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71
열일하는 과금 기사 70화
단박에 70,000다이아를 쏟아부어 성을 영웅급까지 끌어올렸다.
‘다이아가 펑펑 터져 나가네. 앞으로 점령할 성이 수두룩한데 말이야.’
그러나 돈이 아깝다고 성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병사들이 앞으로 몰려올 빙계 몬스터들을 상대하려면 반드시 성을 끼고 싸워야 했으니까.
어쭙잖게 고급이나 희귀 등급의 성을 끼고 있다가 함락이라도 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숫자도 평균 수준도 부족한 상황에 지형적으로라도 압도해야 하니까.”
나는 영주성에서 빠져나와 중앙 광장으로 내려왔다. 요새 도시 형태의 성에는 인기척 하나 없다.
공성전이 끝나며 오크들 전부가 사라져 버렸고 오크들이 잡아 두고 있던 인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혹 있더라도 다 죽었겠지.’
강건한 오크들도 사시나무 떨 듯하던 추위를 보통 사람이 견딜 수는 없었을 것이다.
콰쾅!
그때 남쪽에서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 정체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골렘이군.’
사라진 것은 오크들뿐이고 빙계 몬스터들이 그대로 남았다. 녀석들이 던전 클리어 후 성 밖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달려와 성문을 후려치고 있는 모양이다.
“어디 보자…… 스틸스톤과 헌드레드에게 채팅.”
[20주 → 8주]채팅이 연결되며 주식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상태로 말한다.
한재연 : 공성전을 마치고 성을 지었다. 도착과 동시에 북문을 통해 성으로 진입. 수성전을 준비하도록.
스틸스톤 : 성의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헌드레드 :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답변을 듣고 남문으로 향한다. 서두르지는 않았다. 영웅급 성문은 그리 쉽게 파괴되는 물건이 아닌데다가.
그곳에는 수문장이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피투성이가 된 예티가 괴성을 내지르며 발광한다. 녀석은 스스로의 상처에도 아랑곳 않고 달려들어 사람 머리통만 한 주먹이 벼락같은 기세로 휘둘렀다.
그 기세는 실로 흉흉해 야생 곰이라도 일격에 때려죽일 만했지만.
쩍!
낭창낭창 휘어지는 레이피어가 주먹을 쳐 낸다. 2.5미터가 넘는 덩치의 예티가 거짓말처럼 휘청거린다. 한 동작으로 주먹을 쳐 낸 칼끝이 마치 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팔을 따라 솟구친다.
핏!
예티의 머리통에 작은 구멍이 뚫린다.
“죽어! 건방진 계집……!”
냉기를 휘감은 설녀가 저주의 울음을 토해 내며 달려들었지만 휘둘러지는 검격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찢겨진다.
설녀 같이 반쯤 영체에 가까운 존재들에게 검기는 실로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잘 싸우네.”
냉기를 다루는 녀석들답게 빙계 몬스터들은 꽤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자(垓字)를 넘었다. 얼음 다리를 만들어 성문까지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다가와 성문을 때리던 엘리트 몬스터들은 성문 앞에 서 있는 수문장에게 썰려 나가고 있다.
‘소드 마스터라…….’
그녀가 클래스를 부여받자마자 환골탈태하고 소드 마스터가 된 것은 나로서도 의외의 일이었다.
‘단지 기억을 얻는 것만으로 경지가 오른다는 건 여러모로 미묘하고…… 어느 정도 동기화가 이뤄진 건지도 모르겠군.’
헤이즈는 듀얼리스트 클래스를 얻으면서 직업 고유 스킬을 전부 습득했고 그것들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다. 하기야 그 스킬들의 원형이 그녀 자신의 기예였을 테니 당연한 일이리라.
팟!
벼락처럼 파고들어 아이스 엘리멘탈의 핵을 뚫어 버린다.
쩍!
아이스 골렘의 발목을 잘라 내 균형을 무너트리고.
콰득!
두꺼운 몸통에 레이피어를 찔러 넣어 단박에 침묵시킨다.
“후우…….”
어느새 성문 앞은 소강상태에 빠졌다.
너무도 압도적인 무위(武威)에 아이스 엘리멘탈들도 쉽사리 덤비지 못한다.
“성문 연다.”
“아! 너 왔어? 와, 듣긴 했지만 진짜 신기하다. 이만한 규모의 성이 마술처럼 나타날 수 있다니.”
