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46
밥만 먹고 레벨업 1347화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한 민혁은 자신의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얹어보았다.
제우스의 보물창고의 것들 중, 음식에 가장 마음이 동했다.
그리고 어떠한 것을 선택해야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길인지 알았음에도, 요리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제우스의 한우세트를 선택하기 전, 민혁은 과거에 느꼈던 미친 듯한 갈망은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요리를 선택하려는 이 기분은 뭔가?
그것은 갈망이 아니라 습관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아직 폭식결여증 완치 판정을 받은 건 아니니까, 습관이라 생각하는 건 내 착각일지도 몰라.’
민혁은 5년 이상을 음식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살아왔다.
민혁이 흡연자들에게 들었던 담배가 가장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습관’이라고 들은 적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찾고, 밥을 먹은 후 찾으며, 자기 전에 찾게 되는 그 습관.
민혁은 자신의 몸의 반응이 습관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양피지를 집었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습관이든, 폭식결여증이 남아 있는 것이든.’
장족의 발전이다.
아테네를 오랜 시간 플레이하면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을 비로소 해냈다.
머리로 헤르메스의 11신의 양피지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선택하는 데 성공한 거다.
‘이렇게 한 걸음씩. 계속하여 나아가면 된다.’
급할 필욘 없다.
시작된 변화를 만끽하며 천천히 걷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제우스의 보물창고를 벗어납니다.]* * *
천외제국으로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림이 들려왔다.
[2주 후 군신의 보상으로 절대신들의 스킬 중 하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군신은 신들의 땅에서 모든 절대신들을 규합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으며 다른 절대신들보다 업무 강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랬기에 군신은 5년에 한 번씩 절대신들 중 한 명이 가진 스킬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신들의 신등급 스킬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반대로 절대신급, 혹은 태초의 신급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최하위급 스킬을 받는 것으로 민혁은 알고 있다.
이 5년에 한 번씩 주는 스킬은 군신의 노고에 보답하는 형식적인 관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스킬을 얻으면 좋을까.”
“천외제국 전체에 도움이 되는 힘이면 좋겠죠.”
정답이다.
절대신들의 스킬들은 광범위 적용이 가능한 것들이 꽤 존재한다.
설령 어지간한 신급 스킬에 미치지 못하는 힘을 발휘한다 해도, 제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힘이라면 그는 상식을 넘는다는 거다.
“일단은 가서 생각해 봐야지. 헤이즈, 나 신들의 땅에 다녀올게.”
민혁은 새로운 안건에 대한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벨슨의 전음을 받았다.
민혁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 * *
신들의 땅엔 군신의 자리를 노리는 파벌들이 굉장히 많다.
간단한 이유다. 군신이 곧 신들의 땅 전체였기 때문이다.
군신은 위급상황 시 절대신들과 신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그 뜻에 반할 시 즉각 처분 가능하다.
그 정도로 군신의 힘은 막강한 편에 속한다.
전대 군신 벨슨이 군신이 되기 전, 가장 강력했던 두 개의 파벌이 존재했다.
바로 글래드의 파벌과 레이커의 파벌이었다.
글래드는 벨슨과의 권력다툼에서 결국 밀려나 도망쳤고 자연스레 그 파벌은 사라졌다.
그리고 레이커의 경우 두 군신 후보의 치열한 전투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나는 절대 저들을 이길 수 없다.’
벨슨은 역대 군신 중 가장 강력한 군신이었다.
은빛으로 휘감은 갑옷과 검은 그의 상징이었고, 역대 군신들을 압살하는 힘은 그에 대한 증명이었다.
글래드도 만만치 않았다.
‘최고의 병사를 육성해 내는 힘을 가졌다.’
특히나 그가 만들어내는 군신의 검술들을 보면서, 레이커는 감탄을 넘어 경악에 이를 지경이었다.
레이커는 용호상박의 싸움을 보며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갔다.
여러 죄목을 갖다 붙여 감옥으로 도망친 거다.
