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64
“근데 양수호 못 하는 게 뭐야? 노래도 겁나 잘 하는구나. 오빠도 알았어?”
모를 수가 있나.
‘지난 생에도 일찍부터 사기캐 한류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양수호였으니까. 그때의 나는 감히 이렇게 같이 작업할 수 없을 정도였지···.’
래원은 TV속 양수호를 보며, 새삼 과거에는 못 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자신에게 뿌듯한 감정이 일었다.
“요즘 장안의 화제죠. 시간사! 드라마도 드라마지만은, 촬영장이 그렇게 훈훈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2박 3일’ 고정 멤버의 물음에
우종세 배우가 진심 섞인 우스겟 소리로 답했다.
“저희 너무 좋죠. 저는 그래서 촬영 없는 날도 현장 놀러 가고 그래요. 집에 있으면 오히려 일하는 거 같고, 촬영장이 집 같고 그렇더라고요.”
“아니 촬영장에 꿀이라도 발라놓으셨어요? 대체 뭐가 그렇게 좋던가요? 쉬는 날 굳이 촬영장에 간다는 게, 저희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저희 감독님이 ‘컷!’ ‘오케이!’ 외치는 거 들으러 가요. 그게 은근 중독성 있거든요.”
“아, 감독님이라면 도래원 감독님?”
“네. 저번에 4부작 입봉작으로 캐나다 밴프 페스티벌에서 로키 상 받으신 분이요!”
류지현이 하이 텐션으로 끼어들며 자랑스레 말했다.
“저희도 소문 들었죠. 기자분들이 하나같이 제작발표회나 종방연에서 감독님 뵙고는 배우인 줄 알았다며 말씀을···.”
“하하핳! 맞아요.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며 사는 분이죠.”
“크하하하.”
“푸핫. 저희 래원 감독님이 쪼금 사기캐이긴 해요.”
잠자코 방송을 지켜보던 지혜영이 입을 열었다.
“토크 분량 뽑으려고 오빠 엄청 팔아먹었네, 배우들이.”
“하아···. 안 그래도 먼저 이실직고하더라고.”
래원은 한숨을 쉬었지만 이 상황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시간사 배우들을 향해서
고정 멤버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아니, ‘컷’ ‘오케이’를 어떻게 하시길래···. 어디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으신지···?”
“저희 배우들끼리 말하는, 도 감독님 3종 세트가 있어요. 종세 오빠가 한 번 보여주시죠.”
류소현의 말이었다.
래원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화면에 집중했다.
우종세가 돌연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래원을 흉내 냈다.
만족스러운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친다.
“컷! 오케이! 좋습니다!”
“이게 깨발랄 버전이고요.”
류소현이 신나서 해설을 덧붙였다.
우종세는 이내 심각한 얼굴로 바꾸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괴고서,
“컷! 오케이! 10분만 쉬었다가 다음 씬 가죠.”
하고는, 뒤돌아서더니 만족스러운 듯이 씨익 웃는 표정을 짓는다.
“이게 츤데레 버전이에요.”
류소현의 해설까지 듣고는,
이를 화면 너머로 보던 래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내가 언제 저랬다고!’ 하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우종세가 이번에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외친다.
“컷! 오케이···!”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슬쩍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개복치 버전까지! 이상 도래원 감독님 3종 세트였습니다!”
마지막은 류지현이 눈웃음을 지으며 소개를 마쳤다.
이에 고정 멤버가 부연 설명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졌고,
배우들이 앞을 다투어 설명을 이었다.
“마지막 개복치는 뭔가요?”
“아, 저희 드라마가 감정씬이 좀 많거든요. 도 감독님의 반응이 보통 다른 감독님들보다 뭐랄까, 좀 더 센서티브하세요.”
“맞아요. 그 덕분에 저희 배우들 사이에서는 래원 감독님의 저런 반응이 일종의 바로미터랄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감정씬에서 도 감독님이 저렇게 개복치 버전으로 컷, 오케이를 외쳐주셔야만 배우들 입장에서 안심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아, 내가 연기를 잘했구나! 내 연기로 도 감독님의 눈시울을 붉혔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거군요?”
“하하. 네네, 바로 그거죠.”
화면 속 모두가 빵 터지는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 화면 밖 래원의 옆에서 이를 보던 지혜영 역시도 빵 터져서 얼굴을 찡그리기까지 하며 웃고 있었다.
“푸하하하. 종세 오빠 진짜 웃겨.”
“내가 진짜 저러냐, 혜영아?”
“어. 완전! 몰랐어?”
