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283
약먹는 천재마법사 1283화(1283/1283)
약먹는 천재마법사 1283화
인외마경(6)
빙결마법은 레녹이 익힌 마법 중에서도 유독 특수한 위치에 있는 능력 중 하나였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 배웠을 만큼 비교적 빠른 시기에 습득했음에도, 정작 주력으로 사용한 적은 많지 않은 마법.
물이 많은 특수한 환경이나 지역에서, 빙결계 속성을 상성으로 갖는 상대를 향해 가끔 사용해 왔을 뿐.
마드리치 오니온과의 전투에서 빙결계의 분기점을 끌어내 승리를 거둔 것이 그나마 기억에 있었을까.
전격계와 염열계를 극한으로 다루는 이상 굳이 다른 속성에 손을 댈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빙결계 마법이 유용하지 않다거나, 충분한 위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카바힘에서 죽은 외신 ‘차가운 혜성’의 힘을 손에 넣은 뒤로, 레녹은 빙결마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으니.
천번의 신분으로 빙결계를 다루는 것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계기였다.
사아아아악……!!!
흘러넘치는 한기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얼려 붙인다.
작은 숨결을 내뱉은 순간 호흡조차 얼어붙으며 주변의 온도를 낮추었다.
염열계 대마법사인 천번의 신분으로, 완전히 반대되는 속성인 빙결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
한 가지 속성을 극한까지 깎아내어, 상반된 성질만을 남기는 탈각의 기예를 기점으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더한다.
본래 레녹에게 허락되지 않는 외신의 가능성을, 염열계의 탈각이라는 기점을 사용하여 다뤄내는 기적.
태양계의 힘을 두르고 쌓아 올린 불꽃과 죽은 외신의 힘을 품은 얼음.
한계를 초월한 염열계와 빙결계를 동시에 다루며 균형을 맞추고, 레녹이 손에 넣은 새로운 힘은-
[말도 안 되는 개소리!!!]쾅!!
사도의 가슴에 박힌 원자로가 거세게 회전하며 굉음을 내뿜었다.
잔뜩 흥분한 괴물의 감정을 대변하듯 사방으로 붕괴된 마력을 터트리며 사도가 고성을 질렀다.
[속성마법의 극한에 도달하는 것만으로, 상반되는 속성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거냐. 그걸 지금 말이라고!!!]“…….”
[승천자라 해도 그런 식으로는 못해. 그따위로 만들어낸 것이 신의 힘을 품고 있을 리가 없다!!!!]레녹이 휘감은 냉기의 흐름을 보자마자 사도 역시 직감할 수 있었다.
저 마법사가 움켜쥔 냉기는 그가 휘두르던 화염에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성취.
8레벨의 염열마법사인 천번이, 완전히 똑같은 8레벨의 빙결마법을 새롭게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그러한 말도 안되는 기적을, 탈각이라는 기예만으로 행하여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견뢰에게 패배해 찌그러진 네놈이, 우연히 초월에 이를 방법을 찾기라도 했다는 거냐……!!!!!]“오랫동안 염열마법을 사용해 왔기에 내 안에 쌓인 인과와 가능성이 있지.”
하지만 레녹은 사도의 사나운 괴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필요한 건 내 안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반대로 뒤집어 놓는 것뿐이다. 탈각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을 다른 술식에 적용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거짓말하지 마라!!! 네놈이 설령 신의 권능을 내려받은 화신이라 해도 그딴 짓거리는 불가능해!!!!]“해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도달한다. 언젠가 도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해낼 수 있지.”
레녹이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지금…… 성공해 낸 거다.”
[마르티네스으으으!!!!]쩌어어엉!!!
손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사도의 주먹을 잡아챈다.
싸늘한 냉기가 압축된 레녹의 손에 잡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얼어붙은 사도의 움직임.
냉기를 응축해 물체의 움직임을 강제로 정지시켜버리는 경지에 사도가 흠칫거린 찰나.
동시에 레녹의 주변으로 차디찬 한기가 훅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얼려 붙이기 시작했다.
[이, 이건……!!!]쩌저저저저적!!!!
