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07)
〈 107화 〉 107 그놈 가지고는 안 될 텐데
* * *
1.
해응응의 대답은 당혹스러웠지만 한채린은 나름 머리를 굴려서 접근했다.
“스트리머로 1위가 되고 싶다면 인기가 높을수록 유리하겠죠? 브이튜브 방송이 마이너라면 지상파 방송은 메이저에요.”
“!”
“묵언검객이 로얄클럽 자체제작 방송에 나갈 정도로 유명한 스트리머라고 대중에 각인시키면 인기가 수직상승하지 않겠어요?”
구구절절 옳은 말만 골라서 하는 한채린.
“게다가 겸업금지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패널출연도 하고 게임방송도 하고 같이 해도 된다는 거죠. 시너지효과도 좋을 걸요?”
해응응은 그녀의 설득에 납득했다.
천마도 자기는 검만 쓴다면서 툭하면 채찍질도 하지 않았던가.
고수가 하나의 무기에 구애받지 않듯이 마도천하를 이루고자 한다면 방송의 종류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보여야 할지도 모른다.
[할게요. 그 계약.]두 여자가 서로의 손을 마주잡았다.
2.
대한민국 상위 10개의 길드라 불리는
십대길드 중 하나인
태백길드 길드장 강태백.
제 손바닥보다 작은 보고서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들어 올린 모습은 흡사 고릴라가 낯선 물건을 들고 호기심을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명호길드가 무너지고 기업도 해체됐다고?”
“보고 드린 대로입니다. 저희도 몇몇 사업체의 인수경쟁에 뛰어들어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아, 자잘한 건 됐어.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누가 여길 무너뜨렸는지 그거나 말해봐.”
“그것도 이미 어제자 보고서로 전해드렸듯이 신생길드 해남파의 길드장 해응응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응응? 별난 이름인데. 뭐하는 인간이냐?”
“그. 것. 도. 보고서에 올려드렸다시피 취미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입니다.”
강태백.
십대길드 중 하나인 태백길드를 설립한 극강의 고수이자 인간보다는 고릴라에 더 가까운, 숨 막히는 근육량의 소유자.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한 건 아닌지 의심되는 이 남자는 도통 보고서를 읽는 법이 없었다.
덕분에 비서실장 유수정의 업무 스트레스는 하늘 높이 솟구치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스트리퍼?”
“스트리퍼는 옷을 벗고 춤을 추는 사람이고 스트리머는 개인방송을 하는 방송인입니다.”
“그게 다른가? 스트리머라는 것도 백만 원 쏘니까 옷 벗고 춤 추 던데.”
이 인간은 평소에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유수정은 인간미가 뚝 떨어지는 대답에 혐오로 물들려는 시선을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가며 꾹 참았다.
“해응응은 묵언검객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반요곡이라는 게임에서 3주에 한 번 꼴로 리얼모드로 게임을 해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리얼모드? 그거 야스할 때 키는 거 아니냐? 몸매 좋은 애들 많더라.”
“…….”
때리고 싶다.
이 망할 성희롱 고릴라 상사, 한 번만 시원하게 죽빵 날리고 때려 치고 싶다.
유수정은 안경대를 치켜 올리며 역광 속에 싸늘해지는 눈빛을 숨겼다.
“영상 하나 띄워봐. 제일 잘 나온 걸로.”
저 인간이 말하는 제일 잘 나온 걸로의 의미가 가장 헐벗은 차림새를 말한다는 건 오랜 경험을 토대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유수정은 오늘도 못 알아들은 척 제일 잘 싸우는 영상을 틀어주었다.
[인계최강의 인간 VS 요계최강의 요괴]요계최강의 요계가 일생동안 쌓아온 요력.
그 막대한 에너지가
걸음 한 번
손짓 한 번
충돌 한 번에 걸쳐
초당 3연속으로 터지며 흙먼지를 퍼뜨린다.
까가강!
