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76
173. 기업 비밀
밤이슬을 맞으며 손목과 발목을 조지니.
낮에 몰래 약 파는 애들도 생겼다.
그것도 잡아 조졌다.
딱 이틀이면 충분했다.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최근에 도심 내에 출몰하는 소위 말하는 ‘골절맨’에 대해 아시나요?”
예쁘장하게 생긴 아나운서 앞으로 골골대며 쓰러진 이들의 홀로그램이 생겼다.
홀로그램 사이를 뚫고 나온 앵커가 말을 이었다.
“골절맨은 최근 대두되었던 문제인 마약상을 공격했습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정부의 비밀 부대가 나섰다고도 말하기도 하고 대기업에서 나섰다는 소문도 돕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끝내 부인했습니다.
정부가 아니라면 서울을 지키는 자경단일까요?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활동하는 이들, 과연 이게 옳은 걸까요?
다만, 한 가지.”
앵커가 말을 멈췄다. 그녀는 두 눈으로 카메라를 쏘아보며 마저 말을 맺었다.
“이들이 나섬으로 수도권 내에 마약 문제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뉴스를 보는 와중이었다.
“아들, 밤마다 나가서 쟤들 뼈 부러뜨리고 다녔니?”
소파에 앉은 어머니가 쟁반 위에 놓인 사과를 들고 물었다.
난 물컵을 든 채로 서 있었다.
“음, 네.”
저 혼자 한 건 아니지만, 네, 제가 주모자입니다.
사각사각.
소파 테이블 위로 사과 껍질이 길게 늘어나 떨어졌다.
“사과 먹을래?”
“좋죠.”
풋사과였다.
어머니 옆에 앉아 야금야금 과육을 씹어 삼켰다.
달고 상큼했다.
“마리는요?”
“훈련.”
걔는 무슨 숨도 안 쉬고 훈련만 하냐.
대련할 때 붙어 보니까 이미 일반 변신족 수준은 훌쩍 넘었던데.
“걔는 안 쉬어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훈련받을 때 난 더하긴 했지.
“전 똥이 묻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마리가 제 오라버니 짐이 되기 싫다고 하더라.”
“짐이요?”
변신족 실험체 특성인지, 아니면 전직 갱생 마녀 현직 주부의 가르침인지는 모르겠다만, 박마리는 이미 괴물이었다.
그건 내가 보장한다.
수없이 대련해 보며 느낀 게 많다.
“음, 근데 저거 경찰 애들이 되게 싫어하겠다.”
눈은 TV에 두고도 얇게 사과 껍질을 벗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벌써 집 앞에서 절 찾을지도 모르죠.”
“너인 줄 어떻게 알고?”
“흔적을 잔뜩 남겨 놨거든요.”
“굳이?”
“배트맨 놀이할 생각은 아니라서요.”
가면 쓰고 배후의 히어로 놀이할 나이는 지났다.
“엄마는 마블이 더 좋다. 스파이더맨으로 가자.”
“저 거미 싫어해요.”
스파이더맨은 좋지만, 그리고 기왕이면 아이언맨이 더 좋은데.
엄마가 채널을 바꿨다.
흥미 없는 뉴스 대신 예능 프로그램을 틀었다.
노는 걸 보여 주면서 놀아선 안 된다는 제목을 가진 예능이었다.
그걸 보며 깔깔 웃는 어머니는 내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마마마, 저 걱정 안 됩니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으응, 선 넘었다 싶으면 두들겨 팰 거라, 괜찮아, 아들.”
식은땀이 솟는 계획이로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보안을 최우선으로 한 브랜드 아파트다. 들어오려면 입주민의 허락과 경비원의 허락이 필요하다.
출입 한 번 하려면 신분까지 터는 곳이다.
이게 끝도 아니다.
혹시 형태 변환자일까 싶어 초능 특수종 특유의 파장도 조사하고 주문 설계도 되어 있다.
이러니까 집이 몇백억 하는 거다.
