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God wants to live in peace RAW novel - Chapter 52
마신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52화
* * *
국제 협약에 따르면 모든 각성자는 변성과 스킬을 습득했을 시 당국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물론 모두가 지키는 건 아니다.
일부의 각성자는 변성 사실을 숨기거나 스킬 습득 사실 역시 숨긴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비장의 한 수로 남겨 놓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각성자들은 비교적 신고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이는 미신고 적발 시 강력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까닭도 있지만, 신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국가 소유의 던전을 개방하는 탓도 있었다.
물론 김철준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한국에 얼마 없는 개인 던전의 소유주였으니 말이다.
미신고 적발 시 주어지는 페널티도 김철준 정도의 위치에 오르면 의미가 없다.
그 페널티에 김철준 같은 고위급 각성자들이 반감을 갖는다면?
더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로 귀화를 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사례는 꽤 있는 편이고.
그러니 새로운 스킬 습득 신고는 무시해도 될 테지만 김철준은 관리국에 습득 사실을 신고했다.
문제는 습득한 스킬의 등급.
김철준은 S등급으로 신고했다.
S등급의 스킬 습득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게 조련계 스킬이라면 훨씬 더.
이 소식은 암암리에 기자들에게 퍼져 나갔고 그들은 김철준의 저택으로 모여들었다.
김철준은 기다렸다는 듯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경 신문의 한채윤 기자입니다. 오늘 오전 10시경 관리국에 조련계 스킬 습득 사실을 신고하셨다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제일일보의 이재영 기자입니다. 습득 경위는 공유하실 생각이십니까?”
스킬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보스 몬스터에게 스킬북을 드롭하거나.
시중에 거래되는 스킬북을 구매하거나.
던전에서 특정 조건을 달성해 얻거나.
이 세 가지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스킬 습득 경위였기에, 각성자들은 굳이 이걸 숨기지 않고 공유를 했다.
하지만 김철준은 달랐다.
“아뇨. 공유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공유하지 않겠다는 건 다른 경로로 습득을 하셨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혹시 관리국과도 연관이 있는 겁니까?”
핵심을 파고든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김철준은 얼마 전, 12-K98 결계 파훼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관리국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 천명하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물론 관리국의 조치는 타당했다.
각성자의 계약 위반을 하나둘 눈감아 주게 되면 여론이 들끓는다.
세금을 도대체 얻다 쓰는 거냐고.
그러니 관리국의 계약 위반에 대한 조치는 이미 법문에 명시만 안 되었을 뿐 관례화된 지 오래였다.
다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리 쉽던가?
피소를 당하는 각성자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부분도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기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재빨리 자판을 두들겨 초고를 만들어 회사로 전송시켰다.
“계속 노코멘트를 하고 계시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말씀하시죠.”
“스킬 습득을 신고하신 건 귀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한국 국적을 선택해 한국에 살고 있는 각성자도 많았지만 그 반대의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해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국가에서 후한 조건을 제시받고 귀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의 질문의 속뜻은 귀화를 염두에 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어떤 가능성이든 열려 있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귀화 생각이 일절 없습니다.”
순간 플래시가 터졌다.
“일본에서 거액의 돈과 국무위원급의 자리를 제안해도 그 말씀에는 변함이 없으십니까?”
“항간에는 중국에서도 물밑 접촉을 해 온 적이 있다던데 사실입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조련계 스킬은 여태 한국에는 신고된 적이 없는 걸로 알려졌는데 보여 주실 의사는 있으십니까?”
“이미 공개 준비를 해 뒀습니다.”
그 순간 대지가 진동을 했다.
두두-! 두두! 두두두두!
땅이 거세게 울리는 소리.
“무슨 소리지?”
“어디서 가두시위라도 하나?”
“오늘 가두시위 신고된 건 없을걸?”
“그럼 뭐 어디서 공사라도 하나 보지. 김철준이나 카메라에 담아.”
그때.
“오, 오크다!”
누군가의 외침.
과연 김철준의 저택에서 일단의 오크 무리가 대오를 갖춰 걸어 나오고 있었다.
털썩!
대오를 맞춰 나온 오크들이 일제히 김철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누가 보더라도 김철준에게 순종하는 모습.
“어, 어떻게…….”
“저, 저게 가능한 거야?
“조련계 스킬이라고 하지 않았어?”
“오크는 조련이 안 되는 걸로 아는데…….”
조련계 스킬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조련이 가능한 개체가 있고 불가한 개체가 있는 것이다.
오크는 불가능한 쪽에 속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뭐란 말인가?
“오크를 조련한 것도 조련한 건데, 저게 다 몇 마리지?”
“어림잡아 수십 마리는 되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해? 이건 마이클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조련계 스킬은 시전하자마자 시전 대상을 조련하는 스킬은 아니다.
조련 대상에게 스킬을 시전하고, 차근차근 친밀도를 올려 나가는 게 바로 조련계 스킬이다.
그러니 지금 저 모습은 상식을 파괴하는 장면이나 다름이 없었다.
김철준이 관리국에 스킬 사실을 신고한 건 오늘 오전.