“······.”
화면 속에서 촬영장 토크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방송에서 처음 밝히는 건데요···. 제가 사실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요.”
류소현의 고백에 잠시 모두가 조용해졌다.
“이걸 밝힐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은 많이 극복했기 때문이에요. 저 자신을 다루는 방법도 터득했고요.”
“아···. 다행이네요.”
“이번 작품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의 현장에서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어요. 익숙하지 않은 촬영장에서 심적 부담을 크게 느낄 때, 공황 발작이 생긴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고, 또 그걸 얼마든지 극복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현장이었거든요.”
류지현이 언니의 고백을 옆에서 거들었다.
“촬영 초반에 언니가 한 번 쓰러지다시피 했는데, 저는 이게 또 언니의 트라우마가 돼서 앞으로 이 촬영장에서 계속 공황이 심해질까 봐 엄청 걱정했거든요.”
“근데 아무렇지 않게 대처해주신 도래원 감독님 덕분에 잘 넘어갔어요.”
“그다음부터 언니가 촬영장을 오히려 편안해하더라고요. 연기도 더 수월하게 하고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감사드려요, 도래원 감독님.”
“이거 갑자기 분위기 영상 편지인가요?”
고정 멤버가 농담을 던지며, 잠시 숙연해진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었다.
‘이래서 꼭 보라고 한 건가?’
래원은 쑥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분명 싫지만은 않았다.
지이이잉—
그때, 래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류소현의 메시지였다.
[류소현] 감독님, 2박 3일 본방사수 하고 계시죠?래원은 씨익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래원] 컷! 오케이! (츤데레 버전)방송 속 토크는 이제 양수호에게 집중됐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창피한 일이긴 한데, 그때 당시는 제가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촬영장에서 분란을 일으킬 뻔한 적이 있었어요.”
“분란이요?”
“네. 그때, 지현이랑 대사 쟁탈전을 벌였거든요.”
“대사 쟁탈전!?”
“네.. 그게···.”
양수호가 평소답지 않게 부끄러워서 말을 못 잇자, 류지현이 특유의 발랄함으로 거들었다.
“원래 제 대사인데, 오빠가 캐릭터를 핑계로 빼앗으려고 했어요!”
“어허. 수호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었네요?”
“그렇지만 제가 잘 지켜냈습니다! 제 대사! 저도 제 밥그릇은 절대 안 빼앗기거든요.”
“하하하. 딴 게 아니고 잘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랬는데, 그 마음이 엉뚱하게 표출이 된 거죠. 그걸 도 감독님이 잘 알아차려 주시고는, 대사 대신 화면으로 제 표정 연기를 살려주시면서 일단락됐어요.”
“캬. 오늘 도래원 감독님이 나오셔야 했네요. 잊을 만 하면 계속 언급이 되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진짜 부끄러운데, 도 감독님 덕분에 흑역사 안 만들고 잘 끝낸 거죠. 저보다 나이는 어리고 업계 후배시지만, 굉장히 성숙하고 훌륭한 분이세요. 프로의식도 투철하시고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시청자 모드가 되었던 지혜영이,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며 래원에게 내밀었다.
“오빠도 2박 3일 출연료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오빠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 우리 배우들.”
래원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어느덧 ‘2박 3일’이 끝났다.
방송의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래원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기 시작한 것.
[이야, 2박 3일 한 번 등판해줘야겠네!] [도래원 너 실검 떴어! ㅊㅋㅊㅋ (사진) ]래원은 화면에 뜬 지인들의 메시지 몇 개를 대충 본 후,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리고 가방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헤드셋을 끼고 편집기 앞에 앉았다.
“혜영아, 편집이나 마저 하자.”
누군가가 나의 진심을 알아줬다는 것.
나아가 전 국민이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그랬다는 것.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들뜰 필요는 없었다.
‘그래, 난 그냥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되는 거다.’
대중들의 관심이 도래원이라는 사람에게 쏠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사랑받고, 작품으로 인정받아야 드라마 감독이지.’
래원은 자신의 신념을 다시금 떠올렸다.
드라마는 역시 ‘인간’이라는 믿음.
드라마 연출자라면, 자신을 앞세우기보다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 시작과 끝은 결국 촬영 현장이다.
같이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와 이해 그리고 존중 말이다.
래원의 이 같은 진심과 실천이 부메랑이 되어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파를 타고 오늘 래원에게 돌아왔다.
이로써 래원은 지금, 자신의 초심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 * *
“래미야, 너 지금 자꾸 감정을 먼저 만들려고 해서 스트레스받는 거 같은데?”
