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64
도시의 내성에 위치한 탑루.
그곳에서 렉스는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작이 되었음에도 그는 자신의 위치가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 렉스의 옆에는 오랫동안 렉스를 지켜왔던 기사 팔리오스가 서있었다.
임무를 마친 에반이 자리를 비우면서, 그 자리를 팔리오스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팔리오스는 도시를 바라보는 렉스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물었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만 했습니까.”
렉스에게 전해진 팔리오스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원망이 담겨있었다.
팔리오스의 말에 렉스가 착잡한 얼굴이 되었다.
렉스가 이번 대의 마이어 백작이 된 이후, 팔리오스는 약속대로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렉스가 백작위에 오르게 되면서, 마이어 백작 부인과 막스 마이어가 처형되었다.
그 덕분에 렉스가 대부분의 세력을 규합할 수 있었지만, 억누르지 못한 반발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경은 나를 원망하고 있어?”
“……그때의 공자님을, 그리고 백작님을 지키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거 알잖아.”
“그래도 백작님이 이야기하셨다면… 두 분은 살릴 수 있었던거 아닙니까?”
“막스의 세력이 건재한데 내가 두 사람을 어떻게 가만히 놔두겠어.”
악마와의 거래.
이것은 그런 이름이 어울리는 거래였다.
렉스는 악신의 교단과 거래한 덕분에 백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교단은 백작령의 내성 전체를 차지했다.
내성의 모든 장소에서 교단의 신도들이 렉스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백작령의 지하에는 정체모를 제단까지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주교라고 불리고 계시던데, 백작님도 완전히 악신의 신도가 되신겁니까?”
“허울뿐인 이야기야.”
“그건…….”
“나를 묶어놓을 명분이 필요한거겠지.”
“백작님은 그들의 꼭두각시로 사는게 행복하십니까?”
팔리오스의 날카로운 질문이 렉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꼭두각시라는 명칭은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렉스의 결정은 무조건 로안 대주교의 허락을 필요로 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은 채, 백작이 되어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이런 삶에 불만을 가져야만 하는가.
렉스는 어느새 배부른 가축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팔리오스 경. 나는 말이야…….”
그렇게 렉스가 팔리오스를 향해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는 순간.
렉스의 주변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귀를 헤집는 소란스러운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막을 터뜨릴 듯이 울려퍼지는 굉음에 렉스는 곧바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귓가에 울려퍼지는 정체불명의 굉음은 귀를 막은 손을 뚫고서 파고들어왔다.
“백작님! 저건 대체……!”
“아…….”
마찬가지로 귀를 틀어막은 팔리오스가 렉스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팔리오스의 목소리는 거대한 굉음에 파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쿠구구구궁——.
굉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상공에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떠오른 태양 역시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굉음.
그리고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
동시에 일어나는 기현상에 내성 전체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뭐, 뭐야……!”
“으, 으아아아악—!”
“이, 이, 이건…….”
내려앉는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을 치는 이도 존재하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을 보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눈을 가려버린 이도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들 중 일부는 귀를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흐, 흐윽… 살려줘!”
“태양이, 태양이 검게 물들고 있어!”
쿠구궁——.
쿠구구구궁——.
비명소리 아래에서 불규칙적으로 울려퍼지던 굉음이 서서히 멎어들기 시작했다.
줄어드는 소리에 렉스가 귀를 틀어막던 손을 다시 귀에서 떼어놓았다.
멎어드는 소리에 팔리오스 역시 귀를 막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에 드리워지기 시작한 어둠은 계속해서 짙어져가는 모습이었다.
검게 물들어가는 태양은 지상을 향해 내려쬐던 빛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빛에 렉스가 경악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태양…….”
검은 하늘 아래에 검은 태양이 떠오른다.
달과 별은 그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드넓은 하늘은 온통 어둠으로 가득차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한 미증유의 재해.
세상을 완전히 뒤덮어버린 어둠이 짙은 고요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하늘 아래 빛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렉스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팔리오스의 존재만을 실감하고 있었다.
