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오랜만에 박일권 차장을 만났다.
나를 만난 후로 윤상명 지검장이 총장이 되고 그 당시 차장검사로 승진해서 지금은 중앙지검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천은성 차장검사가요?”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야. 둘이 아는 사람인가?”
“직접적으로는 모르고 조아일보 천지평 사장 동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요.”
“천지평 사장이 물러났다고?”
“네. 사실은 천지평 그 사람이 조아일보에서 밀려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럼 형 때문에 이 대표를 타겟으로 삼았다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천 차장이 직접 나섰다면 당분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야. 워낙 정치적인 사람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그래야죠.”
작정하고 덤비면 내가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일권 차장이 해줄 일도 있었다.
“나도 천 차장에게 경고는 하겠지만 나보다 선배라 내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어.”
“괜찮으니까 내버려 두세요.”
“어쩌려고?”
“그런 사람이 검찰에 남아있으면 여러 사람 피곤해지니까 이참에 솎아낸다고 생각하세요.”
“그 사람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인데 괜찮겠나?”
“묻은 때가 많은 사람이라 여기저기 흘린 것도 많은 사람이니 걱정 마세요.”
“그런 게 있으면 서두르게.”
천지평은 지금 당장이라도 제보가 가능한데 천은성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었다.
일단 만나만 보면 어떤 사람인지 바로 답이 나올 것 같아서 박일권 차장에게 부탁했다.
“내일 저녁에 이 식당으로 불러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천 차장을?”
“네.”
“맞닥트릴 셈인가?”
“그건 아니고 옆방에서 두 분 대화를 들어보겠습니다.”
“그걸로 되겠나?”
“일단 들어보고 방법은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요.”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일단 알았네.”
“그럼 문자 주십시오.”
“그러지.”
박일권 차장과 약속하고 일정에 변화만 없다면 내일 다시 이 식당에서 보기로 했는데 예정했던 것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나타났다.
박일권은 예약했다면서 내가 있는 바로 옆방으로 천은성을 데리고 나타났고, 조용히 있으면 대화가 들릴 정도지만 더 자세히 듣기 위해서 노상수 팀장에게 부탁해서 미리 도청 장치도 심어 두었다.
그래도 대화보다는 천은성이 어떤 짓을 하고 다녔는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니 과거를 읽어내는 일에 더 집중했다.
‘내연녀에 차명 재산까지 꼴에 나쁜 짓은 골라 하는구만.’
자기 딴에는 철저하게 숨겼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기준에선 괜히 걱정했다고 생각할 만큼 약점이 많은 인간이었다.
길게 생각할 거 없이 천은성이 가진 150억 상당의 차명 재산 리스트를 정리해서 박일권 차장에게 건넸다.
일가친척 앞으로 된 부동산이 대부분이라 증명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박일권 차장은 해낼 것이다.
핵심 포인트까지 딱딱 찍어주는데 그런 것도 못 하면 차장검사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자격도 없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살짝 걱정하기는 했는데 일주일 만에 잘 처리됐다는 연락이 왔다.
결과를 보아하니 천은성 차장이 검찰에서 나가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치게 낙관한 거였다.
천은성은 옷을 벗고 나갔지만 그를 따르던 부장검사가 끝까지 나를 파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나에게 소환장을 보냈는데 그게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에 출두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 2부 박태화 검사입니다.”
“이무혁입니다.”
“변호사까지 대동하시고, 죄를 짓기는 한 모양입니다?”
“검찰에 오면서 혼자 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죠. 제가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고 하셨는데 증거는 있습니까?”
“그거야 지금부터 조사해보면 알 일이죠.”
“박 검사님은 고향이 경북 의성이시네요?”
“어?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그렇게 주변머리가 없어서 정치하시겠습니까?”
“당신 뭐야?”
박태화는 검사 노릇을 하면서 힘에 취해 있었다.
그래서 검사 옷을 벗더라도 결국엔 정치판에 뛰어들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박태화였다.
