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49
549화
외부종의 힘.
혼돈의 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지 아직까지 그 힘의 정확한 정체는 지크도 알지 못했다.
지크는 제사장이 외부종의 힘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을 보며 그가 혼돈의 신과 어떠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놈이다. 이곳에서 반드시 제거한다.’
지크가 눈을 빛내며 이를 악무는 그때, 외부종의 힘을 받아들인 아스모디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끄아아아아악!
아스모디가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을 뒤덮고 있던 뼈 갑주들에서 날카로운 이빨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찐득한 체액이 흐르고 등 뒤에서 촉수들이 돋아나 마치 뱀처럼 움직였다.
외부종으로 변해 버린 아스모디에게서는 더 이상 투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아까보다 몸체가 더 커졌고 흉측한 뼈 갑옷과 그의 몸이 마치 하나가 되어 버린 듯했다.
크르르르르―
뼈 갑옷에서 튀어나온 일그러진 얼굴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나운 굉음을 토해 냈다.
카아아아아악!
절규를 내지른 아스모디가 뼈 창을 들어 올리자 외부종의 힘이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쿠구구구구구!
그의 몸이 공간 전체가 흔들릴 만큼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아스모디의 등 뒤에서 돋아난 촉수들에게서 날카로운 뼈 칼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그가 지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주군께 영광된 승리를 바치노라!”
쿠구구구구!
아스모디의 촉수들이 그의 뼈 창을 휘어 감았다.
촉수가 합쳐진 거대한 뼈 창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외부종의 힘이 뼈 창에 집중되더니 사방으로 파동이 튀어 나갔다.
카아아아아아악―
아스모디에게서 영혼의 절규가 새어 나왔다.
그의 본질을 꿰뚫어 본 지크는 외부종의 힘을 받아들인 아스모디가 무리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지크는 폭풍처럼 불어오는 힘의 파동을 마주하며 검을 들었다.
우우우우웅!
아스모디와 마주한 지크의 아스칼론이 찬란한 빛을 냈다.
우우우우웅!
대정화의 힘과 성령기가 합쳐지며 황금빛 오오라와 빛의 전격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그 힘이 아스칼론에 집중됐다.
쿠구구구구구!
그렇게 찬란한 빛의 기운을 품은 그의 검은 그 어떤 사기와 마기도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태초의 힘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종의 힘에 완전히 잠식당한 아스모디는 왜곡된 충성심이 만들어 낸 광기에 취해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괴성을 내지르며 공중으로 떠오른 뼈 창을 회전시켰다.
콰드드드드드득!
아스모디가 지크를 노려보며 회전을 일으키는 뼈 창을 강하게 앞으로 내질렀다.
카아아아아아아악―
강한 회전과 함께 날아드는 뼈 창에서 영혼을 뒤흔드는 불길한 괴성이 뿜어져 나왔다.
지크는 황금빛 전격이 솟구치고 있는 아스칼론을 들고 용살법의 자세를 취했다.
아스모디의 뼈 창이 지크를 갈기갈기 찢을 기세로 날아들었다.
지크는 흉측한 기운을 담고 있는 뼈 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용살법 비전식(祕傳式)
광멸기(光滅技)
금뢰(禁雷)
아스모디의 뼈 창과 지크의 검이 공중에서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콰드드드드드득!
뼈 창에 깃든 불길한 외부종의 힘과 지크의 기운이 맞부딪쳤다.
콰콰콰콰콰콰쾅!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부딪치자 파동의 폭풍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미궁 전체를 흔들었다.
쿠구구구구구!
동시에 지크가 만들어 낸 금뢰(禁雷)의 힘이 아스모디의 힘을 상쇄하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츠츠츠츠츠―
조금씩 파고드는 금뢰에 먹힌 힘들이 부서져 나가며 황금빛 빛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스모디의 창은 앞으로 뚫고 들어 오려 애썼지만, 이미 스며든 금뢰의 힘에 잠식될 뿐이었다.
금뢰는 뼈 창의 안쪽까지 더욱 강하게 파고들었다.
콰드드드드득!
