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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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
사막 지형에 서식하는 거대한 괴수로,
모래를 마치 물속처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며 먹잇감을 발밑에서부터 집어삼키는 습성이 있다.
그 외엔 딱히 특별한 능력은 없는 생물인데.
대체로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공격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고······.
‘공략도 상당히 까다롭지.’
해서 보스로 등장한다고 해도 B급 게이트에서나 나타나는 놈이기에, 수련 길드는 패닉에 빠졌다.
“젠장! 샌드웜이 왜 C급에서 나오냐고!”
“길드장님, 어떡합니까? 후퇴하나요?”
그러나 이성우는 [초감각] 덕에 선명히 느끼고 있었다.
‘이 게이트 안엔, 저 샌드웜 뿐이다.’
일반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탓에 게이트의 마력 등급이 C급으로 판독된 것.
“성우 씨! 이런 상황에선 어떡하죠?”
최솔의 물음에 이성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예상보다 강한 보스가 등장하긴 했지만, 적어도 이 근방에 다른 몬스터는 없습니다. 저거 하나면 잘 상대하면 되니, 별일 없을 겁니다.”
“하, 하지만 저렇게 거대한데······.”
최솔이 말을 더듬고, 김태훈도 마른침을 삼켰다.
“저런 놈을 상대로 탱킹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험용 게이트에서 봤던 시체 골렘은 귀여운 수준이었군요.”
“그러니까 방어하지 말고, 회피하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아하, 그래서······. 그때도 느꼈지만, 이성우 씨는 마치 경력 수년 차 플레이어처럼 박식하신 것 같습니다.”
‘뭐, 이전 회차까지 합치면 몇 년 되기는 하지.’
이성우는 레라지에에게 확인차 속삭였다.
“이봐, 저 샌드웜이 늪의 대공이 심은 끄나풀인가?”
“저딴 게? 저놈은 아니다.”
“역시 그렇지?”
이미 [초감각]으로 아스타로스의 수작이 일어나고 있을 법한 장소는 특정해뒀다.
교차 검증이 필요했을 뿐.
그때, 모래 속으로 숨었던 샌드웜이 다시 한번 발밑에서 수련 길드를 노렸다.
“탱커! 이쪽이다! 딜러들, 퍼부을 준비해!”
길드 마스터 장선규가 모래가 움푹 꺼지는 곳을 가리키며 명령했지만.
이성우의 성에는 차지 않는 지휘였다.
‘샌드웜 공략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샌드웜이 뚫고 나오려던 지점을 버리고 딜러들이 포진한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퍼어엉―!
“으아악!”
“꺄악!”
원거리 딜러 몇몇이 그대로 샌드웜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갈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위험한데, 대응법을 전혀 모르잖아.’
그때, 재생술사인 최솔이 다친 길드원들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 나가려 했다.
덥석―
이성우는 그녀를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세요. 샌드웜은 지상의 진동을 감지해서 그 지점을 공격합니다. 눈도 코도 없는 놈이에요. 공격할 빌미를 안 주면 됩니다.”
“아······! 그렇구나. 저기, 저희 길드원들에게 알려줘도 괜찮을까요?”
“네, 그러세요.”
최솔이 전방의 공략팀을 향해 이성우가 알려준 팁을 전달했다.
“일리가 있어! 방금 놈이 뚫고 나온 지점도 딜러들이 몰려 있던 자리라고!”
“뭐? 움직이지 말라고? 저놈이 죽자고 잡아먹으려고 덤비는데, 미쳤어?”
하지만 이미 전투가 시작된 급박한 상황.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태라, 오히려 길드원들의 의견이 양분되고 말았다.
‘이럴 때야말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길드 마스터 장선규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야! 최솔, 거기서 뭐해! 선배들 다친 거 안 보여? 당장 튀어 와! 전원, 전열 재정비!”
퍼어엉―!
또 한 차례 땅속에서 지면으로 솟구쳐 오른 샌드웜.
“발사!”
무방비로 몸통을 드러낸 놈에게 수련 길드의 공격이 일제히 쏟아졌다.
화염구나 윈드 커터 같은 마법부터, 화살에 마총까지.
‘저 정도면 어느 정도 데미지는 들어가겠는데.’
그래도 공략에는 어떻게든 성공하려나 싶었던 순간,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모래 속을 기어 다니는 샌드웜의 몸통은 부드러운 재질.
원래대로라면 힘없는 화살조차 최소한 상처는 남겼어야 했는데,
팅, 투두둑――
놈의 거죽이 화살은 물론이고 마총탄도 전부 튕겨낸 것.
케에에에엑!
“워, 원래 샌드웜이 저렇게 방어력이 높았나요?”
누군가 중얼거린 대로, 좀 이상한 개체였다.
“저거, 어째 평범한 놈이 아닌 것 같은데. 더 흉폭하고 크고 단단하네.”
레라지에가 의문에 답을 내놓았다.
