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반격
진양은 천천히 심호흡했다.
‘아무래도 조용히 보내기는 글렀군.’
수도사에게 있어 자신이 속한 종문이 얼마나 강한지, 혹은 얼마나 부유한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다가온다고 해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전승이었다.
전승,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을 사람만 남아있다면 멸문 직전까지 가더라도 언젠간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전승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지난 과거에도 이미 여러 번 일어난 적이 있었다.
종문의 기둥이 무너지고 후계자가 공석일 때 혼란이 일어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종문의 전승이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 누구든 목숨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
‘영태성종, 참으로 지독한 놈들이구나. 어떻게 종속된 문파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울 수 있는 거지? 저러다 다른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쩌려고.’
진양은 주머니에서 한 개의 옥병을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곧바로 허신의 검이 날아와 옥병을 반으로 갈랐다.
펑-!
옥병이 폭발하며 안에 있던 검은 물이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장이나 되는 덩이로 불어났다.
곧이어 중후한 기운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게 만드는 그런 기운이었다.
이것은 화선에 있을 때 오만청으로부터 받은 일원중수였다.
일원중수는 심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 수도사들은 심해까지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거쳐 방대한 양의 일원중수가 모인 것이었다.
반면 깊은 심해에서 살아가는 해족이나 선천적인 재능 덕에 심해까지 내려갈 수 있는 해족들은 언제든 원할 때마다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원중수였다.
진양은 낮게 주문을 읊조리며 손에 결인을 맺었다.
백 장으로 불어난 물이 더욱 팽창하는 듯하더니 이내 검은 비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원 수십 장 내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범위 내에 있는 허신과 화련 등도 검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검은색의 빗물이었으나, 한 방울마다 무려 천 근이나 되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일원중수는 질량이 매우 높은 물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될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허신의 주위로 옥으로 만든 부적이 떠다니며 빛이 뿜어져 나와 그를 감쌌다.
그리고 그곳으로 검은 비가 들이치는 순간 곧바로 펑-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은 비에 맞은 화룡은 계속해서 형상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개미 새끼 하나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했던 포위망은 어느새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화련이 작게 기합을 내뱉자 주위로 뿜어져 나온 기혈이 피와 땀으로 변하여 몸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기혈로 만들어진 연기의 기둥이 강제로 봉쇄를 뚫고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허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진양이 아무렇지 않게 던져온 물건이 일원중수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곧바로 화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무려 백 장에 달하는 거대한 검기가 화련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바로 그때,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발아래로 검은 물이 잔뜩 모인 바다에선 더 이상 파도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마치 깨끗한 거울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허신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는 곧바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진양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바다에 서서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냈고, 거의 마른 시체가 되어버린 화련은 바다 위로 누워버렸다.
만약 진양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렸을 것이었다.
한때 나누었던 정이 있는데, 어떻게 이대로 화련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는단 말인가.
“일원중수진이군.”
주위를 살펴보는 허신의 표정이 갈수록 일그러졌다.
‘바다 위에 이토록 거대한 일원중수진을 칠 줄이야.’
이 정도라면 진법의 위력만으로도 허신을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진양을 사해 용귀왕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화련의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일원중수를 가지고 있는 게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이어서 진양이 결인을 맺고 속으로 생각을 하자 잠잠하던 바다에 갑자기 강렬한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검은 물로 만들어진 거대한 파도는 곧장 허신을 덮치기 시작했다.
허신은 아홉 마리의 화룡을 불러들여 거대한 파도와 맞서도록 했다.
콰광-!
파도와 화룡이 맞부딪히는 순간 강렬한 물보라가 터져 나왔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교차하며 일어난 물결이 바다에 일어나고 있는 파도를 더욱 매섭게 만들었다.
진양은 계속해서 집중하여 파도를 조종했고, 화련을 진에서 빼낸 다음 검은 솥을 꺼냈다.
차갑게 웃으며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물보라가 터져 나왔다.
일원중수진의 위력은 진을 구성하고 있는 일원중수가 얼마나 있냐에 따라 달라졌다.
현재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일원중수가 몰려있었기 때문에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나 진법의 위력이 강력해질수록 제어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물론 굳이 세세하게 조종할 필요 없이 진법 스스로 움직이도록 약간의 손만 보태도 그 위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허신을 죽이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파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고, 진법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파도가 일어날 때마다 이전에 일어났던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높은 파도가 일어났고, 한 번씩 내려칠 때마다 가공할 위력을 품고 있었다.
이 정도 위력이 육지까지 들이닥친다면 십 리 내에 있는 모든 것을 싹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거대한 파도를 맞이하는 허신의 표정이 갈수록 굳어져 갔다.
그가 조종하는 아홉 마리의 화룡은 계속해서 파도를 뚫고 다니며 몸을 부딪쳤다.