결국 외부종의 힘으로 강화된 아스모디의 뼈 창과 뼈 갑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지크가 아스칼론을 쥔 채 다른 손으로 레바테인을 꺼냈다.
우우우우웅!
그는 레바테인에 혼신기의 힘을 불어넣었다.
초월자의 격을 갖춘 지크의 혼신기는 스승인 나이젤의 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찬란한 빛의 힘이 아스모디를 침식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크는 레바테인에 힘을 집중시킨 뒤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혼신기
더블스펠
파쇄(破碎)의 의지
파쇄의 의지가 실린 검격이 금뢰에 붙잡혀 있는 아스모디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
금뢰의 힘에 붙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아스모디의 몸에 혼신기의 검격이 정통으로 꽂혔다.
콰드드드드득―
파쇄의 의지가 파동을 뚫고 아스모디의 몸을 통과하듯 훑고 지나갔다.
카아아아아악!
형체가 없는 혼신기의 힘이 그를 이루는 영체의 소자 하나하나를 뒤흔들었고, 아스모디는 그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지크의 혼신기를 정면으로 맞은 아스모디의 뼈 갑옷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커허어어억!”
아스모디가 입에서 푸른 피를 토하며 더는 버티지 못하고 공중에서 추락해 바닥에 처박혔다.
쿠구구구구!
사방으로 기운의 폭풍이 흩어지며 파동과 함께 공간이 온통 빛무리로 가득 찼다.
아스모디의 2대대 기사들은 아스모디의 추락을 보고도 흩어진 빛무리와 파동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야 했다.
지크는 공중에서 내려와 쓰러진 아스모디를 내려다보았다.
뼈 갑주를 잃은 맨몸의 아스모디는 완전히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는 바닥에 처박힌 채 부들부들 떨며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도저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아스모디 뒤에는 제사장이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아스모디가 몸을 돌리고 그런 제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주, 주군…….”
부들부들 떨며 애처롭게 손을 뻗는 아스모디를 보며 제사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곧 아스모디의 몸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스모디는 마지막까지 제사장을 보며 말했다.
“주군께 여, 영광된 승리를…….”
그는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스모디는 오만한 구원자에 대한 맹목적이며, 광기 어린 충성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에게 손을 뻗었으나, 남은 건 소멸이었다.
아스모디가 사라지자 뒤에 있던 2번 대대 역시 점차 먼지가 되어 형체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흩어졌을 때 그 자리에는 뼈로 된 투구들만이 하나씩 남아 있었다.
지크는 아스모디가 있던 자리에 남아 있는 낡은 뼈 투구를 보며 이제야 소멸된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는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투구에 남은 카르마 데이터로 그를 재생시킨 것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카르마 데이터를 남기게 된다.
지크는 현실은 아니었지만, 성좌의 유희를 통해 오래전에 사라진 영웅들과 그 문명의 유적을 소환해 이끌었던 것이 생각났다.
‘만약 그것 역시 오래전 오만한 구원자의 권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의 권능을 얻는다면,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멸되었던 존재를 현상계에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지크가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고개를 들고 제사장을 바라봤다.
그가 제사장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검을 겨누었다.
“이제야 겨우 네놈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군.”
더 이상 그와 제사장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제사장은 여전히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지크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제사장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크가 제사장을 향해 튀어 나갔다.
촤아아아악!
그의 검격이 제사장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츠츠츠츠―
제사장의 몸이 일렁이더니 마치 허깨비처럼 사라지며 지크의 검격을 무마시켰다.
바로 뒤에서 다시 나타난 제사장이 지크를 보며 말했다.
“지크 드레이커, 이 정도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그 말에 지크는 다시 검을 쥐고 자세를 고쳐 잡으며 엘리멘탈 소드를 펼쳤다.
쿠구구구구!
강력한 중력의 힘이 제사장을 짓눌렀다.
강력한 투마라 할지라도 온몸이 찌부러질 정도의 강한 중력이 그를 찍어 눌렀다.
그러자 제사장이 태연한 자세로 선 채 손을 들고 손가락을 튕겼다.
