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93
0292 드레멘 음악대(2)
“소은아, 그럼 더 안 잘 거야?”
“웅. 얘들이랑 놀 거야.”
소은이는 앵무새들을 지휘하는 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건지, 손을 휘휘 흔들며 앵무새를 가리켰다.
“그래, 그럼 아빠는 다시 잘게.”
“엄마도 다시 잘 거야. 혹시 배고프면 식탁에 빵 있으니까, 그거 먹고 있어.”
“웅! 안녕히 주무세요!”
소은이는 우리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인사성 하나는 아주 예의 바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가서 다시 자자.”
잠을 깨운 새소리의 정체도 알았으니, 우리는 다시 잠에 빠져들기로 결정했다.
사이좋게 침대로 올라간 우리는 가볍게 엉겨 붙으며 잠에 빠졌다. 여름이라 덥다 보니 금세 떨어지긴 했지만. 에어컨을 켜긴 했어도, 은수에게 좋지 못할 수도 있으니 너무 차갑게 설정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쾌적하게, 못다 잔 잠을 잘 수 있었다. 방문을 꼬옥 닫으니 거실에서 들리던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꿀잠이라고 해도 될 잠을 자던 우리가 깨어난 것은 은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때문이었다.
“어엄마아! 아뿌아!”
전용 침대를 따로 사용하는 은수가 일어나서 침대의 난간을 붙잡고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으으응. 은수야. 혼자서 심심했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곧바로 은수를 안아들었다. 슬쩍 기저귀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고파!”
“배고파?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은수가 일어나서 나와 누나를 깨운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제법 흘러 있는 것을 보면, 배가 고프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여전히 꿀같은 잠을 즐기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은수를 데리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응? 소은이가 없네?”
“눈나?”
“그래. 우리 은수 누나가 없네.”
그런데, 먼저 거실로 내려오니 소은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나 마나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데리고 놀고 있을 것이 뻔했기에, 곧바로 은수가 먹을만한 것들을 찾기 위해서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의 식탁에는 소은이가 먹은 빵의 흔적들이 있었다. 빵을 먹은 흔적들은 어느 정도 치운 것 같긴 한데, 정작 마신 우유를 치우지 않은 상태였다.
“호박죽 있네. 호박죽 먹을까?”
“조아!”
은수를 전용 의자에 앉혀 놓은 다음, 호박죽을 데워 은수의 앞에 내려놓았다.
은수의 입에 딱 맞는 크기의 숟가락까지 손에 쥐여주니, 은수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호박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20% 정도는 턱받이에 흘리고, 10% 정도는 입가에 바르는 중이었다. 아이가 스스로 먹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은수의 입가를 주기적으로 닦아주며 먹는 것을 바라보니 괜히 내가 배부르는 느낌이었다.
“그마안.”
“이제 더 안 먹을 거야?”
“웅.”
흘리는 것을 감안해서 넉넉히 주었더니, 양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은수가 호박죽을 조금 남기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음, 맛있네.”
그 호박죽을 대충 한 입에 후루룩 삼키고서, 은수의 입가를 또 닦아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수야, 은수 누나 찾으러 갈까?”
“눈나, 웅.”
“그래그래, 가자.”
은수를 데리고 나갔다 온다고 메모를 남기고서, 곧바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은수와 함께 소은이를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은수가 좋아하는 은수목에 간 다음, 정말 동물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앵무새들이 가득한 앵무관, 호주 출신의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호주 테마관, 파충류들이 온열 조명을 쬐고 있는 파충류관, 호랑이들이 퍼질러져 있는 호랑이 우리, 생명력 가득한 자연구역, 온갖 굿즈들이 가득한 보물창고인 기념품 상점 등등. 정말 동물원 전체를 투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은수야, 네 누나가 어디 있을까? 왜 안 보이지?”
“우웅?”
은수의 동글동글한 두 눈을 마주하며 물었으나, 나도 모르는 걸 은수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소은이를 찾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다. 잠깐 연결음이 들리더니, 곧이어 소은이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압빠!”
