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 get talent and become top stars RAW novel - Chapter (249)
유령들 재능 받고 톱 스타-249화(249/250)
< 우리 모두 각자의 사연 – 4 >
사우디의 왕궁이 화려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외부만 보았을 때는 여타 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오니 벽이나 기둥엔 온갖 금은보석으로 치장되어 있고, 딱 봐도 윤기가 주르르 흐르는 최고급 융단들은 그냥 밟고 다니는 카펫이다.
재단의 원주인이었던 제이슨의 집에 갔을 때도 너무 화려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에 비하면 그 집은 그냥 서민 집이었던 거다.
삶의 내공이 깊지 않은 나와 최이성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입을 벌린 채 구경하기 바쁘고, 사무엘은 적당히 티 안 나게 둘러본다.
압둘라가 그런 우리를 보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평안하게 말한다.
“천천히 보십시오. 시간은 많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놀라워하십니다. 우리야 뭐 맨날 보는 거라 별 감흥이 없지만요.”
“와. 집 나가기 정말 싫겠네요.”
“하하하. 재미있는 표현이시네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큰형님이 그러시더군요. 이곳은 화려한 감옥이라고. 가진 자유를 누리십시오.”
“왕세자 전하께서는 어떠십니까?”
“저는 이런 감옥을 좋아합니다. 밖으로 다니는 걸 그리 즐겨 하지 않는 편이지요.”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더니 무디와 압둘라의 성품의 차이가 이런 곳에서 나타나나 보다.
그런 면에서 압둘라는 왕세자에 제격인 모양이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압둘라와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의 양 볼에 입을 맞춘다.
“왕세자 전하.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조카님께서는 일찍 오셨군. 아직 연회가 시작되려면 제법 시간이 남았는데.”
“저분은 디만의 사무엘 대표가 아닙니까?”
“사무엘 대표를 알고 있다니 조카님의 인맥이 안목이 나보다 낫구만.”
“왕세자 전하의 방으로 가시는 겁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동행해도 될까요?”
“나도 그러고 싶네만 귀하게 모신 손님께 소개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낼 수 있게 주선해 드리지.”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라? 따로 받을 게 있는 건 아니고요.”
“글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 하는 게 세상의 이치이지.”
조카라고는 하지만 압둘라와 그다지 나이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아주 반가운 친족을 만난 듯 인사를 하지만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압둘라가 말한 것이 이런 것이었나?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나 역시 오만한 눈빛으로 그들의 눈빛을 마주한다.
잠깐 나와 사무엘을 보던 조카라는 자가 물러선다.
왕세자 방이 굳게 닫힌다.
사무엘과 최이성조차 들어오지 못하고, 오직 나와 왕세자만 들어온다.
“둘째 형의 양자입니다. 둘째 형한테는 아들이 없고, 딸밖에 없어서 숙부님의 큰 손자를 양자로 들였지요.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아. 어쩐지. 조카라고 하시는데 어려 보이지가 않아 이상했습니다.”
“저들의 귀에도 반지의 존재가 들어간 거 같습니다. 오늘 제가 그 반지를 끼고 나타나면 더 이상 아무도 왕세자 자리를 탐하지 못할 겁니다. 저에게 먼저 반지의 정보를 흘려 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왕세자시니까요.”
드디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꼭 쥐고 있었던 블루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은 반지 갑을 꺼낸다.
처음 보았던 그대로 조잡하고, 불투명한 푸른색으로 덮여 있는 반지.
왕세자의 눈에 실망스러움이 비친다.
원 왕세자였던 무디와 함께 푸른 하늘의 심판석에 갔다 온 후로 나 역시 몇 번이고 확인했다.
혹시나 원래 무디가 꿈속에서 보여 주었던 그 아름다웠던 블루다이아몬드의 모습을 되찾을까 싶어서.
하지만 여전히 변함이 없는 걸 보고는 나도 적잖이 실망하긴 했다.
“어린 시절 형님을 졸라 이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는 많이 다르군요.”
“제가 처음 발견했을 때도 이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한번 껴 보시죠. 반지가 주인을 찾으면 제 모습으로 바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하하. 철수 씨는 정말 유쾌한 사람이군요. 사실 이 반지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함께하죠. 어린 시절에는 그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진진하고 멋있었지만 이제는 동화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네요. 크흠. 하지만 그래도 철수 씨가 그렇게 말하니 한번 껴 볼까요?”
반지는 따로 세공을 하지 않았는데도 압둘라의 두 번째 검지손가락에 딱 들어맞는다.
– 하아.
