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2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26화
“아니, 무슨.”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온다.
“부처를 만들겠다고?”
“부처? 웬 부처? 너 불교야?”
훤칠한 키의 아바타 캐릭터가 웃으며 말을 건다.
신께 인정받은 미모, 자칭 우주최강미남.
이성재다.
“너 아이디 여전히 저거냐?”
이성재의 아바타 캐릭터의 옆에는 어쩐 일인지 현실의 그와 묘하게 닮은 절세미녀가 서 있다.
녀석이 기존에 키우던. 그러니까 서번트 캐릭터인데 그녀의 머리 위에 [우주최강미남]이라는 아이디가 박혀 있다.
단순히 캐릭터일 때는 별로 상관없었는데 절세미녀의 모습으로 저런 아이디를 박고 있으니 상당히 괴상해 보이는 상황.
그러나 성재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유명한 아이디인데 어떻게 바꿔.”
“하필 캐릭도 여캐라서…….”
“원래 게임할 때 남캐 고르는 놈들은 다 게이들이지.”
“……?”
어이없어 바라보자 성재가 내 옆에 서 있는 킬리언스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헛? 너도 그러고 보니 설마…….”
잠시 농지거리를 하자 거리를 두고 있던 연예인들이 소곤거린다.
“와, 친해 보인다.”
“생각해 보면 황제 이명을 얻게 된 [교수 지망생]도 같이 찍었잖아. 서바이벌 아이랜드 때 몬스터들을 상대로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으으 그때 나도 친해졌어야 하는데…… 절호의 기회였는데…….”
“아오, 청승 떨지 말고 조용히 좀 해. 앞으로 친해지면 되지.”
“혹시 예능 나와 주실까? 예전에는 꽤 나왔는데……. 게스트로라도?”
“이제 급이 있어서 그건 힘들거 같은데.”
아무래도 연예계 사람들에겐 내가 꽤 신기한 모양이다.
하기야 그들의 인식에서 보자면 나는 원래 신인 배우이자 라이징 스타 정도의 위치였는데 갑자기 하급 초월지경에 도달하더니 몇 년 지나지도 않아 중급 초월에 도달한 것!
옛날 시각으로 보면 한국에서 적당히 인기 있던 연예인이 미국으로 놀러 가더니 대통령이 되어 돌아오는 것 이상의 충격이다.
기겁할 수밖에 없으리라.
“너무 파란만장하게 살고 있는 거 아니냐? 솔직히 대규모 몰래 카메라인 줄 알고 나태석 피디님이랑 매니저를 닦달한 게 몇 번인지.”
기가 차다는 표정을 보며 웃는다.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는 무슨. 두 번 어쩌다 보면 신도 되겠다. 야.”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 성재의 뒤로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오랜만이에요 재연 씨.”
“네, 혜영 씨도 오랜만입니다.”
클럽 바운서(Bouncer)일을 할 때 만났던 스칼렛이다. 정체를 숨긴 계임신의 조카이자 아이돌 활동에 연기까지 다 하면서도 어린 나이에 어둠 속성 차크라를 완성자까지 단련한 천재.
“쓰승! 문자 확인 좀 해! 현실도 아니고 게임에서 만나야 해?”
금발머리를 사자처럼 퍼트리고 있는 경천칠색 수련자 올리야 그랜트가 목소리를 높인다.
“하하. 연락이 하도 많이 와서. 번호 좀 다시 말해 줄래?”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다음 사람을 바라본다.
“달콤한! 샤베트 걸의 레아입니다!”
“……?”
영문을 몰라 바라보자 게임신의 사제이자 최근 흥하고 있다는 증폭학(增幅學)의 고위 마법사.
그리고 무엇보다 잘 나가는 아이돌 레아가 얼굴을 붉힌다.
“죄, 죄송해요…… 멤버들이 꼭 하라고 해서…….”
[토마스부장 님께서 신화급 마법, 메테오를 사용하셨습니다!] [권철영이사 님께서 신화급 마법, 프로스트 노바를 사용하셨습니다!]그때 공지와 함께 지평선 너머에서 폭음이 울려 퍼진다.
“허허. 일성 사람들 또 시작했나 보구먼.”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던 아레스 길드의 길드 마스터. [아레스]가 다가온다.
“형님.”
“허허. 오랜만이네. 안 본 사이에 위상이 너무 올라가서 부담이 다 될 정도구먼.”
길드 마스터 김춘식이 사람 좋게 웃는다.
대한민국의 정상급 배우로 여전히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안양에 가문을 세운 어르신이다.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인급 기가스가 있을 정도니 그의 위상은 대통령이 와도 딱히 꿇릴 게 없는 수준.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중급 초월자를 막 대할 정도는 아니다.
[마도지존 님께서 신화급 고유 스킬, 천지를 가르는 검을 사용하셨습니다!] [최강일성 님께서 신화급 마법, 메테오를 사용하셨습니다!] [일세대붉은곰 님께서 신화급 특성, 극대소멸을 사용하셨습니다!]“아, 자꾸 머리 위에 글자가 뜨니 어지럽구만. 설정에 가서 전체 알림 차단을 켜 두게.”
