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33
106화.
리벨리오가 에르바의 몸을 강탈해 없어졌지만, 당장 일이 터지진 않았다.
천마는 수비군을 증강시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으나, 악신의 움직임은 포착되지가 않고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에르바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언데드들의 공격도 아직 없고.”
천강은 정보 상인들을 통해 에르바의 행적을 찾아 보았지만, 이렇다 할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이 게임 말이다.”
“응.”
“가면 갈수록 본좌의 심기를 건드는구나.”
악신 리벨리오가 에르바의 몸을 가지고 떠났을 때부터 줄곧 천마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다운되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살살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러모로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이 게임이 싫어? 혹시 질려서 다른 걸 하겠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게.”
“아니. 그런 건 아니다. 본좌는 이 게임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냥 조용히 수련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뿐인데, 당최 이놈들이 본좌를 가만 놔두려 하지 않는구나.”
“음······. 특히 형한테 좀 그런 게 있지.”
“그래서 고민 중이다.”
“어떤?”
“본좌를 더 이상 건들지 못 하게 아예 전부 다 엎어 버릴까 하고······.”
천강은 천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본좌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게 뭔지 아느냐?”
“뭔데?”
“전쟁, 정복, 학살.”
“별로 좋은 것들은 아니네.”
“그렇지.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다르지 않겠느냐.”
천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나갔다.
그곳에서는 도시의 풍경을 전부 볼 수가 있었다.
“본좌는 이런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 자리에 앉게 되었고, 앞으로 이곳을 지켜야 하는 것이 본좌의 일이다. 또한 천마신교에 본좌를 믿고 들어온 사람들도 지켜줘야 한다.”
여러모로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를 맡았다는 뜻이다.
“이번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본좌를 죽이고자 하는 세력들이 도처에 깔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악신이란 놈도 본좌를 노리고 있지. 솔직히 말해서 본좌는 무림에서 있었을 때보다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천마가 천마신교를 지키고 있었을 당시에는 지금만큼의 책임감을 느끼진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은 그 어디를 가도 뒤처지지 않을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천마라는 존재 자체가 워낙 거대해서 그 누구도 그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던가.
이 세상에서 천마는 최강이 아니다. 최강이 아니기에 누군가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꾸준히 무공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은 놈들이 본좌의 힘에 눌려 주춤거려도 언젠가는 반드시 힘을 모아 이 자리를 차지하려 들 것이다.”
중국 길드들은 여전히 천마가 가진 세 개의 도시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작정하고 힘을 합쳐 공격한다면 천마신교는 또 한번 큰 위기를 겪어야만 한다.
“그래서 결정했다. 지금부터 본좌는 모든 돈을 군사력 증강에 투입해 천마신교를 그 어떤 곳보다 강하게 만들 것이다.”
“강하게 만든다는 건 방어를 위한 거야?”
“그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지? 군사력을 키워 저들이 공격하기 전에 본좌가 먼저 치겠다. 천마신교의 이름이 온 대륙에 남기도록.”
갑자기 거창해진 천마의 목표에 천강은 눈을 껌뻑였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복 전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던 천마이지 않던가.
실제로 현재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천마가 얼른 한국 유저들을 한 곳에 모아 본격적인 정복 전쟁에 나서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그런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천강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만 밝혀 놨는데, 이거 아무래도 입장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만약 천마의 지금 발언이 공개된다면 당분간 커뮤니티는 이번 일로 매우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았다.
“진심이야?”
“본좌는 같은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다. 본좌가 하겠다면 하는 것이다.”
천마는 본인의 의지를 보여주듯, 길게 끌 것 없이 바로 내정 모드에 들어갔다.
“현재 있는 돈을 모두 군사력 증강에 쏟는다. 그러니 옆에서 잘 지켜 보거라.”
* * *
“오늘도 훈련장은 터져 나가네.”
“도대체 저 지옥 같은 곳이 어디가 좋다고.”
“좋긴 좋다고 하던데. 실제로 저기 들어갔다 나와서 실력 좋아진 사람 많아. 그냥 약이 아니라니깐?”
오늘도 브롬 도시는 끊임없이 모여드는 플레이어들 덕분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브롬 도시보다 더 큰 마타하니 도시도 천마가 내정을 하면서부터 플레이어들 숫자가 대폭 증가해 거기도 사정은 마찬가지.
불편함도 있지만, 그래도 이토록 놀기 좋은 곳이 또 없었다.
거기다가 훈련장 열풍이 불어 사람들이 그곳에 몰린 덕분에 다른 곳들은 어느 정도 한산해진 상태였다.
“야. 저기 뭐가 또 올라가는데?”
“어? 그러네?”
훈련장 바깥에서 도시 안을 누비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시설이 올라오는 것이다.
요즘 새로운 시설이 전혀 올라오고 있지 않아 이제 방치해 두는 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여러 시설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중이었다.
“뭘 이렇게 많이 짓는 거지?”
“그러게. 요즘 뜸하더니, 갑자기 돈을 막 쏟아 부으시네.”
“어. 잠깐만. 근데 나 저 시설들 뭔지 알 거 같아. 저거 군사 훈련소잖아.”
“또 훈련장이야? 이젠 질린다.”
“아니. 플레이어들을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군사를 양성하는 곳이잖아.”
몇몇 눈썰미가 좋은 플레이어들은 지금 천마가 만들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
“저건 보병 양성소. 저건 궁수 부대. 또 저건 기마병? 뭐야. 갑자기 저런 게 왜 생기는 거야?”