“응, 소은아. 지금 어디야?”
“언덕!”
“언덕? 무슨 언덕?”
“우리 동물원 올라가는 언덕! 지금 올라가는 중!”
동물원 밖에 있다는 소리에, 나는 곧바로 동물원 입구로 향했다.
입구로 다가가니, 저 멀리서 황금빛 광택을 좔좔 흘리고 있는 엔초를 타고 올라오는 소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압빠다!”
마찬가지로 나를 발견한 소은이가 엔초의 옆구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빠르게 달려왔다.
엔초를 타고 호다닥 달려온 소은이는 점프하듯 뛰어내려, 내 앞에 착지했다. 하루 이틀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기에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어디 갔다 온 거야? 갈 거면 미리 말하고 가지 그랬어.”
“웅? 메모해뒀는데!”
“메모? 어디에?”
“엄마 휴대폰에!”
“……그렇구나.”
아직도 쿨쿨 자고 있을 누나에게 메모했으니 내가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딜 다녀온 건지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메고 있던 가방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 가방 안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실로폰, 이건…… 마라카스? 아무튼, 소은아 이건 왜 산 거야?”
소은이가 메고 있던 가방에는 정말 많은 악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수로만 따져도 족히 스무 개는 넘는 수였다.
“동물들한테 가르쳐 줄 거야!”
“동물들한테?”
“웅!”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새벽에 소은이가 새들의 지저귐을 지휘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듣기 좋았던 그 화음을 떠올리니, 못할 것 같지는 않았다. 소은이도 나름대로 음악적인 부분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았고 말이다.
“아빠랑 은수랑 같이 구경해도 되지?”
“웅, 괜찮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나는 은수를 안아든 채로 소은이를 따라나섰다.
소은이는 은수목으로 다가가더니, 어느새 날아온 ?遲結“?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贄? 가서, 아까 걔들이랑…….”
물론, 그 지시라는 것은 동물들을 찾아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소은이가 내린 지시에, ?遲甄?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소은이가 지목한 동물들이 하나둘씩 은수목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캣, 포동이들, 원숭이, 레서판다들, 거위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그 모습에, 제법 괜찮은 영상이 나올 것 같아, 촬영을 시작했다.
“거위들은 이거!”
소은이는 가장 먼저, 거위들에게 캐스터네츠를 물려주었다. 녀석들의 부리에 캐스터네츠가 들어가며, 녀석들이 부리를 닫을 때마다 따악따악 소리가 나게 되었다.
그다음으로는 앞발을 손처럼 잘 쓰는 포동이들에게 트라이앵글을 주었고, 원숭이에겐 짤짤 흔드는 마라카스를 쥐여주었다.
그리고, 남캣 녀석의 앞에는 실로폰을 내려놓았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하면 이거 해야 돼. 요렇게 요렇게 하면, 저거 해야 하는 거야. 할 수 있지?”
다른 건 다 재능이 있어도 설명은 재능이 없던 건지, 조금 난해한 설명을 하는 소은이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어떻게 하려는 건가 지켜보았다.
손을 휘적휘적 움직이며 열심히 설명하는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 정도 설명을 마친 듯한 소은이가 이제 시작한다며 알려주었다.
“자, 알려준 대로 열심히 해야 해! 일단 거위들부터!”
소은이는 거위들을 향해 손을 휘휘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전의 그 설명으로도 이해를 했던 건지 거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 따닥, 따다다닥-!
거위들은 소은이의 손짓에 맞춰, 부리를 닫았다가 벌리길 반복했다. 부리에 물려 있는 캐스터네츠가 닫히며 딱딱 소리를 자아냈다.
“잘해써!”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으로, 여덟 마리 거위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포동이들의 차례였다.
트라이앵글을 앞발에 하나씩 걸게 된 대포동과 소포동은 소은이가 손짓하는 것에 맞춰, 쇠막대기로 트라이앵글을 태앵- 쳤다.