허신은 힘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고, 손상을 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진양을 죽이려고 했다.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며 허신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반드시 죽여야 해. 죽이지 못한다면 우리 도원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설령 도구가 되어도 상관없다. 반드시 나의 임무를 완수해야만 해.”
허신이 주먹으로 가슴을 내려치자 뜨거운 피가 입에서 뿜어져 나오며 아홉 마리의 화룡에게 흘러 들어갔다.
비실비실 해져가던 화룡이 일제히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위로 강렬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수십 배에 달하는 기운이 느껴졌고, 화룡의 위엄 넘치는 두 눈에서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양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검은 파도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 것이다.
“혈제(血祭)라니. 진정 미쳐버린 건가……”
혈제.
심장에서 끌어올린 뜨거운 피로 자신의 법보의 위력을 강제로 증가시키는 공법이었다.
사용할 경우 법보의 위력이 평소보다 이 할 정도 증가하긴 하지만, 그 힘이 다하고 나면 법보는 파괴되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심장에서 끌어올린 피를 보충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재수 없으면 고생하여 쌓아 올린 기초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수도 있엇다.
바로 그때였다.
검은 물로 만들어진 단단한 벽과 같던 파도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파도 안쪽으로 불빛이 피어올랐다.
콰과광-!
파도가 폭발했다.
뒤쪽에서 한 마리의 화룡이 튀어나왔다.
나머지 여덟 마리의 화룡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허신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파도가 들이쳤으나 허신은 피할 생각이 없는 듯 그대로 파도를 맞이했다.
그의 머리 위에 멈춰선 부적에서 흘러나오던 빛은 어느덧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나, 그는 개의치 않다는 듯 앞으로 돌격했다.
죽을 땐 죽더라도 목표는 이루겠다는 뜻이었다.
진양은 곧바로 검은 솥을 던졌다.
허공으로 날아간 검은 솥은 순식간에 수십 리 크기로 불어났고, 뒤엎어진 솥은 허신을 가둬버렸다.
솥이 팽창하며 안에 속박되어있던 기혈유충도 함께 몸집이 커졌다.
기혈유충은 순간 억압되어있던 힘이 다시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서 화룡과 허신이 눈에 들어왔다.
크아아-!
미친개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콰과광-!
기혈유충은 곧바로 튀어 나가며 화룡을 물어버렸다.
펑-!
굉음과 함께 화룡이 폭발했고, 주위에 화염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혈유충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화염까지 전부 삼켜버렸다.
이어서 머리를 돌려 허신에게 달려들어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그다음 괴성을 지르며 입을 쫙 벌린 채 허신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부적을 날카로운 이빨로 박살 내버린 후 그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기혈유충은 허신을 삼키고도 만족이 안 됐는지 계속해서 난동을 부렸다.
놈은 곧장 검은 바다로 들어가 일원중수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진양은 놀란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신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자 검은 솥이 다시 작아지며 진양의 손으로 돌아왔다.
작아진 솥 안에는 세 뼘 크기로 돌아온 기혈유충이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놈은 눈에 보이는 대로 솥의 벽을 날카로운 이빨로 긁어댔고, 그럴 때마다 뜨거운 불꽃이 팍-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미친개가 따로 없군.”
진양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재빨리 뚜껑을 덮어버렸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녀석인 듯하군.’
그나마 녀석을 솥에 가둘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녀석은 단순히 육체의 힘만으로도 가볍게 신해 수도사를 꺾어버릴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
만약 힘을 완전히 개방한다면 아마 영태 수도사 정도의 실력이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검은 솥을 손에 넣은 건 행운이었다.
만약 솥이 없었다면 진양은 속수무책으로 기혈유충에게 당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혈유충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여 적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듯했다.
녀석이 검은 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쉽게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솥은 최대 직경 십 리까지밖에 늘릴 수 없었다.
십 리 범위 내에 적은 가두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뚜껑을 덮고 나니 진양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젠장! 이렇게 먹혀버리면 습득 능력을 사용할 수가 없잖아.’
허신의 시신을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진양은 일원중수진을 거두고 남은 일원중수를 다시 옥병에 넣었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는 진양의 모습은 다소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상대를 죽이고 보물을 빼앗으려는 것도 아니고, 뼈에 사묻힌 원한을 갚으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종문의 전승을 지켜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다니.
전승을 위해 반쯤 정신이 나간 수도사가 난동을 부리는 것을 직접 보고 나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것과 책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진 형. 그래서 놈은 죽은 겁니까?”
힘없이 바다에 누운 채 기침을 하던 화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죠.”
“이 은혜는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절 데리고 돌아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혼란을 틈타 물을 흐리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큰 난리가 벌어질 거예요.”
진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번 연회로 인해 벌어질 일들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