“대공의 마력에 영향을 받아, 변이된 거다.”
“그럼 좀 위험하겠는데.”
공격당한 샌드웜은 화가 난 듯 거칠게 포효했지만, 자연의 포식자답게 교활했다.
일단 먹잇감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퍼엉―
쏴아아―!
공략팀으로부터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몸을 뒤틀어,
모래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작 모래? 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크으윽!”
“아악, 내 눈!”
“어푸······ 퉷퉤!”
놈이 워낙 거대한 탓에 쏟아지는 모래의 양도 무지막지했으니까.
이젠 숫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게 된 공략팀.
‘저거, 이 다음 공격에 전멸하겠는데.’
이성우가 공략 실패를 확신하는 찰나, 최솔이 그의 팔을 붙들었다.
“성우 씨! 제발 도와주세요, 저러다 죽겠어요!”
“안 그래도 그럴 셈이었습니다.”
일단 ‘저승사사 장선규’는 둘째치더라도,
애꿎은 사람들이 괴수의 밥이 되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 그가 아니었다.
이성우는 일단 홀스터, [히드라의 금고]에서 이빨을 떼어 공략팀과 떨어진 허공으로 던졌다.
쩌엉― 쿵!
김포대교의 잔해가 모래 위에 떨어지며 큰 진동을 일으켰다.
‘이건 진짜 솔찬히 잘 써먹네. 이래저래 다른 아이템 챙기느라 몇 개 버리긴 했는데, 좀 더 주워야 하나.’
샌드웜의 주의를 공략팀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미끼.
쿠구구구― 쏴아아!
바로 모래를 헤치며 콘크리트 잔해로 돌진한 샌드웜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잔해를 집어삼켰다.
우드득― 우드득―
아무리 오랫동안 한강 밑에서 물 먹은 거라곤 해도,
그걸 씹어 드실 줄은 몰랐다.
정말 잡아먹혔다간 뼈도 못 추릴 게 확실한 괴물.
“이성우! 놈은 우리 길드가 공략할 거다! 손대지 마!”
장선규가 외쳤으나.
이성우는 담담하게 공략팀을 향해 대꾸했다.
“그쪽에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 있으면, 길드 마스터 주둥이 좀 틀어막지 그래요?”
“뭐······ 뭐? 이 개자식이 지금 말 다했―”
“아오! 선규 형, 왜 이렇게 똥오줌을 못 가려. 그냥 좀 닥치고 있어!”
“맞아요, 길드장님! 저거 우리끼리 못 잡는다고요!”
“이런 썅······.”
그 와중에 곁에 있던 최솔이 이성우에게 물었다.
“성우 씨, 뭐 뾰족한 수 있어요? 저거 시체 골렘이랑은 비교도 안 될 되는데요.”
“어휴, 솔이 씨. 어제 뉴스 안 보셨어요?”
김태훈이 그런 그녀를 만류했다.
“네? 뉴스는 왜요?”
“모르면 그냥 지켜보세요.”
이성우는 김태훈과 눈짓을 교환한 뒤,
신나게 김포대교의 잔해를 씹어 드시고 계시는 샌드웜에게로 주의를 집중했다.
[중력 역전]놈에게 가해지는 중력이 뒤집혔다.
그러자 놈은 뭔가 변고를 눈치챘는지, 거칠게 몸을 뒤틀어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긴 모래를 박차고 허공으로 튀어오를 정도로 힘이 있는 녀석이니. 이 정도는 견디겠지.’
“하하! 봐라, 도망치는데 구경만 하고 있잖아! 저 인간도 별수가 없다고! 전원 공격 준······.”
장선규가 고소하다는 듯 비웃었으나,
그의 말은 끝을 맺을 수 없었다.
샌드웜의 비대한 몸뚱이가 모래를 뚫고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니까.
‘도망간다고 수가 없긴. 그냥 꺼내버리면 되지. 역전된 중력을, 8배로 증강한다.’
솨아아아―
끼에에에에엑―!
“마, 말도 안 돼.”
“저걸 어떻게 들어 올리고 있는 거야?”
상식을 뛰어넘는 힘이, 묵직한 모래의 압력과 마찰력을 이겨내고 샌드웜을 공중으로 강제로 끄집어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수련 길드원들이 아연실색하는 찰나.
‘이제는 무중력으로 고정하고.’
덥석―
이성우의 손에 쥐어졌던 [대룡거검]이 투창처럼 쏘아져 나갔다.
쐐애액― 푸확!
샌드웜이 워낙 거칠게 몸을 뒤트는 바람에 거검이 놈을 꿰뚫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지만.
[상급 무기 연마]의 효과로 놈의 거죽을 찢어놓는 데엔 성공했다.‘이거면 충분하지.’
이성우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 샌드웜을 대상으로, 새로 얻은 스킬을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핵심 스킬 노드 정보』
이름 : 압축
계열 : 중압
효과 : 지정 대상을 [중력 제어] 최대치의 2배에 해당하는 힘으로 전방위에서 압축합니다.
