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차성빈의 빙글빙글(1)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저기까지 들린 것 같다.
한지석의 빤한 시선이 이쪽에 닿았다.
애써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넘기려 했으나 싸늘한 공기는 여전했다.
당당하게 말을 뱉어놓고는 뒤늦게 슬금슬금 한지석의 눈치를 보는 서하임이다.
앳된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여실히 묻어 있었다.
한지석의 아랫입술이 천천히 벌어진다.
“아, 그렇구나.”
한참이 지나서야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말을 뱉었다.
한지석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들어가세요.”
“네엡….”
이쯤에서 끝난 게 차라리 다행인가.
숨 막힐 듯한 공기 때문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물러서려는데….
“뭐야, 형 여기 있었어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문 뒤에서 도서한이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아까까지 턱 막혀 있던 숨구멍이 그제야 트이는 기분이었다.
서하임은 생긋 웃으며 도서한을 돌아보았다.
“어, 서한아!”
“아. 안녕하세요. 스타더스트 도서한입니다… 여기서 뵙네요.”
“아….”
도서한은 잠깐 쭈뼛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한지석은 난데없이 나타난 불청객을 싸한 눈빛으로 훑었다.
하지만,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반갑습니다. 오늘 두 분 촬영이 있으셨나 보네.”
“저는 아니구요. 서한이는 촬영이 있어서…!”
서하임은 아까보단 밝아진 텐션으로 도서한 옆에 나란히 섰다.
트레블의 한지석은 확실히 그저 맑은 서하임이 감당해 내기엔 부담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래도 막내 하나 왔다고 제 편이 생긴 듯 든든하네.
2대 1인 상황에서 대치를 하는 것은 저쪽도 불편할 터.
한지석은 정말 물러나려는 듯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아. 저도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거라. 다음에 만나면 밥 한 끼 하죠.”
“어, 네….”
“음?”
그때, 한지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도서한이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할 말이 있는 것 마냥.
“무슨 일 있어요?”
한지석이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에, 도서한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한지석의 눈치를 살피며 달싹이던 입술이 결국 떨어졌다.
“그….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
“네?”
도서한이 심각한 얼굴로 한지석을 돌아보았다.
최대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말을 덧붙였다.
“기사 터진 거 못 보셨어요?”
트레블 기사야 밥 먹듯이 터지는 게 일이긴 하다만.
묘하게 걱정스런 표정이 눈에 밟혔다.
주섬주섬.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한지석은 곧바로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접속했다.
그리고.
[트레블 한지석 사생활 논란, 길고 긴 여론전의 변환점 되나?]기사를 확인한 순간, 한지석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 * *
[트레블 한지석의 동창생입니다….]-로 시작한 긴 폭로글.
그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한지석이 교내에서 노는 무리들과 어울려 일탈을 일삼았다는 내용과 더불어, 미성년자 시절 한지석이 직접 올렸던 과거 별스타그램 사진들이 유출된 것이다.
친구들과 모여서 찍은 술 담배 인증샷은 물론이고.
모텔에서 찍은 것으로 유추되는 사실까지.
조작된 사진이 아니라면 하나하나 한지석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는 달아올랐다.
[야 씨엔이 거하게 터트렸다 한지석 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거야]저게 뭐냐?
다 본인이 찍은 사진이 유출된 거야?
술 담배는 그렇다 치는데 모텔 인증샷은 ㄹㅈㄷ네
저때 한지석 미자 아니였냐?
-시기상 미자 맞아 ㅋㅋㅋㅋㅋ 별스타그램 캡쳐에 날짜도 같이 박혀 있더라
└222222 미자 맞아서 더 논란된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다… 아이돌 할 생각 있던 애가 지 손으로 저런 걸 올림??? 이걸 유출이라고 봐야 해;; 아님 자폭이라고 봐야 해
└둘 다 맞긴 한데 자폭에 더 가까운 듯
└자폭이지
-저거 사진 주작 아니야?
└아니래 내 친구 영상 쪽 일하는데 사진 보더니 주작일 가능성 낮다고 함
└동창생들 달려와서 앨범 인증하고 주르르 글 올렸더라 학교 다닐 때 애들 돈도 뺏었다고 함ㅋㅋㅋㅋㅋ
└학폭까지 했네 ㄹㅈㄷ
-지금까지 안 터진 게 더 신기함
└너무 듣보라서
└터트릴 가치도 없이 듣보 망돌이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 키우지만 않았어도 쭉 활동했을 듯 아 뒤늦게 떴으면 그때는 또 모르겠지만
└차라리 뜨고 터지는 게 낫지…. 지금은 걍 나락길에 부스터만 달아준 꼴이네 ㅎㅎ
일단 트레블은 다시 아이돌은 못 하겠네 ㅋㅋㅋ
씨엔도 잘한 거 하나 없지만 둘 다 ㅈ된 건 분명함
-한지석 되게 열정 리더 이미지 아니었음? 다른 의미로도 열정이 넘쳤네
└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자 때 모텔 가는 열정이면 ㅇㅈ이지
└저건 범법 아니냐?
