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출연(3)
맵 오염된 성좌.
본진을 중심으로 앞마당과 뒷마당이 붙어 있어 확장 기지 2개를 가져가기 용이한 이 지형은 자원 회전이 빠른 괴물에게 유리했다.
박영호는 앞마당과 뒷마당에 모두 부화실을 펼쳐 부유하게 출발했다. 그러면서 일벌레로 정찰을 보내놓고는,
-CSJ: 살살 부탁드립니다.^^ 설마 치즈 러시 같은 걸 하시진 않겠죠?
-Kaiser: 실력 테스트일 뿐이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정석 빌드로 가겠습니다.
“어익후, 감사해라. 지금 내가 허접이라고 봐주는 거네?”
박영호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럼 난 안심하고 째야지?”
“와, 정말 치사하시네요.”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어디까지나 방송이니까 재미를 주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인정?”
지창수는 낄낄거렸다.
박영호의 앞마당에 일벌레가 바글거렸다. 뒷마당 또한 부화실이 완성되면 일벌레가 붙어서 확장 기지가 활성화될 터였다.
촉수탑 하나 안 박고 일벌레만 계속 뽑아 자원을 무궁무진하게 채집하고 있는 것이었다.
“와, 심하다.”
게임을 아는 지창수가 혀를 내둘렀다.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죠. 세상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이기는 게 프로지 잘 싸우는 게 프로가 아니에요.”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박영호였지만, 그의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걸려 있어 전혀 멋진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한없이 개그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신이 2번째 정찰을 보낸 건설로봇이 앞마당에 나타났다.
건설로봇은 출입구를 통해 본진에 들어가려 했다.
“어허, 안 되지.”
박영호의 잽싼 손놀림.
일벌레 1마리가 출입구를 블로킹해 본진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와, 반사 신경 대박.”
“이 정도는 해줘야죠.”
가로막힌 건설로봇은 다시 뒤로 물러나더니, 뒷마당에 다시 나타났다.
뒷마당에 펼쳐지고 있는 부화실을 이신의 건설로봇이 확인했다.
“수정관 안 짓고 부화실만 3개째인 걸 상대가 봤죠? 이러면 자원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기 때문에 상대가 좀 뜨악합니다.”
박영호는 실실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거 가만 놔두면 큰일 나거든요. 그래서 참호 러시라도 한 번 와서 견제해야 하는데, 치즈 러시 안 하기로 했으니까 그럴 수도 없고요.”
“그럼 그냥 이긴 거 아닌가요?”
“이걸 그냥 놔둔다면 말이죠. 아무리 상대가 아마추어라도 그 양반 성격이면…….”
아니나 다를까.
이신의 건설로봇이 별안간 앞마당에 나타나 참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왔네, 왔어.”
“어, 참호 러시!”
“자, 당황할 필요가 없어요. 일단 일벌레 동원하고요.”
일벌레 7마리가 우르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박영호는 일벌레를 동원해서 참호를 짓는 건설로봇을 공격하면서, 그 와중에 채팅까지 쳤다.
-CSJ: 헐, 치즈러시 안 하신다면서요? 너무 하심ㅠㅠ
지창수와 박태호 PD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능청스러운 박영호였다.
건설로봇이 참호 짓던 걸 중단하고 뒤로 물러났다.
건설로봇 1기와 보병 2기가 추가로 나타났다.
-Kaiser: 이건 치즈 러시가 아니고 견제입니다.
-CSJ: 비겁한 변명입니다. 실망임.
채팅을 치면서도, 박영호의 컨트롤이 이어졌다.
일벌레들이 삽시간에 부채꼴로 펼쳐져 이신의 병력을 덮쳤다.
이신은 보병의 무빙 컨트롤로 일벌레를 1마리 사살하고 뒤로 빠졌다.
교전이 벌어진 순간, 박영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진지해졌다.
건설로봇이 일벌레들을 블로킹했지만, 일벌레 3마리가 우회해서 한 보병을 공격했다.
-키익!
-으악!
일벌레와 보병이 하나씩 죽었다.
그때, 박영호의 일벌레들이 일제히 철수했다.
그리고는 대신 본진에서 바퀴 6마리가 튀어나왔다.
이신은 참호 건설을 취소해버리고 철수해버렸다.
박영호는 실실 웃었다.
“기막히게 잘 막았죠?”
“와, 진짜 제대로 철벽 디펜스.”
지창수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바퀴 6마리는 거꾸로 이신의 본진을 향해 달려갔다.