“아니, 그런 기능이 있습니까?”
깜짝 놀란다. 잘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자랑거리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니.
‘사랑이가 그런 애가 아닌데? 설마 유료인가?’
놀라는 내 모습에 아레스가 웃는다.
“1시간만 유지되네. 그 뒤에는 다시 풀리고.”
“아하.”
그러면 그렇지. 하고 헛웃음 지으며 전체 알림을 차단한다.
그리고 묻는다.
“저희는 전쟁에 참여 안 합니까?”
“일단은 회포나 풀 생각이네. 자네가 오기 전에 성을 하나 먹기도 했고.”
아닌 게 아니라 내가 도착한 곳은 이미 전설급까지 업그레이드 해 놓은 성 안이다.
“벌써 공성에 성공하셨네요. 어디 보자…… 이제 성 10개를 먹으면 그중 한 개를 [수도]로 지정해서 화점의 역할을 맡을 수 있었죠?”
“그렇다네. 덕분에 신화급 클래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 쯧쯧, 양산형이지, 양산형.”
아레스가 혀를 찬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화점을 차지하고 있는 신화급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
아레스 길드는 리벤지 랭킹 3위에 빛나는 최상위 길드, 화점 하나 먹지 못한 상태일 리 없다. 그가 화점을 먹지 못했다면 올 마스터 클래스가 나왔을 때 채널 원 대표가 길드 통합을 제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변화점을 차지하고 있는 그는 성기사 계열의 최고봉인 홀리 로드(Holy Lord).
현실의 이미지와 안 맞게 리벤지 안에서는 전쟁광이나 다름없는 사내다.
“에이, 형님. 리벤지 플레이어 수가 이렇게 늘었는데 어떻게 화점을 9개로 제한합니까? 저도 신화 클래스 좀 얻어 봅시다.”
“이런 쯧쯧. 재능 있는 마법사가 무슨 신화급이냐? 9클래스 찍었으니 아바타 캐릭터로 직접 써.”
아레스의 말에 깜짝 놀란다.
“성재, 너 초월지경이야!?”
‘아니, 6클래스나 다름없는 7클래스였는데 몇 년이나 지났다고 벌써 9클래스야?’
경악하는 내게 성재가 손을 흔든다.
“아냐아냐! 초월지경은 무슨…… 그냥 운이 좋아서 9클래스 주문 하나 사역한 거야. 말했었잖아? 나는 매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서러(sorcerer)라 위저드(wizard)랑은 좀 상황이 달라. 경지 자체로 치면 8클래스도 턱걸이지.”
“그것도 엄청난데? 그냥 7클래스를 완성한 것도 아니고 8클래스라니 무슨 성장이 그래?”
황당해하는 내 모습에 모두 어이없어한다.
“……아니.”
“와, 본인이 저런 말을 하나.”
“중급 초월자 특. 양심이 없음.”
“후후. 우리 쓰승님 말씀은 그런 거 아냐? 너희같이 재능 없는 놈들이~”
“중급 초월자 되었다고 이제 무시하네…….”
“아, 아니 잠깐! 그런 게 아니고!”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는 우리에게 아레스가 말한다.
“자자. 다들 서서 이러지 말고 뭐라도 먹지. 마음 같아서는 현실에서도 좀 봤으면 좋겠는데…….”
말끝을 흐리는 그의 말에 그만 헛웃음 짓는다.
“하하. 좋아요. 요새 한가하기도 하고. 드래곤 스타에서 정모 한 번 할까요?”
내 말에 아바타 캐릭터들이 환호한다.
“와! 진짜요!? 진짜죠!?”
“우리 친구 데리고 가도 돼요!?”
“개인 방송해도 돼요?”
“그건 아니지 바보야!”
“와! 중급 초월자가 참가하는 오프라인 정모!”
“드래곤 스타면 그 분 있나요. 그분? 귀엽고 깜찍한 고양이 하모니!”
시끌시끌 떠들며 성 안으로 들어선다.
성 안에는 이미 진수성찬이 마련되어 있다. 먹어 봤자 전혀 배가 부르지 않지만 적어도 그 맛만은 틀림없이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저는…….”
“저, 저 무공 사용자입니다! 존경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자연경의 고수라니…….”
“운동 어떻게 하시나요?”
“저기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눈은 왜 빛나는 거예요?”
“진짜 신혈이신가요?”
아름다운 외향의 아바타 캐릭터들 내 주위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떠든다.
서번트 캐릭터들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없다.
“서번트 캐릭터들은 어디 간 거야?”
“당연히 사냥터지. 자동 사냥이 있는데 왜 굳이 계속 여기 있겠어?”
“아니, 그건 진작 말해야지!”
투덜거리며 나 역시 킬리언스를 길드원들의 캐릭터가 사냥하고 있는 사냥터로 보낸다.
아바타 캐릭터들이 스마트폰 형태의 UI를 확인한다.
