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mony with the 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449)
449.
1시간.
아리엘라가 사무실에 찾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사무실에 들어오는 그녀를 보며 한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들어오는 그녀를 아침에 보고 왔는데도, 거의 일주일 만에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떨어진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했지만, 한지혁이 느끼는 시간은 그보다 길었다.
핸더슨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가족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그는 일을 할 때에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곳에 시선이 팔리지 않고 오직 일 하나에만 집중하는 사람.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시간을 보게 되었고.
언제 돌아갈지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지혁은 가족 하나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원래도 아리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한지혁이었다.
자신보다 아리엘라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고 아리엘라와 함께하는 순간에 행복함을 느끼는 그였다.
그래도 적어도 그때는 ‘적당히’라는 게 있었다.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충분히 집중하고 있었고, 그의 말을 들으며 핸더슨과 페인힐이 감탄하고 있었다.
그가 집중을 하지 못하는 부분은, 이야기가 끝나 쉬고 있는 시간이었다.
잠시 입을 축이는 순간에, 말을 멈춘 찰나의 순간에.
한지혁은 아주 짧은 시간마다 가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사무실에 들어오는 아리엘라를 본 그는 한달음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보고 싶었어요, 아리엘라.”
한지혁은 그녀를 안아 준 뒤, 아리엘라가 안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리엘라의 품에서 신기하다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지아야.”
“꺄하!”
한지혁이 부르자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지혁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최근 그에게 생긴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가족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
음악 다음으로 그에게 생긴 취미이자 일상 중 하나였다.
“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리엘라가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아리엘라라고 해서 한지혁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평소에 그가 사진을 찍을 때면 동참하고는 했었다.
그렇기에 그가 한지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을 때에도 그저 웃음만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오, 아리엘라, 어서 와요.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도 우리지만, 한이 아리엘라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일을 하면서도 아리엘라하고 지아에 대해서 말을 꺼낸다니까요?”
핸더슨과 페인힐이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들의 모습에 아리엘라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핸더슨?”
“물론이죠. 정말 보기 좋네요.”
페인힐의 말에 핸더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혁은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한지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에 바빴다.
수십 장을 찍고 나서야 한지혁은 겨우 스마트폰을 내릴 수 있었다.
“아리엘라, 팔 아플 것 같은데 제가 안을 게요.”
“아, 그럴래요? 고마워요.”
한지혁은 그녀에게서 한지아를 데려왔다.
아이를 한지혁에게 넘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줄곧 아이를 들고 있는 건 사랑이 넘친다고 해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아리엘라, 혹시 잠시 시간 가능하시면 인터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인터뷰요?”
“네, 한의 이야기에 아리엘라가 빠질 수 없으니까요. 아리엘라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핸더슨의 말에 아리엘라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지혁과 점심을 먹기 위해서 왔다가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제안받았다.
당혹스러움을 느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녀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을 위해서라면…… 할게요.”
그녀는 한지혁을 위해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
아리엘라는 한지아와 함께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한지혁과 어떤 음식을 먹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많은 후보가 있었고 한지혁과 의논을 통해 결정할 생각이었다.
한지혁의 일을 방해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그녀는 밥을 먹고 집에 돌아올 생각이었다.
“인터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핸더슨의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예상에는 없던 일.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한지혁을 위한 일이라고 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었다.
한지혁이 그녀를 위해 움직이듯이.
아리엘라 역시 한지혁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소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핸더슨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간 아리엘라의 생각은 매우 복잡해졌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어떤 걸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리엘라, 한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한과 함께 어떤 일을 했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면 됩니다.”
핸더슨의 말을 들은 아리엘라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지혁과 관련되는 모든 걸 듣기 원하고 있었다.
물론 아리엘라는 모든 걸 말할 생각이 없었다.
오직 둘만이 간지하고 싶은 추억도 있었으니까.
대신 그녀는 어떠한 것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한지혁과의 추억은 매우 많았고 그중에 공유할 수 있는 추억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한과의 추억이라면 역시 처음 만났을 때겠네요. 길거리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함께 들었거든요.”
“그렇군요.”
“그러다가 함께 가면 쓴 바이올리니스트로 길거리에서 연주하게 되었죠. 매우 즐거운 순간이었고 제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아리엘라는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지혁을 만나게 된 순간부터, 어떤 일이 있었고.
함께 무엇을 했는지.
아리엘라의 입에서 한지혁과의 추억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핸더슨은 그녀의 이야기를 노트북에 기록하였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내용을 영화에 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는 한지혁의 영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심점이 되어줄 거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한지혁은 아리엘라와 만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보였으니까.
“한과 만나고 저는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의 저는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었거든요. 집에서 나오지 않았으니까.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요.”
“…….”
“한지혁은 그런 제게 새장의 문을 열어 준 사람이에요.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었고. 밖이 얼마나 즐거운 지 알려 주었죠.”
아리엘라는 한지혁과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 지었다.
매우 즐거운 순간이면서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말을 하면 할수록 한 가지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한지혁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자신에게 행복함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아리엘라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제 세상은 한의 세상이에요. 한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고 상상하지도 않아요. 한이 곧 제 세상이고 제 세상이 한이었으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리엘라.”
“그렇다네요. 핸더슨,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아리엘라의 말이 끝나고 핸더슨이 키보드에서 손을 때었다.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한 핸더슨은 잠시 멈칫거렸다가 미소를 지었다.
“네, 충분합니다.”
아리엘라의 이야기는 핸더슨이 그려낼 이야기에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핸더슨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렀다.
반년이 지났다.
한지혁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한지아의 성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매순간이 한지혁과 아리엘라에게 즐거움을 만들어 내었다.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그 상황이 한지혁에게는 현재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한지혁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는 여전히 준비 중에 있었다.
단순히 영화를 만들겠다고 해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준비 과정이 필요했고, 핸더슨은 그 준비 시간을 매우 길게 가졌다.
핸더슨은 한지혁과 관련된 사람을 전부 찾아다녔다.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그 속에서 한지혁의 이야기에 들어갈 조각들을 찾아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얼마나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는 시간이었다.
한지혁이 예상하기에는 앞으로 1시간은 더 걸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핸더슨은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은 채 움직였다.
마치 그의 인생의 마지막 영화를 만드는 사람처럼.
그는 한지혁에 대해 조사하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고.
완벽한 대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
1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영화의 대본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배우 캐스팅이 있었다.
한지혁을 맡은 배우와 아리엘라를 맡은 배우.
그 외에 한지혁의 사람들을 맡을 배우들이 모여들었다.
한지혁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순간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순간이기에, 영화를 준비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는 여러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핸더슨의 진심을 느꼈고 대본을 통해 연습하는 배우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한지혁이라고 해서 마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만들었던 음악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영화에 들어갈 음악들.
핸더슨은 단 하나의 음악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 시간이 길어지겠지만, 애초에 이번 영화는 하나의 위인전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핸더슨은 한지혁의 이야기를 전부 담아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지혁도 그를 따라 자신의 과거를 엿보고 있었다.
음악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 모든 걸 다시 한번 알 수 있었고.
그렇게 느낀 경험은 한지혁에게도 여러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한지혁의 음악.
그는 오직 음악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고.
지금에 이르러서 가족이 생겼으며, 이제는 가족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변화는 그에게도 매우 신기했고 놀라웠다.
‘나는 앞으로도 변하겠지.’
한지혁은 지금까지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변화를 느꼈고.
앞으로도 자신이 변해 갈 거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기에 생기는 변화.
한지혁은 그 사실이 매우 기꺼웠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다.
음악의 신들과 함께 한다 2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