그 순간 사람이 죽기 전 숨이 끊어지기 전의 마지막 날숨 같은 옅은 한숨 소리가 우리 둘의 공간을 지나간다.
나와 압둘라가 동시에 눈이 마주친다.
‘압둘라도 들었구나.’
저절로 반지로 눈이 향한다.
순간적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영롱한 푸른빛이 다이아몬드에서 뿜어져 나왔다가 사라진다.
그리고는 맑고 깨끗한 블루다이아몬드 반지가 압둘라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 우와. 대박!
– 신이시여!
압둘라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한다.
나한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인 알라에게 하는 것 같다.
압둘라는 내가 있어도 전혀 아랑곳없이 기도문 같은 걸 외며 눈물을 흘리며 감격한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나대로 놀란다.
그렇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수도 없고,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하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난감해 일부러 고개를 빼고 압둘라의 방을 구경한다.
들어올 때는 워낙 다급하게 끌고 와 잘 몰랐는데 이 방도 화려함의 극치다.
방의 크기도 놀랍게 크지만 벽걸이 하나, 장식 하나에까지 금이 안 들어간 곳이 없다.
곳곳에 유명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명화들이 걸려 있고, 이슬람계 쪽 그림 같은 고풍스러운 그림들도 많다.
넋을 놓고 구경한다.
– 크흠.
어느새 압둘라가 기도를 끝내고, 자기 방을 구경하는 나를 구경하고 있다.
“기도는 끝나셨습니까?”
“방은 마음에 듭니까?”
“하하. 화려하네요.”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 그림들 하나하나마다 숨은 장치들이 있지요.”
“아. 저 방금 위험했습니까?”
“만약 일어나서 그림들을 만졌다면요.”
“후우. 가만히 있길 잘했군요.”
괜히 민망해 과장되게 말하는 나를 압둘라가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아주 살짝 고개를 까딱거린다.
알라신을 제외하고는 절대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는다는 사우디 남자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보인 것이다.
“본디 이 반지의 주인은 왕세자빈입니다. 내가 국왕이 되고, 왕세자가 정해지면 반지는 그에게 대물림됩니다. 그리고 왕세자가 첫 아내를 맞이하면 그녀에게 건네지죠.”
“아. 들었습니다.”
“···지금은 철수 씨의 아내가 된 박채나 씨가 이 반지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형님의 그릇된 판단으로 외국의 여자가 곤혹스러웠을 거라고요. 그래서 후에 이 반지가 왕실로 돌아오면 세자빈이 아닌 왕세자의 소유로 남기자 하셨죠.”
“아. 그럼 진짜 제 주인을 찾아간 것이군요.”
“맞습니다. 철수 씨는 알라신께서 제게 보내 주신 선물 같군요. 혹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아닙니다. 반지에 대한 값을 말하는 거라면 이미 다 받았습니다.”
내가 양복 안주머니에 넣은 서류를 툭툭 두들기며 웃자 압둘라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닙니다. 이제는 그걸로는 안됩니다. 방금 이 반지. 왕세자에서 왕세자로, 구전으로만 이어져 오던 전설 속의 이야기가 방금 내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만약 제가 철수 씨에게 그 서류에만 있는 보답을 한다면 나는 알라신의 저주를 받을 겁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부디 말해 주세요.”
“어··· 딱히 지금은 없는데요.”
– 딱!
압둘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린다.
금박 쟁반에 뭔가를 받쳐 들고 오는 그의 수하.
수하가 뚜껑을 열자 그 안에 카드가 한 장 들었다.
“이건 제 이름으로 된 황실의 신용카드입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작은 나라를 사고자 한다면 그것마저 허용됩니다. 받으십시오.”
“네에?”
“철수 씨의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얼마를 쓰든 상관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이름으로 그걸 드리겠습니다.”
“오.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저도 충분히 먹고살 만큼은 법니다. 거기다 혹시나 잊어버릴 수도 있고요. 진심 부담스럽습니다.”
“후. 그럼 할 수 없군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하가 밖으로 나간다.
품에서 뭔가를 꺼내는 압둘라.
3개의 명함.
“이건 제 명함입니다. 사우디와 사우디의 우방 국가에서 이걸 꺼내 들면 언제 어디서고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 적힌 번호는 제 직통 번호입니다. 새벽이라도 받을 테니 필요하면 전화 주십시오.”
“아. 그럼 이건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래가 끝난다.
왕세자의 손에 껴 있는 반지를 다시 본다.
아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반지가 맞나 싶다.
무디가 생각난다.
그 덕분에 나는 어마어마한 득을 보았는데, 그는 하늘의 심판을 받고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까의 날숨 소리.
