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
37화 주디(3)
“그럼 혹시 MBS 팀의 연습생이 될 생각이 있습니까? 연습생이란 정식 선수는 어니지만 프로팀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알아요.”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빨라지겠군요. 월급은 아마 거의 못 받을 겁니다. 하지만 실력을 키워서 프로가 되면…….”
“할래요.”
이번에도 주디는 설명이 더 길어지기 전에 대답했다.
이신은 말을 중단하고 잠시 주디를 빤히 쳐다보았다.
주디는 배시시 웃었다.
“카이저랑 MBS 갈래요. 게임 가르쳐 줘요.”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얘기가 쉬워졌다.
주디스 레벨린이라는 이 소녀는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한국에 온 것이 틀림없었다.
이신의 등장 이후 다시 게임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하죠.”
“말 편히…… 저 열여덟. 카이저 존경해요.”
어색한 말투였지만 의미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지. 주디, 어떻게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시작하게 됐어?”
“존 패트릭의 팬이었어요.”
‘존 패트릭?’
이신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낯익은 이름이었다.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그런 선수를 만났던 것 같았다.
“캐나다였나? 신족 플레이어 맞지?”
“네.”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진 기억이 별로 없으니, 아마 내가 이겼을 테고.”
“Yes, 개인전 32강에서 참패…… 캐나다 사람들 충격받았어요.”
“내가 원망스럽겠네.”
주디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때 이신 금메달까지 무패……. 저 이제 카이저 팬이에요.”
데뷔 첫해, 이신은 국내 개인리그는 물론이고 월드 SC 그랑프리까지 무패 우승을 했다.
세계는 충격에 빠졌고, 그때부터 그는 신이라 불렸다.
처음 출전한 개인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을 로열로드(Royal Road)라 부른다.
그런데 이신으로 인해 한 가지 단어가 더 생겨났다.
가즈로드(God’s Road).
처음 출전한 개인리그를 무패로 우승하는 것을 뜻했다.
아직까지 이신 외에는 전 세계 누구도 해내지 못한 진기록이었다.
‘내 팬이고 내 플레이를 모방할 정도이니 얘기가 점점 쉬워지는군.’
이신은 주디를 자신의 제자로 낙점했다.
제자를 키워 톱스타로 만드는 것.
선수로 복귀하기 전까지 코치로서의 소일거리로는 제격이었다.
***
용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리는 아마추어리그는 프로팀 연습생들의 잔치였다.
용산이 각 프로팀 숙소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였다.
MBS팀에서도 연습생 3명을 내보내 그중 2명이 준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탈락한 한 명은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기로 하여서 MBS의 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아침 8시 30분.
숙소를 나선 선수들이 연습실이 있는 MBS 방송국으로 우르르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웬 커다란 검정색 리무진 한 대가 유유히 방송국 앞에 섰다.
“오, 리무진이다.”
“연예인인가?”
“사장일지도 모르지.”
방송국이라 연예인의 출현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리무진에서 내린 사람은 뜻밖에도 10대 후반의 외국인 소녀였다.
하얀 피부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연습실로 출근하는 선수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바로 MBS팀의 유니폼이었다.
“어? 저거…….”
“우리 유니폼 입고 있는데.”
“우리 팀 팬인가?”
“뭔 팬이 리무진을 타고 나타나?”
선수들은 리무진에서 내린 귀여운 백인 소녀를 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소녀는 선수들에게 수줍게 웃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선수들도 멍하니 따라 손을 흔들어보였다.
소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휙 하니 먼저 방송국에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아, 안녕하세요. 주디예요. 열여덟이에요. 인류예요. 캐나다 사람이에요. 잘 부탁해요…….”
짝짝짝―!!
“오오!”
“새로 온다는 연습생이 여자였어?”
“외국인 미소녀!”
선수들이 열광했다. 기립박수를 하는 이도 있었다.
늘 근엄한 방진호 감독도 여리고 순수한 주디 앞에서는 특유의 퉁명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흠흠, 주디 자리는 저기야. 알겠지?”
방진호 감독의 다정한 말투는 모두를 오글거리게 했다.
배정된 자리를 본 주디는 활짝 웃었다. 옆자리에 놓인 이신 전용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한눈에 알아본 주디였다.
한편, 방진호 감독은 그녀가 내려놓는 백팩을 보고 흠칫했다.
백팩의 프라다 로고가 심상치 않았다.
‘있는 집 자식이라더니.’
박상혁 단장에게 듣기로, 어제 계약할 때 무섭게 생긴 외국계 변호사가 함께 왔었다고 들었다.
소송당하기 싫으니 주디를 잘 돌보라고 박상혁 단장이 신신당부했다.
프라다 백팩에서 꺼내지는 장비도 범상치 않았다.
‘허, 파이어스?’
FIRES M90.
한화로 32만 원이나 하는 명품 미니 옵티컬 마우스!
본래 거의 안 알려진 미국 제품인데, 이신이 애용하고부터 유명해졌다.
‘거기다가 뉴타입 솔리드?!’
NEWTYPE SOLID.
38만 5천 원짜리 기계식 키보드로, 역시나 이신이 애용하는 제품이었다.
‘우연인가?’
그 다음에 꺼낸 마우스패드는 이신의 것과 달랐다.
하지만 주디는 자기 마우스패드와 이신 자리에 놓인 마우스패드를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슬쩍 이신의 마우스패드를 집어서 뒷면에 새겨진 제품명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우연이 아니구나.’
방진호 감독은 주디가 엄청난 이신 광팬임을 깨달았다.
굳이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를 하려 하는 것도 이신 때문임이 분명했다.
거만한 스승과 광팬 제자. 둘이 만나 어떤 결과를 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울릴 것 같긴 하다만.’
장비를 세팅하고서 게임을 막 실행하려 할 때, 이신이 비로소 출근했다.
“새꺄, 넌 왜 이제 와?”
이신은 손목시계를 보여주었다.
“9시인데.”
“말 짧다?”
“9시 정각이잖습니까.”
딱 계약에 명시된 업무 시간을 지키는 이신. 상사보다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마인드 따윈 없었다.
“오늘 주디 첫날인데 일찍 좀 오지, 새꺄.”
이신은 비로소 자기 옆자리에 앉은 주디를 응시했다.
눈을 마주하자 주디의 하얀 얼굴이 또 빨갛게 물들었다.
“왔어?”
“네.”
“연습 시작하자. 온라인에서 방 만들어. 맵은 천상의 갈림길.”
“네.”
주디는 서둘러 온라인 모드로 접속, 방을 만들었다.
이신도 자리에 앉아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실행했다.
-Kaiser 입장!
-Kaiser: 그게 네 아이디야?
-iLoveSin: 네
주디는 얼굴을 붉혔지만 이신은 아이디의 의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Kaiser: ㅇㅇ 시작해
-iLoveSin: 네
그렇게 두 사람의 연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