그그극!
인터페이스를 조작하자 성문이 열린다. 성문 앞에 대기 중인 수천 단위의 몬스터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지만, 나도 그녀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쿵! 쩌적!
성문 겸 도개교가 내려와 얼음 다리를 깨부순다. 헤이즈는 날렵하게 측면으로 돌아 내 옆에 섰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나 엄청 강해졌어! 심지어 예전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와! 레벨이 올라서 스텟 포인트라는 것도 생겼어.”
“클래스를 얻은 건 처음인가 보네.”
“당연하지! 완전 죽다 살다 박박 기면서 도달한 경지거든?”
몬스터를 잡아 클래스 카드가 나올 확률이 1억분의 1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십만이 넘는 플레이어가 자동 사냥을 돌려 매일같이 일천에서 일만 마리의 몬스터를 잡는 리벤지에서도 쉽게 드랍되지 않을 정도니 여신의 가호조차 없는 아르데니아에서는 더 심하겠지.
“적의 공격을 쳐 내면 움직임이 빨라지는 게 진짜 미쳤다. 거기에 이 스킬이라는 건…… 지금이면 칸 슬래셔 녀석하고 싸워도 이기겠는데?”
흥분한 그녀의 모습에 웃는다.
“문제는 그보다 더한 놈들과 싸워야 한다는 거지.”
“그건! 그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잔뜩 흥분했던 헤이즈가 시무룩해진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토닥여 준 뒤 앞으로 나섰다.
휘오오오!
헤이즈에 의해 엘리트 몬스터가 싹 쓸려 나간 아이스 엘리멘탈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바닥에 착 깔려 오는 싸늘한 냉기에 살얼음이 끼는 모습이 보인다.
“일직선…… 아주 좋네.”
수인을 맺는다. 그리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네 동작짜리 수인.
신체(身體), 가속(加速), 중문(重門) 개방(開放).
신체가속(身體加速).
꽤 대중적인 차크라 술식이 발현되자 몰려오던 아이스 엘리멘탈들의 움직임이 느릿해진다.
나는 느려진 시간 속에서 인벤토리의 뼈 장검(일반)을 꺼내 들었다. 내공이 주입되자 뼈 장검이 파르르 떨린다.
[치명타!]날아간 뼈 장검이 맨 앞에 있던 아이스 엘리멘탈의 핵을 부수며 나아간다.
그 뒤에 있던 녀석은 머리에 맞았고, 그 뒤의 녀석은 어깨에 맞았고, 그 뒤의 녀석은 가슴팍에, 그 뒤의 녀석은 어깨에 스쳤다.
그 뒤 녀석은 다시 머리. 그 뒤 녀석은 맞지 않았다. 땅과 수평으로 던졌다고 생각했던 뼈 장검이 점점 고도를 높여 하늘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아, 각도를 조금 낮춰서.’
두 번째 뼈 장검을 쏘아낸다. 스무 마리의 엘리멘탈을 가르고 지나간 뼈 장검은 땅에 처박혀 버렸다. 마지막 순간 튀어 오른 돌바닥의 파편이 가질 살상력도 기대해 볼 만한 것이지만 너무 짧은 사거리가 아쉽다.
‘이번에는 회전을 높여서.’
세 번째 뼈 장검을 던진다. 땅과 수평을 이루고 빙글빙글 돌며 전진하는 검.
그리고 그 즈음.
[소리]가 도착했다.뻐—–엉!
공기가 터져 나가며 파괴된 아이스 엘리멘탈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하나다.
‘어떻게 해야 뼈 장검을 땅과 수평으로 가장 멀리까지 날릴 수 있을까?’
세 번째 뼈 장검이 150미터쯤 날아가 허공으로 솟구쳐 버렸다. 검이 회전하며 발생한 상승기류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회전을 너무 줄여도 문제야. 충돌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방향이 틀어져 버린다.’
지금이야 적이 워낙 많으니 상관없지만,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니다.
‘좀 더 낮은 지점에서 던지면…….’
던진다. 던지고 또 던진다.
그리고 그러다 답을 찾아낸다.
[검기 발현]깨달음이 아닌 스킬로 만들어진 검기는 뼈 장검에서 손을 떼기가 무섭게 사그라져 1초 만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1초.’
뼈 장검이 700미터는 날아갈 시간이다.
뻥! 뻥! 뻥!
콰과과!