태앵- 태앵- 태애애앵-
청명한 떨림이 공기를 타고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포동이들의 손짓…… 아니, 앞발짓에 맞춰서 말이다.
당연히 소은이는 그런 포동이들 역시 칭찬해 주었고, 이제 자신의 차례임을 아는 원숭이가 슬쩍 앞으로 나섰다.
“나도 시켜주라 끽!”
“웅웅. 내가 말한 대로 할 수 있지?”
“믿으라끽! 챌린저 숭, 뭐든 한다끽!”
원숭이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손에 쥐고 있는 마라카스를 짤랑짤랑 흔들었다. 내부에 자그마한 알갱이들이 들어 있는 마라카스가 녀석의 손에 흔들리며 차르륵 차르륵 소리를 내었다.
물론, 녀석도 소은이의 손짓에 맞춰 적절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손이 빠르게 움직이면 차라락 차라락 움직여 짧고 빠른 소리를 만들어냈고, 손이 천천히 움직이면 마라카스를 느긋하게 흔들어 사르륵-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히히, 숭이도 잘했어!”
다른 녀석들처럼 소은이의 칭찬을 받게 된 원숭이 녀석은 마라카스를 짤랑짤랑 흔들어대며 기쁨을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남캣이었다. 소은이는 녀석의 앞에 놓인 실로폰을 똥당똥당 두드려 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할 수 있지?”
“흥, 내가 이딴 것 하나 못 할 것 같아?”
남캣 녀석은 마치 준비를 하듯, 제 앞발을 그루밍했다.
그 모습에 히히- 웃음을 흘린 소은이가 손을 휘휘 흔들었다. 그러자, 남캣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예상한 것과 꽤나 많은 것이 달랐다.
실로폰이라고 한다면, 공이 달린 기다란 막대로 판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남캣 녀석이 막대기를 물고 실로폰을 띵동띵동 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금 실로폰을 띵동띵동 쳐대는 것은 막대기가 아니었다.
“……냥냥펀치를 이렇게 활용하네.”
바로, 녀석의 앞발이었다. 조금 전 그루밍을 하던 그 앞발 말이다.
남캣이 소은이의 손짓에 맞춰 앞발을 파바밧-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것도 실로폰에서 소리를 내는 판을 말이다.
마치 공이 달린 막대로 띵동띵동 치듯, 남캣의 냥냥펀치가 한 번 작렬할 때마다 띵- 하는 소리가 깔끔하게 울렸다. 수천, 수만 번의 냥냥펀치로 단련된 녀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캣이두 잘해따!”
아이 착하다- 하며, 소은이는 남캣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고서는 꼬리 부근을 통통 두드려주었다. 소위 궁디팡팡이라는 그 행위에, 남캣 녀석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치켜들며 꼬리를 바짝 세웠다. 애웅- 하는 소리는 덤이었다.
“그럼 이제 다 같이 해보자!”
잠시 동안 남캣 녀석을 궁디팡팡해준 소은이는 동물들을 모두 모은 상태로 손을 휘휘 흔들기 시작했다.
손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흔들리는 모습은 지휘라고 보기에는 많은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동물들에겐 그렇지 않았던 건지, 꽤나 깔끔한 화음이 만들어졌다.
음악회에서 들었던 음악과 꽤나 유사한 소리가 동물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앵무새들의 듣기 좋은 지저귐과, 여러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 거기에 캐스터네츠가 만들어내는 박자감까지 더해지니, 음악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 만들어졌다.
“와아아아! 공주님 최고다!”
어느덧 동물원 운영 시간이 지나 관람객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그 관람객들은 소은이가 만들어낸 음악을 듣고서 환호성을 터트렸다.
주변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고,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주변이라는 것은 나와 은수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소은이는 그런 관람객들의 환호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 모습까지 모두 영상에 담은 나는 곧바로 뮤튜브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했고, 소은이는 음악대의 지휘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