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46
혈호패도 초여상 (1)
제갈귀호가 이끄는 병력이 북문에서 마교도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 송삼현 일행은 비교적 한산해진 길을 따라 마차를 끌고 갔다.
다들 마차를 꺼내 곡식을 실을 준비를 하느라 마차의 이동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창고가 있는 곳은 서문과 가까운 곳이다.’
무조가 보내준 서문에 대한 정보.
경비대가 어느 경로로 순찰하고 어떻게 보급창고를 지키는지 머릿속에 넣어두고 행동했다.
“멈추십시오. 순찰조가 지나갈 겁니다.”
송삼현의 말에 일행들은 일제히 걸음을 멈췄고 때마침 순찰조가 골목으로 지나갔다.
정확한 정보에 비문 상단의 표두는 혀를 내둘렀다.
“…. 이렇게 세밀한 정보라니, 무조가 대단하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표두님의 가족들에 대한 정보도 알아낼 겁니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고 어디를 갔다 왔으면 집안 살림은 어떤 게 있는지.”
“듣기만 해도 겁나네요.”
그렇게 순찰하는 눈을 피해 도착한 창고 앞은 역시나 마교도들이 겹겹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곡식을 비롯해 병장기들을 보관하는 곳이라 경비가 삼엄했다.
스윽.
송삼현은 복면을 쓴 뒤에 말했다.
“저들은 우리가 처리할 테니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 말을 한 뒤에 송삼현은 신형을 날렸고 무무와 같이 창고를 지키는 경비들이 미처 알아채지도 못하게 죽였다.
촤아아아악!
그 신출귀몰한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은 크게 놀랐다.
‘창고를 지키는 이들이라 기감에 민감할 텐데 저렇게 정교한 은신 보법이라니···.’
반 각이 채 되지도 않은 시간에 모두 처리했다.
그 뒤에 일행들에게 수신호를 했고 수신호를 본 비문 상단과 형산파 제자들은 마차에 실은 벽력탄을 들고 창고로 갔다.
“설치하세요.”
벽력탄 두 개를 창고 안에 넣어둔 다음 옆에 있는 기름을 곡식에 끼얹었다.
화르르르르륵.
그리곤 횃불로 벽력탄에 불을 붙인 뒤에 기름을 뿌려둔 곡식에 휙 하고 던졌다.
“빠져나갑시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송삼현 일행이 신속하게 나오자 벽력탄으로 터졌고 창고는 산산조각이 났고 순식간에 불이 퍼졌다.
창고 안에 있던 수많은 곡식은 흔적도 없이 화마 속으로 사라져갔고 병장기들은 벽력탄의 여파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엄청난 폭발력이네요. 제가 알던 벽력탄이 아닙니다.”
“흑사회 놈들이 개량해놔서 그럽니다. 뭐, 그 덕에 저 커다란 창고를 날리는 데 단 두 개면 충분했지요.”
“혼란을 틈타 속히 빠져나갑시다!”
갑작스럽게 창고가 폭발에 사라지자 마교도들은 혼비백산했다.
급히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끼얹었지만, 기름이 붙은 불은 물에도 쉽게 꺼지지 않았다.
송삼현과 일행은 혼란에 빠진 인파 속으로 숨으려고 했고 그때.
탓.
한 신형이 나타나며 피비린내가 나는 도를 들고서 앞을 가로막았다.
“쥐새끼들처럼 어딜 그리 가느냐?”
혈호패도 초여상.
과거의 잔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
구척이 넘는 키.
외공을 익혔는지 근육으로 된 커다란 몸집이 한 층 위압감을 내뿜었다.
비문 상단 표두가 손을 떨며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혈호패도가 소리쳤다.
“감히 본좌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콰아아아아아앙!
웬만한 사람의 키보다 큰 도를 땅으로 내리치자 지축이 울렸다.
몸 밖으로 강대한 내공이 흘러나오며 튀어 오른 돌 주위를 감쌌고 탄환처럼 쏘아졌다.
“땅에 엎드리십시오!”
송삼현이 다급하게 소리쳤고 일행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여 자세를 낮췄다.
챙!
챙!
챙!
탄환처럼 날아오는 돌조각들을 모조리 막아낸 후에 뒤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어서 가십시오. 이 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대협!”
“어서요!”
유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신들은 혈호패도에게 한 합도 통하지 않는 약한 존재였으니까.
“…. 무운을 빌겠습니다.”
“저놈의 목을 베고 금방 합류하리다.”
유화는 다른 이들과 그대로 사라졌고 그 뒤를 쫓으려던 마교도는 무무가 막아냈다.
