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6)
〈 36화 〉 36 마인드리딩
* * *
1.
상대를 두 눈으로 포착하기만 해도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유민성.
그는 이 특수한 능력에 힘입어
몬스터의 공격 의도나 함정 등을 손쉽게 간파해
각성자 레벨을 C급 중위권까지 올렸다.
위험한 사냥개에게 이 이상 레벨을 올리게 만들 수는 없지.
놈의 눈은 우리를 위한 눈이 되어야 한다.
이 이상 유민성의 레벨이 올라간다면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되고, 아쉽게도 협회는 쓸 만한 눈을 잃겠지.
딱 한 번.
간부회의에 초대받았던 유민성.
간부들은 웃는 낯으로
그에게 덕담을 건넸지만
물밑에서 오가는 생각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면 알아들었지? 처신 잘하라고.
그 따위가 생각을 읽는다고
두려워 할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며
무언의 경고를 가한 협회 간부들.
그날부로 유민성은 게이트에 드나드는 걸
그만두었다.
그들의 경고대로
레벨이 올라
고위 각성자들도 일부 속해있는
간부진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레벨이 올라버렸다가
알아서는 안 될 정보를 알거나
그가 알게 되었다는 의심을 산다면
그날이 곧 제삿날이 될 테니까.
‘돈은 이 정도로 충분해.’
이 이상 강해져봤자
간부들의 경계심만 사고
더 위험한 임무나 수행할 뿐.
그런 건 유민성 본인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는 안주했다.
협외의 간부들이 원하는 선에서
지정하는 인물들의 생각을 읽고
그들이 감춘 목적, 비밀, 진실을 보고했다.
단지 그런 생활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어느덧 그의 집은
허름한 반지하 대신 60평 고급아파트가 되었고
한강벤치에 앉아 한숨을 쉬는 대신
한강뷰를 내려다보는 삶을 누리게 되었다.
무풍지대.
만전지계.
세상풍파가 닿지 않는 평온한 삶에
실패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일만 계속한다.
늙어 죽는 그 날까지
이런 일상이 달라지는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25m에서도 안 보인다고?’
평화로웠던 일상에 문제가 발생하는 건
한 순간이다.
“여기는 C1. 25m 거리에서도 목표의 마인드리딩에 성공하지 못했다. 임무중지를 요청한다.”
C0에서 알린다. 임무중지는 불가능. 마인드리딩이 성공할 때까지 계속 거리를 좁혀라.
추정등급 B급
그의 능력으로 생각을 읽으려면
시야 밖에서의 관찰은 통하지 않는 상대임을
상부에서도 이미 알면서도
투입을 강요한다.
‘이 여자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미모는 확실히 대단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사람은
현실과 가상을 모두 통틀어서
단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었으니까.
문제는 이 여자가
그 아름다움 못지않게 비밀이 많은 여자라는 것.
레벨이 높은 상대일수록
거리가 가까워야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
목표의 레벨이 얼마나 높은지
10m까지 좁혀도 어림도 없었다.
‘절대로 걸리면 안 돼.’
이미 감시팀을 투입했다가
현장에서 살해당할 뻔한 팀원도 있지 않았던가.
경고는 보통 한 번으로 그친다.
두 번은 없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제발 3m에서 성공하길.’
해응응의 조깅코스.
아침마다 그녀가 다니는 길의 맞은편에서
자연스럽게 조깅을 하는 척
3m까지 간격을 좁힌다.
여기서 실패하면 다음은 지근거리.
그 뒤는 신체접촉까지 필요하다.
목숨이 아홉 개라도 무서워서 못할 짓이다.
‘진짜 귀신같네.’
달리는 소리도
숨을 고르는 소리도
옷이 스치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마치 귀신처럼
소리 없이 달리는 목표.
창백해지려는 혈색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며
옆을 지나치는 순간
@#$^%@%#
유민성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표정을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무선이어폰을 통해서
표적이 충분히 멀어졌음이 확인된 뒤에야
그는 덜덜 떨면서 입을 열었다.
표적의 생각은 읽었나?
“중국어였습니다.”
뭐?
“목표는 중국어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군.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도
보통 생각까지 타국의 언어로 하는 사람은 없다.
목표가 중국어로 생각을 했다면
그건 표적의 원래국적이
중국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심상치 않은 실력에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던 그녀는
중국에서 건너온 스파이일 확률이 유력했다.
2.
무공의 구결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전부 중국어로 이루어져있다.
이동하면서 기척을 숨기는 잠행술.
