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12
12화 – 제국의 서열
수많은 기업과 수많은 부호가 나타나는 미국은 유럽이 아무리 애써 무시해도 결국 어마어마하게 성장하는 국가이다.
대서양에서 견제해야 할 영국은 폭주하는 독일 제국 때문에 비워뒀고, 미국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성장하여 스페인을 두들겨 패고 팽창했다.
우후죽순 세워지는 빌딩과 그만큼 성장하는 국력.
놀랍게도 미국은 이제부터 성장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잠재력이 너무나도 높은 국가였다.
그리고 미국에 사는 노동자 리처드는 주말을 맞이하여 가족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있었다.
“아들, 무엇을 하고 싶으냐?!”
거한의 리처드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들에게 말했다.
리처드는 자신을 이 시대의 참된 가장이라 생각했다.
술에 취하면 가끔 밥상 정도는 엎어도 아내와 아들의 몸에는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는 훌륭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여보, 그렇다고 계속 손을 안 대면 어떡해?”
아내의 뜨거운 눈길을 회피한 리처드는 커흠하며 헛기침했다.
그냥 일이 힘들어서 그럴 뿐이다. 아암. 그렇고말고.
아무튼 어느 아비가 쉴 수 있다고 가족에게 시간을 내겠는가. 옆집, 아랫집, 윗집 놈들은 이미 어딘가에서 알코올을 쏟아붓고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이 시대의 참된 아버지라 주말에 아들과 어울려 주기로 했다.
“아빠, 영화를 보고 싶어요!”
“영화? 으음. 그래?”
아들의 요구에 리처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놀라운 것이 유럽에서 건너왔다며 호들갑 떠는 것을 직장 동료들에게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함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노동자로서 영화 관람비는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
엄청난 부담은 아니지만 좀 더 저렴하고 화끈하게 놀 수 있는데 얌전하게 앉아서 보는 영화는 어떻게 보면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리처드는 아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들과 시간을 보내겠는가? 곧 아이는 크게 자라서 부모에게 대들며 떼를 쓸 터.
아, 물론 진짜로 대드는 순간 리처드의 여자 허리만 한 팔뚝으로 물리적인 교육을 행할 것이기에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아무튼 리처드는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극장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영화 관람하면서 드실 팝콘 팝니다!”
“아빠, 나 팝콘!”
비싼 영화비까지 생각하면 리처드의 지갑이 살짝 가벼워졌지만, 팝콘 때문에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보는 아들의 시선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아들의 품에 팝콘을 안겨주고 중간에 마실 파란색 라벨의 콜라까지 들고 입장했다.
“여보, 작작 마셔!”
남자답게 마시다가 아들의 콜라까지 다 마실뻔한 리처드.
팔뚝을 찰싹 내려치는 얼얼한 아내의 손맛을 느끼고, 주변이 어두워졌다.
거대한 화면에 메마르고 척박한 미국 서부의 황야가 보인다.
그리고 클로즈업되면서 금발 백인의 잘생긴 남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볼에 있는 흉터는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우수 어린 눈빛으로 멀리 있는 한 마을을 본 남자는 말을 타고 접근한다.
작고 보잘것없는 개척촌, 범상치 않은 남성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마을 외곽에 작은 집을 짓고, 무장한 무기와 거친 복장을 집 깊숙히 밀어 넣고 평범한 사람처럼 사는 남자.
마을 사람들도 처음에는 경계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남자를 받아들이고, 남자도 마을에 녹아든다.
그리고 마을 처녀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좋구만.”
리처드는 영화를 보면서 웃었다. 경쾌한 음악과 연출은 그의 눈을 매우 흡족하게 만족시켜 주었으니까.
하지만 평화도 잠시. 근처에 있는 갱단이 발호했고, 곧 마을도 혼란에 휩싸인다.
갱단의 행패는 주변을 잠식했으며 남자가 지내던 마을까지 닿았다.
그리고 남자가 일을 하러 나갔을 때, 갱단의 두목이 남자와 사랑을 나눈 여자를 납치해 갔다.
“저저 씹어먹을 놈들!”
일부 사람들이 욕설을 내뱉는다. 하지만 아무도 눈총을 주지 않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자신이 대신할 말을 해준 사람들이다.
어쨌든 남자는 결심하고, 집 깊숙이 밀어 넣었던 과거의 잔재를 들춘다.
한 자루의 리볼버와 더블 배럴 샷건. 과거에 입었던 복장까지.
모든 것을 차려입고 애마를 타고 나선다.
