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99)
1.
심판을 피해 침입할 수 있는 경로는 예측가능한 정도로 줄어들었다.
동선이 줄기 전에도 옷깃까지 스치던 블랙2호가 어디로 침입할지 예측한 상태에서 침입을 허용할 리가 없었다.
잡힌다.
십중팔구.
스피드마스터의 신속이 무적이 아니게 된다.
“그대로 멈춰서 있을 건가?”
그런 말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순간의 방심이 스피드마스터의 침입을 허용할 수 있으니까.
5점의 감점 따위.
한 번만 유효타를 입혀도 역전할 수 있다.
건곤일척의 승부.
한 번의 침투에 걸린 승패.
올라오는 긴장감 속에서 마침내 그가 움직였다.
세계가 선이 되어 지나치며 형체가 뭉뚱그려지는 신속의 인지공간.
블랙 2호만이 제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로 조금씩 팔을 움직였다.
‘침입로는 셋.’
1번, 실패.
2번, 실패.
3번, 실패.
어느 쪽도 전부 실패하리라는 본능의 경종.
그 경고를 무시하고 스피드마스터의 움직임이 잔상의 궤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인해 진행경로를 ‘예측’하지 않고서는 대응할 수 없는 신속.
정확히 그가 노리는 방향을 향해 뻗어나가던 손.
블랙 2호의 눈이 커다래졌다.
나아갔던 경로를 발뒤꿈치로 지면을 박차 되돌아가며 속도감에 혼선을 주는 무빙.
달려들어야했던 잔상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마치 제 자리에 체공하는 것처럼 겹쳐지자 블랙 2호는 타이밍을 놓쳤다.
찰나의 함정에 블랙 2호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1번, 실패.
2번, 실패.
3번, 성공.
길이 열렸다.
‘스펙이 뛰어난 것이 전부라면 당신은 여기까지다.’
브이튜브계에 길이 남을 명승부.
수싸움으로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승리를 쟁취했다.
자신이 이룩한 성취에 도취된 스피드마스터.
그의 내면에 일순간 고개를 치켜드는 성취감.
인간이라면 마땅히 느낄 수밖에 없을 자부심이 움직임에 전념하지 못한 탓에 그의 속도에 미세한 속도저하를 일으켰다.
“!!”
완전히 등을 내어준 블랙 2호.
몸통 너머로 향해있는 블랙 2호의 오른팔.
허를 찔렀다.
이런 기회,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불길하다.
이 각도, 이 자리, 이 순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불길함을 선사했다.
생각보다 빠른, 인지보다 빠른 신속.
두 눈에 들어온 정보를 이해하기도 전에 벌이는 움직임.
그러나 본능만큼은 자신의 뇌에 들어온 정보에서 ‘위화감’을 계산한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스피드마스터는 다시 한 번 걸음을 뒤로 물렸다.
그가 물러섬과 동시에 불쑥 블랙 2호의 복부를 뚫고 튀어나오는 그의 손.
달려들었다면 무조건 당했다.
안도를 느낄 여유조차도 없이 블랙 2호의 팔이 우두둑 소리를 내며 한층 더 늘어났다.
‘관절을 뽑았어!!’
변칙기술에의 카운터.
이중 변칙을 걸어 한 템포를 더 늦추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붙잡혔다.
자신의 복부를 뚫고 뛰쳐나오는 손을 예측하는 것은 아무리 스피드마스터라도 불가능했다.
애초에 초고수들의 싸움이다.
피지컬로 월드레코드를 다수 달성해낸 피지컬 정상급 스트리머들의 결전.
동화율 90%는 모두 넘는다.
저 남자, 정말로 복부가 뚫리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이지만 아찔했다. 하지만 피했어.’
승기를 확신하는 스피드마스터.
그러나 블랙 2호의 반쯤 돌아선 얼굴에는 미소가 맺혀있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스피드마스터는 뒤늦게 깨달았다.