“절 소환하기 전에 정확히 알아보고 덤볐어야죠.”
“무슨 소리야?”
“괜히 죄 없는 사람 소환해서 괴롭혀서 되겠습니까?”
“당신 도박했잖아. 안 그래?”
“대표님! 아무 말씀하지 마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검사가 윽박지르자 변호사가 나섰다.
하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다.
“괜찮습니다.”
딸깍!
순간 조사실 문이 열리고 윤상명 총장이 들어왔다.
박태화 검사는 저승사자라도 본 것 같이 놀라더니 그대로 얼어붙었다.
검사 5년 차 평검사가 검찰 조직 정점에 있는 총장을 만났으니 당연한 거다.
‘뭐지? 부장님은 도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
솔직히 부장이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였다.
아직 소환 조사를 할 만큼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자넨 인사도 안 하나?”
“아… 안녕하십니까? 형사 2부 바, 박태화입니다.”
“바쁘신데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미안하군.”
“아닙니다, 총장님.”
“지검장실로 가서 차나 한잔하지.”
“그러시죠.”
지검장이 나섰어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정도였는데 총장까지 나섰으니 박태화는 내가 어느 정도 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았을 것이다.
“모셔 가도 되겠나?”
“네?”
“이 친구 이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가셔도 좋습니다.”
* ? ? * ? ?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무혁 그 자식 생각보다 거물입니다. 오히려 제가 당한 거예요.”
“그 자식이 뭐길래?”
“지검장과도 아는 사이고 총장이랑 막역한 사이랍니다. 박일권 차장이 제 차명 재산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아무래도 형님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모양입니다. 노무라 은행 안전 금고가 털린 것도 그렇고 박일권 차장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도 그렇고 제가 상대할 깜냥이 아닌 것 같아요.”
천은성은 이쯤 끝내야 한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다.
자칫하다간 모든 것이 날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탓이다.
“그 정도로 꼬리를 마는 거냐?”
“총장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지검장도 버거운 마당에 끝판왕을 만난 겁니다. 솔직히 형님도 자신 없잖아요.”
“그럼 이렇게 물러나잔 거냐?”
“강은수 회장이 형님 이용하는 거라면요.”
“서로 이용하는 거니까 상관없어.”
“가진 거라도 지키려면 이쯤에서 그만둬야 합니다. 박일권 차장이 작정하고 덤비면 차명 재산 전부 다 날리는 겁니다. 그거 형님이 보전해줄 것도 아니잖아요.”
“이무혁 그 자식만 사라지면 거대한 개발이익이 생기는데 그깟 차명 재산이 문제일까?”
“전 형님같이 큰 욕심은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것만 잘 지켜도 우리 가족은 문제없습니다.”
이제 막 사표를 낸 터라 천은성은 이쯤에서 끝내고 싶어 했고, 천지평은 끝장을 보고 싶었다.
“정 그러면 넌 빠져라. 대신 칼질 잘하는 놈 하나만 내놔봐.”
“지금 청부살인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네가 아니 심각성을 모르는 모양인데 이무혁 그 자식이 사라져야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거다. 그러니까 일 잘하는 놈 연락처나 내놓고 넌 모른 척해라.”
“핸드폰 줘보세요.”
“여기.”
천은성은 천지평의 핸드폰을 받아서 전화번호 하나를 저장하고 주소록에 하 실장이라고 입력했다.
“형님 때문에 법복까지 벗었으니 전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일이 틀어지더라도 절 물고 늘어질 생각은 마세요.”
“걱정 마라. 동생까지 물고 늘어질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니까.”
“그냥 조용히 살면 안 됩니까?”
“넌 야망이 너무 없어. 그깟 돈 좀 모아뒀다고 그렇게 몸을 사리다간 결국 다 잃게 될 거다.”
“악담하시는 겁니까?”
“악담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야. 원래 평화를 바라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됐으니까 제 일에 참견 말고 형님 일이나 잘하세요.”
