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바커스의 모친이 정말 뱀파이어란 말입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에 지크가 깜짝 놀랐다.
‘바커스가 뱀파이어 혼혈이라는 걸 떠나서 어떻게 뱀파이어가 사계성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뱀파이어들은 북부대륙에서 살거나 그게 아니면 중앙 대륙을 떠돌며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뱀파이어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처럼 태양 빛을 보면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종족적 특성상 밤에 많이 돌아다니고, 다른 생물의 피와 정기를 빨아먹고 사는 것은 맞았다.
중앙 대륙에는 유사 인종 자체가 드물기도 했고, 드레이커 가문은 특히 혈통을 무척이나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유사 인종이나 수인들과 피가 섞이는 것을 엄격히 금했다.
그런데 아서 드레이커가 뱀파이어 하녀와 몸을 섞고 사생아까지 낳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크가 칼리에게 물었다.
“바커스는 그럼 뱀파이어인 모친을 보호하기 위해 누님께 요청한 것입니까.”
“그렇기도 하고, 자신의 모친이 뱀파이어라는 것이 밝혀지면 혼혈인 바커스의 안위 역시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흑무대 쪽에 보호 신청을 하면 모친이 뱀파이어라는 것은 곧바로 탄로가 났겠군요, 본인이 혼혈이라는 것도 밝혀지겠고.”
“그래, 그렇게 되면 바커스 역시 대회의의 안건 사안으로 올라가게 되겠지. 백 퍼센트의 확률로 드레이커 가문에서 제명될 것이 뻔하고.”
얌전히 제명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원로회 중 강경파들은 드레이커의 피를 더럽혔다면서 바커스를 당장 죽여야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지크는 칼리가 왜 바커스의 첩보를 믿었는지 이해가 갔다.
‘누님 역시 바커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구나.’
지크는 일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아벨 측이 판 함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의 인물이 끼어들면서 판도가 복잡해진 것이었다.
지크는 칼리를 보며 물었다.
“혹시 누님께서는 바커스가 배신을 한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칼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는 힘들구나. 어쨌든 그의 모친이 내 영토에 있는데 나를 배신하고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있을까 싶다.”
칼리의 말과 달리 배신이라는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을 때 일어나게 된다.
물론 상황만 놓고 봤을 때는 그녀의 말처럼 배신하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는 게 지크의 생각이었다.
‘바커스도 가짜 정보인 걸 몰랐을 수 있지만, 그건 너무 낙관이다. 바커스가 모친을 버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벨 측에서 칼리 누님의 영토에 있는 모친의 안전을 미리 확보해 놨을 수도 있으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카르텔에서는 권력을 위해 혈족을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바커스가 모친 때문에 칼리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기는 어려웠다.
‘이건 중앙대륙으로 돌아가면 알아봐야겠군.’
지크가 상황을 정리한 뒤 칼리에게 말했다.
“우선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칼리 역시 지크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타고 온 배가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말해 둘 테니, 누님께서는 백은 기사단의 기사들과 함께 이 섬을 떠나십시오.”
“너는 함께 떠나지 않을 것이냐?”
“제국에게 붙잡혀 있는 어인족들을 구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칼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크, 어인족들 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그러자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위험을 무릅쓰며 힘을 쓸 생각은 아닙니다. 만약 인질로 잡혀 있는 어인족들을 구할 수 있다면 피터팬에게 큰 빚을 지게 할 수 있으니 해 볼 만한 투자라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해적들에게 그 정도 가치가 있겠느냐.”
“단순한 해적이 아닙니다. 피터팬은 고대 심해족의 후예로서 어인족 중에서도 큰 정통성을 지닌 이입니다. 붙잡아 둘 가치는 충분합니다.”
지크의 말에 칼리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들어보니 그럴듯하구나. 알겠다. 내가 먼저 출발을 하도록 하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님.”
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밖으로 나갔다.
칼리가 멀쩡하게 회복한 모습으로 움막에서 나오자 백은 기사단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지크는 칼리와 미리 얘기해 둔 대로, 동료들에게 먼저 라인하트의 배를 타고 섬을 떠나도록 명령했다.
“나는 어인 청년단과 함께 인질들을 데리고 갈 테니 이아손까지 칼리 누님을 잘 보호하도록. 파렐 님께서 이들을 잘 이끌어 주십시오.”