그런 거대한 괴력의 요괴를 상대로
툭 치면 퍽 날아갈 것처럼 여리여리하게 생긴
목 뒤로 넘어간 삿갓에 무사복 차림의 여자.
검 한 자루를 쥔 채
요력의 파도를 거듭 가르며
빛을 뿜는 주먹을 받아치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압력을 걷어내며
온갖 패턴의 강공을 극복하는 엄청난 실력자.
“오호. 이것 봐라?”
강태백의 눈에 호기심이 일었다.
눈으로만 봐도 알 것 같다.
저 요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설픈 각성자 따위는
단숨에 피떡으로 만들고도 남을
인간을 초월한 괴력이 매 순간 빗발친다.
[이 한 수에 승부를 걸겠다. 인간이여. 120년 요력의 모든 정수를 담아낸 한 수, 받아보겠는가?]그런 괴물이 작정하고 전력을 다한다.
보통이라면 피하는 것이 정상이다.
각성자라도 보스몬스터의 강공을 몸으로 받아낼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런 게 영리한 거라느니,
자존심 싸움에서 이기는 것과 토벌에서 이기는 건 별개라느니.
시시한 소리를 하는 각성자들은 A급 사이에서도 널리고 널렸다.
[좋다!! 인계최강이여. 요계최강의 최후의 일격을 받아보아라!!!]적색, 주황색, 황색.
주먹을 중심으로 휘어 감기는
인력의 고리의 색체가 변화할 정도로
힘의 응축
힘의 밀도가
극도로 고조되는 순간.
꽈아악!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쥔 강태백.
그가 아차 하는 얼굴로 손을 폈다.
“또 부쉈나?”
“그러실 것 같아서 바로 회수했습니다.”
유수정이 잠시 뺏었던 스크린폰을 돌려주었다.
작은 스크린폰의 화면 너머에
그가 고대하던 싸움이 다시금 펼쳐졌다.
한 수의 결착.
한 수의 격돌.
힘의 총량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던 해응응이
그 격차를 극복하고자 보였던
기술, 속성, 정밀함.
그 모든 정수가 실린 일검이
서걱
맹렬히 회전하는 구체에서 분출되는 충격파를
서로 역방향으로 회전하며 일어나는 반발력을
쿠구궁…….
천려일실의 틈을 놓치지 않고
하늘 저 멀리 쳐내버린
전투의 끝을.
단숨에 끝까지 보고야 말았다.
“이거 걸물이네.”
“싸우고 싶다고 남의 집에 쳐들어가서 자는 사람한테 선공을 날리시면 안 됩니다.”
“알아.”
“싸우기 싫다고 도망치는 사람을 산속으로 납치하고 싸우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하셔도 안 됩니다.”
“안다고.”
“정정당당하게 도전장을 받으라며 언론에 나와서 시비를 걸어도 안 됩니다.”
“안다니깐.”
“…정말로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다릅니다. 10년 전처럼 그러고 다니시면 뒷수습이 많이 힘들어집니다.”
유수정의 우려어린 말에도 강태백은 장난기어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저 해응응이가 있는 해남파랑 게이트 위탁경쟁을 하겠다 이거냐?”
“예. 현재 공략대 예비 2조의 일정이 비어있는 관계로 현지 사업체와 엮어서 진출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거기 조장이 뭐하는 놈이었지?”
“쾌검의 달인으로 이름을 알린 신도철입니다. 전에 직접 보시고는 그나마 봐줄만한 녀석이라고 말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아. 생각났다.”
확실히 그런 말은 했었지.
하기는 했는데.
“그놈 가지고는 안 될 텐데?”
“당사자가 강력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름을 알리는 묵언검객을 어떻게든 자신이 꺾고 싶다는 모양입니다.”
“지원해.”
직접 건드릴 수 없다면
밑의 놈으로 시험을 해보면 되지 않겠나.
“A급 세트에 귀검까지 들려줘. 그러면 얼추 수준이 맞겠지. 안 그래?”
“그러고도 지면 어떡하시겠습니까?”