[현재 승점 -5점 vs 0점] [HP잔량 74% vs 52%]HP가 줄었다.
블랙 2호의 남은 체력이.
경기종료를 알리는 50%를 향해 미친 듯이 곤두박질친다.
‘당했다!’
‘고르십시오. 이대로 경기종료를 당할지. 아니면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로 제게 달려드는 도박에 다시 한 번 나설지.’
스피드마스터는 달려들었다.
즉각적인 판단이었다.
어쩌면 정답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의 신속이 닿기도 전에 블랙 2호의 복부에 박힌 손이 스스로의 몸을 비틀었다.
-으아아아아!!
-자해ㄷㄷㄷ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
[블랙 2호의 HP가 50% 미만이 되었습니다.] [하프오버룰에 의해 경기가 즉시 종료됩니다.] [경기종료 시점에 더 높은 득점을 한 블랙2호님이 승리합니다.]-와 개사기 블랙2호ㄷㄷㄷ
-이걸 이겨? 이걸 이겨? 이걸 이겨?
-딜량 0에 자학으로 이걸 이겨버리네 ㅁㅊ
-능지 실화냐?
-피지컬 + 뇌지컬 둘 다 개쌉오지네;
2.
1세트 – 스피드마스터(승)
2세트 – 블랙2호(승)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승리를 쟁취한 두 사람.
결판은 마지막 한 번에 달렸다.
“박빙으로 치닫는 대결. 어느덧 플랫폼 대표선수 선출전은 마지막 3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선출전의 승패를 가를 마지막 경기.
그 맵 선정이 지금 막 이루어졌다.
[매치3] [우선권 – 없음, 랜덤] [필드 – 라스트 원 스탠드] [유형 – 서바이벌] [규칙]①매 초마다 무작위 발판의 내구도가 감소한다.
②내구도가 감소한 발판은 추락하여 소실된다.
③발판을 잃고 센서에 추락하면 패배한다.
④발판 위의 중량이 무거울수록 내구도가 더욱 빠르게 감소한다.
[사이즈 – 20 x 20]발판 위에 보다 오래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1 대 1 서바이벌 전투.
시청자들의 승패에 대한 추측은 엇갈렸다.
-낙사 쌉가능 아님?
-ㅇㅈ
-스피드마스터가 한 번만 밀치면 이기겠네
-승점제가 아니라서 유리한 듯
-맵 운은 좋았다ㄹㅇ
1경기와 마찬가지로 ‘낙사’가 있어서 스피드마스터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
-근데 머리 좋기로는 이번에 보니 블랙2호도 장난이 아닌데?
-역시 2세대 최강 스트리머답기는 한 듯
-근본의 2세대에 비하면 실력이 부족해
-또 어떤 허를 찌르는 수에 당할지 모름
2경기에서의 저력을 통해 드러난 뇌지컬로 블랙2호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
-근데 블랙 2호는 스피드마스터의 처럼 눈에 띄는 뭔가가 없지 않음?
-그러게
-저 사람 현역 때는 뭐가 유명했음?
-몰?루
-기억이 안나
-분명 봤던 거 같은데 아 머였지
심지어 그에게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저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 실력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기는 했죠.”
“그럼 블랙 2호가 이길까요?”
“그쪽만을 말한 게 아니에요.”
“네에?”
눈이 똥그래지는 주아영.
모두가 블랙2호를 주목하고 있을 때, 오직 해응응만이 스피드마스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스피드마스터. 그에게도 분명한 ‘여력’이 남아있어요. 어느 쪽이 아껴둔 패가 더 뛰어난지로 이번 대표선출전 마지막 경기의 승패가 결정될 거예요.”
400개의 발판.
발판 하나당 1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 위로 빛의 기둥이 내리쬐었다.
기둥이 줄기가 되어 사라진 자리.
발판 위에서 눈을 뜬 양 선수의 앞에 경기시작을 알리는 알림이 떠올랐다.
“분석 완료.”
경기시작 직후.
블랙 2호는 스피드마스터를 도발했다.