스킬 트리 저 아래의 [중력 강타]에서,
저 높은 꼭대기의 [블랙홀 생성]으로 이어지는 중압 계열의 중간 단계 스킬.
‘과연 위력이 어느 정도일까.’
이성우는 허공에서 버둥대며 체액을 질질 흘려대는 샌드웜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가 펼쳤던 두 손바닥을 오므리며 모으는 순간.
끼에에에에에―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푸화아아아악―!
조금 전 [대룡거검]이 낸 상처로 온몸의 체액과 내장을 죄다 쏟아냈다.
털푸덕······.
완전히 쪼그라들어, 바람 빠진 축구공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샌드웜이 바닥에 떨어지자.
『게이트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이럴 수가.”
“샌드웜은 B급 몬스터라고. B급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공략대가 와야 고전하면서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냥 눌러 죽였어······ 벌레 잡듯이.”
눈으로 보고도 반신반의하던 수련 길드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순간 조용해졌다.
조금 뒤 누군가 허탈함이 가득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저게 측정 불가급 특성이라는 건가?”
“벽이 확 느껴지네······.”
『레벨이 올랐습니다.』
『29레벨 -> 30레벨』
『[중력 지배] 제어 가능 범위가 0%~316%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성우는 레벨업 메시지를 확인한 뒤,
장선규를 바라보며 샌드웜의 사체를 가리켰다.
“저건, 제 것이겠죠?”
멍하니 있던 장선규의 표정이 구겨졌다.
“······.”
무언은 긍정이지?
이성우는 샌드웜의 잔해로 다가가,
아가리 근처에 박혀 있는 큼지막한 마정석을 회수했다.
“이 정도 크기면, 중급에서 상급 사이는 되겠는데. 순도도 괜찮아 보이고.”
다만, 놈을 잡아 드랍된 중력석은 기대 이하로 ‘파편’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력석은 크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아쉬운 상황.
이성우는 싫은 내색않고 [중력석 파편]을 갈무리했다.
이어서 그가 샌드웜의 날카로운 이빨을 하나하나 수거하기 시작하자.
어깨에 앉아있던 레라지에가 투덜거렸다.
“사냥 전리품이면 하나면 족하지, 뭘 그렇게 많이 욕심을 내느냐?”
“이게 다 쓸 데가 있어서 그래.”
“기왕 그럴 거면, 깔끔하게 좀 갈무리 하지 그래.”
“내가 이런 세심한 작업을 하기엔 손재주가 별로라.”
“흥. 어째 무식하게 싸운다 했더니. 역시 그렇구나. 자고로 좋은 사냥꾼이라 하면, 도구를 세심하게 다룰 줄 알아야······.”
레라지에의 트집대로, 뜯어낸 이빨들에 살점이 지저분하게 붙어 있었지만.
‘뭐 어때. 중요한 건 이놈의 이빨이 굉장히 단단하고 날카롭다는 건데.’
그렇게 묵묵히 갈무리를 계속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김태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저희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래 주면야 고맙지.
이성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여기 좀 도와드리자고요!”
김태훈의 외침에, 수련 길드원들이 쭈뼛쭈뼛 모여들어 갈무리를 도왔다.
그러면서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성우 플레이어님 덕에 살았습니다.”
“진짜요, 눈에 모래 들어갔을 땐 정말 죽는구나 싶어서 실금할 뻔했잖아요.”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뭐, 은마 길드원들처럼 염치가 없는 사람들은 아니네.’
길드 마스터 장선규는 불쾌한 기색을 풍겨댔지만,
뭐라고는 못 하고 주변을 서성이기만 했다.
“후, 덕분에 빨리 끝났군요.”
“아뇨, 저희야말로 이걸로 조금이나마 보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우는 자신이 채집한 이빨들과는 다르게,
지저분한 살점 없이 깔끔한 이빨들을 내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그때, 장선규가 앞으로 나섰다.
“자, 자. 이제 끝났으면 나가자고. 염병, 이 고생을 해놓고 빈손으로 나가야 한다니. 이성우 씨, 그쪽은 뭐 확인할 게 있다고 했었죠? 그럼 여기서 갈라지는 겁니다?”
“뭐, 그러시죠.”
“그래요. 그럼 우린 이만. 자, 다들 철수! 빨리 나가서 다음 게이트 공략 준비하자고!”
장선규가 한창 명령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최솔이 이성우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성우 씨는 안 나가세요?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뭘 찾으시는 거예요. 대체?”
이성우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제가 찾는 건, 지상에 없습니다. 저희 발아래에 있죠.”
“네?”
최솔은 되묻자마자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또다시 목격하게 되었다.
아래로 향하고 있던 손바닥을 뒤집는 이성우의 손짓을 따라······.
스스스스―
사막의 모래가 모조리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저 아래에 파묻혀 있던, 지하의 유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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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수렁, 벌레잡이(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