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3
82화 귀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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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스포츠 프로리그 개막전은 성황리에 끝났다.
미국의 신성 마이클 조셉과 e스포츠의 전설 이신의 대결이라는 빅 매치는 대성황!
미국과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e스포츠 팬들이 유료 온라인 관람권을 구매해서 보았던 것이다.
이신에게 투여된 200만 달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큰 흥행이었다.
하지만 미국 e스포츠 협회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이클 조셉이 소속된 팀 크라이시스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클 조셉을 띄워주기 위해 마련된 판이었는데, 결국 주인공은 이신이었다. 1세트에서 멋지게 승리를 따냈던 마이클 조셉이었건만, 결국 이신을 꾸며주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1승 2패.
그래도 1세트에서는 이신을 꺾기도 했으니 치열한 명승부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처참하게 당했다.
최고의 인류를 상징하는 레전드였던 카이저가 신족을 택했다!
단순히 마이클 조셉을 당황시키기 위한 깜짝 전략이었다고 하기에는 신족을 다루는 그의 실력이 너무나 대단했다.
치즈 러시도 컨트롤로 압살하며 막아내는가 하면, 엄청난 거신병기의 무빙으로 맵 센터를 휘어잡고 시종일관 마이클 조셉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농락당한 마이클 조셉은 3세트에서 명백하게 멘탈이 나간 모습을 보이며 이신의 치즈 러시에 박살이 났다.
그것을 지켜본 전 세계 팬들의 기억 속에 1세트의 활약은 묻혀 버렸다.
그만큼 이신의 신족 플레이는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세계 e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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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경기를 봤어. 그런데 카이저, 너무 잔인하잖아.lol
-젠장, 이게 다 협회 때문이야. 난데없이 승리 수당을 거는 바람에 그냥 가볍게 친선 경기를 하려던 카이저가 무자비한 폭군으로 돌변했어.
-위의 말에 동의해. 경기 전 인터뷰를 봐도 그는 어차피 이벤트 매치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어.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변했어. 역시 돈 때문인가?
-승리 수당 때문에 눈이 뒤집힌 걸 거야. 제기랄, 승리 수당 얘기를 꺼내서는 안 되었어.
-내가 보기에는 1세트에서 져서 열 받은 것 같은데. 아무 준비도 못한 카이저에 비해, 마이클 조셉이 1세트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아무리 봐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것처럼 진행이 부드러웠단 말이야.
-그는 기자회견 때 마이클 조셉의 재능을 두고 자신과 비교될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 말과 행동이 정확하게 일치하는군, 제기랄.
-난 처음부터 카이저를 응원했지. 라고 하지만 마이클 조셉을 저렇게 박살 내길 바란 건 아니야.
-난 카이저가 우리 프랑스에도 와서 엔조 주앙과 이벤트 매치를 해주길 원했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 엔조 주앙은 소중하거든:D
-거신병기 컨트롤 봤어? 지뢰가 1개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어. 고속전차가 그렇게까지 쓸모가 없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다행인 점은 저렇게 할 수 있는 신족 플레이어가 전 세계를 통틀어 몇 없다는 점이지. 그걸 메인 종족이 인류인 카이저가 선보였다는 게 무서워.
-그의 이름이 한국어로 신(God)과 발음이 같아서 한국에서는 그를 신으로 섬긴대.
-저 정도면 정말로 신이야. 인간일 리가 없잖아.
-악마가 아닐까? 3세트 시작할 때 신족 했다가 인류로 바꾸는 거 봤어? 그는 마지막까지 조셉을 농락했어.
-왠지 카이저가 괴물도 잘 다룰 것 같아서 무서워.
-제발, 카이저. 부탁이니까 내년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에는 나오지 말아줘. 금메달 따윈 넌 이제 필요 없잖아?
-카이저의 신족 플레이에 다들 놀라서 1세트를 잊어버린 것 같네. 마이클 조셉은 카이저를 실력으로 눌러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어. 이번 아픔을 딛고 성장하면 다음번엔 이길 수 있다고.