└성인 된 뒤의 사진이 터진 거면 아이돌 이미지 나락~~ 에서 끝나는 데 미자라서 빼박임 ㅋㅋㅋㅋㅋㅋㅋㅋ
└학창시절을 아주 바쁘게 보냈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되면 여론전에선 트레블 완패임?]씨엔도 어지간히 발 동동 굴리고 있었나 보네
여론전에서 밀릴 것 같으니까 과거 사진까지 터트리고;;
한지석도 별론데 씨엔도 엔터 사업은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 ^^
-애초에 트레블이 주장한 그 계약서 조항 자체가 다 거짓말이라던데. 투자 수익 제하고 정산되는 건 팩트인데 그거야 대부분 엔터에서 그렇게 하는 거라 어쩔 수 없고 나머지 조항은 일방적인 트레블 측 주장이래
└이거 계약서 곧 공개할 분위기던데 맞나
└이미 일부 공개했을걸
└ㄷㄷ 난리났다 진짜
-근데 씨엔이 터트린 거임?
└솔직히 거기밖에 더 있냐고
└킹리적 갓심이지
└재계약할 생각은 없고 아예 묻어버릴 생각이었나 보네….
“음….”
드르륵.
스크롤을 내리던 도서준의 손이 멈추었다. 모니터를 응시하던 그의 시선이 이내 짙게 깔렸다.
결국 터질 사건이었다.
씨엔 측에서도 이미 그 동창생에게 접근을 하고 있었더라….
자신은 언젠가 당겨질 그 방아쇠를 조금 이르게 툭- 건드렸을 뿐이었다.
다만, 의문이 드는 것은 한 가지.
씨엔에서도 이제 막 접촉하고 있던 이 문제를, 도서한은 어떻게 한발 일찍 알아채고 있었을까.
‘트레블 한지석 말이야. 학교 다닐 때 좀 놀았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알아봐 줄 수 있나 해서.‘
분명 그때 그 눈빛에서는 확신이 있었다.
주변에서 한지석의 일탈 소식이 들려올 만큼 그 바닥에서는 공공연하게 돌던 소문이었나.
‘그랬으면 내 귀에도 들어왔을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자꾸만 스타더스트를 불편한 상황에 엮이게 하려는 한지석을 쳐내기 위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찾아온 것이 놀라웠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믿을 만한 사람인 자신을 선택한 것.
서한의 선택은 분명 합리적이었고, 다음에도 비슷한 걱정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일러두고 싶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제는 실감되는 한 가지 사실.
동생이 커버렸다.
그것도 자신과 아주 닮아 있었다….
.
.
.
한지석의 논란으로 각종 커뮤니티가 한창 시끄럽던 무렵.
나는 카메라 앞에 서있었다.
“네! 저희가 지금 어디에 있죠?”
“홍대입구역입니다!”
차성빈이 고정 MC로 새롭게 발탁된 너튜브 예능 콘텐츠 .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다른 시각에서 직접 해결해 보기 위한 체험 콘텐츠였다.
딱 그 정도의 사전 지식만 듣고 왔을 뿐, 오늘이 첫 회 촬영이기에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마침 스케줄도 한가했고, 같은 멤버 형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인지라 내가 첫 회 게스트를 맡게 된 것이다.
원래도 텐션이라면 어디 가서 밀릴 수준은 아니지만.
MC를 맡게 된 포부가 상당했는지 오늘따라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은 듯한 오프닝이 이어졌다.
“차성빈의 빙글빙글! 오늘 1회 게스트죠, 도서한 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타더스트 막내 온탑 도서한입니다.”
“실제로 젤 위에 있어요.”
차성빈의 능청스러운 말에 현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확실히 이 형 진행을 잘해.
예능 안 맡겼으면 얼마나 서운했겠나 싶었다.
차성빈처럼 타고난 예능감은 없어도 나름 팀에서 예능 멤버에 속하는 편이라, 나도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차성빈의 오프닝 멘트를 이어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현대인은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입니다!”
“…진짜요?”
“와아아아!”
오늘의 주제는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
그 말인즉슨, 디지털 디톡스가 오늘 우리가 도전해야 할 목표였다.
사실 미처 듣지 못하고 온 주제였는데. 적잖이 당황했다.
“서한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한 중독하는데….”
하루 사이에 내 매미 랭킹 떨어지는 거 아니냐?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매미 얘기를 꺼낼 수는 없으니 손을 떠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벌써 힘들구나….”
“설마 하루 종일은 아니죠?”
“설마 하루 종일이랍니다.”
“우와.”
충격적인 소식에 나직한 탄성을 터트렸다.
그사이 차성빈은 제작진에게서 긴 종이 하나를 받아 들었다.
“방금 제작진이 리스트를 주셨는데, 오늘 이 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스마트폰 없이 진행하면 된다고 합니다.”
“컴퓨터는 괜찮아요?”
“안 됩니다!”
절망적이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제작진이 건넨 리스트를 확인했다.
등등… 이 중에 세 가지를 선택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리스트를 확인한 차성빈의 입에서도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길을 네X버 지도 없이 찾으라고요? 서한아, 너 가능해?”
“저 길치예요. 근데 그것보다 운동을 음악 없이 하는 게 더 최악인데요.”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인데 말이야~. 그치, 서한아.”
하지만 투덜거릴 시간은 많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스마트폰은 제작진들이 압수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주세요.”
그대로 뺏겨버렸다.
“아아….”
아, 안 돼.
벌써 정신 나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