“……백작님. 혹시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고 계신겁니까?”
“검은 태양. 악신의 상징이야.”
“악신의 상징……?”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어.”
태양이 빛을 잃어버리는 날.
그리고 이성을 잃은 마수들이 미쳐 날뛰는 날.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렉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짙은 어둠은 악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흉악한 광경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던 렉스의 가슴속에 악신에 대한 거대한 공포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팔리오스 경.”
“……백작님.”
“경은 저런 존재를 상대로, 사람이 맞서싸울 수 있다고 생각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의 세계.
병사들이 켠 횃불만이 간신히 그들의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빛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한낱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공포와 경외.
그 자리에 투쟁심이 끼어들 자리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둠에 가득찬 시야속에서 팔리오스의 목소리가 렉스를 향해 울려퍼졌다.
“저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온 도시에 악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빛을 보던 이들은 눈앞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말을 하던 이들은 그 목소리로 비명만을 내질러야만 했다.
짙은 어둠이 지배하는 세계.
인간들의 세상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 * * * * *
성지, 크로스브릿지.
성황청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성황이 어두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인원이 평소보다 부족했던 탓이었다.
모든 성녀와 장로, 그리고 기사단장이 모이는 대회의였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두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모든 신전 중 가장 영향력이 강한 풍요의 신전을 대표하는 풍요의 성녀, 세레나 에더런트.
그리고 그런 그녀를 호위하고 있을 부기사단장, 리안 크로스트.
두 사람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그에 자리를 둘러보던 성황 하이프라이트 2세가 장로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풍요의 성녀는 어디로 갔소?”
“…….”
성황의 시선을 받은 장로들은 서로 시선을 피하며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그래도 이번 사태에 충분히 머리가 아픈 상황인데, 사라진 성녀에 대해서까지 문책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런 성황의 시선을 감내하며 앞으로 나선 것은 기사단장인 리벨즈 에더런트였다.
흑색의 성검, 리벨즈 에더런트.
그는 굳은 얼굴로 성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모두를 대신해 풍요의 성녀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리벨즈 공이 설명하겠단 말이오? 알겠소.”
“풍요의 성녀님은 나흘 전에 성유물 하나를 반출하고서 성지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성녀가 직접 성지 밖으로 나갔단말이오?”
“아무래도 리안 경을 구슬려 성유물을 가지고 몰래 빠져나가신 모양입니다.”
쯧쯧.
리벨즈의 말을 들은 장로들 중 일부가 혀를 찼다.
이런 비상사태에 부재중인 성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리벨즈에게 몰아가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에 성황은 리벨즈를 향해 그녀가 빠져나간 이유를 물어보았다.
“성녀는 호위병력을 요청하지 않고서, 몰래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오?”
“남겨둔 편지로 추측하건데, 아무래도 영웅에 대한 계시를 받고 그를 데리러 가신 것 같습니다.”
“풍요의 영웅이라…….”
“그래도 리안 경이 함께 붙어있으니, 아마 별 문제없이 크로스브릿지로 돌아오실 겁니다.”
리벨즈의 이야기에 장로들 중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장로의 정체는 제 1 장로 안토니오였다.
안토니오는 풍요의 성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리벨즈를 다그치며 이야기했다.
“리벨즈 공! 딸이라고 해서 성녀님을 너무 감싸는 것 아닙니까? 성유물을 반출해 무단으로 외출까지 하다니, 이건 엄연한 중죄입니다!”
“……안토니오 장로님. 신전의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핏줄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닐겁니다! 애시당초 성유물의 반출을 허가해준 것도 성기사단이 아닙니까?”
그의 말을 부정하는 리벨즈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토니오는 계속해서 추궁을 이어나갔다.
“성유물은 리안 경이 호위의 강화목적으로…….”
“부기사단장 역시 성기사단의 일원이 아닙니까!”
“그건…….”
“이번 일에 대해서는 리벨즈 공 역시 책임을 져야만 할 겁니다!”