그는 세상이 바뀌길 기다렸다.
그리고 신들의 감옥에서 나온 날.
레이커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벨슨이 군신일 것이다.’
그는 또다시 여러 죄목을 붙여 감옥 안에서 수련을 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왔을 때 파벌들이 말했다.
“군신이 바뀌었습니다.”
“……!?”
놀라운 이야기다. 군신이 바뀌었다는 건.
이 신들의 땅의 규율 중 하나로, 한번 해당 신의 자리를 내려놓은 자는 다신 그 신이 될 수 없었다.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다.
압축된 이야기였으나, 군신 스스로가 후보를 선택하고 물러났다.
사실 신들의 땅의 모든 이들은 군신이 물러난 이유를 몰랐다.
그랬기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자리에 환멸감을 느낀 군신이 스스로 물러났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전대 군신 벨슨은 민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자신과 같이 부드럽고 유연한 군신이 어쩌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선택한 거다.
그런 사실을 다른 이들은 알지 못했고, 그랬기에 민혁을 꼭두각시로 내세웠다 믿고 있다.
“사실인가? 벨슨이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모든 것을 지휘, 명령하고 민혁이란 군신은 그것을 전달만 하는가?”
“예.”
표면적으로 그랬다.
모든 신들의 땅의 이들이 이리 판단하고 있다.
레이커가 헛웃음을 지었다.
“능구렁이 같은 놈.”
정작 꼭두각시를 세워놓고 뒤에서 조종하며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구나.
하지만 이로 인해 레이커에게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레이커는 벨슨만큼 강하지 않으며 글래드처럼 뛰어난 군사를 육성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의 파벌이 강한 이유는 그의 뛰어난 지략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준비를 끝마친 레이커가 절대신들에게 하나의 안건을 넣었다.
‘일단은…….’
레이커는 자신이 바로 군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나의 파벌로 이용해 군신의 세력 전체를 갉아먹어 주마.’
안건을 먼저 확인하는 이는 군신의 보좌관 벨슨이었다.
“……본 안건에 대해 회의를 열겠다.”
보통 말도 안 되는 95%의 안건은 보좌관 벨슨이 기각한다.
그러나 벨슨이 회의를 연다는 것 자체가, 레이커가 제시한 안건을 무조건 기각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서였다.
그렇게 절대신들과 레이커가 참석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레이커는 벨슨과 함께 들어오는 민혁을 보았다.
‘저 녀석이 꼭두각시 군신인가.’
이제 고작 스물두 살의 나이에 이방인이라고 들었다.
먹는 자들의 기둥이라는 사실과 제국 황제라는 이야기들도 들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업적을 달성해내는 군신의 지위를 생각하면, 보잘것없었다.
‘먹는 자들의 기둥이라?’
그는 먹는 자들의 기둥이란 것도 교묘히 안건에 넣은 바 있다.
또 급하게 열린 회의였기에, 민혁은 물론 다른 절대신들도 정확히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바 있다.
벨슨이 입을 열었다.
“이번 회의에선 의지의 신과 요리의 신의 자격에 대해 논의할까 합니다.”
“……!?”
회의가 시작되자 모든 절대신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벨슨이 레이커를 바라보자 그가 직접 이 회의를 연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절대신들은 신들의 땅을 다스리며 인간들을 도울 수 있는 신이지. 신들 중 가장 우월하다 판단되는 자들이 그 자리에 서며 모든 신들의 우상이 되기도 하고.”
그렇기에 그들이 절대신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죽음의 신과 수호신이 기둥이 됨으로써 공석이 생겼고 그 공석이 생김으로써 많은 이들이 불신을 하게 되었다는 걸 알 테지. 그리고 그 불신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의지의 신과 요리의 신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였기에 요리의 신과 의지의 신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레이커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요리의 신과 의지의 신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다.
하나둘 자신의 파벌로 채워 넣고 그 모든 자리를 집어삼킬 계획이다.
요리의 신 알레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왜?
일리 있는 말이었으니까.