아마 이신 역시 별달리 방어가 되어 있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건설로봇을 동원해 본진 출입구를 블로킹하고 뒤에서 보병이 총을 쏘는 형태면 막아낼 수 있다.
박영호의 목적도 그것.
디펜스에 건설로봇을 동원하게 해서 일을 못하게 하면 자원적으로 손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었다.
-CSJ: 에?? 달려라 바퀴!
“아니, 그런 채팅을 치시면 제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옆에서 지창수가 항의하자 낄낄거리는 박영호.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장면이 잘 나와서 박태호 PD의 얼굴은 더욱 흐뭇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오오!”
“우와!”
지창수와 박태호 PD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건설로봇 1기가 갑자기 달아나는 속도를 늦추더니, 바퀴 6마리의 진로를 절묘하게 가로막는 것이었다.
블로킹했다가 도망쳤다가 다시 진로를 살짝 가로막았다가 빠졌다가…….
바퀴들의 동선을 예측하고 절묘하게 진로 방해하는 컨트롤!
그렇게 바퀴들의 진격을 늦춰놓으니, 앞마당에 이르렀을 때쯤에는 참호가 하나 완성되어 있었다.
“와, 역시 이신.”
“신은 신이다.”
박영호는 들어가지 않고 앞마당 앞에서 시위만 벌였다.
멀티태스킹!
박영호는 본진과 앞마당·뒷마당에서 계속 빌드 오더를 진행해나가면서도, 바퀴 6마리로 하여금 계속 위협을 가해 상대를 긴장시켰다.
“와, 진짜 프로게이머다.”
“그럼 가짜 프로게이머겠어요?”
그렇게 만담을 주고 받을 때였다.
-Kaiser: 너 누구야?
“알아차렸어요!”
지창수가 웃으며 소리쳤다.
박영호도 낄낄거리며 채팅을 쳤다.
-CSJ: 갑자기 왜 반말을;;;
-Kaiser: 이철한이야, 박영호야?
“헐!”
박영호가 기겁을 했다.
“어떻게 알았지?”
지창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뭔가 선수마다 스타일 특징이 있어서 알아차린 건가요?”
“제각기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만 봐서는 모를 텐데. 저 양반 귀신인가?”
박영호는 신기하게 여기면서도 채팅 드립을 멈추지 않았다.
-CSJ: 신아, 오랜만이네^^ 형 성준이야.
박영호는 JKT 소속의 괴물 플레이어인 오성준의 이름을 댔다.
오성준은 개인리그 통산 2회 우승자 출신으로, JKT의 리그 우승까지 이끌었었던 레전드였다.
올해 27세로 당연히 이신보다 형이었다.
-Kaiser: 헛소리 하지 말고.
이신은 속지 않았다.
-Kaiser: 뒷마당 농토 뒤에 쐐기충 둥지 지어져 있으면 넌 박영호야.
“와 씨!”
박영호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그는 뒷마당 농토 뒤에 쐐기충 둥지를 지었던 것이다.
이신은 레이더로 박영호의 뒷마당을 찍어보았고, 쐐기충 둥지를 확인했다.
-CSJ: 내가 영호 가르쳤잖아^^ 걔 나 따라하는 거야.
-Kaiser: 영호면 넌 맞는다?
-CSJ: 신아 형 많이 당황스럽네. 우리 신이 많이 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개드립으로 모두를 웃기는 박영호.
하지만, 그러면서도 박영호는 독침충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신이 레이더로 쐐기충 둥지를 확인한 순간, 그걸 페이크 삼아 거꾸로 독침충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화실을 늘려 짓고 병력을 마구 뽑으니, 순식간에 독침충이 대량으로 모였다.
-Kaiser: 게임 다시 해.
맵 선택이나 초반에 치즈러시를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나, 이신에게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웬만한 상대를 모두 꺾어왔던 이신이었지만, 지금 상대는 바로 철벽괴물 박영호였다.
-CSJ: 신아, 게임은 한 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환열이 형이 그렇게 가르쳤니?
“아 이거 너무 재밌다.”
박영호와 지창수가 벌써부터 죽이 맞아서는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Kaiser: 방금 성준이 형한테 전화했다.
-CSJ: 헉;;;
-Kaiser: 좋은 말로 할 때 리겜 가자.
-CSJ: 성준이형 번호를 어떻게 알아요?
-Kaiser: 몰라. 전화 안 해봤어.
-CSJ: ;;;;;
-Kaiser: 맵 다시 고르고 제대로 붙자.
