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9)
〈 139화 〉 139 금제를 벗어나는 방법
* * *
1.
해응응의 진가가 세상에 알려질수록 그녀의 곁에 머무르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돼요.’
자금 관리 및 사업을 도맡은 전담부서와 외정업무를 전담하는 전담부서.
수련과 업무를 병행하는 수련제자들과 막대한 수련비를 낸 VIP수련제자들.
수련동 안팎에서 점점 조직의 체계를 갖춰나가는 사이, 주아영은 위기감을 느꼈다.
‘언니의 시간을 잔뜩 뺏고도 내공 하나 얻지 못해서야 길드에 남아있을 자리도, 얼굴을 들고 다닐 자신도 없어요.’
종말점에 진입한 해응응.
그녀의 유한한 시간을 헛되이 한다면 해응응 본인이 그녀를 괜찮다고 달래더라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런 독심으로 불철주야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내공을 단전에 안착시켰다.
‘이 작고 뜨거운 기운이 내공…….’
언니의 인외지력을 자신도 지니게 되었다고 기뻐하기도 잠시.
[무술을 배우는 건 그만두세요.]“언니…?”
[금제에서 벗어나려면 무림인의 내공이 아닌 각성자의 탁기를 운용해야 해요.]해응응의 곁에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
그녀의 무공을 이을 후계자의 자격.
무공을 전수받는다는 자리를 박탈당했다.
“전 괜찮아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을 뿐이에요. 이런 거 혼자서도 참을 수 있어요!”
[내공이 쌓일수록 전해지는 감각은 더욱 증폭될 거예요. 아끼는 동생을 그런 괴로움에 빠지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언니의 무공을 배울 수 없다면! 저한테는 그게 더 괴로운 일이라고요. 정말 모르시겠어요?”
손을 붙잡고 간청하는 주아영.
해응응은 그녀가 무언가를 오해하는 것 같아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손을 놓치면 그대로 끝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아영은 놓아주질 않았다.
착하고 열정이 있는 아이인 건 알지만 해응응의 눈초리가 올라가도 자업자득이었다.
“언니… 제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네?”
버리긴 누가 버린다는 건가.
해응응의 이마가 주아영의 머리에 꽝 부딪혔다.
“악! 우으으, 아파아…….”
다 네가 자처한 짓이라며 흘겨보던 해응응도 이내 손으로 주아영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다.
[무술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아영이는 제 소중한 동생이에요. 아닌가요?]“언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감각증폭이 강해지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강하게 시달릴 거예요. 정신력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어요.]인사불성에 가깝게 무너지는 정신을.
바람이 피부의 솜털만 건드려도 떨리는 육체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건 오만이었다.
겪어보지 못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마약중독자들도 처음에는 말한다.
중독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까짓것 한 번 가볍게 하면 그만 아니냐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도 이상의 쾌감은, 뇌에 직접 때려 박히는 쾌감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래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저를 위해서라도 무공을 내려놓고 탁기레벨을 올려주세요.]“사람들이 절 언니의 수제자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때는 어떡해요?”
[제가 가르칠 제자는 제 의지로 정해요. 어느 누구도 거기에 간섭할 수 없어요.]“돈이 아주 많은 수련제자가 그러면요?”
[수강비를 전부 환불하고 쫓아낼 거예요.]“강한 각성자가 불만을 품으면요?”
[제가 때려서 쫓아낼 거예요.]“소경석 아저씨가 못마땅해 하면요?”
[그건 좀.]소경석이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빠르게 어두워지는 주아영의 얼굴.
[농담이에요. 그땐 경석씨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죠. 주 160시간 노동에서 살아남아보라고 일을 마구 늘려버릴 거예요.]“풋. 그러다 경석아저씨 죽어요.”
[그럼 경석씨가 죽지 않게 자존감부터 늘려야겠네요. 따라와요. 오늘은 같이 던전을 돌 테니.]해응응이 내민 손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깜빡거리던 주아영.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손을 마주잡았다.
2.
[탁기레벨이 경지레벨보다 높습니다.] [무림비망록 상태창이 비활성화됩니다.] [각성자 상태창이 활성화됩니다.]작정하고 사냥을 돕는 해응응 덕분에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는 순식간에 모였다.
“기를 사용했는데도 기분이 이상하지가 않아요. 완전 멀쩡해요!”
[금제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그래요.]어디까지나 상태창이 두 개인 현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성공적인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자 몇 가지 사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탁기를 사용해도 심법을 돌리거나 무공을 사용할 수 있어요!”
[단전에 모은 기존내공은 어떻게 됐나요?]“순도가 많이 낮아지기는 했어요. 그래도 혈도나 근맥에 손상이 가지 않게 살살 쓰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탁기레벨을 올린다고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경지레벨만 올리지 않으면 될 뿐.
무공수위가 올라가지 못하고 본 실력이 정체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간 해왔던 수련이 헛되이 날아가지는 않았다.
게다가 탁기레벨만 더 높여둔다면.
그보다 낮은 레벨 선에서는 경지레벨을 높여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무공수련도 지금까지처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처치 곤란한 탁기가 잔뜩 쌓여서 훗날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요.’
주아영이 다시 일상에 돌아와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게 어딘가.
해응응은 이 정도 선에서 만족했다.
후웅
문파로 돌아온 해응응.
그녀의 앞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닥쳤다.
“우지우 간부에게 들었소. 수제자가 내공을 각성한 뒤로 곤란한 일을 겪었다지?”