해저터널의 균열을 타고 폭포처럼 떨어지던 물줄기가 거꾸로 얼어붙는다.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 덩어리가 터널 외벽에 난 균열 사이를 틀어막고 바깥으로 뻗어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 일대 흘러넘치던 수분을 얼리고 정지시켜, 터널의 균열과 확장을 틀어막고 안정시켰다.
단순히 마력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사도가 행한 파괴공작을 강제로 붙잡아 무위로 돌려버리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도가 순간적으로 신경을 빼앗긴 찰나 레녹이 움직였다.
“내 차례군.”
극한까지 압축된 냉기를 품은 손을 뻗어, 사도의 옆구리에 갖다댄다.
원자로의 힘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파이프와 날개가 대번에 차갑게 식으며 얼어붙는 모습.
하지만 레녹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의념을 휘감아 마력에 더해 유의미한 영창으로 조형하기 시작했다.
손안에 압축시킨 힘을 영거리에서 즉발로 터트려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축화(築火)의 탈각-
[상천(霜穿)]쩌어어어엉!!!!
[……!!!!]레녹의 손 안에서 거대한 얼음의 파도가 폭발하며, 사도의 신형을 휩쓸고 뒤로 처박아 버렸다.
반경 수십 미터 일대가 얼음 파도에 뒤덮이며 차갑게 얼어붙고, 터미널 본관과 해저터널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별관 주차장이 폭발하며 그 아래 수납되어 있던 수백 대의 차량이 얼음파도를 타고 터널 위로 뛰쳐 나왔다.
수백 대의 차량이 범람하는 저편에서 폭발하는 얼음 파편에 찍어눌리며 튕겨 나가는 사도의 모습.
[우, 아아아아아악!!!!!]발작하듯 가슴에 박힌 원자로를 회전시키며, 온몸에 돋아난 파이프와 날개를 동시에 휘두른다.
그때마다 사도의 모습이 인간을 벗어난 이형으로 화하며, 유압식으로 공기를 밀어내며 속도를 높였다.
쾅!!! 퍼버버버버벙!!!
쏟아지는 얼음의 파도 저편에서 수직으로 솟구친 사도가 해저터널 외벽에 충돌하며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레녹이 틀어막은 외벽의 균열을 더 크게 넓히려는 듯, 자신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벽에 머리를 처박는 것처럼.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일렌이, 사방에서 흔들리는 충격을 느끼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마르티네스.”
“…….”
“어떻게…… 정말, 인간 맞아요?”
레녹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던 아일렌이 힘겹게 블레이드를 잡고 일어서며 물었다.
“……지금까지 대체 어디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힐끗 시선을 돌린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걸음을 내디뎠다.
“이대로 저 사도의 힘과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내야겠다. 내쪽에서 주도할테니 알아서 협력하도록.”
“네? 왜 저대로 죽이지 않고……?”
“저 화신체는 지금 인신공양을 통해 이 해저 터미널 전체와 동조해 있다. 저걸 죽이려면 이 시설 전체를 통째로 소멸시켜야겠지만, 그랬다간 우리까지 바다 아래 수장당할 가능성이 있지.”
터널 외벽에 머리를 처박는 사도를 향해 레녹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놈은 내 화염이 두려워서 자신이 동조한 터미널을 스스로 파괴하고 바닷물을 들이는 것을 선택했어. 힘을 쓰면 쓸수록 균열은 더욱 심해지고 터미널과 사도의 동조 역시 풀리게 될 거다.”
“…….”
전 9사도가 레녹의 염열마법에 찍어눌린 시점에서 즉사하지 않은 것은, 그가 해저터미널 시설 전체와 동조하여 피해를 나눠받았기 때문.
이 해저 터미널 전체가 바다 아래서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내구성을 지닌 채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사도가 직접 터널을 박살내고 바닷물을 들이기 전까지 충격이 컸음에도 시설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던 바.
“놈의 사도술식과 권능을 한계까지 유도한 뒤 해저 터미널이 무너지기 직전에 한 방에 터트린다.”
그렇게 말한 레녹이 손안에서 냉기를 잡아 응축하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별관 지하주차장 사방에서 뛰쳐나온 수십대가 넘는 차량을 바라보며 레녹이 말했다.
“그걸 위해서는 사도가 터널 곳곳에 퍼트려둔 균열을 자극해 억지로 잡아 벌려야겠지.”