[무무야, 너도 저들을 따라가서 보호하거라.]
무무도 뒤쫓는 이들을 제거한 뒤에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홀로 남은 송삼현은 앞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맹수 한 마리를 쳐다봤다.
‘흑사회주보다 더 우위에 있는 자다.’
기운의 질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동안 상대해온 사람 중에 독고룡과 가장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는 자였다.
“소문이 자자한 백의검룡을 이곳에서 볼 줄이야.”
“…..”
“소문대로 교주님과 정말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구나.”
분명히 알기로는 화경의 끝자락에 오른 고수라고 들었다.
그런데 뭐지?
혈호패도 주위를 휘감은 저 사특한 기운은?
스르르르르륵.
혈호패도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연기처럼 흘러나왔다.
송삼현이 내뿜는 푸른 연기와 같은 형상이었다. 그 기운은 곧 혈호패도의 몸을 감쌌고.
휙.
그러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진 신형.
나타난 것은.
카가가가가가각!
바로 뒤였다.
“호오, 꽤 감이 좋은 후학이구나. 내 움직임을 눈치채다니.”
막아내긴 했지만, 혈호패도의 도풍이 불어오며 쓰고 있던 복면이 벗겨졌다.
스르르륵.
복면이 풀리며 맨 얼굴이 들어나자 혈호패도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무리 기운을 숨겼다고는 해도 그런 기운을 흘리는 녀석이 평범한 마부일 리가 있겠는가!”
들켰으니 송삼현은 역용을 하고 있던 얼굴을 풀었다.
손으로 몇 번 얼굴을 주무르자 본래 얼굴이 나왔고 혈호패도는 적잖이 놀랐다.
“놀랍도록 치밀한 역용술이구나.”
“….. 알아내는 방식이 과격하십니다.”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일반적인 방식으로 하면 네가 알려주지 않으니.”
두 사람의 싸움에 마교도들이 일제히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고 혈호패도는 사자후를 질렀다.
“누구도 싸움에 개입하지 마라! 이것은 나와 백의검룡! 단둘의 싸움이니!”
머리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마교도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그들의 발이 멈추자 이제는 혈호패도의 발이 움직였다. 일반적인 보법과 달랐다.
“그러면 어디 재미있게 놀아보자꾸나.”
콰직!
진각을 밟으며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지금껏 상대한 사람 중 가장 강력한 기세를 내뿜는 혈호패도였기에 송삼현은 뒤로 보법을 펼치며 도의 움직임을 읽었다.
‘왼쪽 상단.’
콰아아아아앙!
혈호패도의 도를 한 번 더 받아낸 송삼현은 확신했다.
‘현경, 나와 같은 경지다.’
혈호패도 초여상의 경지가자신과 같은 현경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것을.
*
송삼현을 뒤로하고 현장을 나온 일행들은 가장 커다란 전각으로 달려갔다.
“속히 백운노사님이 계신 본각으로 가야 합니다!”
“…. 대협이 괜찮으실까요?”
“대협이 아니었다면 모두가 저 자리에서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혈호패도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대협이 유일합니다. 저희는 믿고 대협의 명에 따르면 됩니다.”
창고를 날려버리고 그들이 간 곳은 백운노사가 있는 곳이었다.
사마언이 제갈귀호를 잡는다고 본각에 있는 병력을 일부만 남겨놓고 다 데리고 가는 바람에 텅 비어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촤아아아아악!
문을 지키는 무사들을 베어 넘기자 위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네!”
백운노사가 전각 지붕 위에서 소리쳤고 일행들은 경공을 펼치며 지붕 위로 올라갔다.
“기밀은 확보하셨습니까?”
“군사가 말한 것은 모두 확보했네. 이제는 빠져나가는 것만 남았어.”
제갈귀호는 이 작전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고 했다.
자신이 사마언을 끌어들이는 동안 반대쪽에선 송삼현이 창고를 날리고, 또 다른 쪽에선 백운노사가 본각에 있는 기밀들을 모조리 회수하는 것이 이 게획의 최종 목적이었다.
“노사님은 뒷길을 따라가십시오.”
“자네들은?”
스윽.
그들은 검을 빼 들어 본각 아래에 모인 백여 명의 마교도들을 바라봤다.
“저들을 처리한 후에 합류하겠습니다.”
그들을 본 백운노사는 자신이 가져온 기밀을 일행들에게 건네줬다.
“너희들이 가지고 가거라.”
“네? 노사님은요?”
“이 늙은이가 젊은이들의 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네?”
“젊은이들을 사지에 놓고 가면 내가 발 뻗고 편히 자지 못할 것 같아서네.”
