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35
제 835화
‘와… 저게 되네…….’
진천희는 감탄했다.
반로환동! 사람이 젊어지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반로환동은 노인이 젊은 청년이 되는 거라고 전해지지만, 사실 그걸 달성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
천마는 반로환동이 아니라, 애초에 그 재능은 천하에 견줄 자가 없어 늙기 전에 현경에 든 이후로 더는 노화가 오지 않는다 들었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케이스, 스승님께서도 노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데 강호인 중에는 노화가 지극히 느린 자들이 존재하고.
특히 제갈세가의 심법 특성 덕에 더욱 노화가 늦게 오고 계시다.
덕분에 20대 후반의 팽팽한 얼굴을 자랑하시지.
그나마 제대로 된 반로환동을 겪은 것은 아비 스님과 흑전의각주 혈생노괴.
술제님도 겪은 것 같고.
그야말로 지극히 선택받은 자들이 선택받은 현상이다.
무공이 강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천운? 당연히 있어야 하고, 깨달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뛰어넘은 경지.
그것을 생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진천희 자신도 환골탈태는 거쳐도 반로환동까지는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반로환동의 전설에는 아예 아기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스승님이 혹시 반로환동하시게 되면 더 젊어지시는 거니까 초등학생 나이쯤이 되나? 아니면 중학생? 그것도 나중에 연구해 보면 나름대로 흥미로울지도…….’
약간의 딴생각을 하는 사이.
이제는 장년(長年)이라고 칭해야 할 정도로 젊어진 정가장주가 고개를 돌렸다.
청년의 모습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십 년은 젊어진 모습이고, 내공도 단번에 증진이 된 듯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는 진천희도 잘 안다.
깨달음!
강호에서는 깨달음을 얻어 무공이 증진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고는 한다.
지극히 희귀하지만, 깨달음을 얻은 이는 단번에 그 무공의 경지가 급상승하며 내공도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관측된다.
실제로 과거에 사마현과 진천우.
그리고 여하륜만 해도 진천희의 특별한 수련에 의해서 깨달음을 얻었고, 급격히 강해지는 현상을 진천희가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진 소각주.”
척.
장주는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맙소. 이 은혜. 이 늙은이가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진천희는 그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깨달음을 얻으신 겁니까?”
그는 변변한 실전 하나 겪어본 적 없지 않나.
도산검림 강호에서 누구를 죽여본 적도, 스스로 다쳐본 일도 없다.
무학에 대해 머리 깨지게 고민한 일은 많긴 했을 터.
허나, 그래 봐야 둔한 재능이 늘 벽이었다.
심기체.
체(體), 몸이 완성이 되었고.
기(技)는 방금 태극권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보여준 태극권 이십사 식은 별거 아닌, 그야말로 무당파에서 조금이라도 수학한 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권이라고는 하나. 그 권만으로 절세의 투로를 보여주었다.
‘삼재보법으로 경신법의 끝을 찍은 내가 뭐라고 할 게 아니지.’
거기다 삼재검법?
시장에서도 구할 수 있는 별거 없는 검법이라고는 해도 그 또한 형(形)의 끝을 보게 되면 절세의 검법과도 대적할 수 있게 되지 않던가.
‘그래. 다른 강호인들이 본다면 어떻게 고작 태극권 이십사식으로 절세의 권법도 하지 못한 환골탈태를 이루었냐고 묻겠지.’
정작 무당파의 권제님께서도 마지막에 반로환동을 하지 못하셨다.
다소 도박성이라고는 해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을 제안하였으나 거부하셨지.
‘권제님이 하지 못한 것을 시골 촌부가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강호가 뒤집히겠구나.’
사람 한 번 죽인 적 없는 손은 늘 복숭아술을 빚었다.
그 또한 도(道)인가.
마지막.
심(心).
이것만은 너무 궁금하여 진천희가 다시 물었다.
“태극권 이십사식의 투로에서 무엇을 보신 겁니까.”
