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84
684화
지크는 리베인의 몸에 깃든 아서 드레이커를 보며 미간을 그러모았다.
성좌들은 카르마의 제재로 인해 직접 현상계에 강림하지 못하고 화신을 이용해 간섭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서 드레이커는 마치 성좌들처럼 리베인을 화신으로 삼아 그의 몸에 깃들어 있었다.
보통 성좌들이 강림할 수 있는 화신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폴리온의 기사단이라면 누구나 아서 드레이커의 화신인 리베인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아서 드레이커는 강력한 화신을 수백이 넘게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수백이 아닌 수천, 수만이 될 수도 있겠지.’
아폴리안 기사단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니, 그 수가 늘어날수록 아서 드레이커의 힘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리베인의 몸에 깃든 아서 드레이커가 입을 열었다.
“지크 드레이커, 너는 정말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그렇게 말하는 아서 드레이커의 시선이 닿은 곳은 다름 아닌 지크의 검이었다.
두 개의 그림자 검을 흡수한 태양검 그람에서 아서 드레이커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그람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크를 향해 말했다.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그림자 검을 하나로 합친 데다가 그걸 검에 흡수시켜 완벽하게 통제를 했다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다름 아닌 자신의 검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람이 그림자의 검을 흡수한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이었나?’
아서 드레이커의 반응을 보니 지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는 듯싶었다.
그가 그람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제야 시선을 돌려 지크를 향해 말했다.
“그 검, 처음 보는 것인데 어떻게 얻은 것이더냐.”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설마 내가 그걸 대답해 줄 것이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러자 아서 드레이커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가 이렇게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것을 처음 봤기에 눈을 빛냈다.
어쩌면 아서 드레이커의 약점을 파악할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파고들기로 했다.
그가 아서 드레이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왜 이 검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이냐.”
리베인의 몸에 빙의된 아서 드레이커가 웃으며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자하크를 든 반대편 손에 새로운 검이 뻗어 나왔다.
아서 드레이커의 잿빛 머리카락을 닮은 잿빛 검신을 지닌 검.
그의 전용 무구인 칼리번이었다.
아서 드레이커가 자신의 검을 지크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지크, 이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지크는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차분히 검을 살피다 칼리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기운을 느끼고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뒤틀린 인과율이 느껴지는군. 다크 매터로 만들어진 것인가.”
그러자 아서 드레이커가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이 검에서 느껴지는 뒤틀린 인과율은 내가 덧씌운 것이지. 이 검을 쓰려면 꼭 필요하거든.”
순간 아서 드레이커가 들고 있던 칼리번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회색빛의 검신에 나무뿌리처럼 검은색 무늬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지크는 칼리번의 진정한 정체를 깨달았다.
‘그림자 검.’
칼리번은 칼라드볼그, 칼레드불흐와 같은 그림자 검이었던 것이다.
검은 무늬가 번져 가며 회색빛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칼리번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크는 그 힘이 무엇이든 삼키려는 탐식의 권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건……?’
쿠구구구!
검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이 강해질수록 검뿐만 아니라 이를 들고 있는 리베인의 손에까지 검은 뿌리가 뻗쳐 가고 있었다.
그러자 아서 드레이커는 다시 뒤틀린 인과율의 힘을 사용해 검의 힘을 제어했다.
츠츠츠츠츠―
다시 검이 회색 빛깔로 바뀌더니 지크가 느꼈던 불가해의 기운이 갈무리 되어 사라졌다.
아서 드레이커가 원래대로 돌아온 칼리번을 가만히 보다가 시선을 돌려 지크를 보며 말했다.
“뒤틀린 인과율로 제어하지 않으면 나조차도 이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지. 물론 내 칼리번과 네 그림자 검들이 가진 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렇게 완벽하게 그림자 검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구나.”
아서 드레이커의 눈빛에서 탐욕이 일렁였다.
어떻게든 지크가 들고 있는 그람을 빼앗아 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지크는 그런 아서 드레이커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 검을 원하나. 아서 드레이커.”
