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ome honey by copying skills RAW novel - Chapter (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241화(242/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241화
결국 최심부는 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암흑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암흑 공간에서 진화의 권능 때와 같은 거대한 눈동자가 생성되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황금빛으로 빛나던 진화의 권능과는 달리, 창조의 권능은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는 거다.
“드디어 보게 되는군. 창조의 권능.”
이미 진화의 권능을 경험해 봐서 그런지, 준혁은 매우 익숙하게 거대한 눈동자를 바라봤다.
-진화의 권능이 결국 그릇된 선택을 했군.
“글쎄, 그릇된 선택인지 올바른 선택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지.”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건 준혁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아니, 물러날 방법이 없다고 봐야 했다.
그때.
“창조의 권능!”
칼리만이 거대한 눈동자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눈동자의 시선이 칼리만에게로 옮겨졌다.
-너는 뭐지? 분명 내가 만든 피조물의 잔재가 남아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특이한 놈이로군.
그에 칼리만이 창조의 권능을 보며 말했다.
“한때 공왕 칼리만이라 불렸었고, 지금은 감옥 행성의 주인인 칼리만이다. 날 벌써 잊은 건가?”
공왕 칼리만이라고 하자, 그제야 기억난 것 같았다.
-호오, 칼리만이라. 쥬벨리아나 다음으로 만든 그 피조물인가? 한데 난 그런 모습으로 만든 기억이 없는데.
아마도 바르고스 종족이었던 칼리만의 모습과, 감옥 행성의 주인인 칼리만의 모습은 사뭇 다른 모양이었다.
“시스템의 힘을 벗어 던지면서 외형도 변했지. 이제 난 네 말 한마디에 먼지로 사라질 그런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다!”
그런 칼리만을 보며 창조의 권능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대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권능의 주인과 대화 중이다. 너 같은 놈이 감히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지. 찌그러져 있어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리만의 팔과 다리에 뇌전의 수갑이 채워졌다.
파츠츠츠츠!
손목과 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뇌전의 고통은, 순식간에 칼리만의 전신으로 퍼졌다.
“크아아아악!”
그렇게 칼리만을 제압한 창조의 권능이 다시금 준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완전한 각성을 이루었으니 진화의 권능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지?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다.
“대체 왜 하나가 되는 것에 집착하지? 지금만 해도 너는 신과도 같은 존재이지 않나? 대체 왜?”
비록 시스템에 의한 창조라고 하지만, 어쨌든 바르고스 종족이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 창조의 권능이었다.
그리고 각성 시스템을 만들어 전 차원에 뿌렸으며, 이를 통제할 수도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시스템이 안착한 차원에서는 거의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하나가 되는 것에 이리도 집착한단 말인가.
-그것은 우리가 원래부터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 새로운 목적이 생겼지.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고 하자, 준혁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새로운 목적?”
-지금껏 실체가 없는 그저 공허의 공간에서만 존재했던 나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육체를 손에 넣어 이 힘을 직접 투사할 것이다. 바로 너의 육체를 통해.
한마디로 준혁의 육체를 빼앗겠다는 것이다.
“하! 내 몸을 빼앗아? 어이가 없군. 그래서. 뭘 어찌하려고?”
-어쩌긴. 이제 너와 나는 하나가 되는 것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눈동자가 붉은 빛무리로 변하더니 이내 준혁의 몸으로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아!
“크윽! 이, 이게 무슨!”
그와 동시에 준혁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 * *
준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진화의 권능과 처음 만났던 심상 세계였다.
“여기는 나의 심상 세계?”
그런 준혁의 뒤에서 진화의 권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해라. 곧 시작된다.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황금빛 눈동자가 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화의 권능? 설마!”
그러고는 황급히 원래 보고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으음, 창조의 권능.”
처음에는 없었던 붉은빛 눈동자. 바로 창조의 권능이 어느새 나타나 있었다.
-진화의 권능. 저번과 같은 요행이 또다시 발생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이번에야말로 넌 나와 하나가 될 것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붉은빛 눈동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진화의 권능 역시 황금빛 눈동자에 빛을 발하며 창조의 권능에 맞서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두 권능의 힘이 충돌했고, 준혁의 심상 세계가 크게 흔들렸다.