지크의 명령에 파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크는 일행들에게 라인하트의 배가 있는 동굴의 위치를 알려 줬고, 일행은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칼리 일행이 떠나자 지크는 피터팬을 따로 불러 그녀에게 포세이돈이 건넨 소라 껍데기를 전달했다.
“이게 뭐야?”
“심해의 서라는 거다.”
“시, 심해의 서? 그게 뭐야.”
“해신에게서 받아 온 거다. 후예인 네게 전해 달라고 하더군.”
“뭐? 해신? 너 도대체 어디를 갔다 온 거야?”
“설명하자니 길군. 어쨌든 심해족이 잃어버린 고대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들었다.”
지크의 말에 피터팬이 감탄하면서 소라 껍데기를 이리저리 살폈다.
“근데 이거 뭐 어떻게 하는 거야? 먹는 건가?”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거기에 힘을 불어넣어 봐라.”
“힘을 어떻게 불어넣는 건데?”
“정령을 소환할 때처럼 힘을 집중시켜 보라는 뜻이다.”
지크의 말에 피터팬은 소라 껍데기를 잡고 천천히 힘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소라 껍데기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안 되는데?”
“그럼 피를 떨어뜨려 봐라.”
그 말에 피터팬이 기겁을 했다.
“피, 피 내는 건 무서워!”
“……가끔 네가 해적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군.”
지크는 아넥시의 단검을 꺼내서 직접 피터팬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따 줬다.
“읏, 따가워!”
피터팬의 손에서 나온 핏방울이 소라 껍데기에 떨어졌다.
그러자 소라 껍데기가 피터팬의 피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껍데기에서 푸른빛이 나와 피터팬을 휘감더니 곧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오오?”
푸른빛이 피터팬의 몸 안에 완전히 깃들자 그녀의 눈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소라 껍데기에서 처음 보는 문자들이 빛을 내며 흘러나왔다.
이번엔 문자들이 피터팬의 몸을 휘감더니 온몸에 문자들이 새겨지면서 더욱 밝게 빛이 났다.
‘이 힘은…… 주술인 것 같군. 정령술이 주술과 관계되어 있는 것이었던가?’
북부 주술사들이 망령을 다룰 때 고대의 주술을 사용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정령 역시 영적인 힘을 가진 존재이니 비슷한 맥락으로 봐도 될 듯싶었다.
잠시 후, 피터팬의 몸에 깃든 푸른빛이 완전히 그녀의 몸 안으로 갈무리됐다.
순간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그녀의 눈동자 색이 이전과 달리 초록색과 푸른색, 노란색이 섞인 오묘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업적 퀘스트 미션을 성공했습니다.] [보상으로 ‘심해족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지크는 곧장 메달 정보를 확인했다.
―메달 정보―
설명 : 심해족의 힘을 담고 있는 메달
고유능력 : 텔레파시
특이 사항 :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다.
‘텔레파시? 신기한 능력이네.’
지크는 곧장 심해족의 메달을 폭식했다.
[심해족의 메달을 폭식합니다.] [액티브 스킬 텔레파시를 획득합니다.] [액티브 스킬 텔레파시가 스킬 혈안과 결합합니다.] [액티브 스킬 혈안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스킬 혈안의 적용 범위가 확장됩니다.]스킬 창을 확인해 보니 ‘혈안 [S급 (전문가+)]’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텔레파시도 주술의 한 종류였던 건가. 이쪽도 능력을 한번 점검해 봐야겠군.’
지크가 새로 생긴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그때, 심해의 서의 능력을 모두 흡수한 피터팬이 지크 쪽으로 다가왔다.
지크가 피터팬에게 말했다.
“심해의 서는 모두 흡수했나?”
피터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거…… 심해족의 잃어버린 고대 주술이야. 이게 있으면 어인족들은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어!”
지크가 피터팬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된 일이군.”
지크의 대답에 피터팬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크에게 머리를 숙였다.
“고, 고마워…….”
그런 피터팬을 보며 지크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받을 일을 했을 뿐이다. 나한테 고마워할 건 없다.”
지크의 말에 피터팬이 고개를 휙 들고 안면을 움찔거리며 소리쳤다.
“그, 그냥 인사를 해 둔 거야! 많이는 아니고 쪼금 고맙다고!”
피터팬이 지크에게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이었다.