래원의 집.
간만에 집에 온 래원은 래미의 뮤직비디오 출연 소식을 듣고 콘티를 같이 봐주었다.
“그럼?”
“감정을 먼저 만들려고 하지 말고. 상황을 떠올려서, 그 상황에 너를 이입 시켜 봐.”
“감정보다는 상황에 집중해라···?”
“그렇지. 감정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고, 네가 상황에 들어가면 네 안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거니까.”
래미가 뮤직비디오 속에서 맡은 롤은, ‘짝사랑의 대상이 되는 여학생’이었다.
샤이닝 보이즈 멤버들이 모두 짝사랑을 하는 가사의 곡에, 그 대상이 되어 연기하는 것.
각 멤버들과 붙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래미는 그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오빠와 이야기하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콘티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는 래미.
“그러고 보니, 콘티 속에 각 상황이 확실히 다르게 그려져 있네?”
“내가 샤이닝 보이즈를 잘 모르지만, 아마 각 멤버들의 캐릭터대로 겹치지 않게 상황을 잡은 걸 거야.”
“그런 것 같아. 아무래도 뮤직비디오니까.”
“어떻게 보면, 래미 넌 거기에 맞춰주는 연기를 해야 하는 거고.”
“웅. 오빠 말대로 멤버별로, 상황별로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표정 연기가 나오게, 내일 레슨 때 그걸 연습해야겠다.”
래미의 목소리와 표정이 밝아진 걸 보니
래원도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래미랑 연기에 대해 같이 논할 수 있게 된 거 자체가 감회가 새로운데?’
그동안 래원의 눈에 래미는 그저 연기 학도였다. 예고 연기과 학생이자 배우 지망생.
예전에 에서 단역으로 우연히 카메라 앞에 선 것을 제외하면,
이번 뮤직비디오 출연이 래매의 첫 번째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다.
이제 프로의 세계로 한 발자국씩 딛으려는 래미.
‘내 계획대로 잘 가고 있다. 그저 꿈이라고만 치부했었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어. 나도, 래미도.’
래원은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기대감으로 눈을 빛냈다.
‘우린 결국 정상에서 만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래원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실재가 한 발자국씩 반영되고 있었다.
* * *
한편, 결전의 마지막 주.
은 월요일 15화, 화요일 16화를 끝으로 먼저 종방했다.
각각 18.7%와 23.8%의 시청률을 찍었다.
지난주 14화에 꼬꾸라졌던 것에 비하면 굉장한 반등이었다.
역시 옥영임 작가의 내공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수요일 밤 10시를 넘긴 시각.
15화가 방영 중이었다.
래원은 간만에 집에서 래미와 함께 모니터하고 있었다.
‘기승전’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이야기는 이제 ‘결’로 치달았다.
현재의 [박태하], [이지은]은 사물함을 통해 과거 [이소은]과 교환 일기를 나누며,
그녀만이 알고 있었던 교내 사학 비리의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것을 학교 안팎으로 공론화하여,
과거 [이소은]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벌 받을 사람은 벌 받게 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나간다.
사물함을 앞에 두고,
손에는 교환 일기를 든 채로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 서 있는 [박태하]와 [이소은].
이제야 서로가 보이는 듯 마주한 두 사람.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그리움이 뒤섞인 표정에서,
15화 엔딩!
이어서 엔딩 OST 음악과 함께, 16화 예고가 흘러나왔다.
“와, 오빠! 반응 좋다! 저번 주보다 더 난리야!”
래미가 흥분한 목소리로 포털 사이트의 토크톡 반응을 읊어주는데,
래원의 휴대폰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지이이잉—
[유찬] 오늘 분당 최고 시청률 23.5% 찍었습니다!시간사 단톡방이었다.
그리고 또,
지이이잉—
[황태수CP] 래원아, 종방하자마자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시간 좀 만들어라! 라운드 인터뷰 함 하자. 기자들 연락이 빗발친다 아주!지이이잉—
[차여름] 래원 감독님, 저랑 비대면 서면 인터뷰 한 번 해주셔야겠는데요? ······
···
지이이잉—
지이이잉—
오늘 같은 시청률과
이와 같은 도래원을 향한 화제성은
아무래도 지난 목요일 ‘비투페라토르’의 평론,
그리고 주말의 ‘2박 3일’의 버프가 합쳐진 덕분인 듯했다.
계속해서 부르르 떠는 휴대폰 진동이
마치 래원의 몸값이 오르는 소리처럼 들린다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