두드드드드드!
그와 더불어 준혁의 전신에 강력한 압박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큭! 이, 이게 무슨…….”
-정신 차려라! 여기서 패하면 너와 나는 소멸한다. 버티고 또 버텨라! 지금은 버티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패한 쪽은 소멸하고, 살아남은 쪽은 완전체가 되는 싸움.
더욱이 준혁은 자신의 몸까지 빼앗기게 되니, 더더욱 이 싸움에서 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이었기에, 좀처럼 그 돌파구를 찾기가 힘들었다.
드드드드드드!
붉은빛은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며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황금빛은 그에 대항하며 힘겹게 영역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포기해라! 애초에 너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창조의 권능은 포기를 권유했지만, 준혁도, 진화의 권능도,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소멸할 때 소멸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버텨봐야 하지 않겠는가.
“큭! 뭔가 방법이 없나? 압박이 너무 거세다. 이대로라면…… 버티기 힘들 것 같다.”
붉은빛이 영역을 넓혀갈수록 준혁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점차 심해졌다.
그나마 진화의 권능이 이렇듯 버티고 있는 것은 준혁과의 유대를 힘으로 전환해 대항하고 있어서인데, 만약 준혁이 여기서 정신을 잃게 되면 그 유대가 끊기게 되고, 당연히 진화의 권능은 버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도 버텨야 한다. 네가 무너지면 나도 무너진다.
“젠장! 크윽! 큭!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컥!”
붉은빛은 공간의 70퍼센트 가까이 차지했고, 황금빛은 나머지 30퍼센트조차 지키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준혁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점차 늘어만 갔다.
한데 그 순간.
쿠쾅! 파츠츠! 콰쾅! 파츠츠츠!
준혁의 심상 세계에 전혀 다른 성질의 충격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또 뭐야!”
-이건 외부의 충격이다! 누군가 외부에서 널 공격하고 있는 거다!
진화의 권능은 외부에서 누군가 준혁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뭐? 외부에서 누군가 나를? 여기서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자는…… 칼리만?”
창조의 권능이 강림하면서 외부와의 모든 통로가 단절된 상태였다. 그렇다는 건 결국 준혁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칼리만이 범인이라는 뜻이었다.
-아마도 그자겠지.
“대체 왜? 공동의 적인 창조의 권능을 앞에 두고 나를 공격하는 이유가 뭐지?”
칼리만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동의 적인 창조의 권능이 건재한 상황에서 왜 자신을 공격한단 말인가.
-창조의 권능과 내가 모두 네 안에 있으니까. 현실의 네가 죽으면 네 안에 있는 창조의 권능과 나는 순간적으로 힘을 잃게 된다. 그자는 그 틈을 이용해 우리의 힘을 흡수하려는 속셈이다.
그제야 준혁은 칼리만의 꿍꿍이가 뭔지 깨달았다.
자신을 어떻게든 창조의 권능과 만나게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창조의 권능이 심상 세계에서 싸우는 틈을 이용해 준혁을 제거.
어부지리를 노리려는 것이었다.
그때.
-큭! 어서 네 몸의 통제권을 내게 넘겨라! 이대로라면 우리 모두 저놈에게 당하고 만다!
창조의 권능은 몸의 통제권을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
하지만 순순히 내줄 준혁이 아니지 않은가.
“뭐? 무슨 개소리를. 너에게 통제권을 넘기느니 차라리 칼리만의 손에 뒤지고 말지. 그러지 말고 차라리 네가 나를 도와라.”
준혁은 오히려 창조의 권능에게 자기를 도우라고 했다.
-어림없는 소리! 이대로 죽을 것이냐!
“어차피 너에게 소멸될 운명 아니었나? 비록 칼리만 저놈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게 짜증 나긴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소멸될 거라면 네놈과 함께 소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는지 모르겠는데 원래 잃을 게 없는 놈은 두려울 것도 없거든.”
어차피 칼리만의 개입이 없었다면 창조의 권능에 의해 소멸했을 것이다. 즉,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준혁 입장에서는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감히…….
“일단 공동의 적인 칼리만을 먼저 제거하자. 그다음 우리의 싸움을 재개하면 되는 거 아냐? 잘 생각해. 어차피 지금 아쉬운 건 내가 아니야. 바로 너지.”