[아아아아아아악!!!!!]터널 외벽에 머리를 처박던 사도가 괴성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에 레녹의 앞에 도달했다.
수백 미터 거리를 찰나의 순간 뛰어넘어 초음속으로 주파하는 어마어마한 가속력.
동시에 레녹의 발아래서 얼음의 파도가 폭발하며, 사방에 널브러진 수십 대의 차량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해저터널 위로, 여러 개의 질량체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했다.
전신에 파이프와 날개를 덕지덕지 붙인 듯한, 새카맣게 눌어붙은 사도의 거체.
얼어붙은 빙판 위를 타이어가 녹아내릴 듯한 속도로 질주하며 미끄러지는 스포츠카의 형상.
콰과과과과!!!!
사방으로 튕겨 나간 수십 대의 차량이 터널 벽면과 천장에 충돌해 부서지며 균열을 넓혔다.
저공비행하는 사도와 차량 위에 올라탄 레녹이 해저터널 위를 평행선을 그리며 내달렸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모든 것이 흐릿한 선처럼 느껴지는 아득하기 그지없는 가속.
일그러지는 시계 속에서 레녹과 사도만이 멈춰 선 듯 서로를 돌아보고, 거의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기괘육편] [영동(永凍)] [십사섬결(十射剡訣)]퍼버버버버버버벙!!!!
날개 파편을 흩뿌려 던진 투사체와, 차가운 얼음포화가 찰나의 순간 수십 번 넘게 충돌한다.
충격파가 호수에 번진 파문처럼 폭발하고, 스포츠카의 왼쪽 차체가 장난감처럼 우그러지며 옆으로 쭉 밀려났다.
폭소하던 사도가 레녹을 마저 짓밟기 위해 날개를 뒤틀어 방향을 홱 틀었다.
[푸하하하핫!!! 멍청한 새끼가 속도로 나랑 승부를 보려-!!!]부아아아아앙!!!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뒤에서 전속력으로 튀어나오는 또 다른 스포츠카의 신형.
이미 최대속력에 도달해 있는 스포츠카 위에는 온몸을 얼음으로 바꿔 흩날리는 레녹이 올라타 있었다.
[이 개새끼가아아!!!!]분노한 사도가 날개를 터트려 차체를 박살 냈지만, 터널 사방에서 수십대의 차량이 동시에 튀어나와 속도를 높였다.
뇌화(雷化)를 깨우친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다루게 된, 육체를 다른 성질로 변화시키는 빙화(氷化) 능력.
사방 일대에 흩뿌려댄 상천의 냉기를 매개체로 삼아 순식간에 육체를 조형하고 옮겨 탄다.
콰과과과과!!!!
끝없이 펼쳐진 터널 사방에서 수십 대의 차량이 기어를 올리고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레녹과 사도의 속도전 속에서 찢어진 터널 위를 피해 일제히 따라붙는 차량의 형상.
“터미널 안에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차량은 수백 대가 넘게 남아 있지.”
쾅!!!
차체를 조작해 거침없이 사도를 옆에서 들이받은 레녹이 웃었다.
“여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계속해 봐라. 언제까지 달릴 수 있지?”
[닥쳐!!! 죽인다!!!]끼기기기기기긱!!!!
사도의 거체와 스포츠카가 충돌한 채로 거침없이 속도를 높인다.
화신체의 중량에 짓눌려 찌그러지는 와중에도, 지면을 스치며 가속하는 사도의 방향을 완만하게 바꾸고-
쾅!! 끼리리릭!!
발작하는 사도의 몸부림에 밀려난 차체가 옆으로 미끄러지듯 튕겨 나가 빙빙 회전했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차체 위에서 발밑을 얼려 몸을 고정시킨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차체 뒷면을 후려쳐 날려버리려는 사도의 날개 돋친 손아귀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앞으로 가속.
사도의 얼굴에 냉기를 처박아 밀어내며 터널 위로 속도를 높였다.
부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악!! 패배자 새끼가아아!!!!]격노한 사도가 맹렬하게 뒤를 쫓아 날아오는 것을 무시하고 속도를 높인다.
유리창 너머 비춰보이는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데 아득한 가속.
하지만 해저 터널 주변의 풍경은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바뀌지 않아, 오히려 이 주변이 얼마나 넓은지를 실감케 한다.
