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who sees Rainbows RAW novel - Chapter (340)
무지개를 보는 천재 마법사 외전-340화(340/341)
#340. 외전3. 사랑의 색채 (7)
하얀 털의 우아한 고양이 카트린느가 저택에 살게 된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리발! 와서 여기 좀 봐!」
「고양이잖아…? 몸은 재투성이에 크게 다친 것 같고. 대체 어디로 어떻게 들어온 거지?」
「어제 점검 때 왜곡장과 차단장을 잠시 꺼놨었잖아. 그때 굴뚝을 통해 들어왔나봐!」
잿더미가 흩어진 카펫.
그 위에 숨을 헐떡이는 고양이.
남자는 굳은 인상으로 다가가 침입자를 저택에서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여자가 가로막았다.
「돌봐줘야 해. 그냥 내버려두면 죽고 말거야.」
「하지만 에수아. 그럴 수는 없어. 저택에 우리 두 사람 외에 누구도 들이지 않는 건 처음에 정해놓은 원칙이야. 한 번 동정심에 이끌리면 밑도 끝도 없어져.」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새끼를 배었어.」
「…….」
남자는 침묵했다.
원칙을 고수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럴 수 없게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자신은 여자를 너무도 사랑했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이후 극진한 치료가 이어졌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컷던 탓일까.
저택을 찾아온 손님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에게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남겨 놓고서.
「카트린느야.」
「카트린느?」
「이 아이 이름, 방금 지었어.」
남자는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새끼 고양이를 쳐다보았다.
생명을 책임진다니, 그건 생각 이상으로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은 이미 전쟁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뒤로 한 채 저택에 들어온 상황 아니던가.
「키우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결연했다.
본인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기에 작은 생명에 집착을 하는 건지도 몰랐다.
「알았어. 에수아,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저택의 식솔이 늘어났다.
여자의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카트린느는 저택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돌아다녔다.
모범적인 고양이답게 선반을 통해 이동 중 감히 길을 막고 있는 그릇들을 손으로 밀어 떨어트렸으며.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벌레를 제압해 맹수로서의 위엄을 세웠으며.
때로는 책을 읽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는 편안히 골골거렸다.
「리발, 당신이 웬일이야? 카트린느를 내려놓지 않고. 당신 원래 고양이를 안 좋아하잖아.」
「…보다보니 귀엽네.」
남자는 중얼거리며 카트린느의 털을 쓰다듬었다.
하악!
콰득!
일정 확률로 깨물리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만지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리발, 지금 손가락에 피가….」
「괜찮아.」
하악!
콰득!
결국 남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하얀 털의 작은 생명체가 여자의 일상은 물론 자신의 일상에도 완벽히 스며들었음을 말이다.
카트린느는 남자와 여자에게 있어 실로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갇힌 공간이라는 특성상, 어린 고양이는 두 사람에게 생각 이상으로 커다란 활력소가 되었고.
또한 서로를 향한 사랑 역시 카트린느라는 새로운 연결고리 덕에 더욱 깊어져갈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카트린느에게 쏟는 두 사람의 애정은 각별해져갔다.
긍정적 종류의 감정들만이 저택을 둥둥 떠다녔다.
어린 고양이는 행복했다.
배고픔도, 지루함도, 불안함도.
모든 것이 풍족한 저택에서 자랐기에 익힐 수가 없는 개념이었다.
더러 창밖으로 비치는 바깥 세상의 풍경이 궁금했지만 저택을 나갈 생각은 없었다.
바깥은 미지의 영역이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가 바로 이곳에 있었으니까.
모든 시간이 좋았다.
셋이 창가에 앉아 함께 햇살을 쬐는 한가로운 한때도.
식사를 하며 엄마아빠의 도란도란 말소리를─물론 뜻은 알 수 없지만 높낮이가 경쾌한─듣는 것도.
무릎에 앉아 빗질을 받는 것도.
하나하나의 일상, 모두.
하지만 행복은 영원치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남자와 여자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 말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반응할 수가 있어?」
「아니, 그 부분은 당연히─.」
말다툼이 오갔다.