-아픔을 딛고 성장해서 재도전하면 카이저는 조셉에게 카드 세 장을 내밀며 묻겠지. “인류, 신족, 괴물, 원하는 걸 골라봐. 어떻게 깨지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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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뜨겁게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신은 JKT와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이벤트 매치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귀국했다.
“꺄아아악!”
“이신 오빠!”
“신님!”
인천공항은 귀국한 이신을 환영하는 인파로 들썩거리고 있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와 팬들의 스마트폰 카메라 소리가 난무했다.
“이신 선수, 이벤트 매치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겨서 기분 좋습니다.”
“2세트에서 신족을 플레이해서 마이클 조셉 선수를 꺾었는데요, 신족을 따로 연습한 겁니까?”
“최영준을 연구하다가 취미 삼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프로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신족으로 플레이를 할 생각이십니까?”
“못할 것 없습니다.”
“파프리카 TV의 스타 BJ, Player_SIN과 동일 인물이라는 의혹이 다시 재기되었는데요?”
“저 아닙니다.”
“외모도 최근에 신족으로 전향한 모습이나 일치하는 점이 너무나 많은데요?”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신은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해 주면서 인파를 해쳐 나갔다.
마중 나온 운전사 정상범이 급히 인파 속에서 그를 보호하며 대기시켜 놓은 롤스로이스 팬텀으로 인도했다.
“휴우.”
안락한 롤스로이스 팬텀의 뒷좌석에서 몸을 뉘이자 비로소 피로감이 밀려왔다.
“어디로 모실까요?”
“집.”
“예.”
정상범은 차를 출발했다.
비록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오긴 했지만 장시간 비행에 지친 이신은 차 안에서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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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MBS와의 3차전을 준비하던 JKT는 난데없이 비상이 떨어졌다.
이신이 신족을 귀신 같이 잘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엔트리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신의 신족 플레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전혀 없습니다.”
“거신병기 무빙이 끝내준다는 것 말고는…….”
“대사제가 수송기에서 내려서 전격 마법 뿌리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던데요. 역시 이신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해 보면 견제 플레이 위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치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JKT의 감독, 최용훈은 한숨을 쉬었다.
“결국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잖아.”
“…….”
코치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이신은 이제 겨우 한 경기밖에 신족을 플레이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치즈 러시 때문에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케이스였다.
그런데 그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젊은 청년이 말했다.
“감독님.”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얼굴을 한 청년이었다.
“어, 영호야.”
청년은 바로 JKT의 에이스, 올해 전반기 개인리그 우승에 빛나는 ‘철벽괴물’ 박영호였다.
“제가 이신 개인 방송을 봐서 스타일을 대충 알고 있습니다.”
“이신이 개인 방송도 해?”
“Player_SIN이요. 그거 이신이라고 다들 알고 있던데요.”
“그게 정말 이신이야?”
“네, 이신 아니면 그렇게 신분 숨길 필요도 없고, 인류 하다가 갑자기 신족으로 전향한 것도 요번에 신족 플레이를 보여준 이신이랑 일치하고…….”
“그래, 어떻디?”
최용훈 감독이 물었다.
박영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온라인에서 일반 유저하고 붙는 것밖에 못 봐서 잘은 몰라요. 빠른 확장이랑 물량에 집중하는 게 최영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고요.”
“최영준처럼 물량 잘 뽑디?”
“예. 대신에 싸움이 벌어지면 물량보다 컨트롤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최영준은 계속 후속 병력 보내서 공격을 안 멈춘다면, 이신은 컨트롤 잘해서 크게 이기겠다는 마인드예요.”
“흐음, 그러니까 결국은 최영준 흉내라 이거지?”
“네.”
아직까지는…….
…라는 말을 삼킨 박영호였다.
지뢰를 닥치는 대로 제거해 버린 미친 거신병기 무빙은 이신만의 컨트롤이었다.