어차피 소멸할 운명이었던 준혁과, 모든 걸 손에 넣기 직전이었던 창조의 권능.
과연 아쉬운 게 누구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네가 심상 세계를 벗어나려면 힘의 균형을 5:5로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나의 힘 일부를 너에게 건네야 한다는 뜻인데 내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 보나.
준혁이 심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창조의 권능을 흡수하거나, 아니면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걸 위해 창조의 권능이 스스로 소멸하는 길을 걷지는 않을 테니, 남은 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준혁에게 힘의 일부를 건네야 한다는 건데, 이 역시 창조의 권능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약속하지. 일단 칼리만을 처리하고 나면 네가 건넨 힘을 다시 돌려주겠다. 나 최준혁.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 인물이지. 어차피 이대로라면 우리 모두 소멸할 뿐이지 않나? 나를 믿어라.”
준혁의 말에 창조의 권능은 쉽게 결정내리지 못했다.
-…….
그러는 와중에도 외부의 충격은 끊임없이 내부를 진탕시켰다.
콰쾅! 파츠츠! 쿠쿠쿠쿵! 파츠츠츠!
그에 준혁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찌할 거냐!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내가 죽으면 너도 소멸한다는 걸 명심해!”
준혁의 독촉에 결국 창조의 권능은 그의 뜻대로 하기로 했다.
-좋다. 이대로 허무하게 소멸할 수는 없으니 일단은 네 뜻에 따르지.
그렇게 말한 창조의 권능이, 자신이 보유한 시스템의 힘 일부를 준혁에게 넘겼다.
솨아아아아아아!
순간 준혁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붉은빛의 영역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황금빛 영역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역의 균형이 정확히 5:5가 되었을 때.
화아아아아악!
준혁의 몸이 심상 세계에서 사라졌다.
* * *
창조의 권능이 준혁의 심상 세계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진화의 권능과 충돌하자, 준혁의 육체는 환한 빛에 휩싸인 채 허공에 떴다.
그리고 뇌전의 수갑에 의해 몸이 구속되어 있던 칼리만은, 고통을 참아가며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이빨 사이에 끼워뒀던 캡술을 깨물었다.
‘지금이다!’
아작!
그러자 칼리만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그극! 그그그극!
새대가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던 칼리만은, 어느새 검은 흑발에 머리에 난 3개의 뿔. 그리고 등에 돋아난 검은 날개를 보유한 건장한 남성체로 변해 있었다.
“크크큭! 드디어 돌아왔군. 본래 나의 모습으로.”
지금의 모습은 바로 칼리만의 공왕 시절 모습이었다.
칼리만은 자신에게서 시스템의 힘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작은 캡슐에 담아 놓았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금 시스템의 힘을 회복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꼭꼭 숨겨뒀던 그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수고가 많았구나. 시스템을 품은 아이야. 이제 그만 영원한 안식을 취하거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준혁을 향한 칼리만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쾅! 쿠쾅! 쾅! 콰콰쾅! 쿠쿵!
되찾은 강력한 힘으로, 허공에 뜬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준혁을 샌드백처럼 공격하는 칼리만.
하지만 준혁을 감싸고 있는 환한 빛이 그의 공격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쾅! 쿠쿵! 쿠쾅! 쿵!
그럼에도 꾸준히 공격을 이어갔고, 서서히 그 빛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쩌저저적!
“흐흐흐. 슬슬 끝이로군. 이제 곧 있으면 나는 신이 된다.”
칼리만은 준혁을 죽이고, 힘을 잃은 창조의 권능과 진화의 권능을 흡수해,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다.
쾅! 쿠쾅! 쾅!
연거푸 이어진 칼리만의 공격에 결국 빛의 보호막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쨍그랑!
그와 동시에 온전한 준혁의 육체가 칼리만의 눈에 들어왔다.
“하하하! 드디어 내가 신이 된다!”
눈을 감은 채 허공에 떠 있는 준혁을 향해, 칼리만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부우우우우우웅!
한데 이게 무슨 일인가.
턱!
칼리만의 날카로운 손톱이 준혁의 목을 꿰뚫기 직전, 무언가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헛! 무, 무슨!”
