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4)
473화 Underrated (14)
2015년 5월 7일. 08028 바르셀로나, 스페인. 까레르 디‘엘리자베스 에이단벤츠. 라 마시아 데 칸 플라네스.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을 허락한 전날의 경기는, 하루가 지난 다음 날에도 바르셀로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평소보다 무거웠던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회복 훈련에도 이어져, 코칭스태프들은 그것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가 끝난 뒤.
루이스 엔리케는 이틀 뒤에 펼쳐질 레알 소시에다드전을 준비하기 위해 미팅을 앞두고 있었다.
똑똑똑-
“응?”
노크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 올린 엔리케의 시선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리오?”
바로, 리오넬 메시.
“잠깐 시간 돼요?”
“물론이지. 들어오게.”
리오넬 메시의 등장에, 루이스 엔리케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했다. 이 남자는 어지간해서는 감독실의 문을 노크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오직 불만이나 요청 사항이 있을 때에만 이곳을 찾곤 했다.
작년 가을 엘 클라시코에서 패하고 연이어 68년 만에 셀타 비고에게 홈 패배를 당했을 때도, 메시는 감독실을 찾아 팀 전반의 경기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새해 첫 경기인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에서도, 자신을 엔트리에서 빼며 패배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었다.
특히 소시에다드전 직후에는 미디어까지 합세하여 엄청난 비난과 불화설을 토해 냈던지라, 엔리케는 자신의 권력 상당 부분이 메시에게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메시의 방문이 의아하면서도, 동시에 긴장이 된 이유다.
“무슨 일인가?”
“챔피언스 리그에 대해 말할 게 있어서요.”
“……우리가 어제 실수를 했다고 보나?”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럼?”
리그 17라운드에서 패배한 이후, 엔리케는 모든 경기에 메시를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교체 역시, 어지간히 점수가 벌어지지 않은 이상은 하지 않았다.
6:0으로 끝난 엘체와의 20라운드에서도 메시는 교체를 거부하며 풀타임을 뛰었고, 5:0으로 앞서고 있어 교체를 준비하던 중 골을 허용한 라오 바예카노와의 26라운드에서도 메시는 갑자기 마음을 바꿔 풀타임을 뛰겠다고 했다.
결국 그는 후반 46분 루이스 수아레즈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기어코 팀의 여섯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메시는 그런 남자다.
“다음 경기.”
“?”
“만약 우리가 전반전에 3:0이나 그 이상으로 앞선다면, 저는 그날 전반전만 뛰고 싶어요.”
“……뭐라고?”
“저도 알아요. 레알 마드리드에 승점 2점밖에 앞서 있지 않고, 남은 세 경기에서 리그 승리가 갈릴 거라는 거요. 그래서 조건을 단 거예요. 3:0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
“어…… 역시 안 될까요?”
“응?”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만 같았던 루이스 엔리케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사실 시즌 초반 쉽게 잡았어야 할 경기들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바르셀로나는 뮌헨처럼 리그 마지막 경기들에서 호흡을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당장 모레에 후보와 라 마시아의 젊은 유망주를 대거 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무척 중요했고, 특히 37라운드 경기의 상대가 AT 마드리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모레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였다.
사흘 뒤 뮌헨 원정을 치러야 함에도, 루이스 엔리케가 어제와 같은 선발 로테이션을 결정한 이유다.
그러나 메시의 자신처럼 전반전 만에 3:0이라는 점수가 만들어진다면, 엔리케는 핵심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
메시가 단연 그 첫 번째 선택이 될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그래. 자네를 전반 이후에 교체하도록 하지. 전반 3: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다면, 난 바르샤의 감독이 될 자격이 없으니까 말이야.”
“멋지네요-! 정말 고마워요!”
“지금, 그 말을 하려고 온 건가?”
“네!! 그럼, 좋은 저녁 되세요.”
“…….”
어린아이처럼 미소 짓는 메시를 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루이스 엔리케는 무언가에 퍼뜩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그는 감독실을 떠나기 전의 메시를 붙잡았다.
“이보게나.”
“네.”
“어째서 쉬려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그래. 다음 뮌헨 원정을 생각하면 자네는 쉬는 게 옳아. 자네뿐만 아니라, 어제 뛴 선수 전체에게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일세. 하지만 그건…….”
루이스 엔리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그건 평소의 행동과 너무 다르지 않느냐고.
하지만, 메시의 팀 내 위상은 오래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뛴 선배마저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만약 바르셀로나의 감독이 메시와 불화를 일으킨다면,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과 미디어 그리고 보드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메시의 편에 서려고 할 것이다.