“영호야.”
“네, 감독님.”
“가장 쉬운 건 이신을 피해서 널 출전시키는 거야. MBS는 이신 말고는 딱히 인물이 없거든.”
“…….”
“근데 난 꼭 그놈을 이기고 싶어. 그놈 입을 꾹 다물게 만들어주고 싶어. 할 수 있겠어?”
“예.”
박영호는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월드 SC 그랑프리의 은메달리스트. 명실 공히 2020년의 한국 최강의 프로게이머.
그런 위치에 오른 박영호가 이신과의 일전을 두려워할 리 없었다. 그건 박영호의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박영호는 최용훈 감독이 이신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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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결승 패배는 소속팀이 문제.” JKT 비판한 이신]?
이신은 태연자약하게 박영호가 엔조 주앙에게 무릎 꿇어 금메달을 놓친 게 JKT의 형편없는 선수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발언에 거침이 없는 이신 때문에 최용훈 감독은 상부에 불려가 질책까지 받았다고 했다.
“목표는 4 대 0이다!”
최용훈 감독이 소리쳤다. 그는 다음 경기에서 구긴 자존심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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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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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이신은 다음날부터 다시 팀에 복귀해 훈련을 했다.
엔트리를 다시 짜야 하는 건 MBS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이신의 신족이라는 부가적인 옵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너 맞잖아, 이 자식아.”
“아닙니다.”
“시치미 그만 떼고 솔직히 불어. 너 맞지?”
“근거도 없는 일로 자꾸 추궁하시면 곤란합니다.”
“다 용서해줄게 딱 말해. 너 맞지?”
“아닙니다.”
방진호 감독은 답답해 죽겠다는 듯이 노려보았지만, 이신의 얼굴 표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됐고, 박영호가 트위터로 한 말은 들었어?”
“모릅니다.”
“너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데 전혀 못 들었다고?”
“예.”
이신이 컴퓨터로 하는 일은 스페이스 크래프트와 경기 관람, 파프리카TV 방송 세 가지뿐이었다.
심지어 스마트폰도 쓰지 않기 때문에, 파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하기 전에는 거의 외부 소식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은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반응이 어떻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이신이었다.
“자, 봐라.”
방진호 감독은 스마트폰으로 e스포츠 뉴스 기사 하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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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이신, 인류든 신족이든 이길 자신 있다.” 자신감 표출]?
이신은 피식 웃었다.
그 아래로 박영호의 트위터 전문이 캡처된 이미지가 띄워져 있었다. 트위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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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와의 경기가 다가온다. 이신 선수와 꼭 다시 붙고 싶다. 1승 6패의 지난 전적을 설욕해 주마! 인류든 신족이든 얼마든지 컴온!]?
“저런 쓸데없는 트윗질 하는 걸 보면, JKT에서 너랑 박영호를 붙이고 싶은 거야. 네가 전에 JKT 깐 적 있었잖아. 그거 때문에 열 받았겠지.”
“제가요?”
이신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물었다.
“전에 JKT가 못해서 박영호가 금메달 못 땄다는 등의 소리를 했잖아.”
‘그랬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신.
기사들이 질문할 때마다 큰 고민 없이 대꾸하는 편이라 그의 지난 발언 중에는 본인 스스로 기억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아무튼 저쪽에서 에이스끼리 매치를 붙이고 싶은 모양인데, 그거야 우리도 환영이지. 그런데 문제는 박영호가 몇 세트에 출전하는지 모른다는 거야.”
경기 전에 양 팀이 출전 엔트리를 놓고 서로 합의하는 것은 금지된 행위였다.
“붉은 사막.”
“뭐?”
이신이 말했다.
“붉은 사막에서 붙자는 뜻 같습니다.”
붉은 사막은 과거에 박영호가 이신에게 3차례나 패배한 악연이 있는 맵이었다.
지난 전적을 설욕하겠다는 박영호의 트위터를 본 순간 이신은 그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