[죽어! 죽어!!! 죽어!!!!]증오 섞인 원념을 기어 삼아 속도를 높이듯, 기괴하게 일그러진 사도의 전신이 미친 듯이 진동한다.
공기를 압축해 유압식으로 뽑아내며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편익이 돋아나며 저항을 낮춘다.
레녹의 뒤를 쫓는 사도의 거체가 이번에야말로 최대 속도에 도달하며 온몸이 거뭇거뭇하게 물들어갔다.
쩌저저어어업-!!!
외신 메말라 붙은 날개.
태양을 집어삼키고 추락한 종말의 화신체가 그 어느 때보다 신과 가까워지는 이 순간.
교단의 아홉 번째 사도로서 자리했던 과거로 연어처럼 회귀해 본래의 힘을 되찾는다.
음속을 넘어 최대속도에 근접한 사도의 피부가 탈피하듯 벗겨지며 새로운 속살을 드러냈다.
날개 달린 악마 같은 형상으로 탈태하며 의념과 심상이 뒤집히고, 그 근원마저 한없이 종말에 가깝게 다시 태어났다.
[끄헤, 끄헤헤헤헷!!!!]인간의 언어조차 잃어버리고 질주하는 악마가 폭소하며 레녹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까지의 추격전이 거짓말처럼 레녹이 올라탄 차량을 따라잡아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최대속도에 도달하고.
새롭게 탈태하여 손에 넣은 기적을 악마가 거침없이 현실에 터트리려던 그 순간.
성
역
선
포
▼
!!!
옆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나타난 여성이 전속력으로 악마의 거체를 옆면에서 들이박았다.
쩌어어어어엉!!!!
두 사람의 교전을 계속해서 따라붙던 여성이 결정적인 순간에 추격해 들이박은 충돌.
동시에 스포츠카의 차체가 그 자리에서 산산이 박살 나 부품째로 흩날린다.
부서지는 차체 파편 사이로 피를 흘리는 아일렌이 튕겨 나가 붕 떠올랐다.
블레이드를 역수로 쥐고 악마의 어깨 부근. 파이프가 가장 많이 돋아난 피부에 꽂아 넣었다.
콱!!
생명체가 아니라, 말라붙은 나뭇가지를 쑤시는 듯한 푸석한 감촉.
[멍청한 여자!!!]한쪽 팔이 피범벅이 된 여성을 올려다보며 사도가 악귀같은 얼굴로 히죽 웃었다.
[자기가 처박은 충격의 반동을 이기지 못해 넝마가 됐군. 지능이 낮은 거냐……!!!]“현명하다고 해줄래요?”
철컥!
아일렌이 웃으며 건블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
“어차피 흘릴 피라면, 그쪽을 엿먹이는 용도로 쓰려고 한 것뿐이니까.”
[뭐?]뚝, 뚝-
격발장치의 총신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것은, 살덩이 알을 터트린 여성의 마력이 아니었다.
뚝뚝 떨어지는 피가 아일렌의 손목을 타고 건블레이드의 검면을 타고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중앙귀족의 진혈(眞血)이 총신을 타고 흘러 떨어지며 맹렬하게 회전하고.
악마의 체내에서 어마어마한 빛이 되어 그대로 폭발했다.
알트리마 마검술 0식
진혈개식 혈마탄장
[성해포(聖解砲)]뻐어어어어어엉!!!!!
[끄아아아아아악?!!!!!]순간, 전신의 감각이 폭주하는 듯한 고통에 악마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나뒹굴었다.
한참 속도를 높이며 각성하던 상황마저 잊고, 아일렌을 내던지며 터널 외벽에 몸을 처박는다.
[아학?! 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악?!!!!]쾅!! 쾅!! 쿠과과광!!!!
본능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속도를 낼 때마다, 체내에서 폭발한 진혈이 반응하며 전신을 좀먹는다.
마치 사도의 온 몸에 존재하는 잠력과 의지가 강제로 각성당하며 미친 듯이 폭주하는 듯한 기괴한 감각.
그 통제할 수 없는 감각에 몸부림치면서 무심결에 더 마력을 끌어올리고, 그만큼 더 고통에 정신이 좀먹혔다.
“할 수 있는 일은, 대충 다 한 것 같은데…….”