그 말에 리베인의 몸에 깃든 아서 드레이커가 크게 웃었다.
“지금 와서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지. 그래, 그 검을 원한다. 미치도록. 그것이 있다면 내가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것을 얻어 낼 수 있을 듯하니 몸이 달아오르는구나.”
우우우우웅!
리베인의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이 솟구쳤다.
동시에 몸에 장착된 갑옷에서도 비슷한 빛이 번쩍이더니 등 뒤에서 네 쌍의 날개가 만들어졌다.
아벨의 마룡갑이나, 아까의 리베인이 입었던 악귀와 같은 갑옷의 형태와는 달랐다.
롬 제국에서 발굴한 고대 헤르시온과 비슷한 형태로 모습이 갖춰진 갑옷은 단단하고 묵직해 보였다.
양손에 자하크와 칼리번을 든 아서 드레이커가 안광을 내뿜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도 지크 너를 보면 끓어오르는 투쟁심을 참기가 어렵구나. 너는 내가 가지고자 했던 모든 것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 말을 마친 즉시 아서 드레이커가 날개를 펼치며 지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콰콰!
마치 붉은 폭풍이 지크를 향해 불어 닥치는 듯했다.
지크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아서 드레이커를 향해 그람을 치켜들었다.
그는 그람으로 엘리멘탈 소드 풍력의 장을 펼쳐 폭풍을 몰고 오는 아서 드레이커를 밀어냈다.
하지만 아서 드레이커는 지크의 바람 벽을 뚫고 그대로 파고들었다.
검붉은 검신을 빛내는 자하크에는 기이한 힘이 맺혀 있었다.
바로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파괴의 의지로 이루어진 힘이었다. 그 기이한 힘을 두른 검격이 지크의 몸을 가르기 위해 파고들었다.
지크는 풍력의 장이 뚫리자 곧장 테이아 여신의 헤르시온을 장착한 뒤 그람을 들어 올렸다.
그는 아서 드레이커의 소멸검에 대항하기 위해 심검의 권능을 검에 실었다.
우우우우웅!
그는 마음으로 근원을 가르는 심검을 아서 드레이커를 향해 휘둘렀다.
지크의 심검과 아서 드레이커의 소멸검이 현상계를 넘어 이면의 차원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충돌을 일으켰다.
쿠우우우우우웅!
근원을 가르는 두 검이 부딪치자 그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아서 드레이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폴리온의 기사들은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는 충격파에 그대로 노출되어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들 중 일부는 칠공에서 피를 쏟아 내며 절명하고 말았다.
충격파에 의한 타격은 자가 회복 능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지크와 검을 부딪친 아서 드레이커는 반탄력으로 튕겨 나가 반대편 공중으로 밀려났다.
그는 심검의 힘에 손은 물론 몸 전체가 저릿저릿함을 느꼈다.
아서 드레이커가 반대편에 선 지크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지크,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현상계에서 자신의 검을 정면으로 받아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그였다. 정면에서 자신에 맞선 것만으로 지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말에 지크가 아서 드레이커에게 말했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그 말과 동시에 뒤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콰콰콰콰쾅!
뒤에 있던 아폴리온 기사단의 군함이 파괴되어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지크가 아서 드레이커가 싸우는 와중에 공중에 대기시켜 놓았던 레바테인과 아스칼론을 날려 군함을 공격한 것이었다.
이를 본 아서 드레이커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사답지 않은 행동이기는 하지만…… 그래, 그럴 수 있지.”
지크는 가장 기사답지 않은 행동으로 중앙대륙을 휘어잡았던 아서 드레이커의 위선적인 말에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아폴리온의 군함을 파괴한 레바테인과 아스칼론이 검광을 빛내며 아서 드레이커의 등 뒤를 노리고 빠르게 날아왔다.
콰콰콰콰콰!
두 개의 섬광이 아서 드레이커의 등을 꿰뚫으려는 찰나 갑자기 공중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쩌저저저적!