언성을 높이는 안토니오의 태도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어가는 도중.
묵직한 충격음이 회의장에 수차례 울려퍼졌다.
쿵. 쿵. 쿵. 쿵.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성황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가로막은 것이다.
성황의 날카로운 시선이 기사단장과 장로를 한차례씩 훑고 지나갔다.
성황의 매서운 시선을 받은 안토니오는 조용히 말을 끊고 자리에 앉았다.
“안토니오 장로. 내가 지금 책임을 묻고자 회의를 소집했소?”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
“자중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좋을거요.”
“알겠습니다, 성황님.”
성황의 시선은 이내 맞은편에 있던 리벨즈에게로 향했다.
성황의 눈초리를 받은 기사단장은 이전과 같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리벨즈를 향해 성황이 성녀의 가출사건에 대한 결론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리벨즈 공. 풍요의 성녀에 대한 징계는 그녀가 돌아오면 다시 논의하도록 하겠소.”
“……알겠습니다.”
“공은 성녀를 찾기 위한 수색대를 마련하도록 하시오.”
“예. 성황님.”
“그럼 풍요의 성녀에 대한 안건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소.”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리벨즈 역시 자리에 돌아가 착석했다.
그제서야 조용해진 분위기에 성황이 들고 있던 의사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회의장에 있는 면면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았다.
회의에 참석해야할 성녀 하나가 빠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음으로 미룰 수 있는 안건이 아니었다.
조용해진 분위기속에서 성황이 회의에 참석한 인원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이제서야 분위기가 조용해졌군.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소.”
“예.”
“여기 모인 이들은 전부 알고 있겠지만, 악신의 상징인 검은 태양이 다시 하늘에 떠오르고 말았소.”
“검은 태양…….”
검은 태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회의장의 인원들이 전부 숙연해졌다.
검은 태양.
악신이 세상에 마수를 뻗을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악신의 상징이었다.
검게 물들어버린 하늘 아래에서는 횃불없이 한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농작물조차 햇빛을 받지 못해 여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무려 두 달동안이나 검은 태양이 하늘에 떠오른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늘을 잠식해버린 검은 태양은 성지에 있어 그만큼이나 커다란 문제였다.
“여신님의 눈을 빌려 살펴본 결과, 검은 태양이 떠오른 범위는 성지를 포함한 제국의 일부로 추정하고 있소.”
“헤그로스 왕국쪽은 어떻습니까?”
“국경선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검은 태양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더군.”
검은 태양의 이야기를 들은 장로들이 사방에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성지와 제국의 일부분을 뒤덮은 검은 하늘.
이 현상이 몇달이나 이어지면 성지의 곡물과 과일은 제대로 여물지 못할 것이다.
성지 전체에 거대한 식량난이 찾아올 수 있는 일이었다.
하물며 제국 남부의 곡창지대에도 검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면, 제국으로부터 식량을 지원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성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하게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번 사안에 대한 장로들의 의견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검은 태양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아내야 합니다.”
“신성결계로 성지를 감싸는 것은 어떻습니까?”
“성지를 포함해 제국까지 뒤덮어버린 검은 태양을 겨우 성지만 덮어서 어떻게 해결하자는 겁니까?”
“안되면 헤그로스 왕국에서 식량 지원을…….”
크로스브릿지 전체를 감싸는 신성결계를 만들어내는 방안.
검은 태양의 지속시간을 연구하는 방안.
그리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헤그로스 왕국으로부터의 식량을 지원받는 방안까지.
성황청의 회의장에서는 온갖 대책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흘러나오던 이야기가 타국으로부터의 식량지원쪽으로 기울어갈 즈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벨즈가 장로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헤그로스 왕국에서 지원을 받는 일은 어렵습니다.”
“리벨즈 공.”
“헤그로스 왕국의 식량사정은 둘째치더라도, 검은 태양의 아래에서는 마수들의 광폭화가 일어납니다.”
일식이 일어날 때마다 벌어지는 마수들의 광폭화 현상.