“이 태백길드의 이름을 달고 패배한 녀석을 어떻게 할지 꼭 물어봐야 아나?”
“죄송합니다. 언제나처럼 처리하겠습니다.”
고개 숙인 유수정이 집무실을 나가자
강태백이 보고서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종이비행기들의 무덤이 된 애완용 염소우리.
우물우물 비행기를 씹어 먹는
애완염소의 입안으로 글자들이 빨려들어갔다.
[기준미달판정] [폐기처분완료]태백길드에 함량미달의 폐기물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해응응이라. 이명호나 신성곽보다는 쓸 만한 장난감이면 좋겠는데 말이지.”
강태백의 눈가에 잔인한 기대감이 떠올랐다.
3.
명호동과 인접한 또 다른 십대길드 중 하나인
아산길드의 길드장 윤아산.
그녀는 흔치 않은 A급 각성자이자 엔터기획사 대표이기도 했다.
“로얄클럽 대표 한채린이 해남파 길드장에게 접근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한채린 그 여자도 참 끈질겨. 창원길드랑 손을 잡았다기에 기껏 함정을 팠건만 이 타이밍에 위약금을 내고 갈아타다니.”
연예기획사 업계 2위의 아산엔터.
연예기획사 업계 3위의 로얄클럽.
세간에서는 아산엔터가 로얄클럽과 영업이익은 엇비슷해도 우위는 놓치지 않는 명실상부한 2위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윤아산과 한채린의 경영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접대가 들어간 흔적은?”
“일절 없습니다.”
“쯧. 재수 없는 년. 이번에도 저 혼자 잘난 척 고고하게 굴겠다 이거지?”
술상무 노릇은 기본이요, 소속 연예인이나 연습생들을 접대자리에 동원하는 윤아산의 아산엔터와 달리.
한채린의 로얄클럽은 오너의 자본력에 힘입어 남들 눈치는 절대로 안 본다.
소속 연예인을 팔지도 않고
술 접대를 들지도 않고
실력으로만 승부를 보는 실력파 기획사.
그런데도 영업이익에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윤아산의 안목보다 한채린의 안목이 훨씬 뛰어남을 의미했다.
그래서 더욱 가만둘 수 없다.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손을 더럽히는 쪽이 정상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없으면.
그녀가 저질러온 더러운 짓들은
성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짓도
모두가 그렇게 하는 상식도 아닌
그저 더러운 짓에 불과할 테니까.
“창원동 게이트를 버리고 명호동의 해남파에 눈길을 주었다면 명호동 게이트를 위탁받을 작정이겠지. 그년에게 자유롭게 날아오를 기회를 허락해선 안 돼.”
윤아산이 명령했다.
“명호길드에서 떨어져나간 회사 인수하고 스타 3실 각성자들 붙여. 입찰경쟁, 게이트공략, 어느 것 하나도 뒤처지지 마.”
“알겠습니다.”
“방송인기도 허용해서는 안 돼. 동시간 대 프로그램 편성해서 무조건 시청률을 찍어 누르고.”
밟고 또 밟아도 어디서 자꾸 별난 것들을 주워 오는 한채린.
그녀가 주목한 사람이 스타가 되는 건 이제 업계에서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묵언검객. 그 여자의 포섭도 시도해.”
“실패하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뺏을 수 없다면 부숴버려야지. 어차피 얼굴이나 좀 반반한 젊은 애들이니 망가뜨리는 건 어렵지도 않을 거 아냐?”
“실력이 제법 뛰어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럼 남자를 붙여.”
미녀 연예인의 인기를 무너뜨리기 가장 쉽고 확실한 수단을 윤아산은 알고 있다.
“미남계로 꼬셔서 열애설 터뜨려.”
“비주얼 좋은 애들로 준비해두겠습니다.”
윤아산은 확신했다.
포섭에 실패해도 미남계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우리 쪽 선수들은 내가 봐도 생긴 거 하나는 기가 막히지. 어디 산에서 십년쯤 검만 휘두른 독종이 아니고서야 100% 무조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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