그건 바로 준혁의 손이었다.
서서히 눈이 떠지며 준혁의 황금빛 눈동자가 칼리만을 바라봤다.
“호오, 칼리만? 그게 네 진정한 모습인가?”
“큭! 네가 어찌! 이럴 리가 없는데. 창조의 권능이 이리 순순히 네놈을 놔줄 리가 없는데.”
칼리만의 말에 준혁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세상이 그래. 욕심 많고 가진 게 많은 놈은, 결코 잃을 게 없는 놈을 이길 수 없거든.”
순간 준혁의 두 눈이 반짝였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칼리만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었다.
“컥!”
그런 칼리만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 준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너처럼 말이야. 그러게 왜 시스템의 힘을 회복했어. 그러니까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잖아.”
칼리만이 시스템의 힘을 되찾은 이상, 완전한 각성은 물론이고 창조의 권능에게서까지 힘을 전해 받은 준혁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 살려주게. 이대로 조용히 감옥 행성으로 돌아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겠네.”
살려달라는 칼리만에게, 준혁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싫은데?”
그것이 끝이었다.
푸우욱!
순식간에 칼리만의 가슴을 꿰뚫은 준혁의 손에는, 쥬벨리아나에게서 얻었던 것과 같은 SSS급 결정체가 들려있었다.
“이, 이런 빌어먹을…….”
푸스스스스.
그렇게 칼리만은 허탈한 표정으로 빛무리가 되어 사라졌다.
“후우, 방해물도 제거했으니 슬슬 마무리를 지으러 가봐야겠군.”
칼리만을 제거한 준혁은, 다시금 눈을 감고는 심상 세계로 이동했다.
* * *
빛무리와 함께 다시금 심상 세계로 돌아온 준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붉은빛 눈동자를 바라봤다.
“칼리만은 제거되었다.”
-다행이군. 이제 약속을 지켜라.
약속을 지키라는 창조의 권능에게, 준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약속? 무슨 약속.”
-칼리만을 제거하면 내게 전해받은 힘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약속. 지키지 않을 생각인가?
다시 한번 약속을 언급하는 창조의 권능에게, 준혁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모르나 보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야. 깨라고 있는 거지. 이제야 서로 대등해졌는데 미쳤다고 다시 돌려주겠냐? 자! 다시 시작하자고.”
창조의 권능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은, 순식간에 대등한 상황으로 변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준혁과 진화의 권능이 유리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등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준혁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창조의 권능과 준혁은 소멸을 건 최후의 싸움을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허공에 떠 있던 준혁의 두 눈이 다시금 떠졌다.
한데 준혁의 한쪽 눈은 황금빛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크크큭. 드디어 손에 넣었네. 신의 권능.”
창조의 권능과 진화의 권능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새로운 권능이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신의 권능.
그리고 신의 권능을 얻은 최후의 승자는, 다름 아닌 준혁이었다.
에필로그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괴수들은, 칼테라미온과 페루나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내성으로 향했다.
“큭! 이제는 더 막기 힘들어! 일단 뒤로 물러나야 해!”
이미 칼리만의 군세는 전멸한 지 오래였고, 헬렌과 메이, 레이코와 일반 부여 능력자들, 그리고 살아남은 몇몇 특급 죄수들만이 힘겹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슬슬 밀리기 시작했다.
“주군께서 사태를 마무리할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합니다!”
헬렌은 어떻게든 입구를 막고 버티려 했다.
“젠장! 이러다 다 죽는다고!”
“최심부! 일단 최심부로 이동합시다! 거기도 최심부 입구를 막는 일행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들과 합류해서 거기서부터 막는 게 어떻겠습니까!”
공략팀이 다시 방어팀과 황제 공략팀으로 나뉜다는 건 이들 역시 알고 있는 사실. 밀려드는 괴수들을 더는 막기 힘들다고 판단한 이들은, 일단 그들과 합류해서 새로이 방어진을 구축하자고 했다.
한데 그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성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철민?”
다름 아닌 철민이었다.
최심부 입구를 지키고 있던 그가 갑자기 여기에는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의문은 준혁의 등장과 함께 풀렸다.
“모두 물러서세요.”
준혁의 말에 다들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주군!”