언성이 높아졌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져 서로의 작은 흠결들을 못 본 척 넘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를 하고.
다시 또 싸움이 벌어지고.
그런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며, 남자와 여자의 마음은 갈라졌다 붙기를 반복해 갔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가 인생의 절반쯤 해당하는 나이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
「…….」
두 사람의 마음은 원래 모양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제는 방도 따로 사용했다.
식사와 취미 생활도 각자였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피해다녔기에 하루종일 마주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결정적 계기는 최근 있던 아주 큰 다툼이었다.
긴 세월 서로가 서로를 너무 닮게 되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다툼.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격렬하게 밀어내듯이.
남녀는 각자의 방에서 동시에 생각했다.
「리발이 먼저 사과를 해야해.」
「에수아가 사과를 할 일이야.」
사실 누가 먼저 잘못을 하고 다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도 않았고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툼으로 인한 악감정 역시 잦아든지 오래였다.
다만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자존심을 굽히고 사과를 하는가였다.
냉전 상태가 불편하고 껄끄러웠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상대가 사과를 할 차례였으니까.
다툼 뒤에 서로 번갈아 사과를 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리발이 사과를 할 차례야.」
「이번에는 에수아가 먼저 찾아오겠지.」
남자와 여자는 생각했다.
상대가 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멋쩍게 화해의 말을 건네면 못이기는 척 받아주리라고.
허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리발이 왜 찾아오지 않지?」
「벌써 2주째인데… 에수아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어.」
남녀는 초조해했다.
불안해하고, 절망했으며, 암묵적인 룰을 어기는 상대방에 분노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맙소사. 그 사람은 이제는 정말 우리 사이를 끝낼 생각인거야.」
「이게, 이게… 정말 에수아 당신이 바라는 결말이란 말이야…?」
그렇게 긴 시간 두 남녀의 감정은 계속해서 곪아갔다.
오직 상대만을 탓하며, 먼저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그리고 이제는 마냥 어리지 만은 않은, 허나 저택에서 자랐기에 평생 어릴 수밖에 없는 고양이는 궁금했다.
미야오─
왜 엄마아빠는 이제 잠을 따로 자는 것인지.
왜 식사도 각자의 방에서 따로 하는 것인지.
왜 하루종일 멍한 얼굴로 복도 반대편만 바라보는 것인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남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머리를 비벼도 평소와 같이 쓰다듬어 주지 않았고.
장난감을 물고 가 앞에 떨어트려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저 저택의 물건들처럼, 안락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에게서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정령으로 화하며 지성을 획득하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건 저택에 빽빽이 고인 순수한 마나를 저도 모르는 사이 오랜 시간 체내에 축적해왔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자연적이고도, 필연적이었다.
정령은 깊은 잠에 든 남녀를 깨우려 마나를 움직이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허나 직관에 따른 어떤 마법을 사용해도 효과는 없었다.
그저, 남녀의 신체 상태가 계속해서 좋지 않아져 갈 뿐이었다.
그러다 떠오른 마법이 있었다.
「어때? 이 마법을 이용하면 앞으로 우리가 물건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질 것 같은데.」
바로 남녀가 저택의 모든 물건에 걸어놓았던 보존 마법이었다.
정령은 그때 마나가 움직였던 느낌을 기억해 보존 마법을 그대로 구현했다.
그리고 그것을 남녀에게 걸었다.
그러자 썩는 듯한 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게 되었다.
이후 정령은 기다렸다.
남자와 여자가 깨어나기를.
홀로, 드넓은 저택에서.
가늠할 수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초록빛 땅이 돌아온 바깥으로, 다 함께 나가는 꿈을 꾸면서.
그러던 중, 침입자가 나타났다.
─엘프였지. 처음엔 공격할까 했지만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1층에서 올라오지 못하더군. 오히려 함정에 당할 뻔 해 내가 몰래 구해준 적이 있었지.
그리고 카트린느는 덧붙였다.