달이 밝게 떠 있는 밤. 그는 조용히 말을 타고 갱단이 머무르는 대저택으로 향한다.
달빛은 그를 환하게 비추었고, 등에 멘 더블 배럴 샷건의 총구가 반짝거렸다.
둥-! 둥-!
축음기에서 나오는 무거운 음악과 끝내주는 영상미가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그거지! 그거야!”
“전부 죽여버려!”
“죽여! 죽여! 죽여!”
그리고 화려한 액션으로 갱단원을 하나둘씩 처리해 나가는 남자.
호쾌한 액션에 극장에 있는 다수의 사람이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리처드는 물론 그의 어린 자식까지 포효를 내지르며 죽이라고 외쳤다.
남자는 갱단을 쓸어버리는 기염을 토해내지만 부상도 입은 상태.
그리고 갱단의 두목은 결투를 피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의 안전을 확인한 그는 리볼버 한 자루를 홀스터에 꽂아 넣은 채 접근했다.
빠라바라밤-! 빠바밤!
척추를 타고 올라가는 짜릿한 소리가 긴장감을 전해주었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음악이 멈추자마자.
남자와 갱단의 두목이 빠르게 총을 빼내고는 서로를 향해 발포했다.
그리고.
“마, 말도 안 돼!”
“이건 아니야!”
“안 돼-!”
먼저 자세가 흐트러진 건 남자였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거지이이이이이-!”
“브라보오오오오오-!”
자세가 흐트러졌던 남자는 곧바로 바로잡았고, 쓰러진 건 갱단 두목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달려가 노을을 배경으로 뜨거운 키스를 하고 영화는 막을 내렸다.
상영관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어나 뜨거운 눈물과 함께 손뼉을 쳤다.
그중에는 리처드까지 있었다. 어찌 이런 영화에 눈물을 보이지 않겠는가.
남자의 심장을 뛰게 해주는 완벽한 영화다. 그의 아들까지 그럴 정도였다.
“아들, 어땠냐?!”
“최고였어요!”
리처드와 그의 아들은 아주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영화를 재밌게 즐기셨다면 이리 와서 구경하세요!”
“뭐지?”
가까이 다가가자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용했던 복장과 총기 등 각종 굿즈를 팔고 있었다.
영화를 재밌게 관람한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기에 홀리지 않으면 사내자식이 아니리라.
“아, 아빠…”
초롱초롱한 아들의 눈이 리처드를 바라봤다.
사실 그도 저 화려하게 빛나는 은색의 리볼버를 소유하고 싶었다.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언제 물건이 동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리처드는 아내를 바라봤다. 큰 소비는 아내와 협의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그는 최고의 남편이자 가장이었으니까.
“거, 총기 한 자루 있어서 나쁠 거 없지 않아?”
이 시대에 총기 하나쯤은 들어야 사내자식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리처드는 어렵게 아내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아들, 아빠가 보관할 테니까 크면 말해.”
“아, 아빠?”
리처드는 같이 구입한 홀스터에 리볼버를 소중하게 꽂아 넣었고, 아들은 배신당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의 미국 가정이 이러리라.
카를&오토 픽처스에서 제작, 에디슨이 배급한 미국 최초의 서부극 영화. 영국의 2차 보어 전쟁과 미국과 필리핀의 전쟁이 일어나든 알 게 뭔가.
미국 전역이 서부극에 불타올랐다.
***
“미국이 미치고 있다고요?”
“예, 전하! 직접 보셨어야 합니다! 전하께서 구상한 서부극이 미국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미국에 다녀온 트레슬러가 무엄하게도 침을 튀기며 말한다.
반응을 보라고 보낸 거긴 한데 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
물론 내가 봐도 잘만들었지만 그 정도까지인가?
“직접 보셨으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을텐데…!”
트레슬러는 답답하다며 자기 가슴을 쳤다. 아니, 직접 봐야 뭘 알지. 그냥 불태웠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한단 말인가.
“전하,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상상한 것 이상의 수익이 들어올 것입니다!”
“말이 되는 소리예요? 지금까지 번 돈도 말이 안 되는데.”
내가 영화로 벌어들인 돈은 진짜 생각보다 많다. 어차피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야 거기서 거기인 시대다.
움직이는 사진 취급 당하는 영화에 조금의 공만 들이면 구름처럼 몰려오게 할 수 있다.
유럽의 규모 좀 있는 도시라면 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없을걸?
그래서 막대한 이득을 봤는데 그 정도를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솔직히 감이 오지 않는다.