몰려오던 냉기의 해일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무너져 버리고 곳곳에 새겨진 긴 스크래치와 뒤집힌 땅으로 인해 주변 경관이 엉망으로 변한다.
이 모든 것이 고작 수초 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 마지막 뼈 장검은 몬스터들을 일직선으로 긋고 지나가 저 멀리 있는 몬스터의 몸통에 박힐 수 있었다.
“후…… 성공. 500미터는 너끈하다.”
“…….”
고개를 돌려보자 입을 떡 벌리고 있는 헤이즈가 보인다.
“목젖 보인다.”
“아, 아니…… 이게 뭐야? 완전 괴물 아냐?”
“엔간한 괴물보다 힘이 더 세긴 하지.”
나는 오른손을 탁탁 털었다. 연속된 투척으로 오른팔 전체가 멍이 들어 있다. 심지어 손끝은 투척 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
“아니…… 이건 내가 생각한 싸움이 아닌데.”
“뭔 상상을 했기에?”
“고절한 검술을 보여 줄 거라 생각했지. 대륙 최강의 검공이라는 천룡검공을 병사들에게도 공개하고 스타라이트 후작가의 수련법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완전히 파악해 수정했던 천재 검사가 바로 너 아냐?”
“…….”
“아! 너무 강해지니 오히려 검술이 필요 없어지다니!”
“…….”
아무래도 헤이즈가 나에 대한 큰 오해를 한 모양. 그러나 해명하려는 순간 텍스트가 떠오른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력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좋네. 골병이 아니라 단련이 되다니. 무슨 생체력 수련자도 아닌데.”
나는 인벤토리에서 송편을 꺼내 먹었다.
[쑥 송편(고급)를 섭취하였습니다! 4시간 동안 회복력과 마나 회복력이 100포인트 증가합니다!]‘아, 거의 떨어져 가네. 설날 떡국 이벤트가 희망이었는데, 물량이 별로 안 되니.’
다행히 설날에도 음식 이벤트가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떡국!
그러나…… 내가 얻을 수 있었던 떡국은 고작(?) 수천 그릇에 불과했다.
‘수만 그릇 넘게 얻었던 송편과는 비교가 안 돼.’
사실 송편의 드랍률은 버그에 대응했던 패치의 결과물로 플레이어들이 바닥에 송편을 마구 버리는 상황은 결코 운영진의 의도가 아니다.
‘이제 와서는 굳이 패치할 필요도 없어 그냥 놔두는 것이지.’
이후 등장한 떡국의 드랍률은 당연히 정상이었기에 버려지는 물건이 많지 않았다. 박박 주워 모아도 물량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서도 이벤트가 있으면 좋을…… 아니 가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입을 연다.
“잠깐 쉴게, 성문 좀 막아 줘.”
“맡겨 둬.”
걸어 나가는 헤이즈의 뒤태를 잠시 감상하다 중얼거렸다.
“채팅 삭제.”
[8주 → 20주]그리고 그 상태에서 말한다.
“추석 송편 이벤트를 가동시키고 싶다.”
내 말에 20주가 삽시간에 0주가 되었다가 다시 20주가 되었다. 불가능하다는 뜻.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속도가 다르다.’
주식은 한 번에 줄어들지 않는다. 10주가 바로 0주가 되는 게 아니라 9주. 8주. 7주. 이런 식으로 0주까지 줄어드는 것.
즉, 주식이 줄어드는 속도를 계산하면…… 이 힘. [패치]에 필요한 주식량을 역산할 수 있다.
“어디 보자.”
아예 자리에 앉아서 계산했다. 6주가 필요한 채팅의 소모 시간을 기준 삼아 다른 패치 사항을 읊어 보았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추석 이벤트를 하는 데…… 약 1만 2000주.”
참고로 지금 네메시스의 주식 하나가 천만 원을 넘었다.
즉, 패치를 위해 필요한 주식의 가치는.
“먹고 죽으래도 없다…… 미친놈들아…….”
최소 1,200억이다.
“하.”
기막혀 한숨 쉬다 문득 깨닫는다.
“가만 그러면 NPC는? 도시 하나에 상점 NPC를 두려면 얼마나 필요하지?”
내 말에 주식이 또 0까지 줄어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계산이 순식간에 완료된다. 아까보다 속도가 훨씬 느렸기 때문이다.
“34주!”
고작 3억 4천만 원!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그야말로 선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