발작하는 사도의 몸부림에 맞아 튕겨나간 아일렌이 건블레이드를 쥔 채 엎드려 쓰게 웃었다.
“그쪽 차례예요.”
후욱!!
그 순간, 아일렌의 머리 위를 스쳐지나간 푸른 섬광이 엄청난 속도로 사도의 관자놀이 위에 내리꽂혔다.
차가운 섬광과 맞닿는 것과 동시에 온몸이 딱딱하게 얼어붙으면서 속력을 잃고 추락하는 사도의 모습.
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상에 머리를 처박은 악마가 터널 위를 미끄러지며 계속해서 가속했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하며, 연구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지.”
쾅!! 콰드드득!!
푸른 냉기를 두르고 사도의 머리를 짓밟은 레녹이 말했다.
양 손을 포개 사도의 머리에 대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의념을 집중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해도, 내가 얻은 모든 가능성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놔아아아아!!!!]“물질의 모든 운동과 성질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외신의 힘. 엔트로피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술식을 손에 넣었다면…….”
레녹이 속삭였다.
“지금부터는 모두 짓밟으면서 나아가도 괜찮겠지.”
염열계열 고유마법
성질역전 탈각현현
빙정공능(氷停功能)
백하견사(白河堅使)
종명(終命)
[창월(蒼月)]쩌어어어어어엉!!!!
푸른빛의 달이 떠오르며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얼어붙었다.
수분도, 냉기도, 한기와 계통마법조차 사용하지 않고 현실에 그리는.
아무런 전조조차 없이 그 자리에 현현하는 빙결계 술식의 새로운 극의.
[그……아르르르르르르르!!!!!]쿠구구구구구구!!!!!!
무너져 내린 터미널 본사 건물 앞에, 거대한 푸른 빛의 달이 내려앉았다.
해저 터미널이 위치한 공동 천장을 박살내고 떠오른 얼음의 달이 대번에 본관 건물을 휘감았다.
응축된 마력을 강제로 부유시키는 이해의 바다가 레녹의 의지에 호응하여 터미널 본관 건물 전체를 수면 위로 부상시키고.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이해의 바다 해역을 넘어 해저 터미널과 터널 일대를 통째로 해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얼음의 달이 바다 위에 떠오르며 사방 일대를 차갑게 얼려붙이고, 본래 존재하지 않은 얼음의 대지를 펼쳐냈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 사도의 거체를 달 안에 가둔 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모습.
전격마법의 폭주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컨트롤을 되찾은 레녹의 새로운 가능성.
성질변화의 극에 도달해 손에 넣은 탈각을, 외신의 힘을 품은 빙결마법으로 바꿔 휘두르는 극예.
오니온과의 전투 이후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차가운 혜성의 가능성을 얻은 빙결계의 새로운 도달점.
탁!!
얼어붙은 사도 앞에 내려선 레녹이 느릿하게 손을 쥐었다 펴며 생각에 잠긴 사이,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피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긴 여성이, 건블레이드를 허리춤에 납검하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직전까지 사도와 격렬한 전투를 치른 것 치고는 큰 상처가 없는 듯한 모습.
열차에서부터 이상할 정도로 부상을 입지 않는 듯한 모습은 그녀의 능력과 관련이 있는 걸까.
“후우…….”
레녹의 옆에 멈춰선 아일렌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제 자리에 서서, 얼어붙은 바다 일대를 바라보던 아일렌이 나직하게 말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적혀있던 당신에 대한 평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수정해야겠네요.”
“…….”
“부상에 대한 분석이나 약해졌다는 소문을 고민하고 있을때가 아니었군요. 어떻게 그 사이에 더 괴물이 돼서 나타난 건지…….”
입가에 쓴웃음을 띈 채 레녹을 올려다보던 여성이 말했다.
“에반 마르티네스. 우리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었죠?”
레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품 안에서 시가를 한 대 더 꺼내 들었을 뿐.
“됐으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수습하긴 해야 하니까.”
가늘게 뜬 눈으로 레녹을 바라보던 아일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터미널 본관을 향해 돌아섰다.
새하얀 서리를 품고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터미널을 보며 아일렌이 걸음을 옮겼다.
“사천사화마경으로 가는 방법. 그쪽이 보여준 능력이라면 오늘 안으로 도착할 방법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