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09
방금 전투가 끝났으니 시체야 넘치도록 많다.
말라깽이 한 명쯤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겠지.
예전부터 중국에서는 포로 대우라 할 것이 없었다.
불알을 터뜨리고, 끓는 물에 산 채로 집어넣는 등.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기겁할만한 극형을 법에서 명시했던 때가 불과 10년 전 일이니.
우페이푸는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을 테지.
시원하게 들이박을 때는 든든한 아군이었는데.
역시 우페이푸와 같은 자는 컨트롤이 어렵다.
이건 마치 삼국지 게임에서 능력치는 우수한데 충성도가 부족한 장수를 다루는 것 같잖아.
내 명령도 무시하고.
멋대로 출병을 나간 우페이푸군의 결말은 초라했다.
3일 후.
우페이푸는 맥없이 귀환했다.
나는 산하이관 정문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 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추격은 만족스러웠습니까?”
“···면목 없습니다.”
“죄는 나중에 묻겠습니다. 부대 재정비에 힘쓰십시오.”
우페이푸는 항변할 기력도 없이 내성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 또한 온몸이 먼지투성이에 여기저기 상처 입은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발이 잘려 나가 수레로 호송되는 병사들이 많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한창 나를 따라다니며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던 만슈타인이 놀라서 물었다.
“장쭤린의 시종에게서 얻었다는 정보가 가짜였다. 알려준 경로에는 오히려 기관총 화망에 지뢰가 가득했다는군.”
“포로가 죽으면서까지 거짓 정보를 흘린 거군요. 독일에는 그렇게 심지가 굳은 자가 잘 없는데, 장쭤린이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놈인지요?”
“가치는 본인이 정하는 거다. 장쭤린의 시종은 하나뿐인 목숨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고, 거기 후회는 없을 거다.”
신해혁명 이후.
내가 상대해온 적은 북양군벌이었다.
위안스카이부터 시작하여 안후이군과 즈리군으로 이어지는 북양군의 36개 사단은 오랫동안 최대의 적이었다.
여러 해에 걸친 노력 끝에.
공화정부는 북양정부를 밀어내고 점차 내국민과 열강에 인정을 받아가고 있고.
북양군의 상당수를 공화군으로 흡수하는 데도 성공하였다.
애초에 북양군벌 자체가 대단한 결속이 있었다기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성된 이익집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안스카이가 몰락하자 안후이파와 즈리파로 쪼개져 전쟁을 벌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덕분에 공화군은 북양군이 누리던 파이를 그대로 차지하였다.
그러나 펑톈은 좀 다르다.
장쭤린에 대한 펑톈군의 충성심은 위안스카이나 돤치루이, 펑궈장이 받은 충성심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가난하고 무식할망정, 의리 하나로 똘똘 뭉쳐.
장쭤린을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 불 속에라도 뛰어들 위인이 수두룩했다.
게다가 펑톈의 지리적 위치가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운 동북의 끄트머리이다 보니.
즈리군벌과 안후이군벌이 중화민국 내부의 적이라면.
펑톈군벌은 외부의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우페이푸의 추격군 대신 나는 김경천의 독립군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과연 몇 차례에 걸쳐 승전보가 전해져 왔다.
산맥의 길목 몇 곳에서 후퇴하는 펑톈군을 상대로 독립군이 승리을 거두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장쭤린 체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산하이관에 입성한 지 열흘이 지났을 무렵.
장쭤린이 다롄에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일본의 함선을 타고 이동한 모양.
애초에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경천이 귀환했다.
그는 의외의 인물을 대동하고 있었다.
수고했다는 치하를 건낼 여유도 없이.
곧바로 회동이 잡혔다.
관동군 참모라 자신을 밝힌 일본인은 강화를 제의해왔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중국 내부의 반란을 평정하는 중이오. 일본은 일찍이 불간섭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아는데, 원칙을 깨트리려는 거요?”
“오! 일본어를 잘하시는군요! 일본에서 학교를 나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말 돌리지 마시오.”
일부러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였으나.
관동군의 참모는 여유가 있었다.
“하하. 말을 돌리다니요. 일본의 불간섭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이번 전쟁에 의문스러운 점이 좀 있어서요. 공화군이라 일컬어지는 사령관님 군대 중 상당수가 전쟁 발발 직전까지 국제연맹군 소속이었다는군요. 국제연맹군은 LN이 가결했을 때만 움직이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참모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로 향했다.
내 뒤에는 만슈타인이 있었다.
“이 전쟁에서 저 독일인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상당수의 독일인이 공화군의 군사작전에 참여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본제국은 LN의 상임이사국으로 LN의 자원이 사적으로 유용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항의하진 않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면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오.”
이 친구, 믿는 구석이 있었고만.
확실히 아픈 곳을 찔렀다.
장쭤린을 포함한 중국인들은 국제연맹에 대한 인식이 딱히 없었고.
군벌식 사고에 익숙하여 공화군을 내 사병으로 받아들이는지라, 문제를 제기할 생각조차 못했겠지만.
역시 국제사회에서 수십 년 구른 짬밥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능구렁이처럼 노회한 일본.
단박에 외교적으로 압박을 가해온다.
나는 짐짓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짜를 정합시다.”
1월 28일.
일본의 감독하에 공화군과 펑톈군이 정전협정을 체결하기로 날짜가 잡혔다.
관동군 참모는 만족스러워하며 돌아갔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
정전협정 하루 전까지도.
공화군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장쭤린은 노호(怒號)하며 적군을 몰아내라 아우성쳤으나.