“세상을 지탱하는 기둥이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된 세상에서 요리의 신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
또 레이커는 자신이 조사한 것을 토대로 말한다.
“의지와 노력으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의지의 신’이 왜 필요가 있지? 요리의 신의 입지는 먹는 자들의 기둥의 탄생과 함께 약해졌지. 아니, 그전부터 위태로웠다.”
그녀는 심판의 신처럼 법률과 규율을 다스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군신처럼 모든 군을 이끌 수도 없었고.
신들의 땅이 위험에 빠진 순간 병사들을 지원하기도 힘들었다.
“먹는 자들의 기둥의 경우 버프효과가 뛰어난 요리로 모든 군을 도울 수 있으나 요리의 신의 요리는 대부분 그와 전혀 다른 힘을 내지.”
요리의 신의 힘은 영구적인 힘을 낸다.
대신 그만큼 만들어지는 개수가 한정적이며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것이 ‘절대신의 재목’인가란 의심이 든다.
“의지의 신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노력과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닐진대 의지의 신의 존재의의가 우습지 않나?”
절대신들이 입을 다문다.
물론 다른 절대신들도 그들에 대한 애증이 있다.
하지만 여기는 애증과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다.
오로지 신들의 땅을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회의가 진행되는 곳이다.
“이의 있나?”
절대신들이 침묵한다. 요리의 신의 몸이 간헐적으로 떨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의지의 신이 있었다.
‘굳이 둘 모두 물러나야 되는 건 아니다.’
의지의 신은 스스로 물러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해도 이 자리를 노리는 레이커는 한 걸음 물러나 줄 확률이 높았다.
두 절대신을 한꺼번에 내리는 건 그 또한 쉽지 않음을 알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의지의 신은 스스로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었다.
그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노력과 의지 속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자들.
의지의 신은 그런 그들에게 축복과 자신의 힘을 내린다.
그런데 얼마 전 어렸을 때부터 의지와 노력으로 성장해 나가던 기사가 죽었다.
‘천재’에게.
그 천재는 그저 타고난 자였다. 둘의 전투는 너무도 일방적으로 끝났다.
미친 듯이 노력한 기사는 미친 듯한 천재한테 목이 베였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그럼에도 절대신의 자리를 놓지 못했다.
왜?
절대신들의 끝을 알고 있어서다.
군신이 그 자리에서 내려서는 순간, 이제까지 벌인 일들에 따른 처벌을 받고 먼 곳으로 쫓겨나는 것처럼 그들 역시 매한가지다.
정치 싸움에서 패한 자신들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 간다.
의지의 신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두려워하는 요리의 신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그래, ‘어쩌면 나란 신’은 세상에 필요 없던 걸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의지의 신은 스스로 물러나고자 하려 했다.
대신 가여운 요리의 신만은 지켜달라 말해볼 생각이다.
“내가…….”
“두 가지 안건 모두를 기각한다.”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한 사내가 말했다.
의지의 신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바로 ‘군신’이었다.
의지의 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레이커의 말은 현실적이다.
세상은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군신 민혁의 생각은 다르다.
“인간은 의지와 노력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의 근본이다. 그들은 노력하며 바란다. ‘신이시여, 제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네 발언은 그 신을 빼앗아가겠다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의지의 신은 스스로를 의심했다.
내가 이 자리에 계속 있어도 되는가.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신조차 없는 세상은 참담할 것이다. 또 절대신들의 상징 중 하나인 의지의 신이 사라짐에 따라 인간들에게도 곧 ‘의지와 노력’이 필요 없다고 여겨질 것이다.”
“의지의 신에 대한 입지는 분명히 좁다. 가장 먼 발치에 있는 신이다.”
의지의 신은 민혁의 이야기를 들으며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이 노력하고 강한 의지를 보일 때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높이 평가한다.”
의지의 신의 주먹이 쥐어진다.
민혁의 말이 끝나고 침묵이 가라앉은 회의실로 의지의 신이 말했다.
“절대 이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