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4
밥만 먹고 레벨업 94화
“크!”
로반이 감탄사를 흘렸다.
붉은 빛을 띠는 오리 불고기는 언제 먹어도 평타는 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오리 불고기를 오리 주물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매콤달콤한 오리 불고기를 지글지글 익힌 후에 입으로 가져가면?
‘끝장나지!’
침을 뚝뚝 떨어뜨리는 로반!
그에 민혁이 말했다.
“님, 심심하면 저기 가서 상추나 좀 따와요. 아까 보니까, 저기 상추 있던데.”
“……네.”
로반은 어깨가 축 처져 움직였다.
자신이 민혁의 수하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상추를 따려고 했지만 딸 수 없었다.
5분 정도 실랑이를 벌였지만 따지지 않았다.
그가 다시 돌아왔다.
“저…… 상추가 안 따지는데…….”
“와, 님 상추도 못 따요? 다 큰 어른이!”
“…….”
로반은 이 사람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다는 걸 알았다.
‘나 베르사르 랭킹 1위였는데…… 전설 클래스 버서커인데…… 상추 못 땄다고 욕먹었다…… 크흑.’
민혁은 서둘러 상추로 걸어갔다.
‘아니, 캐기 스킬도 없는데 저걸 어떻게 따…… 네!?’
하지만 민혁은 상추를 가뿐히 따내고는 돌아왔다.
“이거나 좀 씻고 먹을 세팅이나 해요!”
“……네.”
로반은 얌전한(?) 주방 보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재료는 오리고기, 양파, 당근, 감자, 청양고추, 깻잎, 다진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매실액, 간장, 후추다.
먼저 오리 한 마리 기준으로 후추를 조금 뿌린 오리고기를 프라이팬에 볶기 시작한다.
그 상태에서 먹기 좋게 썬 감자와 당근은 함께 볶아주는 게 좋다.
감자와 당근 익는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이다.
조금 볶다가 고추장 한 숟가락, 고춧가루 다섯 숟가락, 매실액 두 숟갈, 간장 조금, 그리고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촤아아아아아-
볶아지는 고기에 양념장이 추가되자 향긋한 냄새가 풍겨온다.
그렇게 골고루 붉은 빛이 날 수 있게 볶아주다가 거의 다 익었을 때쯤에는 양파와 청양고추를 넣어준다.
양파는 채소이면서도 빠르게 익는 편이다.
그 때문에 마지막쯤에 넣어줘야 무른 맛이 나지 않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바로 깻잎이다.
민혁은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깻잎이 들어간 요리를 정말 좋아했다.
깻잎 몇 장 차이에 따라, 음식의 향과 맛이 바뀌는 마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잘 잘라놓은 깻잎을 듬뿍 냄비 위에 올렸다.
지글지글 지글-
그 상태에서 잘 뒤적거려주며 볶아준다.
이는 언급했듯 한 마리 기준이다.
민혁은 프라이팬 거대화를 이용해 40마리를 통째로 넣고 볶았다.
이 정도라면 사실상 익히는 게 매우 힘들다.
40마리라면 실제로는 100인분 가까이가 나온다.
하지만 민혁의 프라이팬에 붙어 있는 마법 기능은 그러한 대량의 요리조차도 그 속안이 핏기 하나 없이 잘 익게 만들어준다.
심지어는 황금비율로 쫄아졌을 때엔 스스로 마법 기능이 멈춘다.
“캬!”
“크!”
두 사람이 함께 감탄했다.
로반은 민혁의 지시대로 미리 앞쪽에 먹을 준비를 끝내 놨다.
세팅은 삼겹살을 먹을 때와 비슷하다.
썬 마늘, 쌈장, 파절임, 부추 무침, 상추와 깻잎, 그리고 쌈무다.
“자, 먹어볼까요?”
끄덕끄덕 끄덕!
민혁의 말에 로반의 고개가 맹렬히 끄덕여진다.
먼저 민혁이 야들야들하게 잘 익은 오리 불고기를 젓가락으로 큼지막하게 집었다.
그 상태에서 ‘후! 후!’ 하고 불었다.
먼저는 그냥 먹어본다.
입으로 가져가 한입에 와구! 넣었다.
입안에서 매콤달콤한 양념 맛이 느껴진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그 맛, 두 번째로 다가오는 부드러운 식감.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몸에 좋다는 오리 기름!
“크하핫!”
“으하하하!”
두 사람이 웃어 재꼈다.
“자, 이제 오리고기를 이렇게 쌈무 위에 가득 올려야죠.”
민혁이 자신의 접시 위로 쌈무를 펼쳤다.
초록빛을 띠는 쌈무 위로 오리 불고기를 한가득 올린다.