설령 펩 과르디올라가 다시 바르셀로나의 감독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저답지 않다고요?”
“미안하네만, 그래. 그런 것 같군.”
“하하. 네, 저도 알아요. 제가 조금 이기적이었죠?”
멋쩍어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메시에게, 엔리케는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현재 그는 오직, 지금의 일을 메시가 에이전시에게 전달하고 그 말이 다시 보드진이나 미디어에게로 향하는 상황만을 상상 중이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전을 계기로 생겨난 불화설과 여전히 말끔하게 봉합되지 않은 분위기. 또 거기에 바르셀로나의 보드진은 메시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압박까지 해 왔다.
그러니 지금의 이런 반응은 결코 과민한 게 아니다.
엔리케는 그저, 명예를 지키고 싶을 뿐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메시가 다시 엔리케를 돌아본다.
“죄송해요, 루이스. 이건 조금 개인적인 거라서요.”
“뭐라고?”
“하지만 장담할게요. 제가 한 약속은 지킬 겁니다. 모레 전반이 끝나기 전에 세 골 이상을 만들고, 클럽에 세 번째 빅이어를 가져오겠어요. 그러면 가도 되죠?”
“그, 그래. 그, 그러게나.”
결코 호언장담을 하지 않는 남자가, 시즌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무언가를 약속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다.
피치에서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래서 엔리케는, 의문을 거두고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한다.
만약 메시의 말대로 모레 전반전 만에 3:0이 된다면?
‘뮌헨에서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 있을 거야.’
현시대의 사람들은 메시를 펠레, 마라도나와 동급에 두거나 혹은 그 위에 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기에 어떻게든 논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비교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물론 그는 최고의 윙어 중 하나지만, 절대 메시보다 우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루이스 엔리케는 언제나, 리오넬 메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상업적인 구도를 위해 형성된 라이벌리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이다.
만약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대립 구도 역시 없었을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했을 것이다.
‘리오가 세계 최고라고 말이야.’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끼는 루이스 엔리케다.
***
[4강전 첫 번째 경기의 통계로 살펴본 리오넬 메시 VS 김다온. ? ESPN(미국)/2015.05.07.(오후)]? 총 매치업 횟수 : 23회
? 1:1 대결 횟수 : 14회
? 돌파를 허용한 횟수 : 10회
? 슈팅 혹은 크로스로 연결된 횟수 : 6회
? 지연(돌파 허용 후 동료의 도움이 올 때까지 막는 것) 성공 횟수 : 4회
? 태클 차단 : 3회
? 수비성공(지연+태클차단) : 7회
? 수비성공률 : 50%
? 순수 수비성공률 : 28.6%(4/14)
[‘ESPN’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김다온은 2014/15 시즌 리오넬 메시를 가장 힘겹게 한 수비수였다. 2위의 기록은 다온보다 한참 뒤처진 44.4%(8/18)의 니콜라스 오타멘디다. – Goal.com(INT)/2015.05.07.(저녁)] [제목 : 김다온은 정말 좋은 수비를 했나? – BBC(U.K)] [결론 : 그렇다. – BBC(U.K)/2015.05.07.(저녁)]***
2015년 5월 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제1 연습구장.
하루 뒤 아우쿠스부르크를 홈으로 불러들일 바이에른 뮌헨 역시, 내일 경기의 선발 명단을 고민 중이었다.
원정이 아닌 75,000석이 가득 찰 홈경기였기에, 펩 과르디올라로서도 무턱대고 젊은 선수를 대거 기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겐 선택이 필요했다.
“다온, 마누엘. 이 둘은 꼭 쉬어야 해.”
“그래. 내 생각도 그래.”
“그리고 최소한 서너 명의 선수를 더 남겨 두고 싶어. 어차피 단테는 바르셀로나전에서는 뛸 수 없을 거야. 그를 내보내고, 하피냐를 오른쪽에다가 두지.”
부에나벤투라와 클렌카르트를 비롯한 코치들이 훈련을 이끄는 가운데, 펩은 그 모습을 예의 주시하며 도메네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에게 도메네크 토렌트는 축구적인 측면에 있어 마넬 에스티아르테와도 같았다.
축구에 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음과 동시에, 언제 어떤 때든 자신을 100% 온전히 지지해 주는 사람 말이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주변의 어떠한 누구보다 더 중요한 존재였다.
“미드필드는 어찌할 건가?”
“그게 바로 가장 큰 고민일세.”
“다음 바르셀로나 경기는?”
“휴우- 0:0이나 1:1로 비겨도 올라가지만, 그게 오히려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어.”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거로군.”