“와! 킬리언스 이거 봐! 다 쓸어버리는데?”
“개 쎄네 진짜!”
“역시 과금의 황제…….”
“큭큭 미친 과금의 황제.”
길드원들의 놀람과 별개로 나도 놀라고 있다.
“오 경치랑 드랍률이 쏠쏠한데?”
“그러니까 다들 이 악물고 신대륙으로 오는 거 아니겠어? 난이도가 있어서 영웅 클래스는 컬렉션을 어지간히 완성했어도 잡몹 하나 잡기 힘든데도 어떻게든 파티를 짜서, 심지어 현실에서 경지가 높은 이들은 아바타 캐릭터랑 힘을 합쳐서 사냥을 할 정도야.”
우리는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깡패 파티 다 모였네?”
“하하 그러네. 쓰승에 성재에 혜영에 나. 그리고.”
“달콤한! 샤베트 걸의 레아입니다!”
“……너 그거 뭐 미션임?”
“죄송해요…… 저 뒤에 제 멤버들이…….”
성 안에 있는 연회장에는 플레이어가 잔뜩이다. 언뜻 봐도 100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레스 길드 전원이 자리에 모인 모양새.
‘뭐 신기한 것 보듯 하네.’
나도 그들이 신기했지만 그들도 그런 모양이다. 하기야 연예계에 있다 중급 초월에 성공한 존재가 신기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나는 그들도 적당히 상대해 주며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근황을 알게 된다.
“지문(地門)을 두 개나요?”
“아, 네 실전이 많이 도움 되긴 하더라고요.”
“이젠 배우보다 능력자로 더 유명할 지경이야. 우주평화군의 그림자 공주!”
“아, 성재 씨…….”
“이 어린 나이에 지문이라니…… 몬스터가 깽판치는 시기라 그런지 평화롭던 시기에 비해 능력자들의 성장이 엄청나. 하기야 인프라가 충분하니 절박함이나 사명감만 더해져도 뭐.”
성재의 말에 혜영이 어이없어한다.
“아니, 성재 씨야말로 9클래스 마법사잖아요?”
“9클래스 마법사가 아니고 9클래스 주문 하나 사역한 거라고! 내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 세계수 누님이 나를 사랑해서 가능한 일이지.”
별로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성재도, 혜영도 엄청나게 성장했다.
성장한 건 그들뿐이 아니었다.
“후후! 다 쓰승 덕이야! 나도 이제 챌린지 랭크! 월드 클래스의 격투가거든!”
“브론즈 랭크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도 랭크에 비해 인기도 많고 역량이 넘쳤거든!?”
초반에 좀 어색했던 분위기가 점점 풀어져 간다. 내 눈치만 살피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도 떠들고 음식을 먹으며 자리를 즐긴다.
중급 초월자라는 격외의 존재에 긴장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모두가 빛나는 존재들.
그야말로 땅 위의 별(star).
모두에게 사랑과 선망을 받는 우상(Idol)이다.
‘우상.’
사람들을 살피다 문득 잠시 미뤄 둔 생각을 떠올린다.
지저스 수퍼스타(Jesus Superstar). 즉, 구원자(救援者)는 창조신이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만든 존재다.
즉 대우주의 주인공(主人公).
창조신은 뭔가 잘못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게 된 문명이나 차원에 [종말]이나 [심판] 시나리오를 준비하는데 이때 그곳에 구원자를 보낸다.
구원자는 막대한 힘과 권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절대 그것을 남용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이끌고, 가르치고, 깨우쳐 종말의 시나리오를 벗어나게 하게 되는 것.
멸망이 예정된 세상의 유일한 동아줄.
그것이 구원자.
반면 윤회자는 다르다.
‘붓다…….’
깨달은 자, 붓다(Buddha).
그는 창조신이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만든 존재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존재가 특별하게 재탄생한 존재다.
깨달음을 얻어 초월할 수 있던 존재가 그것을 포기하고 사바세계에 남았다.
위대해질 수 있던 존재가 그 모든 권능, 그 모든 힘. 심지어 기억마저 포기하고가 억겁(億劫)의 세월 동안 무한한 삶을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자비와 더 옳은 길을 향하는 길을 가르친 것!
그리고 그 결과……. 그는 원래 될 수 있던 것보다 더더욱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
‘똑같은 최상급 신이라도 게임 마스터와도 차원이 다른 존재지.’
그는 대우주 거의 대부분의 문명, 대부분의 차원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런 권능도, 힘도 발휘하지 않고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기에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그저 사람을 긍휼(矜恤)히 여겨 영원히 헌신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윤회자이며.
‘그걸 갖고 싶다고…….’
그저 대우주를 공격에 업을 갈취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존재다.
‘……위험한데.’
나는 [그녀]의 눈에 깃들어 있던 광기를 떠올렸다.
그 갈망, 그 욕망, 그 탐욕.
‘그런 식으로는 못 만들어’라는 좋은 말로는 절대 설득할 수 없던 바로 그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