그 상태에서 쌈무를 젓가락으로 말아서 입으로 가져간다.
아삭아삭
쌈무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단맛, 그리고 매콤한 오리 불고기가 입안에 어우러져 요리의 향연을 펼친다.
그 상태에서 민혁은 컵을 두 개 꺼냈다.
그리고 식품 보관 인벤토리에 미리 얼려놓았던 얼음도 대령했다.
촤르르르-
얼음이 두 개의 유리컵에 들어가며 청아한 소리를 냈다.
그 상태에서 캔 사이다를 깠다.
푸쉭!
쫄쫄쫄 쫄쫄-
“우와우와!”
로반이 감탄사를 흘렸다.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주는 최고봉.
얼음 사이다가 등장한 것이다.
“식당에서 콜라나 사이다 시켰을 때 미지근한 것만큼 찝찝한 것도 없죠!”
“크흐, 전 식당에서 음료 시키면 얼음 주는 곳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건배!”
“건배!”
챙
얼음 가득 든 사이다로 건배를 한 두 사람.
민혁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이다는 콜라와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그리고 사이다의 경우 콜라와 다르게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있는 녀석이다.
“크흐, 목 따가워!”
목이 따가울 정도로 벌컥벌컥 들이켠 후엔 다시 오리고기를 먹어준다.
깻잎 위로 오리 불고기를 가득 얹고 양념 부추, 그리고 마늘을 쌈장에 쿡 찍어서 얹어준다.
그 상태에서 입에 가져가 다시 한번 우물우물!
“으음, 맛있졍!”
“정말 맛있네요!”
로반은 이 사람과 파티를 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이런 부분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그는 가상현실게임에서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음식은 단순히 포만도를 올려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때문에 그는 사냥할 때 항상 마른 육포, 딱딱한 빵, 견과류만 들고 다녔다.
사실상 정말 배만 채우는 용도.
‘이것도 나쁘지 않네.’
마치 새로운 재미 하나를 깨우친 것 같았다.
그렇게 먹다가 배가 부른 로반은 어느새 젓가락을 멈췄다.
그러다 멍하니 민혁을 바라봤다.
‘와…….’
그리고 두 번째.
‘헐…….’
세 번째.
‘미친…….’
네 번째.
‘멧돼지야?’
그렇게 감탄하던 중.
민혁이 오리 불고기를 가위로 싹둑싹둑 조각냈다.
그 상태에서 밥을 투하하더니, 그 위로 상추와 깻잎을 가위로 작게 조각 조각내서 밥 위로 뿌렸다.
거기에 크게 참기름을 둘렀다.
그다음 오리 불고기 양념과 밥, 잘 썬 깻잎과 상추를 볶기 시작했다.
오리 불고기의 또 다른 묘미.
볶음밥이다.
솨아아아아아아!
잘 펼친 후에는 파이어가 바닥 부분이 누룽지로 잘 익게 해주다가 적당한 때 저절로 마법이 사라졌다.
그 위로 민혁은 바삭해 보이는 김을 가득 뿌렸다.
김이 뜨거운 열기와 만나 춤을 춘다.
그때 로반은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숟가락을 들었다.
“다 먹은 것 아니었어요?”
민혁은 찌릿하고 로반을 바라봤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한 로반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메인 메뉴 배하고 볶음밥 배는 따로 있죠.”
“흐음.”
민혁은 고개를 주억이면서 크게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펐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자 뜨거운 맛에 허뜨허뜨- 하는 소리를 내며 입안으로 꿀떡 넘긴다.
고소한 참기름과 김 가루, 잘게 썬 오리고기, 채소, 밥이 만나 좋은 맛을 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식사를 끝냈을 때 로반에게 알림이 울렸다.
[오리 불고기를 먹었습니다.] [6시간 동안 공격력 4%, 방어력 4%가 상승합니다.]“……헉, 요리 버프가 생각보다 대단하시네요!”
공격력 4%와 방어력 4%는 절대 쉽게 보면 안 되는 수치였다.
그리고 감탄하는 로반을 보며 민혁은 빙긋 웃었다.
그도 그와 함께 강행군하면서 이 정도쯤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와, 이 정도 버프량이면 어딜 가든 대접받겠는데?”
그리고 로반은 착각하고 있는 게 존재했다.
민혁이 버프량을 가장 높게 설정했다고.
하지만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민혁은 가장 낮은 버프량으로 요리를 해준 거다.
민혁은 자신에 대해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사람들이 꼬인다는 걸 알았다.
자신은 유명세를 얻고 싶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지.
그랬기에 유명세를 드러내면 굉장히 피곤해진다는 걸 알았다.