미국 시장이 잠재력 높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장부에 숫자 찍힌 걸 봐야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하, 황후 폐하께서 복귀하셨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트 황후. 이 민폐 덩어리는 기어이 아우가르텐 궁전에 둥지를 틀어놓았다.
내 잔소리에 삐져서 보복이나 훼방을 놓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조용했다.
만약 그런 쫌생이 같은 마음이 있다고 해도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 보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학업은 천재 소리 들을 정도이며, 예술가 후원, 영화 산업, 연구소 관리까지.
모든 책임과 직무를 저버리고 여행 다니는 여자라도 무언가 느끼는 데 충분하다.
“큰할머니.”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랬지 않느냐?”
“큰할머니를 큰할머니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나요?”
“황후 폐하라고 부르거라.”
“가족끼리 너무 거리감이 있지 않나요? 큰할머니.”
“이노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항상 이랬다. 도저히 어른과 아이의 대화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치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황후는 이런 취급을 싫어하지 않았다.
진즉 싫었으면 황제에게 달려가 호소하거나 아우가르텐을 나가지 않았겠는가.
연 단위로 투닥거리다 보니 정까지 들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가끔 황제가 기거하는 쇤브룬 궁에 가거나 내가 모르게 소원해진 자식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았다.
나이 든 사람도 바뀔 수 있구나…!
엘리자베트 황후가 복귀하자 나는 곧바로 입궁했다.
황후가 조금 조용해졌다고 해도 어쩌란 말인가. 나는 그녀를 이용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
“큰할머니와의 시간은 즐거우셨나요?”
“크흠.”
황제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어려 있었다. 풋풋한 십 대들의 사랑도 아니고 다 늙은 사람들이 이럴 줄이야.
하지만 장족의 발전이다. 서로 쉽게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단둘이 만나 차를 마실 정도가 아니던가.
내가 열심히 하긴 했지. 황제나 자식에 관한 문제에 항상 황후에게 잔소리했다.
부담? 그런 게 있을 수 없다. 엘리자베트 황후의 평판과 이미지는 이미 떨어지기 힘든 지하까지 떨어져 있다.
이런 상황은 뭘 해도 잃을 게 없어서 조금만 노력해도 플러스가 되기에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등을 떠밀다 못해 그냥 발로 걷어차는 수준으로 나는 폭주했다.
-큰할아버지 연세가 얼만 줄 아세요?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어? 곧바로 안식에 드실 수 있어요.
-이놈이…! 멀쩡한 큰할아버지는 왜 죽이니?
-그러니까 후회하기 전에 행동하시라고요. 나이 드셔서 움직이기 힘들면 제가 업고 가드려요?
-정말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이구나!
-큰할머니 앞에서만 그래요.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랬지!
나이 먹은 사람이 목청이 얼마나 좋던지.
과거를 회상하면서 황제의 맞은편에 앉아 준비한 것들 꺼내었다.
이번에 찍은 황후의 사진이었다.
내가 영화에 번 만큼 적지 않게 투자도 하는 사람이다. 테스트한다고 황후를 많이 찍기도 했다.
그야 집에서 제일 할 일 없이 노는 사람이었으니까.
시녀나 시종들은 자기들만의 일이 있고, 아버지는 집에 없고 어머니도 나름 대외 활동을 하시는 편이다.
황후 때문에 더 밖을 나가시는 건가?
미안해요, 어머니.
아무튼 황후는 자신의 늙은 모습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런데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겠는가.
하지만 끈질긴 설득과 다툼 끝에 찍을 수 있었다. 결과물을 위해 화장도 하고 이리저리 만져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
그 이후는 은근슬쩍 와서 또 안 찍냐고 하더라.
암. 카를&오토 픽처스의 기술은 세계 최고다.
그리고 결과물을 황제에게 바치는 건 당연했다.
내가 황후 사진 들고 있어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황후를 미칠 듯이 갈구하는 황제에게 선물로 던질 수밖에.
“정말 잘 찍혔어요. 이번에는 무려 미소 짓는 큰할머니예요.”
황제는 아이돌의 포토 카드를 받은 열성팬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 양반도 정상이 아니란 말이지. 아내를 덕질하다니.
뭐, 이 시대의 아이콘 같은 존재라서 그러려니 한다.
늙어도 외모와 위상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크흠. 이번에도 고맙구나.”
황제는 아주 소중하게 황후의 사진을 품에 넣으며 헛기침했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음?”
“계속 큰할머니 혼자 찍으시니 외롭지 않으시겠어요?”