우우우우웅!
제사장의 몸에서 오만한 구원자의 힘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몸 주변에 푸른 구슬 같은 것이 떠올랐다.
그 구슬들이 반짝이며 지크가 펼쳐놓은 금력의 장을 상쇄시켰다.
‘오만한 구원자의 권능인가.’
일반적인 권능과 달리 오만한 구원자의 권능은 사용 범위가 상당히 넓은 듯했다.
지크는 이곳에서 제사장을 해치우기 위해 온 힘을 쏟기로 했다.
그는 멈추지 않고 사대 정령을 소환했다.
쿠구구구구!
네 가지 속성의 상급 정령들이 나타나 제사장의 주변을 둘러쌌다.
지크가 그를 공격하라 지시를 내리자 불과 바람, 땅, 물의 속성이 깃든 폭풍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상급 정령 넷이 집중 공격을 하는데도 제사장은 그 안에서 매우 태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츠츠츠츠-
놀랍게도 제사장의 몸 주변에도 사대 정령과 비슷한 모습을 한 검은 정령들이 생겨났다.
각각 불과 바람, 땅, 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칠흑처럼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마기에 타락한 정령을 불러낸 제사장은 지크가 불러낸 상급 정령들과 맞붙도록 지시를 내렸다.
콰콰콰콰콰!
순식간에 정령들이 힘을 내뿜으며 공간 전체를 휩쓸었다.
쿠구구구구!
암흑 정령들은 사대 정령이 가진 속성 그 자체는 희미했으나 공격력 측면에서는 훨씬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크는 정령들의 공격 역시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다시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제사장이 태연한 자세로 선 채 지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 정도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고 말이다.”
지크는 말없이 그림자 속에서 칼라드볼그를 꺼내 들고 제사장을 겨누었다.
심검의 기운이 칼라드볼그로 깃들었다.
쿠구구구구!
본질 자체를 베어 내는 심검은 그 무엇으로도 피해 갈 수가 없었다.
지크가 펼친 심검의 영향으로 공간 전체가 그의 의지로 채워졌다.
지크가 들고 있는 그림자의 검과 마음속의 검이 일체화가 됐다.
그 순간 지크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제사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르르르륵-
보이지 않는 근원의 차원 속에서 그가 제사장을 ‘베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심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난 지크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츠츠츠츠-
제사장의 몸이 마치 안개처럼 허물어졌다가 다시 원래의 형상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저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근원을 베어 존재가 소멸되는 듯 보였는데, 그 직전에 다시 원래대로 몸이 재구축되어 멀쩡하게 되돌아온 것이었다.
혼란스러워하는 지크를 보며 제사장이 말했다.
“아스트랄 소드를 넘어선 근원을 베는 검. 지크 드레이커 네 힘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구나.”
지크는 심검의 힘조차도 무마시키는 권능을 보며 미간을 그러모았다.
‘그만큼 오만한 구원자의 권능이 강하다는 것인가.’
제사장이 지크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구나. 내가 너의 힘에 놀랐듯 너 역시 내가 가진 힘에 놀란 것일 테지.”
그가 지크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지크 드레이커, 내가 여태껏 너를 잘못 평가하고 있었음을 인정하도록 하마. 너 역시 종장의 무대에 올라올 수 있는 주역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지.”
지크는 제사장을 보며 말했다.
“네놈이 말하는 종장이 도대체 무엇이냐. 아니, 애초에 네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
제사장은 대답 대신 천천히 쓰고 있던 두건을 벗었다.
두건이 벗겨지고 숨겨져 있던 제사장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을 본 지크는 순간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루베른?”
제사장은 루베른 특유의 하얀 머리카락과 피부에 마치 마족과 같은 붉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제사장 하비 웨스트가 지크를 보며 말했다.
“놀랐나. 지크 드레이커.”
지크는 설마 나락의 제사장이 루베른의 혈족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째서 루베른이 나락의 제사장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지크를 보며 제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루베른의 혈족이 아니다.”
그가 지크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말했다.
“나는 드레이커, 그 혈족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