속도를 높임에 따라
잠행난이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잠행술의 구결을 외우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해야 할 일을
내공을 순환시키는 혈도를 외우고 있으면
무공시전이 부쩍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성취가 빠른 것 하나만큼은 좋네요.’
내일은 조금 더 빨리 뛰어볼까요.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해응응은 새벽훈련을 끝냈다.
3.
3m의 간격에서
경계심이 완전히 풀린 상태가 되어서야
겨우 읽어낼 수 있었던 의식.
그러나 그 내용을
유민성이 온전히 이해하고 전달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중국어를 몰랐으니까.
중국어를 이해할 수 없다면 한국어로 생각을 하게 만들면 되겠지.
“방법이 있습니까?”
한국어로 말을 건다. 그러면 대답할 말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어로 생각을 하겠지.
“그런 식으로는 유의미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어려울 게 뭐 있나. 필요한 정보를 떠올리도록 중요한 질문을 던지면 되는 것을.
“저보고 직접 예민한 질문을 던지란 말입니까?”
가치를 증명하게. 자네가 협회에서 받은 혜택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고 싶다면.
어떻게든 강행하라는 사실상의 협박.
화를 참지 못해
테이블을 내리친 주먹이 욱신거렸다.
그 통증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민성은 흥분했다.
‘날 죽일 작정인가?’
간부 중 누군가가
생각을 읽는 그의 능력을 경계했는지도 모른다.
이참에 그를 배제할 작정이 아니고서야
협회에도 도움이 되는 능력을 지닌 그를
이런 무모한 작전에 투입시킬 이유가 없었다.
더욱 분한 건
미치도록 위험한 짓임을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였다.
‘협회의 개라.’
한때는 패배자들의 헛소리로 치부했던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
그것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 그대로임을
지금에서야 이해했다.
그의 목에 걸린 목줄은
지금 와서는 자력으로 뜯어낼 수도 없으니.
유민성은 죽음을 각오하며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우고
해응응에게 접근했다.
4.
상부에서 요구하는 주요정보는 크게 세 가지.
표적의 정확한 각성자등급이 어느 정도인가.
표적이 지닌 능력이 무엇인가.
어떤 목적으로 국내에 잠입했는가.
무엇 하나도 알아내기 쉽지 않은 정보다.
그러나 유민성 또한
험난한 업계에서 7년을 살아남은 베테랑.
협회정복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는
표적을 피해 은밀히 감시하는 대신
오히려 표적을 발견하자마자
정확히 그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해응응.
공안의 밀명을 받고 국내에 침투한 스파이.
등급불명에 각성자 라이센스도 없는
대단히 위험한 언노운Unknown.
그러나 이쪽이 CCTV가 존재하는 곳에서
공적인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녀 또한 함부로 살수를 펼칠 수는 없다.
삐이익!
입에 문 호루라기를 힘껏 불며
해응응을 멈춰 세운 유민성.
“각성자협회의 순찰임무를 맡은 순찰자입니다. 근방에 폭탄을 숨긴 빌런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잠시 불심검문이 있겠습니다.”
3m의 간격.
정면에서 얼굴을 마주보는 거리를
단숨에 접근한 유민성.
그러나 그의 내심은 더욱 초조해졌다.
‘새벽에는 분명 이 거리에서도 읽혔는데!’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새벽의 마인드리딩이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런 생각도 읽히지 않았다.
‘경계심!’
변수는 바로 떠올랐다.
정신력이 강한 각성자들은 경계심을 높이면
생각을 읽는 난이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잠시 각성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스캔이 있겠습니다.”
삑
해응응을 향해 겨눈 스캐너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해응응의 정보를 산출해내었다.
[해응응] [주민등록번호 : 300930 4******] [거주지 : 서울 강북구 명호2동 *******] [범죄기록 : 없음] [각성유무 : 미각성] [스캔결과 : 민간인]“어? 이럴 리가 없는데… 죄송합니다. 한 번만 다시 해보겠습니다.”
3m 거리에서도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각성자가 아니라니.
스캔이 잘못됐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B급 각성자라도 3m 거리에서라면
충분히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지금껏 생각을 읽지 못한 상대는
특수한 정신방어기술을 지닌 정신계 각성자나
A급 이상 각성자였다.
‘어느 쪽이건 위험하잖아.’
전자라면 그녀가 중국공안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보낸 엘리트 스파이이고
후자라면 지금 당장
임무를 중지하고 도망쳐야 할 수준의
엄청난 강자를 건드리는 꼴이다.