모두 정리한 후에 두 사람이 다시 사냥 재개를 준비했다.
“이제 20마리만 잡으면 퀘스트는 완료되네요.”
“넵.”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보며 로반은 생각했다.
‘난 이 사람을 과소평가했었지, 이젠 아니야.’
로반은 히든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는 민혁과 함께 가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보스 몬스터의 등장!] [절규의 언덕의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10% 향상됩니다.]“…….”
민혁과 로반의 시선이 마주쳤다.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 이처럼 알림이 뜨는 일도 있지만, 뜨지 않을 때도 있다.
절규의 언덕의 준보스 몬스터는 꽤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등장은 처음이다.
“제가 아까 입구에서 에픽 몬스터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했었죠?”
“네.”
“사실 저는 거의 확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빨리 가서 에픽 몬스터 잡고 에픽 템 먹어요!”
“넵!”
민혁의 경우 네임드 몬스터면 먹을 수 있다 이론을 따르기에 흔쾌히 끄덕이며 빠르게 움직였다.
* * *
아레스 길드의 마스터 아레스.
무투카 클래스로써 공식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칼드에게로부터 온 귓속말을 보고 있었다.
[칼드: 여긴 지옥입니다. 산적같이 생긴 놈들이 저보고 예쁘대요…….] [칼드: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ㅠㅠ 어제 웬 트롤 같은 놈이 저한테 대장장이면 소라 아오이 인형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못 만들면 널 소라 아오이라고 생각하겠다고……ㅠㅠ]그는 쯧 하고 혀를 차며 길드창을 열었다.
그리고 칼드의 이름을 클릭했다.
“강제추방.”
[아레스 길드에서 칼드 님을 추방하시겠습니까?]그는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아레스 길드에서 칼드 님을 추방했습니다.]“머저리 같은 놈. 쯧!”
그런 욕지거리를 뱉으며 생각했다.
칼드 때문에 떨어진 이미지가 말이 아니었다.
그는 곧 길드 채팅을 확인했다.
[길드 채팅 라바: 결국 칼드 님, 강퇴네요.] [길드 채팅 오소리감투: ㅉㅉ 강퇴 당해도 싸지.] [길드 채팅 코드: 근데 저희 대장장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 ㅠ]길드 채팅은 합당하다는 목소리였다.
사실 아레스 길드에서 그러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다.
정작, 길드 마스터인 아레스의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단지, 이것이 공론화가 되느냐 마느냐일 것이다.
‘칼드는 우리와 무관하게 일을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는 해놨고 강퇴도 했으니, 금방 잠잠해지겠지.’
고개를 주억인 아레스는 시크릿 길드에서 보내온 정보를 보았다.
시크릿 길드는 정보를 사고파는 길드로써 돈만 주면 어떤 정보든 얻어다 준다.
‘레전드 길드가 영지 하나를 얻기 위한 준비 중이다…… 그 의미는 이제 곧 세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암시인가?’
레전드 길드는 비공식 랭커들이 밀집된 곳이다.
또한, 아레스는 시크릿 길드에서 보내온 정보를 통해서 다른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주요 간부진 내용이었다.
지니, 칸, 로크.
‘베르사르 때도 비공식 랭커로 활동했던 녀석들이지.’
그때의 기억을 아레스는 떠올렸다.
베르사르에서도 아레스는 랭커 중의 랭커였다.
하지만 그때 베르사르에서 이 세 사람과 시비가 붙었던 적이 있었다.
놈들을 쳤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것도 자신들은 머릿수가 훨씬 많았는데도 말이다.
‘그때의 그 치욕…… 또한, 우리 길드에서 레전드 길드를 잡으면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NPC들을 학살하는 것과 길드와의 전쟁은 다르다.
길드와의 전쟁 자체는 유저들이 재미요소로 받아들인다.
아레스가 레전드를 친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페이지 한 장을 넘겼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음.’
시크릿 길드의 정보력은 가히 최강.
한데, 그 정보마저도 피해가고 있었다.
‘그 정도로 뛰어난 랭커가 레전드 길드에 존재한다는 거겠지, 시크릿 길드의 포위망을 빗겨나갈 수 있게 전략을 짜는.’
아레스는 고개를 주억였다.
놈들이 더 이상 몸집을 부풀리기 전에 잡아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길드 채팅 루비: 이 사람, 베르사르 때의 미친 사냥마 로반 아닌가요? (사진)]한 길드원이 올린 사진.
그곳에는 붉은빛 대검을 쥔 사내와 등 뒤로 프라이팬을 찬 사내가 함께 있었다.
“뭐야, 이 프라이팬 차고 있는 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