그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괜찮은 걸까?
마음이 복잡해진다.
***
왕비의 생일 파티.
결론적으로 나는 여왕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진짜 옛날 황궁에서나 보던 계단 위쪽에 커다란 황금색 투명 발이 서고, 그 반대편이 왕비가 자리한다.
그마저도 얼굴과 머리를 망토로 감싸고 있고, 옷은 화려하긴 하지만 단 한 곳의 살도 보여 주지 않겠다는 듯 온몸을 칭칭 감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의 직계 아들들과 손자들이 와서 계단 아래 선물을 놓고는,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빈다.
다만 압둘라 왕세자만이 가까이 다가가 손을 보이며 반지를 보여 주고, 한참을 감격의 목소리로 떠들어 댄다.
다음으로 나와 같이 왕족들의 초대를 받은 자들이 선물을 조공하자, 마지막으로 국왕이 알라신에게 자신의 아내를 축복해 달라는 기도문을 읊는다.
그 후 왕비는 그녀의 수하들과 자리를 뜬다.
모든 절차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남자들의 약육강식이 시작된다.
사무엘은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린다.
술잔을 기울이며, 유쾌하게 웃으며 떠들고 있지만 모두가 비즈니스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들 틈에 잠깐 끼어들어 인사를 나누고는 밖으로 나온다.
이성이가 바로 따라붙는다.
곳곳에 배치된 보안 요원들이 신경 쓰이지만 모르는 척한다.
“와. 대표님. 여기 진짜 살벌해요.”
“뭐가?”
“완전 잇몸 만개하면서 엿 먹인다니까요. 사무엘 대표님. 진짜 멘탈이 강철인 거 같아요.”
“어떤 식으로 엿 먹이는데?”
“돌려까기죠. 돌려까기. 군수업 비즈니스 대표가 배우 초대장에 끼어 왔다고 한 방 먹이던데요?”
“진짜?”
“네에. 완전 배우인 대표님이랑 대표님 직업, 사무엘 대표님까지 한 방에 보내 버린 거잖아요. 근데 더 대박은 사무엘 대표님이에요.”
“왜? 대표님이 뭐랬는데?”
“‘제국의 왕, 석필재’ 영화 마지막 편 파티할 때는 본인도 잊지 않고 챙길 테니 꼭 오시라고. 초대권 드리겠다고. 그럼서 디만에 이번에 새로 나온 무슨 항공모함 있는데 관심 있냐고 그러던데요? 여차하면 사우디에서 파티 할 수도 있다고. 완전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대박이에요.”
“사업가네. 사업가.”
“그니까 대표님도 얼른 들어가셔서 재단에 투자 좀 받으세요. 저 사람들 다 한 명, 한 명이 갑부들이잖아요.”
무디에게서 이양받은 ‘투자의 귀재’ 재능으로 보면 반드시 사무엘의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
반지의 특별한 변화를 봐서인가?
그보다는 반지에서 무디의 회한 섞인 한숨 소리를 들어서일 수도 있고, 4개나 되는 곡 작업을 마친 후 쉬지를 못하고 달려온 탓에 감성이 완전 탈진해서일 수도 있겠다.
“이성아.”
“네?”
“저기 분수 봐 봐. 예쁘지 않냐?”
“예쁘긴 하네요. 확실히 돈도 엄청 뿌린 거 같고요.”
“그치. 그냥 분수만으로도 예쁜데 저렇게 금으로 만든 조각상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나는.”
“아까 압둘라가 그러잖아요. 화려한 감옥이라고. 난 여기서는 못 살 거 같아요.”
“나도.”
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괜히 말 돌렸는데, 이성이도 마찬가지인지 더는 캐묻지 않는다.
***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채나도 해외 로케 촬영 중이라 며칠간은 집안 청소나 하며 쉬려고 했는데, 바로 연후 형의 호출을 받는다.
사우디로 가기 전에 건넨 곡들 때문일 것이다.
사무실로 향한다.
연후 형과 충삼이 형이 달려들어 안긴다.
“이! 이! 이쁜 거!! 왜 이제야 오는 게야?”
“으. 소셜 디스턴싱이요! 사회적 거리 두기!”
“우리의 애정을 그런 식으로밖에 받지 못하다니. 참된 교육을 받아 볼까?”
“사랑합니다. 형님들~”
“쩝. 하여튼 얼른 와라. 할 이야기 많다.”
“넵!”
내가 맘에 들었던 만큼 형들도 내 곡에 대한 애정이 넘쳐난다.
긴 회의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