“내 원래 이름은…… 네, 네리사야!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러더니 피터팬이 휙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그런 피터팬을 향해 지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대륙 최고의 미녀인 안젤리나 앞에서도 초연했던 지크다운 반응이었다.
그는 피터팬을 내버려 두고 빌을 불러서 물었다.
“빌, 트라이앵글은 어디에 뒀나.”
“그 배는 저쪽 섬 뒤에다가 숨겨 뒀슈.”
“가서 어인 청년단들을 모아 주게. 트라이앵글 타고 마을 사람들 구하러 간다.”
지크의 말에 빌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알겠시유! 금방 불러올게유!”
* * *
피터팬의 어인 해적단에게 상징과도 같은 네버랜드 호에는 현재 제국군에 잡힌 어인들이 갇혀 있었다.
그리고 제국군을 비롯한 나락의 마법사들이 네버랜드 호에서 세뇌한 어인들을 지키는 중이었다.
잠잠하던 바다에 갑자기 물안개가 훅 하고 몰려오기 시작했다.
갑판 위에서 순찰을 돌던 병사는 갑자기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자욱해진 물안개를 보고 손을 내저었다.
“며칠 날씨 괜찮더니, 갑자기 또 이건 뭐야.”
병사는 투덜거리다가, 물안개 너머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응? 저게 뭐지?”
안개가 낀 어둠 속에서 뭔가가 빠르게 배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고래였다.
“어어어?”
고래가 빠르게 다가와 네버랜드 호를 향해 지느러미를 휙 휘둘렀다.
촤아아악!
네버랜드 호가 파도에 휩쓸리며 크게 흔들렸다.
그 때문에 배 위에 있던 병사들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소란이 일었다.
동시에 갑판 위로 인영들이 올라왔다.
어인 청년단이 쓰러진 병사들을 갈고리로 붙잡아 바다로 던져 버렸다.
“끄아아아!”
순식간에 갑판을 확보한 어인 청년단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지크와 피터팬 역시 갑판 위로 올라왔다.
지크는 제국군이 지키는 배를 순식간에 제압한 어인 청년단의 실력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괜히 남해에서 대해적단으로 이름을 날린 게 아니었구나.’
어인족이라는 종족적 특성 덕분에 청년단은 해전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게다가 이 물안개는 피터팬이 새로 익힌 심해족의 주술을 이용해 불러온 것으로, 다른 제국의 군함이 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지크 일행은 들키지 않고 네버랜드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지크는 어인들을 도와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지크는 천천히 인질들이 붙잡혀 있는 배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 있던 병사들은 이미 청년단이 처리를 한 상태였다.
배의 가장 아래로 내려가자 세뇌를 당한 어인들이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는, 사슬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지크는 보석검 롤랑을 빼 들고 광역 버프를 이용해 리커버리를 사용했다.
우우우우웅!
리커버리의 빛이 세뇌를 당한 어인들에게 퍼져나갔다.
잠시 후, 세뇌를 당한 어인들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여, 여기가 어디지?”
마을 사람들 몇몇이 이내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때 피터팬이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너 리사 아니냐!”
“쉿, 다들 조용히 해유. 다들 정신은 들어유?”
피터팬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의 리커버리로 다행히 정신을 차린 듯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게 단가?”
“맞아, 그때 우리가 습격한 뒤로 한곳에 모아 놓고 붙잡아 뒀어.”
“좋아. 그럼 싹 정리하고 배를 끌고 가자고.”
청년단이 마을 사람들을 풀어 주는 동안 지크는 위로 올라갔다.
그때 어둠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촤아아악!
검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지크를 향해 수상한 시약을 뿌렸다.
치이이익!
지크는 뒤로 물러나 시약을 피했으나, 마법사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피해도 소용없다. 시약의 연기를 들이마신 순간 네놈의 정신은 나에게 붙잡혀…….”
주절거리던 마법사는 지크의 이마에 뜬 혈안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심령을 제압당한 마법사는 지크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지크는 천천히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안 그래도 네 녀석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지. 제국 놈들의 세뇌에 대해 물어볼 게 많으니 차분하게 얘기를 좀 해 보자고.”
몇 시간 뒤 동이 트고 서서히 물안개가 걷히면서 제국군 진영에서는 난리가 났다. 분명 멀쩡하게 있던 네버랜드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군함들이 급하게 네버랜드호와 그곳에 있던 어인들을 찾으려 했지만, 그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