스킬을 몇 년 전에 이미 습득해 놓고 이제 와서 신고하는 거라면 몰라도, 최근에 습득했다면 저리 많은 오크를 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 뭐지?
대체 뭘까?
혹시 김철준이 숨기는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숨긴다면 왜 숨기는 거지?
기자들의 복잡한 생각은 오해에 불과했다.
애당초 김철준은 조련계 스킬을 습득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굳이 습득했다고 신고한 건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Lv.2 비수리
-카나타란스에 서식하는 비수리
-일정 시간 소환하여 공격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Lv.10 속박
-시전 대상을 100초 동안 속박한다
-상대가 해독 패시브가 있다면 발동하지 않으니 주의
이게 바로 보통 스킬창에 표기되는 문구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철준이 얻게 된 능력은 달랐다.
Lv.?? ??
-확인 불가
물음표의 연속.
이걸 설명할 자신이 없었을 뿐이다.
물론 그는 기자들의 오해를 풀어 줄 생각은 없었다.
그가 기자회견을 연 건, 자신이 더 강해졌다고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이 스킬을 통해 12-K98을 다시 공략할 생각입니다.”
재공략 사실을 공표하기 위해서였다.
* * *
관리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러다가는 또 한 명의 각성자가 귀화하게 생겼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관리국장 이명섭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명섭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태 보고된 적 없던 스킬인 건 확실합니까?”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봤습니다만 확실합니다.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스킬입니다.”
“이건 전문가들의 소견인데 하나같이 김철준의 스킬이 미국의 헨리 마이클이 가진 스킬을 뛰어넘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헨리 마이클의 스킬을?”
“예. 방금 보신 것처럼 김철준은 수십 마리의 오크를 부렸습니다. 이건 헨리 마이클도 불가능한 경지입니다.”
“여태 그 스킬 습득 사실을 숨기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어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근거는?”
“김철준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락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길드를 나와서 스킬을 습득했다는 추측만 남는데 이 역시 불가능합니다.”
“하긴 저 많은 오크들을 조련하려면 한두 달 가지고는 안 되겠지.”
“맞습니다.”
“그럼 정말 어마무시한 조련 스킬을 얻었다는 건데…… 김철준 측에 연락은 취해 봤습니까?”
“기자회견 이후 연락 두절입니다.”
“의도가 뭘까 대체…….”
고민하던 그때.
말석에 앉은 직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 혹시 귀화를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귀화 생각이 없다고 답하지 않았나?”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왜 12-K98의 결계를 다시 공략할 거라고 했겠습니까?”
“그야…….”
순간 이명섭은 말문이 막혔다.
“이건 조심스러운 생각입니다만, 김철준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뽐내서 몸값을 올리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몸값을…… 올린다?”
“예.”
이명섭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솔직히 이게 맞는 것 같았다.
파훼가 불가능한 결계를 단숨에 파훼시킨다. 그 활약은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송출될 테고, 각국에서는 그를 포섭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겠지.
“젠장!”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명섭은 곧바로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목적지는 김철준의 저택이었다.
‘어떻게든 설득해야 한다! 어떻게든!’
기자들이 오해를 했듯 이명섭 역시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김철준은 귀화 생각이 전혀 없었다.
* * *
한국에 관리국이 있다면, 중국에는 중앙관리처라 불리는 기관이 존재한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배척을 받는 기관이었다.
-중화(中華)를 중심으로 천하의 질서를 다시 바로잡자!
이들이 내건 광오한 표어 덕이었다.
이 표어는 순식간에 인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 나아가 그들의 웅심도 건드렸다.
이 표어를 만든 관리처의 서기(書記) 류창(刘强)이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
“오크를 조련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미국에 그 흑인 놈이 조련한 개체가 고블린이 한계였던가?”
“스무 마리의 고블린을 조련하고, 최근에는 와이번의 조련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법이군.”
“하지만 예전부터 조련한 고블린들에 비하면 아직 레벨이 낮아 큰 위협은 못 될 겁니다.”
조련계 스킬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조련에 성공하면 바로 슬롯창이 생겨난다. 해당 개체는 레벨 업을 할 수가 있게 되고 스탯 역시 분배 가능해진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진화.
고블린⟶고블린 전사⟶고블린 대전사⟶고블린 족장⟶전설적인 고블린.
이런 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강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템도 착용시킬 수가 있다.
“접촉은 해 봤나?”
“허락하신다면 바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흐음. 그 흑인 놈의 고블린이 A등급 판정을 받았던가?”
물론 조련을 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A등급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다.
헨리 마이클의 조련으로 최종 테크를 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 총 네 마리가 A등급 각성자 수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김철준의 오크들이 최종 테크를 탄다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군?”
“그렇습니다.”
“게다가 오크는 고블린과 달리 소통도 되니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테고.”
“…….”
“천하의 질서를 우리 중국이 다시 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로군. 돈을 얼마를 찔러 주든 포섭해. 미녀를 필요로 하면 얼마든지 노리개로 보내 주고.”
“한국 지부에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한데…… 포섭에 실패할 시에는 어떻게 처리하라 전달할까요?”
“우리가 갖지 못하면 당연히 남들도 갖지 못하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