-CSJ: 속았다ㅠㅠ
박영호는 한숨을 쉬고는 채팅을 쳤다.
-CSJ: 알았어요.
-CSJ: 근데 이번 판은 마저 해야죠? 설마 게임 다 져놓고 다시 하자는?^^
끝까지 얄밉게 구는 박영호.
-Kaiser: ㅎㅎ
-Kaiser: GG
-Kaiser님께서 퇴장하셨습니다.
“푸히히히! 완전 열 받았다.”
신경질이 난 나머지 한영 변환을 까먹고 채팅을 쳐서 GG 대신 ‘ㅎㅎ’가 나와 버린 것.
그렇게 개그와 예능이 풍성했던 첫 게임은 박영호의 승리로 돌아갔다.
박영호는 자신의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며 말했다.
“이번에는 이거 끼고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예, 그러세요.”
“좋은 경기 부탁드립니다.”
박영호는 이어폰을 끼고서 다시금 이신과 경기에 임했다.
맵은 투지.
이신과 박영호는 아까와는 달리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기 시작했다.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이신은 보병·의무병 등 병영체제로 공격을 끝없이 퍼부었고, 박영호는 그걸 전부 막아내면서 쐐기충으로 역으로 견제를 가서 본진을 급습했다.
그러자 이신은 공중공격에 특화된 비행유닛 로켓 프리깃으로 맞대응.
공방이 치열하게 오가는 가운데, 싸움은 길어졌다.
웃음기 하나 없는 혈전!
급기야 장기전이 되자 이신은 기갑체제로 전환해서 기동포탑과 고속전차를 대량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박영호의 공격이 한차례 폭풍처럼 펼쳐져서 이신의 확장 기지를 2개나 밀어버렸다.
“이긴다!”
옆에서 지켜보던 지창수가 손에 땀을 쥐며 소리쳤다.
하지만 끝내 버텨낸 이신이 그 병력을 모조리 잡아먹어버리고는 역습을 개시했다.
기동포탑·고속전차·기계보병이 일제히 진격!
그러면서 무너졌던 확장 기지들도 다시 복귀해나갔다.
펑! 펑! 펑!
사방팔방에서 괴물주술사가 마구 흑안개를 펼치면서, 박영호의 철벽 방어가 시작되었다.
퍼퍼퍼퍼퍼펑―!!
우렁찬 굉음과 함께 포격을 가하는 기동포탑들.
이번에는 박영호의 확장 기지 하나가 무너져버렸다.
이신은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조금씩 숨통을 조여 왔다.
이제 이신의 병력은 조금씩 박영호의 생명줄과 같은 또 다른 확장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와봐.”
박영호가 중얼거렸다.
한 순간에 총공세가 막히고 역습을 당해 궁지에 몰린 상황.
그런 긴박한 위기 속에서도 박영호는 눈빛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다.
“와 보라고.”
박영호가 다시금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일까?
마침내 이신이 박영호의 숨통을 끊기 위해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꺄아악!
-꺄아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한 무리의 괴물 유닛들.
날개가 달린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그 유닛의 이름은 바로 여왕괴물.
직접 공격을 못하지만 온갖 마법을 사용하는 위력적인 유닛이었다.
12기나 되는 여왕괴물은 바로 박영호가 마지막 승부수로 삼기 위해 꽁꽁 숨긴 채 모은 것이었다.
여왕괴물이 대량으로 나타나 기생충을 살포했다.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기생충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달라붙자 기동포탑이 삽시간에 파괴되었다.
-퍼어엉!
-퍼어엉!
그렇게 무려 12기의 기동포탑이 한 순간에 쓸려나갔다.
여왕괴물 12마리로 일일이 기생충 살포를 시킨 박영호의 손놀림은 실로 전광석화였다.
기동포탑을 대량으로 잃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글거리는 바퀴들과 거대한 공성벌레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신은 판단이 빨랐다.
즉각 남은 병력을 후퇴시킨 것.
박영호는 질풍 같은 스피드로 추격하면서 도망치는 이신의 병력을 계속해서 잡아먹었다.
이제 누가 봐도 다시 승부의 추가 박영호에게로 기운 상황.
박영호는 여왕괴물이라는 카드로 이신의 역습을 물리치고 재역전을 일궈낸 것이었다.
실로 철벽괴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초인적인 방어력.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의 향연에 지창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박영호는 이신의 본진을 쓸어버렸다.
초토화된 이신의 본진.
하지만 승부는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스르륵―
묘하게 익숙한 효과음이 박영호의 귀에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