“…….”
정가장주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것을 깨달음이라 할 수 있을까?
강호인을 동경하며 평생을 살아왔으나 그가 반로환동하기 전에 본 깨달음은 그야말로 강호의 것이 아니었기에.
허나, 눈앞의 청년에게 뭐라도 보답해야 했다.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깨달음이나, 그래도 청년의 앞날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던가.
이윽고 정가장주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쓸었다.
“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가 있고, 제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소.”
“네?”
“의원께서는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면 그래도 지금의 스승을 만나실 거요?”
“만날 겁니다.”
“무지한 산골 장주일 뿐이니 사정은 잘 모르나 의원님께서 거쳐 온 길이 결코 편하지 않다는 것은 알겠소이다. 그럼에도 만날 겁니까?”
“…….”
진천희는 문득 전생의 자신을 떠올렸다.
아이를 끌어안고 총에 맞아 죽었다.
만약 그때 그 아이를 지키지 않으면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도망쳤을까.
‘망설이지 않겠지. 그리고 다시 스승님을 만나겠지. 하륜이를 구하고, 공손영을 구하고, 각연이를, 천우를, 현이를 구했을 거야.’
그리고 반드시 스승님을 다시 살려냈겠지.
다시 사선(死線) 위에서 춤을 춘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고통은, 절망은, 그만한 기쁨을 다시 불러올 테니까.
그것은 태극이었다.
만남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부르고.
기쁨은 반드시 절망으로, 그리고 절망은 다시 새로운 기쁨으로 변해 돌고 돌아간다.
“네. 그랬겠지요.”
“저도 같은 걸 느꼈소. 아내를 보내고, 자식을 보내고, 손주를 보낸다 하더라도. 그리될 걸 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나겠다고. 못 이기는 척 어른들의 혼사에 끌려들어가서 초야 날 두 손을 꼭 잡고 평생을 지켜주겠다고 맹세할 테지. 그때 그랬듯이.”
“…….”
“별거 아닌 깨달음이오. 하지만 그 고통을 다시 겪는다 하더라도 젊어진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 그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거기까지 생각하니, 결국 모든 것은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더이다.”
“필연?”
“빗물이 떨어지는 자리도 다 그러한 연유가 있기에 그 자리에 떨어지는 것이고, 발밑에 차이는 돌도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있기에 거기 있는 거였소.”
“천기(天氣)인 겁니까?”
“아니오. 인연(因緣)이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힘이지. 나는 그 자리에 아내가 없었다면 다시 결혼하지 않겠지. 의원께서도 마찬가지 아니오.”
“…….”
“사람이 만들어낸 연만큼 무서운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소. 우리 인생이 자유롭다 느끼지만, 사실은 정해져 있다는 것도. 제아무리 허공답보를 하는 고수라도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지 않겠소? 그게 인연인 것이지. 그리고 그게 그리 나쁜 건 아니지.”
“새가 자유롭다고는 해도 내려앉을 나무가 없으면 영원히 떠돌기만 할 테니까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
“머리로는 안다고 한들 가슴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면 똑같겠지요. 노사님의 돈오(頓悟)와는 다를 겁니다.”
그 말에 정가장주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노사라니. 나는 그냥 시골 촌부외다. 이 작은 마을에서 가끔 으스댈 뿐인 촌부. 그래도 뭐랄까…….”
바람이 불었다.
노인은 눈을 감는다.
자신이 젊어진 것을 깨달으면서도, 전해져 온 이야기들처럼 확 젊어지진 않는 것이 꼭 이 재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꼭 검을 들지 않아도. 이런 삶이라도 결국 그 또한 도(道)였던가.”
무당산에서 보았던 도인들은 하나같이 반짝이고 멋있어 보여서 자신도 갈고닦으면 그리될 거라 믿은 적이 있었다.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닦아 보며 느낀 것은 돌멩이는 갈고닦아도 돌멩이라는 진리였다.