팟.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작은 화면 위로 PWAT 경찰 마크를 들이댄다. 곧 마크가 사라지며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여자가 말했다.
“유광익 씨 계시죠?”
아는 얼굴이었다.
형태 변환자 때려잡기 작전, 공항에서 만났던 PWAT 팀장이다.
머리를 염색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특유의 매력은 그대로였다.
육감적인 몸매와 날카로운 인상의 조화다.
“오랜만이네요.”
“기억하는군요.”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곧 상대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거실 한쪽에 나타났다.
“몇 번 봤으니까요.”
어머니가 TV에서 시선을 떼고 날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뭐, 숨길 것도 아니니까.
“후, 얘기 좀 하죠. 광익 씨.”
“여자친구니?”
뒤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경찰인데요.”
누가 봐도 화난 경찰과 일반인의 대화 아닙니까?
“여자친구 후보? 연상 좋지. 경험 많고 위로 잘하고.”
여기서 얘기 나누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나갔다 올게요.”
“피임 잘하고.”
우리 어머니 텐션은 어디 안 가지.
요 며칠 꽤 진지하시긴 했는데, 이게 본래 모습이다.
“네, 항상 조심합니다.”
“풉.”
말을 받아치니, 어머니가 날 비웃었다.
“우리 아들이 고자라니.”
놀리는 어머니를 외면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서야 내 실수를 깨달았다.
인터폰 안 껐네.
아, 진짜. 주책 마녀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가.
밖으로 나갔다.
철두철미한 보안 덕분에 상대가 들어오는 것보다 내가 나가는 게 더 낫다.
삑.
밖으로 나가니 인터폰 앞에 있던 PWAT 팀장이 말했다.
“지금 혼자이긴 한데, 8살 연상 괜찮아요?”
뭐라는 거야.
“어머니가 위트가 넘치세요. 잊어 주세요.”
이런 얘기 하러 온 거 아니잖습니까.
누군가 나서서 마약쟁이를 때려잡았다.
경찰이 좋아할까?
마냥 좋아할 순 없지. 그들이 진행하는 작전에도 초를 뿌렸을 것이다.
경찰은 법을 수호하고 지키고 하여간 그런 의무가 있는 집단이다.
용감한 시민이란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작정하고 마약쟁이를 털었다.
법? 그딴 건 무시했다.
이 일로 인해 마약 제조로 문제가 되는 놈이 두더지처럼 숨을 수도 있고.
보복한다고 상대가 더 미친 짓을 할 수도 있었다.
하물며 중고 형을 만났을 때, 난 이미 이쪽에 경찰 손이 닿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도 마약단속국이 아니라 PWAT 팀이 움직였다는 건 특수종이 깊게 개입했다는 거고.
즉, 난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다만 아는 얼굴이 올 줄은 몰랐을 뿐이지.
“광익 씨 맞죠? 부인할 생각도 없어 보이네요.”
“네, 저 맞습니다. 열일곱 살 때 꿈이 마약이 없는 세상이었거든요.”
“그래서 나섰다?”
“네.”
“후, 미치겠네. 광익 씨 그러면 안 돼요.”
그냥 던진 말이었다.
근데 이 여자, 내 말을 꽤 진지하게 들었다.
내가 눈만 깜빡이고 있자, PWAT 팀장이 말을 이었다.
“요원 출신인 건 알지만, 그러면 일이 꼬일 수도 있어요.”
타이르는 말투다.
어릴 때부터 자주 겪던 일인데.
평소의 태도 탓일까?
가끔 어떤 사람은 내가 생각이 아주 짧다고 생각한다. 진짜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른다고 보는 거다.
내 뇌가리에 우동 사리만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최근에는 삼촌이 날 그렇게 보는 것 같고.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니다.
경찰이 따지면, 적절한 제안을 말하려고 했는데.
어째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냐고.
괜히 길게 끌 것도 없었다.
“광익 씨, 내가 진짜 동생 같아서, 아니 남자로 보이긴 해요. 하지만 동생은 맞으니까 그래서 말하는 건데.”
“따지러 온 거죠?”