“일단, 지금은. 4-3-3과 4-1-4-1에서 고민 중이야.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땐, 미드필드에서 반드시 우위를 점해야 하니까. 차비나 라키치티,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적은 숫자로는 막을 수는 없어. 같은 숫자라면 가능하겠지.”
도메네크 토렌트와의 대화 속에, 펩 과르디올라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또 누구에게도 생각을 교류하지 않고 만들어 낸 조각들을, 펩은 늘 도메네크와의 대화를 통해 맞춰 가곤 했다.
그래서 이런 과정이 있기 전까진, 과르디올라 본인도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지를 알지 못했다.
“그럼, 베르나르두도 쉬어야 할 것 같군. 레비도 쉬게 하고 싶지만, 본인이 뛰겠다고 했으니 투입해야겠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화.
그러던 중, 두 사람의 시선이 가장 큰 웃음소리가 나온 방향으로 향한다.
“……놀라운 녀석이야.”
“후후. 늘 그랬었지.”
“리오를 그렇게까지 괴롭힐 줄이야.”
“아마도 유일할 거야.”
리오넬 메시와 상대하고 나서야, 드디어 김다온의 수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통계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미국의 ‘ESPN’과 ‘bleacherreport’는 구체적인 숫자를 들고나왔으며, 그것을 인용한 다른 미디어들 역시 김다온의 수비를 말하는 일에 동참했다.
“저 녀석은 줄곧 저평가됐었어.”
“그래. 수비는 쉽게 눈에 띄는 분야가 아니니까.”
“하-! 정말 웃긴 말이지 않나? 마치, 수비는 축구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고 있어.”
사실 현재 김다온의 수비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이유도, 그가 성공시킨 버저비터 프리킥 때문이었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미디어는 언제나처럼 메시를 찬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무언가를 왜곡하거나 거짓을 말할 땐 100가지의 것들 중 1개의 사실만 있으면 되기에, 단순 그날 경기의 결과를 말하는 것만으로 타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은 김다온이 후반전 내내 메시를 수비한 것을 까맣게 모르고, 오직 메시에 의해서 완성된 경기라고만 생각을 했을 게 틀림없었다.
“왜 우리가 수비수를 하기 싫어했겠나?”
“하하하. 그렇지.”
어린 시절을 떠올린 두 사람이 쓰게 웃는다.
“수비수가 되고 싶어 하는 꼬맹이는 없는 법이지.”
“그리고 풀백은 항상, 윙어가 되지 못한 녀석들이었어.”
“결국 우리가 만든 문화로군.”
“그렇지. 혹시 거기에 책임감을 느끼나?”
“아니. 애석하게도, 그렇지는 않네. 다만.”
“다만?”
“앞으로 조금 도움이 되어 줄 수는 있겠지.”
도메네크의 어깨를 두드린 펩 과르디올라가 앞으로 걸어 나가고,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여한 그는 언제나처럼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또 왜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커다란 동작과 함께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전부, 불과 10분 전에 완성된 전술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하여간, 놀라운 남자야.’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을 사흘 앞둔 지금, 바이에른 뮌헨의 고민은 내일 있을 경기를 무사히 치르는 것이었다.
***
[2014/15 분데스리가 전반기 김다온의 압도적인 수비 지표는, 키커의 랑리스테 선정에 의문을 가지게끔 만든다. – ESPN(미국)/2015.05.08.(오후)] [리오 퍼디난드, “이틀 전의 경기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 다온이 MoM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비에서 그는 메시를 훌륭하게 막았고, 공격에서는 뮌헨의 두 골 모두를 직접적으로 견인했다. 내 생각에 그는, 월드컵 때보다 한층 더 발전했다.” – BBC(U.K)/2015.05.08.(저녁)] [도둑맞았던 위상. 다온이 WK를 받았어야 하지 않을까? – 빌트(독일)/2015.05.08.(저녁)]***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뭔, 지랄이래.’
탁-
바르셀로나와의 1차전 경기 영상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 잠깐 이런저런 뉴스 기사를 검색했던 나의 결론이다.
오늘 갑자기 사람들은, 벌써 4개월이 훌쩍 지난 작년 12월 마지막 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하고픈 말은, 그래 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굳이 아픈 부위를 긁어 대지 말라는 거다. 지금도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울분을 삼키곤 한다.
발롱도르야 어차피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다 쳐도, 랑리스테 뷔케는 탐이 나는 자리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동기 부여는 충분히 됐었다.