천은성은 검찰에서 나온 일로 모든 것이 귀찮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일종의 번 아웃 증상이랄까? 아무튼 세상사가 다 귀찮았다.
쫓겨난 입장이라 어디 로펌에서 와달라는 스카웃 제안조차 전무해서 개인 사무실이라도 차려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 야망에 불타는 형을 상대하기엔 버거워서다.
“조만간 나를 찾게 될 거다. 검찰 때를 벗었으니 세상이 험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쯤 말이다.”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당분간 연락도 하지 마세요. 멀리 나가 있을 거니까.”
천은성은 다음 날 가족을 데리고 하와이로 떠났다.
거기서 한 달쯤 지내다 올 생각으로 떠났고, 그 안에 형이 계획하는 일이 끝나있기만을 바랐다.
* ? ? * ? ? *
여느 날처럼 정 이사와 악수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려는데 평소와 다른 것이 읽혀졌다.
“…….”
“왜 그러십니까?”
“오늘 험한 일이 있겠네요.”
“어떤 일입니까?”
“현행범으로 잡아야 하니까 방검복이랑 방검 장갑 좀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경호도 늘리시구요. 도망 못 가게 해야 하니까 위장 경호로 해야겠어요. 장소는 코스빌딩 뒷골목이에요. 미리 잠복시켜 두세요.”
“몇 놈이나 예상되십니까?”
“한 명인데 청부 해결사로 보이니까 조심해야겠어요.”
“알겠습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이유는 오늘 나를 습격할 놈이 천지평의 청부를 받아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참에 천지평을 구속시켜 버릴 생각이다.
거기가 한 발을 살짝 담그고 있는 강은수 회장까지 혼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 이사를 믿고 위험을 자초해보려는 거다.
오늘도 여러 회원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로비를 통과하는데 뒷골목 쪽에서 기다리던 여자 비명이 들렸다.
이건 그놈이 나를 유인해내려고 준비한 작전이다.
―으아아악!
“시작됐네요.”
“알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뒤돌아서 빌딩 뒤쪽으로 나가보는데 오른쪽으로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여자 한 명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다.
‘역시 그대로야.’
아침에 정 이사를 통해서 본 그대로였다.
이건 즉흥적인 사건이 아니라 준비된 일이며 나중에 범인까지 잡혀서 배후까지 밝혀지는 사건이란 뜻이다.
그래서 내가 미리 알아차리고 준비했던 것이고.
“위장이 상당한 놈이군요. 왼쪽 폐가구가 쌓인 곳에 숨어 있습니다.”
“네. 이미 인이어로 보고 받았습니다.”
놈이 들을까 봐 작은 소리로 대화했고, 놈이 튀어나와서 나를 찌를 수 있도록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으세요?”
“제가 119 부르겠습니다.”
“빨리 전화하세요.”
나랑 정 이사가 장단을 맞춰 행동하기 시작하자 놈은 이때다 싶었는데 잽싸게 튀어나와서 칼로 등허리를 찔렀다.
팍!
“끄아악!”
간이 있는 쪽을 강하게 찔러서 한방에 절명시키려고 했지만, 방검복에 막혀 손잡이를 잡은 손이 미끄러졌다.
이리되면 방검복에 막힌 탓에 내려찍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손잡이를 꽉 쥐고 있어도 미끄러지게 마련이다.
그때 칼날에 손바닥이 깊게 베이게 되니 비명을 지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거다.
놈이 칼을 떨어트리는 것과 동시에 주저앉자 정 이사가 발리 슛을 하듯이 놈의 턱을 갈겨 버렸다.
“어딜 덤벼.”
퍼억!
얼마나 강하게 맞았는지 바로 기절했고, 턱이 360도 돌아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손 검사님 부르죠.”
“알겠습니다.”
손 검사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만한 건수를 모르는 사람에게 주는 것도 그렇고, 손기화 검사가 다뤄주는 것이 천지평을 잡는데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