한줄기 바람과 함께 사뿐히 나타난 백소천.
[급한 대로 수습은 했어요.]“동향출신인데 조금 의지해보는 건 어떻소. 이참에 진 빚이나 갚아볼까 하는데.”
수강비 따위로는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졌음을 알고 있는 백소천.
그는 기꺼이 도울 작정이었다.
해응응도 무공 앞에 진지한 그의 태도를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내공을 얻으면서 자동발현 된 금제에 제가 지닌 금제가 영향을 끼쳤어요.]“어떤 금제의 영향을 받았소?”
[문신형 금제에요. 문신의 유지 및 효과발동에 속성내공이 사용되는데, 그 속성내공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탈이 났어요.]백소천은 해응응의 근심걱정을 이해했다.
“초심자가 감당하기에 속성내공은 지나치게 위험하긴 하지. 열양지기에 화상을 입거나 빙음지기에 동상을 입는 것처럼.”
그렇기에 특수한 속성내공을 다루는 문파에서는 제자들에게 함부로 무공을 가르치거나 내공을 전수하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주어지는 속성내공은 적보다 먼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그럼 속성내공을 봉인해야겠군. 마침 단서도 이미 주어졌으니 생각보다 일이 쉽게 되었소.”
“문신에서 비롯된 힘이라면 문신으로 봉해야 이치에 맞을 터. 제자의 몸에 속성내공을 봉인할 문신을 새기면 그만 아니겠소.”
해응응이 멈칫했다.
[꼭 문신이어야만 하나요?]“다른 방법을 취하면 성공확률은 크게 낮아지오. 속성내공도 봉인에 실패하면 크게 날뛸 터인데 그리되면 제자의 안전도 장담키 어렵겠지.”
[문신의 모양이 같지는 않아도 되겠죠?]“물론 같은 문신이어야 봉인의식이 성공할 확률이 오를 것이오. 성공적인 의식을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확률을 올려야겠지.”
[문신을 새기는 부위도 같아야하고요?]“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였다.
방법을 찾은 거야 다행이다만 하필이면 문신을 새겨야 한다니.
그것도 그녀와 같은 모양으로.
‘하복부에 자궁문신을 새기라는 말이잖아요.’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몸을 파는 창부가 아니고서야 말도 안 되는 문신이다.
강호에 기행이 많다고 한들 제자의 하복부에 자궁문신을 새기는 스승이 있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해응응 본인도 제가 고른 금제를 제 몸으로 치르게 될 줄 몰랐으니 겪은 일이지, 알고 있었다면 이딴 문신을 새기진 않았을 거다.
“문신은 어디에 새겼소? 의식을 진행하기 전에 눈으로 봐두면 좋을 텐데.”
[거기까지는 됐어요. 의식은 제가 직접 치르도록 하죠.]“하긴. 문신에 봉인한 속성내공이 해남파의 장문인에게 전해지는 비전무공과 관련 있다면 함부로 보아서는 곤란하겠지.”
백소천은 해응응이 곤란해 하는 기색을 읽자마자 깔끔하게 물러섰다.
빚을 갚고자 했지,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려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접 의식을 진행하려면 문신 아래에 깃든 혈맥의 구조를 모방해야 좋을 것이오.”
[기억해둘게요.]“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거든 말만 하시오.”
3.
그날 밤.
해응응은 주아영의 원룸을 다시 찾아갔다.
[놀라지 말고 들어주세요.]“와! 비밀얘기! 저 이런 거 좋아요.”
“대박!”
[대신 내공을 봉인하려면 문신을 새겨야해요.]주아영이 눈을 빛냈다.
“막 팔뚝이랑 등에 새기는 바바리안의 문신 같은 건가요?”
[달라요. 그런 멋있는 문신이 아니라 많이 부끄러운 문신이에요.]“왜요?”
[이유는 묻지 말아요. 아무튼 곤란한 문신이에요.]“으으음. 부끄러운 문신은 조금… 어떻게 생긴 건지는 알 수 있나요?”
해응응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역시 보여주는 편이 제일 빠르겠지.
자발적으로 남에게 문신을 보여주다니.
무림에서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다.
엄청나게 부끄러운 첫경험이지만.
자신의 금제에서 비롯된 결과이니 책임을 지는 일환으로 마땅히 감수해야 할 터.
[제가 지닌 것과 같은 문신이 새겨질 거예요.]“괜찮아요! 언니가 한 문신이라면 뭐든 저도 새길 수 있어요!”
수줍음을 무릅쓰고 피풍의를 벗고는 허리띠의 매듭을 풀었다.
헐거워진 옷을 양손으로 붙잡고 주춤거리자, 옷을 푸는 그녀의 모습에 주아영이 더 당황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물리기엔 이미 늦었어요.’
각오를 다지고 상의를 들어 올리는 그녀.
주아영은 옷자락 밑으로 눈부신 하얀빛이 쏟아지는 줄로만 알았다.
눈으로만 봐도 탄력이 느껴지는 은밀한 부위의 살결. 오일 미스트라도 뿌린 것처럼 반들거리는 유광피부.
당장이라도 만지고 싶어 절로 손을 움찔거리게 하는 마성의 광택.
매끈한 복부에 세로로 새겨진 일자배꼽도 시선을 끌었지만 이 모든 것들을 제치고 가장 눈을 끄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와…….”
하복부에 새겨진 굉장한 문신. 어떤 문신도 괜찮다던 주아영조차도 멍한 얼굴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자궁문신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