“분석? 내 신속을 분석했다는 겁니까?”
“신속은 더 이상 저를 위협할 수 없습니다.”
블랙 2호는 천천히 스피드마스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느릿한 걸음과 달리, 그의 발치에 놓인 발판은 무섭도록 빠르게 내구도가 줄어들며 걸음 한 번마다 발판 하나가 뚝뚝 떨어져나갔다.
뭔가가 있다.
“두고 보면 알겠죠.”
스피드마스터가 다시금 신속을 발동하며 주변을 회전하려던 직후,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근처 블록에서 스피드마스터가 튕겨져 나왔다.
-방금 뭐였음?
-신속이 막힌 거임?
-뭐에 막혔는데?
입에 고인 피를 뱉은 스피드마스터.
그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치를 떨었다.
“마나로 벽을 친 겁니까?”
“가벼운 기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신속은 고작 이 정도의 재주로도 막을 수 있습니다.”
도발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선언!
스피드마스터는 실감했다.
1경기는 정말 데이터 부족으로 따낸 승리였구나.
2경기에서 심판을 이용한 움직임의 제어.
이때의 승리를 학습하여 마나가벽을 펼쳐 진로를 막는 영리한 플레이에 졸지에 블랙2호를 중심으로 이동경로에 제약이 생겼다.
벽을 피해 달려든다면 마주하게 될 블랙2호.
완벽히 예측당하는 통로로 마주한다면 블랙2호의 반응속도에 잡히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간파당했다.
기술의 약점을.
신속으로는 여기까지다.
“당신, 영광인줄 알아. 이걸 보여주는 건 묵언검객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껴둔 비장의 기술이니까.”
파직. 파지직.
스피드마스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강한 뇌기.
[믿기지 않는 수치!] [동화율이 100%를 돌파했습니다.] [현재 동화율 105%] [현재 동화율 130%] [현재 동화율 170%] [현재 동화율 250%] [현재 동화율 550%]현실의 신체를 조종하는 것 이상으로 감각을 과민하게 폭주시키는 능력.
단순히 방향과 흐름만을 조종했던 90%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 스피드마스터의 진심모드.
현실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가상현실에만 들어가면 유독 힘이 너무 세지거나 속도가 너무 빨라지는 기이한 현대병.
과반응증후군 3기 유형.
진심으로 풀어놓으면 최신사양의 캡슐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미친가속의 ‘간접제어’를 ‘직접제어’로 안전장치를 풀어 전환시킨다.
감각을 증폭시켜 1분 내로 승부를 보는 신속.
그 신속을 다시 한 번 증폭시켜 1초로 끝내는 기술.
광속의 천분의 일.
길이 하나밖에 없으면 알아도 막을 수 없는 일격으로 끝낸다.
모든 발판이 일격에 쓸려나간 맵.
발판이 깨지며 비산하는 가루 너머로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스피드마스터 방금 뭐했음?
-얜 왜 안보임?
-ㅁㅊ
-킬로그 보셈
-아니 둘 다 죽었네?
-이것이 정상급의 ‘진심’?
-진짜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끝났네;
한 번의 돌격에 끝나버린 두 사람.
정밀카메라로 다시보기에 들어가며 0.1배속, 0.01배속, 0.001배속으로 점점 배속이 낮추어졌다.
컴마초 단위를 한없이 쪼개고 또 쪼개며 들어간 분석 끝에 마침내 승패가 갈린 분수령이 나타났다.
-아니 미친ㅋㅋㅋㅋ
-대박ㅋㅋㅋㅋㅋ
-진짜 실화냐?
진심 필살기를 꺼내든 스피드마스터.
그의 일광신속은 강했다.
스스로의 신체가 버티지 못하고 먼저 파괴될 정도로.
-자기 기술에 자기가 죽은 스피드마스터 ㅁㅊㅋㅋㅋ
스피드마스터의 기술이 발동한 순간.
그의 육체가 HP의 5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