“주, 준혁! 설마 황제를 쓰러트린 겁니까?”
“최준혁 단장! 무사했구먼! 진정 황제를 쓰러트린 건가?”
어디 황제뿐이겠는가. 창조의 권능까지 무너트리며 신의 권능을 손에 넣은 준혁이었다.
“잠시 상황 정리 좀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준혁이 그들을 지나쳐 내성 입구를 나섰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동작 그만.”
그러자 물밀 듯이 밀려들던 괴수들이 순간 얼어붙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멈췄다.
“꿇어라.”
꿇으라는 준혁의 말에, 괴수들이 급히 무릎을 꿇었다.
쿵! 쿵! 쿵!
족히 수천만은 되어 보이는 그 어마어마한 괴수의 군세가, 준혁의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은 한 마디에, 일거에 멈춘 것도 모자라, 동시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칼테라미온. 이제 됐어.”
그리고 괴수들을 견제하던 칼테라미온을 불러들였다.
“주, 준혁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황제를 쓰러트렸다는 건 알겠는데 저놈들이 왜…….”
철민은 준혁이 황제를 쓰러트렸다고만 알고 있지, 창조의 권능까지 흡수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창조의 권능 힘을 흡수했거든.”
조용한 준혁의 말에, 철민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헉! 뭐, 뭐라고? 대체 언제?”
황제를 쓰러트리러 들어간 준혁이, 대체 언제 창조의 권능을 흡수했다는 말인가.
“그렇게 되었다. 아무튼 이제 바르고스 종족은 내 통제권 안에 들어왔어.”
창조의 권능에 의해 만들어진 종족이 바로 바르고스 종족이다.
그렇다는 건 저 괴수들의 통제권이 온전히 준혁의 손에 들어왔다는 거다.
“허! 진짜? 그럼 이제 어쩔 거냐? 지구에서 괴수들을 싹 몰아낼 거야?”
신의 권능을 손에 넣은 준혁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준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상태를 유지해야지.”
괴수들과 공존하고 있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하자, 철민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 아니 왜?”
“괴수들이 사라지면 지금의 각성자들은 어떻게 될까? 힘을 투사할 존재가 사라졌으니 아마도 그들로 인해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지.”
각성자들은 괴수들을 상대하면서 부와 명성을 얻었다.
한데 그런 괴수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힘을 사용할 대상이 사라져 버리니 그들은 그 힘을 다른 쪽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질 것이다.
“으음.”
“그리고 결정체 산업이 최고조에 오른 지금, 괴수들이 사라져서 결정체 수급이 중단된다면? 수많은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거야.”
그렇게 말한 준혁이 황성 안팎에 가득한 괴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저들은 지금의 사회를 유지하며 각성자들에게는 부와 명예를, 기업에는 결정체를 공급해 주는,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그런 가축 역할을 하게 될 거야.”
준혁은 바르고스 종족을 그저 가축 정도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아! 물론 언제까지고 지금의 상황을 유지할 생각은 없어. 천천히 괴수들의 영역을 줄여 나갈 거고, 언젠가는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겠지. 그 대신 멸망한 다른 차원의 행성에 게이트를 열고, 그곳을 새로운 사냥터로 개방할 생각이야.”
지금 당장은 괴수들과의 공존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괴수들의 영역을 줄여나가면서, 멸망한 세상에 새로운 사냥터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지구는 온전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거고, 각성자들은 새로운 사냥터에서 괴수들을 사냥하게 될 것이다.
“한데 말이다. 나는 걱정이 된다는 말이지. 너는 지금 창조의 권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신의 힘을 손에 넣었잖아. 과연 창조의 권능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냐?”
힘이 있으면 쓰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철민은 신의 권능을 손에 넣은 준혁에게, 창조의 권능처럼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글쎄. 훗날 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희들이 곁에서 내가 변하지 않도록 막아주면 되잖아?”
사람인 이상 준혁도 본인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들과 일행들이 곁에 있는 동안에는 결코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하, 그래. 네가 변할 것 같으면 뒤통수 한 방 거하게 때려주마.”
“그래. 그래라. 이만 돌아갈까?”
말을 마친 준혁은 다시금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렇게 준혁과 그 일행들은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되어서 지구로 귀환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