말을 끊었다.
“……네?”
“경찰이 진행하는 작전이 뭔지는 모르지만, 문제가 생긴 거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제조상 잡는 게 목적일 거고, 혹시 그 뒤에 엮인 사람 더 있어요?”
끔뻑끔뻑.
이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는 여자가 눈만 깜빡이는 걸 보니, 반전 매력으로 귀여워 보이긴 했다.
이 누나, 꽤 많이 귀여운 타입이네.
“누가 엮였든, 거기는 노터치 할게요. 제가 바라는 건 프린세, 아니 프로메테우스거든요.”
“그래서요?”
이제야 눈빛이 쓸 만해졌다.
정신 차린 팀장을 향한 제안이 있었다.
“골절맨 작전은 전부 경찰의 지시로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까 비밀리에 프리랜서를 고용해서 일을 처리한 거죠. 마약 제조업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경찰은 뒷골목 세계를 헤집었다.
그런데도 정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면 중고 형을 고용할 생각도 안 했을 거다.
일반인에 늙다리를 왜 고용해.
중고 형만 고용한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 뒤에서 날 고용했다고 한 줄 추가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물론 공짜로 해 줄 생각은 없다.
“광익 씨, 왜 머리 좋아요?”
놀란 팀장의 말에 난 숨도 안 쉬고 답했다.
“네, 제가 머리가 좀 좋습니다.”
학업 성적도, 잔머리도, 눈치 머리도 있는 타입이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말로 갈구고 어머니는 손으로 교육하셨습니다.
거기에 성적 떨어지는 건 그냥 내가 자존심이 상해서 공부했고.
등산도 도움이 됐다.
산 위에 서서 보면 모든 게 다 작아 보인다. 정상에서 심호흡하다 보면 모든 일이 명료하게 정리되곤 했다.
요원 생활하면서 그 이면에 엮인 일도 많이 봤다.
팀장은 번번이 그걸 내가 알아내게 했다.
그러니 이런 걸 추측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팬더 형이나 우미호는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현명함을 보인다.
그런 건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일종의 재능이니까.
하지만 상황의 앞뒤를 파악하는 정도야 뭐, 머리 좀 돌아가면 다 아는 거지.
“후, 좋아요.”
팀장이 손으로 얼굴을 쓸고 말을 이었다.
“하나만 약속해 줘요.”
“네.”
“제조업자가 프로메테우스는 맞아요. 우린 그 새끼가 가진 정보가 필요해요. 죽이진 마요.”
“네, 안 죽일게요.”
어차피 경찰과 협력해서 처리할 일이었다.
볼일 끝이다.
이대로 헤어지면 될 일이었다.
팀장이 불쑥 명함을 내밀었다.
이지혜, 이름이 보였다.
“지혜 누나, 어감 좋죠?”
“네?”
“데이트 신청 기다릴게요.”
“네?”
뭔 소리야. 이게.
“농담이에요. 전화번호 알려 줘요.”
이런 게 연상인가,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부담은 주지 않는다.
전화번호를 찍어 줬다.
“어떻게 찾을 생각이에요? 백이면 백 다 숨을 텐데요. 마약 만들고 파는 애들, 쉽게 머리 안 들이밀어요.”
“그건 기업 비밀이라서요.”
내가 윙크하며 말했다.
장난이었는데 지혜 누나는 그런 날 빤히 보다가 말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 주고 싶네요.”
아니, 대화의 수위가 진짜 선을 넘나든다. 능수능란, 네 글자가 떠올랐다.
그 순간이다. 내 기업 비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으으과아아앙이이이이익.”
“이만 가시죠.”
반대편에서 기업 비밀 강혜민 양이 눈에서 불을 뿜으며 걸어오는 중이었다.
“네, 그럼 또 봐요.”
일단 보내고 돌아섰다.
“바람났니?”
성큼성큼 걷듯이 뛰어온 혜민이가 물었다.
“단어부터 정정하자. 난 빛이 나는 솔로니까 바람이 날 순 없어.”