“그래?”
“그런데 감히 제국의 황후와 같이 찍을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요? 순번이란 게 있는데. 처음은 당연히 위대한 제국의 카이저가 아닐까요?”
“그렇지! 내가 아니면 누가 그녀와 같이 찍겠어?”
“제가 언제 한 번 자리 마련해 보겠습니다.”
“카를, 너는 정말…”
황제는 감동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주었다.
황제 입장에서 나를 껴안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지 않을까.
엘리자베트 황후는 암살당하기 전에 죽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하기는 했다.
황제도 그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까 봐 무척 걱정했고.
하지만 이제는 빈에 머물고 종종 만나기까지 하니 어찌 싫어할까.
이 정도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권력 순위는 1위가 나라고 해도 되겠는걸.
황후로 황제를 조종할 수 있다고!
과장 좀 하면 전함 하나 요구해도 줄 것 같다.
“그런데 오토의 상태는 괜찮으냐?”
“아버지요?”
나는 황제의 물음에 한숨을 쉬었다.
그야 이 양반이 기어코 매독에 걸렸으니까.
***
매독에 걸리면 엄청나게 쪽팔리고 창피하고 가문의 누가 되는 것 같지만 이 시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대놓고 이야기하면 한심한 시선을 받지만, 예술가들이나 귀족, 황족까지 다양하게 걸리는 것이 매독이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너무나도 훌륭한 효자인 내가 있지 않은가.
페니실린은 막대한 투자로 인해 꽤 결과가 나온 상태였다.
대량생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임상시험이 매우 진행된 상태였다.
이 시대의 임상시험이 어디 21세기 같겠는가? 그냥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툭 까놓고 말해서 어디 한적한 시골 마을 가서 돈 주고 실험하면 된다.
부작용? 책임? 그딴 건 이 시대에 없다. 정말 푼돈이나 쥐여주면 그만.
하지만 그래도 황족인데 위엄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남들이 한다고 다 하면 황족의 위엄이 살지 않는다.
부작용이 있다면 치료해 주고 적당한 사례비까지 넘겨주었다.
이 정도면 난 어지간한 성직자보다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할 필요도 없는 걸 하는 거니까.
아무튼 이러한 노력 끝에 임상시험도 꽤 많이 진행된 상태라 아버지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부작용 없이 효과는 매우 좋았다. 아버지의 매우 흉해진 피부가 조금씩 살아났으니까.
눈물이 나올 뻔했다.
돈만 처먹고 성과를 가져오지 않은 연구원들이 꾀꼬리처럼 항상 예산과 시간을 외칠 때 얼마나 괴로웠는가!
하지만 이제는 대량 생산이 코앞이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자랑스럽구나.”
매독에 해방된 아버지는 매우 상쾌한 얼굴로 나를 껴안으셨다.
그래, 가족이 행복했으면 됐다. 아버지도 사람이라면 이제 조심 좀 하시겠지.
“아버지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았어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하하하, 걱정하지 마라. 걸리면 걸리는 거지!”
네?
“이 아비는 아들만 믿는다!”
아버지는 씨익 웃고는 다시 아우가르텐 궁전을 나가셨다.
시발.
이거 맞아?
병에 걸렸으면 좀 변하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치료하자마자 바로 또 뛰쳐나간다고?
“풋.”
누군가?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는가?
시선을 돌려보니 엘리자베트 황후가 허망한 표정을 지은 나를 비웃고 있었다.
“왜 웃으세요.”
“내가 웃으면 안 되니?”
“예, 여긴 제집이에요. 웃음 금지입니다.”
“뭐라니. 여긴 내 남편이 준 곳이잖아. 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재산이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재산이니까.
한마디로 내 재산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황제가 되면 황후를 쫓아내야겠다. 프랑스의 땅딸보 황제처럼 섬에다가 가둬 놓을까.
그래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이용해야지.
황후와 함께 갈 곳이 있다.
“큰할머니.”
“…”
“큰할머니, 제가 부르잖아요.”
“…”
어쭈 이제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네.
“큰할머니랑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무시하던 황후의 귀가 쫑긋거린다.
“가고 싶은 곳? 흐음, 굳이 가고 싶다면 함께 못 가줄 것도 없단다.”
으윽, 츤데레 할머니라니. 하지만 그녀가 필요했기에 꾹 참았다.
“예, 큰할머니랑 가고 싶어요.”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랬지.”
“아무튼 같이 가주실 거죠?”
“어디를?”
생각보다 쉽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