그거, 불쾌하니까 하지 말아주실래요?
이런 적도 있었다.
순수한 호기심에 마인드리딩을 시도했던
그를 순식간에 눈치 채고 눈살을 찌푸렸던
A급 각성자의 경고.
정확한 원리나 비결은 몰라도
A급이라면 그가 지금 무엇을 시도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공안이 파견한 스파이가
생각을 읽으려 시도하는 사람을
과연 곱게 무사히 보내줄까?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순순히 보내줄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
그의 목이 날아가기까지는 한 순간이다.
[각성유무 : F급]“어?”
오만가지 상황을 다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던 그였지만
이런 상황만큼은 그도 생각하지 못했다.
[E급] [C급] [D급] [F급] [미각성]정말로 스캐너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각성유무와 등급판정 결과가 계속 바뀌었다.
“죄송합니다. 스캐너가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
불만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표적.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예비용 스캐너를 꺼낸 유민성이었지만.
[B급] [F급] [미각성] [미각성] [E급] [미각성]측정값이 널뛰기를 하기는 마찬가지.
하나라면 몰라도
두 개의 측정기가 동시에 이상을 보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이만 가도 되나요?]“죄송하지만 스캔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라 잠시 가까운 협회지부까지 동행을….”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려던 유민성이 오싹함을 느꼈다.
빤히
그를 올려다보는 표적의 눈.
죽립 너머로도 느껴지는
짜증이 섞인 시선 너머로
아주 잠깐이나마
뚜렷하게 들린 표층의식.
들킨 걸까요?
“!!!”
역시 단순한 고장이 아니다.
이 여자,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스캐너의 등급측정을 교란시킬 수 있다.
표적의 정확한 각성자등급이 어느 정도인가.
그 물음에 정확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표적의 정확한 각성자등급은 불명이나
스캐너의 측정결과를 교란할 수 있는
B급 이상의 각성자임이 틀림없다는
충분히 유의미한 정보를 얻었다.
이제 남은 건 표적의 능력과
국내에 잠입한 목표를 알아내는 것.
‘우연을 가장해도 또 다시 이 여자의 앞에 서는 건 불가능해.’
아무리 생각해도 기회는 지금뿐이다.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몇 가지 물음에 답해주시면 동행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빨리 하세요.]“폭탄을 설치한 빌런이나 중국공안의 지령을 받은 스파이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까?”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유출해내기 위한 떡밥.
[없어요.]그에 대한 답은 간결했지만
실제 머릿속은 어떨까.
유민성은 발을 헛디딘 척 몸을 기울이며
3m의 간격 그 이내로
표적에게 가까워졌다.
‘이대로 신체접촉까지 이루어지면 아무리 경계심을 높이더라도 아주 조금의 생각은 읽어낼 수 있지. 정신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면 더욱 쉽게.’
확실하게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간격까지
억지로 몸을 들이밀어
해응응의 손에 어깨가 붙잡히는 순간.
이 경로로 몸을 양단할까요?
혈도를 짚어 반신불수로 만들 수도 있는데요
내장을 터뜨리는 것도 괜찮겠죠
그래도 안 돼요
CCTV가 있잖아요
문명사회에 적응해야죠.
함부로 간격에 들어온다고 베는 건 저쪽세계의 상식이니까요.
찰나 간에 일어난 해응응의 생각들.
그녀의 손이 어깨에 맞닿은 수초 남짓한 시간.
해응응은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서른 가지도 넘게 떠올렸고
유민성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신이 썰리고 터져나가는
그녀가 떠올린 ‘살인방법’들을
모조리 읽어내고야 말았다.
“허억!”
[괜찮으신가요?]“괘, 괜찮습니다. 앓고 있던 지병 때문에 그만. 실례가 많았습니다.”
공포에 휩싸인 유민성.
해응응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파트 입구로부터
족히 10분을 넘게 도망친 뒤에야
그는 터질 듯이 쿵쿵 거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인 충격에
10분간의 전력질주까지 겹치니
돌연 호흡이 힘들고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C1, 무슨 일인가. 어서 보고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무어라 횡설수설하던 유민성은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운 감각에
피멍이 들도록 가슴을 움켜쥐다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과 함께
지면에 고꾸라졌다.
심장신경성 실신neurocardiogenic syncope.
서른 번도 넘는 자신의 죽음을 읽어낸
심리적 충격과
격한 신체운동이 맞물려 발생한
심인성 실신현상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