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
12화 스카우트(2)
의외였다.
방진호 감독과 이신은 알아주는 앙숙이었다.
프로팀 간의 프로리그는 이긴 선수가 계속 다음 상대와 겨루는 연승제로 진행된다.
데뷔 첫해, 이신은 선봉으로 나와 MBS팀 선수 5인을 혼자서 꺾는 올킬을 처음 기록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해 방진호 감독을 열 받게 만들었다.
‘이신 선수는 상대에 대한 예우부터 다시 배워라.’
‘죄송하다. 제가 너무 솔직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물론 이신과 MBS팀은 한국 e스포츠의 유명한 앙숙이 됐다.
양측이 만날 때마다 ‘이번에는 MBS팀이 설욕할 수 있을까?’가 주요 관심사였다.
‘피차 흥행을 위한 쇼맨십 차원이긴 했지만, 서로 얼굴 붉힌 건 사실이니까.’
그런 방진호 감독이 이렇게 개인적으로 찾아온 건 의외였다.
똑똑똑.
방진호 감독이 방문을 노크했다. 이신은 문을 열어주었다.
서로 얼굴이 마주쳤다.
단단한 체격에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방진호 감독은 검정색 슈트가 아주 잘 어울리는 삼십 대 후반의 사내였다.
이신 역시 큰 키와 균형 잡힌 이목구비, 잡티 없는 하얀 피부를 가진 타고난 미남.
미소년과 미중년의 앙숙 관계는 수많은 e스포츠 여성 팬들을 즐겁게 만들곤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은 바탕화면으로 미친 듯이 다운로드 되었다.
“듣던 것보다는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햇볕을 안 받고 살아서 피부가 안 상했죠.”
그제야 방진호 감독은 커튼이 쳐져 우중충한 방 안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성큼 다가가 커튼을 확 걷어버렸다.
쏟아지는 햇살에 이신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햇볕 좀 받고 살아. 이게 사람 사는 꼴이야?”
“나름 살 만합니다.”
“빛을 안 보고 살면 정신이 점점 우울해지는 법이야.”
“그렇더군요.”
“…….”
이신이 책상 의자를 가리켰다.
방진호 감독은 의자에 앉았고, 이신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반년 간 계속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며?”
“예.”
“폐인 새끼, 난 네가 언제쯤 집에서 기어 나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쯤 걱정해 주는 인간이 한 사람이라도 찾아와 주나 싶었습니다.”
“누굴 탓해? 엿 같은 네 싸가지를 탓해야지. 조금만 유들유들했어 봐라. 찾아와 주는 친구가 한 트럭이지.”
그 점에선 할 말이 없었다. 이신은 매사가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
“친구, 그거 먹는 겁니까?”
“꼴통 새끼.”
이신은 나직이 웃었다.
“손 봐봐. 어때?”
방진호 감독의 말에 이신은 오른손을 들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곤 엄지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올킬을 한 뒤에 늘 하던 도발이었다.
“이 새끼 정말…….”
방진호 감독이 인상을 썼다.
“그럭저럭 장애인 신세는 면했습니다.”
“일상생활은 가능해?”
“예.”
“게임은?”
“격렬한 컨트롤만 안 하면 대충 설렁설렁합니다.”
“선수생활 할 수 있어?”
“글쎄요.”
당연히 할 수 있지만 이신은 얼버무렸다.
당장 선수로 복귀할 생각은 없었다. 게임에서 손 놓은 지 오래라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성급히 복귀했다가 이류로 전락해 지난 명성에 먹칠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신은 돌연 방진호 감독의 손을 움켜쥐었다. 방진호 감독은 깜짝 놀라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새꺄?”
“제가 걱정돼서 찾아왔습니까?”
“지랄, 누가 너 같은 놈을 걱정해.”
[거짓.]이신은 미친놈처럼 킬킬거렸다. 방진호 감독은 그런 이신을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기분 나쁘다는 듯 손을 뿌리치며 방진호 감독이 물었다.
“달리 뭐 하고 살 건지 계획은 있고?”
“있죠.”
“뭔데?”
“MBS팀 코치요.”
살짝 놀란 얼굴이 된 방진호 감독.
이신은 빙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
이신은 방진호 감독과 함께 반년 만에 집에서 나왔다.
MBS팀의 운영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야, 이신 선수!”
중년의 배 나온 아저씨가 이신을 격하게 반겼다.
MBS팀의 단장 박상혁이었다.
“반갑습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아, 정말 안타까웠어요.”
“걱정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신 선수를 부른 이유는 여기 방진호 감독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시나요?”
“몰랐습니다.”
이신은 방진호 감독을 빤히 바라보았다.
방진호 감독이 말했다.
“화려한 컨트롤과 멀티태스킹, 피지컬에 가려졌지만, 이신은 전략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선수였습니다. 코치로 기용한다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래. 그런데 손은 좀 어떠십니까?”
“많이 나았습니다. 적당히 마우스를 잡을 수는 있습니다.”
“적당히, 군요.”
“예, 적당히.”
박상혁 단장과 이신의 눈이 마주쳤다.
“정말 실례인데, 혹시 선수로 복귀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요.”
“흐음…….”
박상혁 단장은 많은 고민이 생겼는지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이신은 여유 있게 소파에 앉아 나름대로 계산을 했다.
‘얼마를 불러야 할지 생각 중이군. 내가 선수 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하지 않아서 생각이 복잡해졌겠지.’
박상혁 단장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그 점을 토대로 이신도 나름대로 연봉을 계산했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연봉 1억.”
“예?”
놀란 박상혁 단장에게 이신이 말했다.
“연봉 1억에 1년 계약. 대신 선수 겸 코치로 계약하고,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재계약은 없는 걸로 하죠.”
“하지만 코치 연봉으로 1억은 좀 많지 않은지…….”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세 개 땄죠. 그 세 개가 누구 겁니까?”
“……그야 이신 선수 것이지요.”
“그런 제 노하우가 연봉 1억도 안 된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이신의 말투가 까칠해지자 박상혁 단장은 진땀을 흘렸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례도 없고, 코치로서의 이신 선수의 역량도 아직 검증이 안 된 관계로…….”
“신지호는 요즘 어떻습니까?”
이신이 말을 끊었다.
“예? 아, 신지호 선수야 조만간 재계약을 할 겁니다.”
신지호는 MBS팀의 간판급 에이스였다.
“신지호 성격 더럽기로 유명하던데. 작년 후반기 개인리그에서 준우승까지 했으니 더 기세등등해졌겠습니다.”
“…….”
박상혁 단장도 방진호 감독도 별말을 하지 못했다.
전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신지호는 매사 투덜대는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작년 후반기 개인리그에서 준우승을 하고부터 더욱 그 입버릇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팀과 다른 선수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니는데, 팀의 에이스라서 쫓아내지도 못하는 형국이었다.
이신은 차갑게 웃었다.
“신지호가 선수들 사이에서 물 흐려놓지 않도록 분위기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엔 신지호 따위가 제 앞에서도 나대지는 못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