원래 각 도시마다 군사를 양성하는 곳은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증설을 하며 새롭게 짓는다는 건 군사력 증강을 뜻했다.
“설마, 전쟁이라도 하려는 건가?”
“에이. 천마님은 그런 거에 관심 없다고 하셨잖아.”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군사 시설을 막 만드는 이유가 뭐야? 솔직히 지금도 군사를 양성하는 곳은 다 마련되어 있잖아. 그런데 이렇게 증설을 하는 거라면······.”
“오. 진짜 그럴 수도 있겠는데? 이러다가 정말 정복 전쟁이라도 벌이는 거 아니야?”
플레이어들은 기대감이 높아져 이제 막 완성된 군사 시설로 달려가 보았다.
돈이 어지간히 투자된 모양인지, 상당히 크게 만들어져 있었다.
“오오. 시설이 꽤 그럴싸한데?”
“이게 그럴싸한 정도냐? 이건 그냥 돈을 때려 박은 거잖아.”
“대체 병력을 얼마나 뽑으려고 이 정도까지 만든 거지?”
“지금 도시 안에 모여든 인구 숫자만 보면 엄청 모일 거 같기도 하고.”
군사 양성소는 일반 플레이어가 지원할 수 없는 곳이다. 게임 내에 있는 NPC들만 지원이 가능해서 인구가 많으면 병력 숫자가 당연히 많아진다.
물론, 병력을 강제로 차출하는 건 민심이 크게 떨어져서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성주의 덕망이 높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으면 지원하는 백성들이 많아 병력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성주님을 위해 자랑스러운 병사가 되겠습니다!”
“저도 싸우게 해 주십시오! 성주님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대륙의 영웅을 곁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양성소가 만들어지기 무섭게 성 내 주민들이 그곳으로 몰려 들었다. 단순히 플레이어들만 몰려든 게 아니라는 것.
벌써부터 많은 인원이 몰려 들어 병력 증강에 힘을 보탰다.
“와. 진짜 뭐야?”
“이러다가 정말 큰 전쟁 한 번 터지는 거 아니야?”
“나 벌써 기대된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 *
“오늘의 소식을 알려드리는 아나운서 김민아입니다! 여러분. 요즘 가장 핫한 천마신교 도시들을 잘 알고 계시죠? 그런데 이틀 전부터 그곳에 새로운 군사 양성소가 크게 생겨났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자원해 병력 증강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건 영상을 통해 보시죠!”
천마가 다스리는 도시들에 새로 생겨난 군사 양성소. 기마병부터 궁수병, 그 외 공성 무기를 다루는 공방까지 만들어져 각 채널에서도 이에 대한 내용을 크게 다루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군사력 증강이 정복 전쟁을 위해서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데드들의 습격이 있기도 했고 중국 길드들이 여전히 기회를 노리는 터라 방어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 최대 길드로 자리잡은 천마신교는 다음 행보를 어떻게 이어가게 될까요? 그리고 만약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게 될까요?”
“확실한 건 지금 한국 플레이어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일본과 중국에게 밀리지 않고 있어요. 그 중심에는 천마가 있죠. 이번 군사력 증강은 분명 큰 사건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기존에 있던 군사 양성소를 전부 다 갈아 엎고 새롭게 신설을 하면서 이에 따른 천마의 의중이 뭔지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중국 쪽 커뮤니티에도 이와 같은 소식이 퍼져 천마가 정말 본격적인 정복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워낙 사방에 적도 많고 최근 일어난 언데드 사건 때문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대체적.
그런데 마치 신호탄이 터지는 것처럼 그런 의견들이 완전히 뒤집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본좌의 부름에 답한 75만 명의 장정들이 언제든 전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여 본좌는 그들의 외침을 더는 참지 않을 것이며, 그들의 바람대로 그 끓어오르는 갈증을 풀어 줄 참이다.”
군사 양성소가 생긴지 2주 만에 천마는 브롬 도시 성벽에 올라가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알렸다.
“그동안 우리는 억압되어 있었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또한 사방에 들끓는 외적의 위협에도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나약한 시절은 지나갔다.”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여 천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기대하고 있었고, 수많은 방송사에서도 그의 성명문을 생방송으로 보내는 중이었다.
“우리 군은 강하고, 우리 천마신교의 일원들 또한 그 어느 곳보다 결속력이 강하다. 이 힘을 바탕으로 본좌는 더 이상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
천마는 오늘 모든 이들을 이곳에 모이게 한 목적을 정확하게 밝혔다.
“본좌는 본격적인 정복 전쟁을 일으켜 우리를 억압하던 모든 사슬을 끊어 버릴 것이다. 그 시작은 남쪽 대륙이 될 것이며, 3일 후 출진하여 모든 곳에 우리의 깃발을 꽂을 것이다. 그러니 본좌와 영광스러운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모두 모이거라. 우리가 가는 길에 승리만 가득할 것이다!!”
이제야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왜 천마가 군사 시설을 증강시키고 병력을 모았는지도 확실해졌고,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결정되었다.
“오오오오-!!”
“천마님을 따르자!!”
“이제 우리가 다 먹는 거다!!”
사람들은 열광하며 함성을 질렀다.
천마가 과연 언제 움직일지 기다리고만 있었던 플레이어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드디어 영토를 늘려 사방에 가득했던 일본와 중국 플레이어들을 몰아낼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결전의 날은 3일 뒤.
지금 당장은 남쪽 대륙이라고 밝혔지만, 천마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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