“후우~”
나는 내일 경기에 뛰지 않는다. 경기에 출전하는 이들과는 다른 스케줄로 별도의 훈련을 소화한 뒤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TV로 경기를 시청할 생각이다.
명단에서 아예 제외가 된다는 통보를 들은 것은 오늘 오후였고, 난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
잠깐 소파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랩톱의 화면을 열어 바탕화면에 띄워 두었던 영상 중에 하나를 클릭했다.
이건 내가 1년도 더 전에 받아 놨지만, 월드컵 이후 손조차 대지 않았던 폴더에 담겨 있던 파일이다.
딸깍딸각-
노트북 키패드 아래의 버튼을 빠르게 더블클릭하자, 멈춰졌던 화면이 까맣게 바뀌더니 새로운 영상을 흘려보냈다.
이는 2011/12 시즌 메시의 플레이를 담은 것으로, 장면 하나하나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축구 거 참 X같이 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수비의 입장에서 메시를 방어하기 가장 까다로운 이유는, 그의 낮은 무게 중심과 일정한 리듬이 없는 드리블 스타일이다.
무게 중심이 낮다는 말은 무언가 다음 동작을 택했을 때 사전 동작이 간결하고 다음으로 이어 가기 쉽다는 뜻이고, 수비하는 쪽은 대응 속도가 그만큼 빨라야 한다.
그렇다고 무게 중심을 잔뜩 낮춘다거나 미리 다음을 예측하고 거리를 벌린다면, 더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저것처럼.’
지금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비수 하나가 잔뜩 허리를 숙여 수비를 하다, 좌우로 크게 흔드는 드리블을 버티지 못하고 볼품없이 뒤로 나뒹굴었다.
저런 장면은 메시의 경기에서는 굉장히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접근 방식이 나빴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저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다는 것 역시도 안다.
‘그래서 미치는 거야.’
탁-!
스페이스바를 눌러 화면을 멈춘 뒤, 나는 키보드의 F 버튼을 눌러 프레임별로 화면을 움직였다.
탁, 탁, 탁, 탁.
“…….”
아마 뮌헨에 합류한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필리프라든가 제롬과 같은 뛰어난 수비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수준 높은 윙어들과 상대를 하면서 메시의 플레이 중 몰랐던 부분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탁, 탁, 탁, 탁.
0.1초 단위로 세팅한 프레임이 20번 정도 넘어가는 동안, 메시는 페널티박스 주변 지역에서 단 한 번도 시선을 수비수의 허리 위로 들어 올리지 않았다.
오직 그의 시선은 볼과 수비수의 다리 사이에 놓여 있었고, 상대가 참지 못하고 반응을 해 발을 뻗은 순간.
탁-!
절묘한 ‘라 크로케타’ 동작으로 수비수를 빠져나갔다.
‘저거지.’
흰색 선이 들어온 뒤에야 메시는 비로소 슬쩍 고개를 잠깐 들었고,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한 후 파포스트로 굴러가는 정확한 슈팅을 날렸다.
결과는 당연히 골이었고, 환호하는 메시가 화면에 잡히는 가운데 나는 스페이스바 버튼을 다시 눌렀다.
탁-
‘나라면…….’
메시가 시선을 아래쪽에 둔 궁극적인 이유는 수비수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여기에 압도적인 반사 신경이 뒷받침되어, 그가 상상하는 플레이들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이론을 안다고 해서 되는 플레이가 아닌 이유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제2의 메시가 되기 위해 그의 플레이를 모방하려고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따라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네이마르가 제2의 메시라고 말하지만, 내가 볼 때 둘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오히려 그는 산투스의 전설적인 윙어 중 하나로 남아 있는 도르바우(Dorval)와 흡사하다.
굳이 메시나 호날두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해도, 나는 그가 호날두에 더 가깝다고 본다.
‘후우- 2차전은 더 힘들 거야. 그렇겠지?’
비록 우리의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경기이지만, 나는 2차전을 더 힘겹게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를 수도 없이 좌절시켰던 것처럼 하려고 들 거다.
그렇지만.
‘덤벼 봐.’
나는 자신이 있다.
탁-!
다시 영상을 틀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며, 난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리오넬 메시라는 살아 있는 유령을 쫓았다.
***
[김다온의 시장가치 변경 : 8,000만 유로(수비수 1위/전체 3위) -> 8.800만 유로(수비수 1위/전체 3위) ? transfermarkt/2015.05.08.(밤)]***
작가의 말 ? 주말에 맞은 주사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왼쪽 손목이 평소 두 배 이상으로 붓고 중지가 움직이지 않아 부득이 금일도 한 편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