관동군의 세력권은 공문에 명시한 것처럼 남만주 철도 12킬로미터 반경까지만이었으니.
공화군은 마음 놓고 남만주 철도가 깔리지 않은 러허 지방을 장악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결국 1월 28일쯤에는.
진저우 이남의 광대한 땅이 모두 공화군 지배하에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협정을 앞두고 펑톈군의 대표 장쉐량은 뿔이 나 있었다.
정전협정을 체결하기로 했으면, 그 순간부터 전쟁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
마지막까지 펑톈의 영토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려드는 심보가 고약하다고 느끼며 장쉐량은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하지만 협정 체결을 위해 후루다오항에 정박한 일본 군함 선내에 들어섰을 때.
장쉐량은 놀라서 멈칫했다.
선내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은 공화군의 총사령관이자.
오늘날 젊은 층에서 감히 최고라고 인정받는 무쌍장군 한신이었다.
“저자가 여기 왜 있지? 공화군 대표로 정부의 인사가 나올 거라고 하지 않았나?”
“저도 잘···.”
부하에게 물어도 아는 게 있을 리 없다.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
“거울 좀 줘봐.”
기자단도 많이 있는데.
펑톈의 대공자가 몰골이 추레해서는 안 되지.
장쉐량은 머리에 돼지기름을 다시 바르고.
이빨에 낀 게 없는지 확인했다.
치장을 새로 하며 장쉐량은 마음이 복잡했다.
펑톈을 궁지에 몰아넣은 장본인, 한신.
그러나 그는 세계 속에서 중국의 명성을 드높이며.
역사상 국사무쌍이라는 위명을 얻는 두 번째 인물이 되어가고 있다.
흠모의 마음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큰 것은, 그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정 문서에 서명하게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장쉐량은 성큼성큼 사람들 앞으로 나아갔다.
“안녕하시오! 이름 높은 무쌍장군을 직접 뵙게 되니 개안하는 기분이오!”
장쉐량은 자신만만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서양식으로 악수하기 위함이었다.
빛나는 하얀 이를 활짝 드러내며 한신과 같이 사진이 찍히면, 기사가 세계 곳곳에 외신으로 실리겠지.
외모가 헌양한 두 청년이 같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나올 것이다.
이거, 단번에 국제적 명성을 얻는 거 아냐?
외모에 자신이 있는 장쉐량은 한신이 당연히 자신을 환영할 거라 기대했다.
그동안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에게 호감을 보여왔으니까.
그러나.
한신의 반응은 장쉐량의 기대를 산산이 부쉈다.
“자네는 비서인가? 장쭤린은 어딨나?”
자신을 한참 어린 애송이로 보는 한신의 눈빛.
그제야 장쉐량은 미몽에서 깨어났다.
한신과 자신 사이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음을 실감했다.
노랑머리 사진기자들은 한신을 향해서만 연신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분명 언론에 미리 안내문을 돌렸을 텐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전 협상을 위한 펑톈군의 대표는 나란 말이다···! 나를 찍어줘!
장쉐량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아버님은 펑톈의 안위를 돌보시느라 바쁩니다. 제가 대리로 왔습니다.”
“아버님? 자네가 장쉐량인가?”
“네, 접니다.”
역시 그 한신도 장쉐량 이름 석 자는 아는구나.
장쉐량은 다시 의기양양해져 한신에게 악수를 청했다.
손을 맞잡으며 한신은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나.
장쉐량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한신!
지금의 격차는 까마득하지만, 언젠가 따라잡고 말테다.
다시 만났을 때, 너와 나의 눈높이는 같을 것이다···!
장쉐량은 자신을 기억하라는 듯 한신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나는 별 수 없이 장쉐량의 손을 맞잡았다.
펑톈군의 대표로 온 사람은 장쭤린이 아닌 그 아들.
별 말도 안 했는데 나를 보며 여러 차례 표정이 바뀌는 것이 변태 같았다.
볼에 홍조는 또 뭐야.
이 새끼 화장했나?
손은 왜 자꾸 만지작거리는 건지.
무엇보다 장쉐량과 대면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앞으로 이 녀석이 벌이게 될 미래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놈이 훗날, 천하 통일을 목전에 둔 장제스를 배반하여.
마오쩌둥에 의한 공산당 천하 평정이 이뤄지도록 만든 바로 그놈이니까.
펑톈을 지배하는 자, 누구인가?
강화협정이 체결되고 전쟁은 멈추었지만, 중국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여기는 이는 없었다.
외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중원의 용과 북방의 호랑이가 맞붙은 싸움에서 용이 승리했다고 평한 신문이 있는가 하면.
이번 전쟁은 군벌들의 세력다툼일 뿐이라며 중국 대륙의 미래를 우려하는 신문도 있었다.
군벌들의 각축전(角逐戰)이라는 말이 틀렸다고도 볼 수 없으니.
한장전쟁이라는 용어에서부터 그러한 시각이 드러나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번 전쟁은 한신과 장쭤린의 대결로 비춰지고 있었다.
한편 서방의 시선은 훨씬 나이브했다.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승자를 예측하고 전투 진행 경과를 중계했다.
“사령관님, 이걸 보십시오.”
만슈타인이 내민 것은 뉴욕타임스.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내 모습이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난 번에 사령관에 대한 기사를 크게 내보냈을 때, 판매부수가 꽤 늘었다더군요. 이번에도 재미 좀 보려나 봅니다. 런던의 더 타임스에도 사령관님이 나왔습니다.”
런던타임스는 특집기사였다.
타이틀이 썩 성가셨다.
– Who is The NEXT Emperor of 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