그의 동기들은 비유하자면 원석. 갈고닦다 보면 언젠가 빛이 나지만 처음부터 돌멩이는 갈고닦은들 빛날 일이 없다는 것을.
아둔한 머리는 포기가 느렸다.
그리고 돌아와 여기까지 온 여정들.
“세상에는 빛나지 않아도 갈고닦다 보면 멋진 것들도 있지 않겠소? 나는 그러니까 가죽 같은 것이지. 오랫동안 손질한 가죽. 제아무리 볼품없는 가죽이라도 오랫동안 닦아주며 관리하면 반짝반짝해지기 마련이오.”
“그것도 도(道)군요.”
“만 명의 사람들에게는 만 가지 도가 있는 게지. 이게 내 도였던 것이고. 의원님께도 의원님만의 도가 있을 것이고.”
사람을 구한다.
활인(活人).
“네. 저도 저만의 도가 있습니다.”
바람에 의원의 머리카락이 부풀어 오른다.
의원은 하늘을 보며 말했다.
“무인(武人)은 양민보다 결코 우월한 존재가 아니지요. 그저 칼 쓰는 법을 더 잘 알 뿐. 그런 걸로 치면 그들이 술 빚는 법을 아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 우리는 도(道)에 이르는 것을 단순히 무공으로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의원께서 노부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시는군.”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길이 있는 법입니다.”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정가장주에게 깊이 인사했다.
“제게 귀한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나야말로 평생의 빚을 지게 되었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예를 표했다.
문득 정가장주가 말했다.
“이것으로 의원님과 나 사이에 인연(因緣)이 생겼소.”
“다시 되돌린다 하더라도 저는 장주님을 만날 겁니다.”
“맞는 말이오. 나 역시 기쁘게 다시 한번 의원님을 맞이하겠지.”
모든 빗방울이 떨어지는 자리에, 그 연유가 있듯.
두 사람의 만남에도 연유가 생겼다.
진천희는 인연의 무서움을 느꼈다.
* * *
“아바바바아아아아!”
“그래. 할애비다. 할애비.”
증손주는 대청에서 할아버지와 놀고 있다.
엎드려서 기는 속도가 보통이 아닌 것이 아마 이 아이도 언젠가 무당산을 오를 것을 직감했다.
보낼 거냐는 말에 정가장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낼 생각이오. 그게 전통이니까.”
“갔다가 검에 홀려 거기에 정착한다 하면 어쩌실 겁니까?”
“그건 그 아이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소. 허나,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도 부모 마음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어찌 보면 모순된 행동과 생각이다.
하지만 그 또한 부모의 길(道)임을 알고 있다.
“그렇군요.”
정가장주는 증손주를 본다.
아직 아기의 세계는 작다.
아마 한동안은 할아버지와 진 노야가 세상의 전부이게 될 터.
더 커지게 되면 그때는 이제 자신은 별보다 작은 점이 되겠지. 그래도 그것도 좋았다.
이 아이를 사랑하기로 택한 것도 자신의 자유니까.
“이름을 지을까 하는데…….”
어미가 아이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돌아간 이상, 아이의 이름은 아직도 없다.
만약 정가장주가 아이를 받지 않는다면 그때는 무당산에서 도호를 내릴 생각이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정가장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희우(喜佑)가 어떨까 하오.”
“저와 천우의 이름을 하나씩 땄군요.”
“그런 셈이지. 사실 돈을 대준 분께도 은근히 물었으나 복숭아술로 족하다고 하더군.”
아, 현이라면 그럴 성격이긴 하다.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선을 칼처럼 긋는 놈이니까.
“그리 말하면서 치료를 한 형님과 아기를 안고 온 형님, 두 분의 이름을 따는 게 어떠냐고 하더이다. 돈이라는 게 대단해 보여도 사실 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그 또한 사마현다운 말이었다.
“정희우. 좋은 이름이군요.”
“뺘빠아아아!”
아가가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