“우리 애는 어쩌고?”
“누구 들으라고 이렇게 크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저 누나 불멸자 아니고 초능 특수종이다. 안 들릴 거야.”
누나는 창문을 내려 사이드미러로 나와 혜민이를 눈으로 훑고 차를 몰고 떠났다.
혼자 왔다는 건 어느 정도 전권을 위임받아서 온 거겠지.
이렇게 쉬이 넘어가는 건 내가 전직 불특대 요원인 것도 이유겠고.
아버지의 후광도 영향이 있을 거고.
더구나 이 일에 끼어든 게 단군 그룹이다.
그걸 모를 리 없을 테니, 모든 걸 감안하고 왔을 터였다.
뭐, 덕분에 일이 쉽게 정리돼서 좋았…….
“너 곤란해서 딴생각하지?”
가끔 혜민이가 너무 날카로워서 무섭다.
“아닌데.”
부인했다.
“맞는데.”
“아닌데. 내가 널 왜 곤란해하냐?”
“시키는 일 밤새워 처리하고 오는 길에 딴 여자랑 노닥거리는 걸 보여 줬으니까.”
“아니다.”
“칫, 주문 적응하게 해 줘, 일 도와줘, 시부모님께 잘해, 밤마다 상대도 해 주는데 나한테 이럴 거야?”
“밤마다 뭘 상대해 주는 거냐.”
얘는 진짜 집요하다. 집요하게 오해받을 말만 해.
“그거 말고 네 능력이나 보여 줘. 찾았어?”
말하며 혜민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짜 밤을 새웠는지, 꽤 피곤해 보이긴 했다.
“마법사에게 잠은 중요해.”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오빠 방에서?”
“응.”
고개를 끄덕였다.
혜민이 그제야 제대로 된 언어를 뱉었다.
“찾았어.”
마법사는 귀하다. 왜 귀하겠나.
그만큼 쓰기가 좋으니까.
여기저기서 마법사를 고용하기 위해 대란이 일었다고 들었다.
혜민이는 일전에 만났던 불멸 사냥꾼이란 놈에 대해 반쪽짜리, 중퇴자라 불렀다.
배우다 만 놈, 쉽게 설명하자면 중학교 입학에서 인수분해 몇 문제 풀고 중퇴한 다음에 나 수학 좀 한다고 하는 꼴이란다.
그만큼 마법사가 귀하다.
내가 괜히 수도권에 있는 모든 마약쟁이를 두들긴 게 아니다.
난 배후에 숨은 놈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
숨거나, 나오거나.
나오면 잡아 족치면 되는 거고.
숨으면? 찾으면 된다.
일부러 손목, 발목 후리고 놔줬다.
혜민은 나와 변신족 팀에게 작은 씨앗을 하나씩 줬다.
해바라기 씨를 닮은 건데 몰래 옷깃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기계 추적 장치는 금세 발각되겠지만, 주술 추적 장치는?
마약 팔아서 먹고사는 프로메테우스의 개에게 이걸 해결할 수준의 마법사가 있을까?
그렇게 얻은 정보였다.
도주하고 숨고,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는 놈들이다.
그중 몇 놈의 동선이 겹쳤을 거다.
그중에 위로, 제조업체와 선이 닿는 루트와 길이 있을 터였다.
진짜와 가짜가 섞인다. 이걸 구분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아까 지혜 누나에게 말한 기업 비밀은 총 두 개였다.
하나는 혜민이.
다른 하나는 곰탱이다.
부르르.
전화가 울었다.
“네.”
팬더 형이었다.
“내가 누구냐? 내가 바로 불멸이 낳은 최고의 브레인…….”
이 양반이 또 이러네.
어쨌든 찾았다는 말이다.
프로메테우스 끄나풀이자, 한국에서 마약 사업하는 애들 본거지를.
“나 진짜 오빠 방에서 잔다?”
“오늘만이다.”
혜민의 말에 내가 답했다.
좋다고 웃는 걸 보니, 후환이 조금 두렵긴 하네.
난 오늘 밤에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