공중에 나타난 균열에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검은 건틀릿을 착용한 손은 나타난 즉시 아서 드레이커의 몸을 보호하듯 펼쳐지더니 레바테인과 아스칼론을 튕겨 내며 그 궤도를 바꿨다.
콰콰콰콰콰!
궤도가 바뀐 아스칼론과 레바테인이 아서 드레이커를 지나쳐 지크 쪽으로 되돌아왔다.
두 개의 검이 검광을 빛내며 지크의 몸 주변을 둥둥 떠다녔다.
두 검과 지크를 가만히 바라본 아서 드레이커가 균열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손바닥 앞에서 아까와는 달리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지금 상태로는 지크 너를 상대하는 것이 어렵겠구나.”
자존심 강한 아서 드레이커가 패배 선언을 한 셈이었다.
그에 지크가 그람을 치켜들며 말했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네놈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다.”
쿠구구구구!
지크가 오버 클럭을 사용해 신격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의 몸에서 강한 성좌의 권능과 격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지크와 아서 드레이커가 있는 공간이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리베인의 몸에 깃든 아서 드레이커의 영혼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고유 영역 안에 가둬 둘 생각이었다.
공간이 지크의 고유 영역으로 변해 가는 그때, 아서 드레이커가 고개를 저었다.
“지크, 미안하지만 나는 오만한 성좌들이나 멍청한 악마들과는 다르다.”
그는 자신이 불러낸 거대한 손바닥 쪽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이 아서 드레이커를 감싸 쥐고서 차원의 균열 속으로 되돌아가려 했다.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가 도망치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솔로몬의 사슬을 펼쳤다.
촤르르르륵!
사슬이 거대한 손을 휘감으려 했지만 뒤틀린 인과율의 힘이 그 주변에 작용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사슬들은 거대한 손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고 말았다.
거대한 손 안에서 아서 드레이커가 지크를 향해 말했다.
“지크, 최후의 탑으로 오거라. 그곳에서 너와 네 검을 기다리도록 하마.”
그 말과 함께 아서 드레이커를 감싸 쥔 손이 차원의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쩌저저저적!
아서 드레이커가 사라진 것을 본 지크는 이를 악물며 고유 영역을 해제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파괴된 군함과 죽은 아폴리온의 기사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모두 모습을 감춘 뒤였다.
‘최후의 탑. 놈이 그곳을 찾았구나.’
아서 드레이커가 최후의 탑에서 봉인된 마왕의 영혼을 부활시키기 전에 이를 막아야 했다.
“군주님!”
게이트를 열고 테라칸 드레이커의 무덤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최후의 탑을 먼저 찾아야 할 듯했다.
계획을 다시 정리하는 그때, 지크가 있는 쪽으로 엘리자베타가 날아왔다.
그녀가 지크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나는 괜찮다. 요새는 어떤 상황인가.”
지크의 물음에 엘리자베타가 빠르게 보고했다.
“침식 요새까지 모두 소환 완료되었습니다. 요새를 공격하던 마수들 역시 아나스타샤의 권속들과 네빌로스 감찰관이 이끄는 언데드 부대로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서 드레이커의 존재로 신경 쓰지 못했는데, 다행히 아폴리온 기사단에게서 요새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 듯싶었다.
“바로 요새로 가자. 게이트를 열어야겠다.”
그런데 그때였다.
쿠르르르르릉!
하늘에서 보랏빛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갑자기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끈적한 검은 빗줄기를 보며 엘리자베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군주님, 이 비…… 짙은 마기를 품고 있습니다.”
마기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물론 주변 환경에까지 영향을 준다.
지크는 그런 마기를 머금고 있는 빗줄기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미간을 그러모았다.
지금의 모습을 과거 듀크의 기억 속에서 봤었기 때문이다.
그는 빗줄기와 함께 버려진 대륙에 잠들어 있던 미지의 존재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버려진 대륙의 진정한 두려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