이 회의에 참석한 장로들 역시 익히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리벨즈의 이야기 역시 예상했다는 듯이, 식량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장로가 대답했다.
“그거야 성지에서도 정예들이 식량의 수송을 맡으면 되는거 아닙니까?”
“그런 인원으로는 성지 전체를 먹여살릴만한 식량을 수송하기 힘들겁니다.”
“그것마저도 제대로 못하면 대체 뭐하러 성기사단이 있습니까?”
“성기사단은 성지의 방위를 위한 전력입니다. 수송작전에 모든 인원을 할당할 수는 없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장로와 기사단장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 시작했다.
평소 앙숙이라고 불릴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장로들과 기사단이었다.
같은 안건을 두고서 두 조직 사이에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무척이나 흔한 일이었다.
성지의 방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리벨즈의 모습에 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매번 성기사단의 확충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아직까지 그만한 전력도 갖추지 못한겁니까.”
“현재 성기사단의 예산으로 유지가능한 규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핵심전력이 빠져나가면 성지의 방위능력이 떨어질겁니다.”
리벨즈는 성기사단의 예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장로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장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모습이었다.
리벨즈를 보며 이야기하는 장로의 목에는 핏대가 굵게 서있었다.
“그러면 이번 사태를 대체 어떻게 해결하자는 겁니까?”
“근본적으로 검은 태양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결국 막대한 피해가 나오고 말겁니다.”
“근본적으로 검은 태양을 해결할 방법이 뭔지 리벨즈 공은 알고 있습니까?”
“그거야 성지의 신학자들이 연구해야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게 됐으면 2백년 전의 전쟁에서 대기근이 왜 찾아왔습니까?”
“자그마치 2백년이나 지났습니다. 훌륭한 신학자 출신의 장로님들도 많이 계시는 만큼, 분명 좋은 방법들이 많이 나올겁니다.”
서로에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떠넘기기 시작한 기사단과 장로회였다.
후우.
자신의 눈앞에서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성황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프라이트 2세는 몇번이고 이 모습을 보아왔지만, 급한 상황에도 이렇게 다투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다면 결코 한 이름으로 묶일 수 없는 족속들인지도 몰랐다.
한숨을 내쉰 성황의 커다란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퍼졌다.
“그만! 정숙하시오.”
“예. 성황님.”
“예. 알겠습니다.”
성황의 목소리를 듣기 무섭게, 서로 언쟁하던 장로와 기사단장이 입을 다물었다.
성황의 시선이 근처에 있던 기사단장을 먼저 바라보았다.
그가 직접 나서 이 안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자신과 마주한 기사단장 리벨즈를 향해 성황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리벨즈 공.”
“예.”
“그대는 식량을 수송할 병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오.”
“하지만, 성지의 방위를 위해서는…….”
“명령이오.”
“……예. 알겠습니다.”
성황의 시선이 이번에는 장로를 바라보았다.
리벨즈와 다투던 장로는 신학자로서 명성을 떨치다 장로가 된 인물이었다.
그는 불안에 젖은 시선으로 성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성황은 그런 장로를 향해서도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성지의 신학자들을 모아, 검은 태양을 해결할 연구를 진행하시오.”
“……성황님.”
“이것도 명령이오.”
“아, 알겠습니다.”
“안토니오 장로는 헤그리스 왕국에 파견할 특사를 준비해야겠소.”
“알겠습니다. 성황님.”
소란스럽던 회의가 성황의 이야기에 단숨에 일단락되었다.
상황을 정리시킨 성황은 진중한 얼굴로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긴급목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던 만큼 처리해야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같은 이야기로 논쟁하느라 시간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황의 근엄한 목소리가 회의장에 재차 울려퍼졌다.
“이번 사안은 중대한 일이니만큼, 그럴듯한 방안이 있다면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참고하겠소.”
“예.”
“그러면 일단… 다음 안건부터 처리해야겠군.”
검은 태양이 떠오른 아래.
성황청의 회의는 멈출줄을 모르고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