다들 백운노사를 걱정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들을 읽은 백운노사가 웃음을 지었다.
“아직 그대들이 나에 대해 자세히 모르나보군. 하긴 내가 한창 강호에서 돌아다닐 때는 그대들이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이해는 하네만.”
“예?”
“내 별호가 처음부터 백운(白夽)이었는 줄 아는가?”
지붕 위에서 뛰어내린 백운노사는 허공답보를 펼치며 하늘을 걸었다.
백발과 백염이 바람에 휘날리며 신비함을 더 했고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
촤르르륵.
그리곤 품에서 하얀 철선을 꺼내 펼쳤다.
“아!”
그제야 무림맹 무사는 뭔가 떠올랐다.
백운노사가 하얀 철선을 꺼냈을 땐, 자리를 피해라, 곧 그 하얀 철선이 붉은 철선으로 물들어갈 것이니.
사십 년 전, 홀연히 강호에 나타나 강호를 주름잡았던 한 축.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백운노사라 불리기 전, 피처럼 붉은 구름을 몰고 다닌다고 하여 적운귀선(赤雲鬼善)이라고 불렸던 그의 손끝이 마교도들을 향했다.
*
콰아아아아앙!
주변은 아무런 안중에도 없다는 듯 두 사람은 검과 도를 맞대었다.
혈호패도의 광오한 기운을 담은 도를 송삼현은 마찬가지로 검강을 발현하며 막아냈다.
‘흘린다.’
일직선으로 뻗어오는 찌르기를 검등으로 물 흐르듯 스치며 막아냈다.
휘이이이익!
‘지금이다!’
목을 노렸지만, 혈호패도는 미소를 지으며 도를 감쌌던 집으로 막아냈다.
“허허허허허. 그 상황에서 반격이라니! 자칫 내 목이 떨어져 나갈 뻔했구나.”
그 후로도 합을 나눴다.
천무신검(千武神劍)과 암무신도(暗武神刀).
천하를 호령할 절세의 무학이 충돌하자 그 여파는 엄청났다. 주변에서는 휘말린 이들의 시체가 쌓여갔고 혈호패도의 관심은 이제 곡식 창고가 아닌 송삼현이었다.
카가가가가각.
커다란 도와 얇은 검.
두 개가 허공에서 충돌하자 건물을 날릴 만큼의 폭풍이 불어왔다.
퍽!
팔이 서서히 들리자 혈호패도는 송삼현의 복부를 걷어찼고 마찬가지로 송삼현도 발을 뻗어 초여상의 복부를 걷어찼다.
휘이이이익!
두 사람은 날아가선.
콰아아아앙!
그대로 건물에 처박혔다.
건물의 잔해를 헤집고 나온 혈호패도는 크게 웃었고 송삼현은 자세를 잡았다.
“아해의 검이 이리도 강맹하다니, 소문이 헛된 게 아니었군.”
“저도 놀랍습니다. 강호에서 은퇴한 줄만 알았던 노선배의 검이 아직 녹슬지 않았군요.”
혈호패도 초여상의 무학인 ‘암무신도(暗武神刀)’는 혈호패도의 스승인 도제(刀帝)가 만든 도법이었다.
그 어떤 도법보다도 강한 기운을 머금은 그것은 천무신검과 마찬가지로 일인전승으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무학이었다.
“내 오늘 여기서 백의검룡의 목을 꺾어주마.”
기운이 파도처럼 몰아쳤다.
온 세상을 휩쓸 듯이 거친 기운들을 머금었다.
혈호패도는 그 파도와 함께 신형을 날려 송삼현에게 도를 휘둘렀고 그것을 본 송삼현은 일직선으로 파도를 갈랐다.
‘천무 7식 승풍파랑.’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가라.
그렇게 하면.
물결 너머에 있는 새로운 것이 보일지니.
촤아아아악!
물결을 가르며 파도 너머에 있는 혈호패도의 왼쪽 허벅지를 베었다. 정확하게 베면서 이제는 승기를 굳힐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
혈호패도의 허벅지에 검은 기운들이 휘감기며 상처를 치료했다.
‘저게 흑무신공의 능력인가.’
혈호패도가 익힌 절세의 무학, 흑무신공.
대성에 이르면 사람을 뛰어넘는 힘을 얻게된다며 십 년 전에 작은 정마 대전이 일어났지만, 정파가 얻지 못했다.
그것을 가져가 십 년 만에 대성에 이른 혈호패도는 마침내.
스르르르륵.
사람을 뛰어넘는 힘을 얻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