허공을 날아다니던 스피커는 모니터 앞의 패널을 조작해 자신이 리발의 목소리를 출력한 것이라고.
─부탁대로 모든 얘기를 들려줬는데, 이제 리발과 에수아를 깨울 수 있는 것인가?
레이는 한참 침묵했다.
죽음의 개념을 모르는 이 작은 정령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줘야할까.
마냥 대답을 회피할 수는 없을 터였다. 나름의 고민 끝에 말했다.
“모든 생명체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살게 되면 영원한 잠에 빠지게 돼.”
─영원한 잠?
“깨어있는 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안식을 취하는 거야.”
영원히, 행복하게.
영혼들이 도착하는 낙원에서.
레이는 일단 자신의 종교적 지식을 빌려 최대한 설명했다.
카트린느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납득을 한 듯 했다.
─두 사람이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군. 어쨌든 지금 깨울 수 없다는 뜻인가?
“맞아. 혹시 우리와 함께 저택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없어?”
카트린느는 갑자기 몸부림을 치더니 레이의 품에서 벗어났다.
탁.
바닥에 착지한 후 다시 폴짝 뛰어올라 리발의 무릎에 자리잡았다.
─제안은 고맙지만 그럴 순 없다.
“어째서? 이 저택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아있지 않아.”
─리발과 에수아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난 둘의 곁을 떠나 어디로도 갈 생각이 없다.
카트린느의 태도는 단호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집착.
그 감정은 레이가 나일스와 굴다리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미련과 닮아 있었다.
보석들의 힘을 이용해 옛 인연들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평소 그런 생각을 수없이 해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과거에 얽매이는 순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게 옳은 선택지임을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온전히 네 삶을 사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때문에 지금 말은 어떤 면에서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거절하겠다.
“저택에 갇혀있을 생각이야?”
─난 떠나지 않는다.
“밖에는 훨씬 더 나은 장소가….”
─하악!
하얀 솜방망이가 뻗쳐오는 레이의 손을 탁탁 쳐냈다.
그 모습이 퍽 앙증맞아 양껏 귀여워해주고 싶었지만, 일단 다른 할 일을 하기로 했다.
레이는 걸음을 옮겨 방을 살폈다.
카트린느는 빤한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볼 뿐 특별히 방해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여기도 일지가 있어.’
4층에선 전무했던 기록물이 여기 잔뜩 모여있었다.
가장 가까이 위치한 것을 집어 페이지를 넘겼다.
팔락─
「우리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마치, 보존 마법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영구히 원상태를 유지할 이 저택의 물건들과 같이.」
사랑에 대한 확신.
나이 들었을 때가 아닌 젊었을 때 쓴 일지로 추정되었다.
「모든 전쟁이 끝나고, 황폐한 대지가 정상으로 돌아온 그날 우리는 함께 저택을 나갈 것이다.」
「혼자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녀와 함께여야 한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다.」
팔락─
「우리는 약속했다. 정확히 미래의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한날한시에 함께 문을 열고 나가기로. 그때까지 변치 않을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로.」
팔락─
「그래. 그것이 과거의 우리가 미래의 우리를 위해 준비하는 축복이며, 동시에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탁.
일지를 덮은 레이는 직감했다.
바로 이 일지의 내용이 저택을 나갈 수 있는 단서임을 말이다.
‘1층 출입문의 잠금 마법은 옛 시대의 것이었어.’
구조가 극도로 복잡해 온전한 파악은 불가능했다.
다만 특정 조건이 달성되어야 열리는 것으로 보였었다.
‘변치 않는 사랑.’
그것이 1차적인 조건일까?
레이는 몸을 돌려 리발의 가슴 위에 다변하고 있는 감정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안락의자로 다가가 물었다.
“이 감정, 느껴져?”
─느껴진다.
카트린느는 긍정했다.
리발과 에수아가 항상 품고 있었으며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더욱 크게 진동하던 감정이라고.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해.”
─사랑? 그게 무엇인가?
레이는 침묵했다.
아무래도 사랑 척척박사를 불러와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