럽고 탄성 있는 실을 만들 수 있는 게 있던데, 써도 되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토끼 인형이었다.
“어서 먹어야 할 듯합니다. 미역국 식습니다.”
“아! 그러네!”
그들은 얼른 식사하기 시작했다.
강소는 쇠고기를 넣어 만든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역시 미역국은, 속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유하영이 토끼 인형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 * *
마린랜드의 이벤트부.
이벤트부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전화로 이곳저곳에 지시를 내리고, 또 직접 발로 뛰었다.
오늘부터 마린 페스티벌의 막이 오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같은 물음을 담고 있었다.
‘이번 마린 페스티벌은 죽 쑤지 않겠지?’
이번 이벤트의 반응이 좋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리고 동요대회의 참가자도 500여 명이나 되었다.
하지만 이번 봄의 플라워 페스티벌 역시 반응은 좋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던 것을 상기하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부, 부장님! 부장님!”
그때 외근을 나갔던 직원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헉! 허억! 허억! 대, 대박입니다!”
“뭐? 무슨 소리야?”
“대박 났습니다! 지금 입장객이…… 엄청납니다!”
그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후다닥 밖으로 나갔고, 빌딩 너머의 창밖을 내다보았다.
“…….”
입장객이……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의 눈에 안도와 함께 희열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따르르릉.
가장 말단 사원이 전화를 받았다.
“네, 마린랜드 이벤트부입니다. 네, 네네.”
전화를 끊은 사원이 말했다.
“유하영 양과 가족분들께서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그 말에 그들의 의전을 담당한 직원이 옷매무시를 가다듬자, 부장이 말했다.
“나도 함께 가지.”
“아, 네.”
* * *
마린랜드의 입장이 시작된 지 1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입장하려는 입장객들로 정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김지은은 이미 마린랜드에 입장해 있었다.
마린랜드를 세울 때 적룡길드는 엄청난 투자금을 댔기에 지금도 지분의 1/3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감사의 표시로, 마린랜드를 설립한 M그룹에서는 적룡길드의 임원들에게 마린랜드 평생 프리패스권을 제공했다.
하여 그녀는 정문이 아닌 직원들이 출입하는 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었다.
옆에는 김호은과 진모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외모변환 아티펙트를 사용했기에 사람들은 그들이 적룡길드의 프린스와 프린세스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 대체 여기는 왜 오자고 한 거야? 우리는 고위 각성자라서 놀이기구도 못 타잖아.”
김호은의 말대로였다.
놀이기구는 일반인 또는 D급 이하 각성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건 놀이기구의 파손으로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놀이기구? 그런 거 안 타도 돼. 안 그래도 전투 중의 1분 1초가 스릴인데. 안 그래?”
“그건 그렇지.”
김호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 유하영이 이벤트의 홍보 및 진행을 위해서 이곳에 왔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지은은 오늘 유하영을 덕질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자연스럽게 유하영의 가족들과 합류할 터.
“에잇! 내가 묻고 있는 건 그게 아니잖아!”
김호은이 말을 이었다.
“왜 나랑 같이 오자고 했는지 그게 궁금하다고!”
“너는 놀이동산에 혼자 오는 사람 봤어?”
“…….”
그 당당한 말에 김호은은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이런 곳에는 남자 친구랑 같이 오는 거 아니야?”
“남자 친구?”
김지은은 피식 웃었다.
“됐어. 세상 시끄럽게 뭔 남자 친구야.”
“그것도 그러네.”
애초에 누굴 만나든, 편하게 만날 수 없는 자리가 바로 김지은과 자신의 자리였다.
“그리고 너 나랑 놀이동산에 같이 온 적 없잖아?”
“아…….”
김지은의 말대로였다.
여자 친구와 몇 번 온 적은 있었지만, 누나와 함께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솔직히 다 핑계지.’
김지은이 말했다.
“그냥, 한 번쯤은 같이 오고 싶었어.”
“…….”
모두가 즐거운 놀이동산인데, 왠지 김호은은 김지은이 애잔하게 보여 안타까웠다.
“누나! 회전목마 타러 가자.”
“응?”
“그건 각성자 제한 없잖아. 얼른 가자!”
김호은은 김지은의 손을 잡고 회전목마로 향했다.
“누나 혹시 솜사탕 먹어 봤어?”
“주방장 아저씨가 만들어 준 거?”
“그거 말고 동그란 솜사탕.”
“아니.”
“츄러스는?”
김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기대해! 내가 오늘 놀이동산에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알려 줄 테니까.”
진모영은 그런 두 남매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사이좋은 남매였다.
* * *
그 시각.
강소는 마린랜드에 들어와 있었다.
유하영은 오늘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뒷문’이라 불리는 다른 통로를 통해 들어온 것.
사실 오늘 유하영이 동요대회의 심사를 볼 계획이었지만, 그건 어린 유하영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본선만 심사하기로 했다.
유하영이 마린 페스티벌의 홍보 모델이 되자 전국의 초코빵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마린랜드로 몰려왔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한 셈이었다.
남은 유하영의 역할은, 동요대회의 피날레 때 노래 한 곡 불러 주는 것과 열쇠를 찾아라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열쇠를 찾아라 이벤트는, 추첨 이벤트였다.
마린랜드의 티켓은 전자식 팔찌였다.
F급 마정석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 팔찌를 인식기에 찍어 티켓을 인식시키고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놀이기구를 이용한 사람 중에 무작위 추첨을 하여 황금열쇠를 주는 것.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중복으로 응모가 되는 것이었기에, 이용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으면 황금열쇠의 주인 100명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직 유하영이 무대 위에 설 때가 아니기에 그녀가 할 일은 바로 놀이기구를 마음껏 타는 것이었다.
유하영은 고위 각성자였지만, 12세 이하 용 놀이기구에는 이용제한이 없었다.
강소는 유하영이 임소영의 손을 잡고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것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유순태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원 없이 타게 해 줘야지. 크면 놀이기구도 타지 못할 텐데 말이야.”
“그렇지.”
그때 그들의 눈에 낯익은 간판이 보였다.
동굴 형태의 입구에, 고스트 액션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었다.
“저게 귀신의 집이라고 했나? 저거 아직도 있었네?”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 중 하나이니까.”
그는 말을 이었다.
“저번에 싹 다 뜯어고쳤다는데? 그래서 심심치 않게 기절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무서워서 인기가 더 많아졌다더라고.”
“그래?”
“전에 뉴스에 나왔었어.”
귀신의 집을 이용한 사람이 기절했다는 건 오히려 홍보가 되었다.
어차피 입장할 때 동의서를 받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기절할 정도로 무섭다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니까.
그래서 저번보다 더 인기가 많아졌다고 했다.
“어때?”
유순태가 강소에게 물었다.
“가 볼래?”
강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장소였지만, 유순태가 가고 싶어 한다면 함께 갈 의향은 있었다.
“네가 가고 싶어 하면, 함께 가 주지.”
“그냥 가는 건 재미없으니까, 이번 일요일 저녁에 밥 사는 건 어때?”
“좋다.”
그렇게 두 남자의 내기가 시작되었다.
의미 없는 내기였지만.
“다녀와요. 혹시 무리다 싶으면 그냥 포기하고 나와요.”
임소영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오기에는 10년 짐꾼 경력이 울지 않을까?”
“허세 부리지 말고요.”
옆에서 유하영이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아빠! 오빠! 그리고 매니저 아저씨! 홧팅!”
유하영이 응원해 주었고, 그들은 고스트 액션을 향해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쓸데없이 비장했지만.
무림에서 온 배달부 3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