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75
‘이분이 내 외숙부님이시구나.’
백엽이 침상에 누워있는 한 중년인을 쳐다보며 감회어린 눈빛을 보였다.
잠든 듯 눈을 감고 있는 중년인은 바로 십 년 전 남궁패의 일장을 맞고 무공이 폐쇄된 장복동이었다.
방 안에는 백엽과 장복동 두 사람 말고도 여러 명이 있었다. 바로 매영설, 장정변, 장취화, 백운목, 백여희, 백여옥 등이었다.
중상을 입고 실려 갔던 장정변은 회복한 듯 안색이 나쁘지 않았다.
이는 백엽 덕분으로, 대표오결이 마무리되자 자청해서 치료를 해줬다.
강남쌍협의 부상은 미미해 따로 치료할 것은 없었고, 두 사람은 영웅대회 때 보자며 장씨세가를 떠났다.
백엽은 장정변의 치료를 마친 후 내친김에 장복동까지 살피기 위해 그의 처소로 온 것이었다.
“어떻소? 고칠 수 있겠소?”
장정변이 기대감 어린 눈빛을 발하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오늘 당한 부상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물론 백엽이 막판에 무형지기로 심맥을 보호해줘 내상이 깊지는 않았으나, 최소한 열흘은 요양해야 거동이 가능한 부상이었다.
하지만 백엽의 치료로 불과 한시진도 안되어 거동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공력도 절반 이상 회복했다.
이 상태라면 앞으로 사흘 정도면 완쾌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렵지만 한번 치료를 해보겠습니다. 저의 제자인 무명선자(無名仙子)만 남고 모두 나가주십시오.”
“알겠소. 부탁드리겠소.”
장정변이 치료를 시도해본다는 말만으로도 기뻐하며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남은 사람은 장복동과 백엽, 그리고 매영설 세 명이었다.
물론 이중 매영설은 조금 전 백엽의 말대로 무명선자라는 별호를 쓰고 있었다.
다만 백엽이 그녀를 부를 때 여전히 설아라고 했는데, 별호 말고 이름도 있기 때문에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아. 잘 보아라. 지금은 아니지만, 너도 앞으로 배우게 될 수도 있는 생사금침대법이란 것이다.”
“아! 신의께 배웠다는 그 대법이군요.”
“그렇다. 가까이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침을 놓는 위치와 깊이를 잘 보도록 해라.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네. 사부님.”
“자, 그럼 바로 시작하지.”
“한데 정말 치료가 가능할까요?”
“확률은 반반이다. 만약 내가 한 달만 늦었어도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혈이 거의 다 막혀가고 있으니까.”
백엽이 침통을 꺼내 곧바로 생사금침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매영설이 호법을 서며 긴장된 눈빛으로 대법이 펼쳐지는 과정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백엽과 매영설은 무림맹 총단 연무장으로 향했다.
장씨세가를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왠지 가벼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간밤에 장복동의 치료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생사금침대법의 위력은 실로 놀라웠다.
파괴된 단전이 복구되고 무공까지 회복시켰던 것이다.
깨어난 장복동은 자신의 몸 상태에 무척 놀랐고 백엽에게 감사를 표했다.
물론 감사를 표한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장정변과 장취화, 백운목, 백여희, 백여옥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열 살 되는 장복동의 아들 역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장씨세가 삼대가 이렇게 건재한 모습에 백엽 또한 뿌듯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자 용봉비무 예선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장씨세가를 나선 것이다.
떠날 때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는데, 일단 두 번째 관문을 돌파한 후 여러 상황을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이미 백엽의 명성이 매우 높아져 장씨세가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이 오히려 부담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벌써 사람들이 거의 다 와 있네요.”
매영설이 연무장에 모인 천여 명의 일차 관문 합격자들을 가리켰다.
“그렇구나.”
백엽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응시번호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 섰다.
두 사람은 맨 마지막 줄이었다.
천여 명의 일차 합격자들이 정방형으로 질서정연하게 자리해 감독관의 말을 기다렸다.
물론 그들의 관심사는 바로 시험 내용이었다.
감독관이 말했다.
“다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그럼 예고한 대로 바로 두 번째 관문 돌파 시험을 거행하겠소.”
짝짝짝.
천여 명의 응시생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거의 모두 일갑자 이상 내공을 보유한 고수들이라 그런지 박수 소리도 매우 컸다.
하지만 시험 내용을 몰라 다들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감독관의 말이 이어졌다.
“두 번째 관문은 바로 경공이오. 북이 울리면 그 자리에 삼장 높이로 떠올라 버티시오. 버티는 시간은 반시진이오. 공중부양 후 움직여서도 안 되고 그 어떤 도구도 사용해선 안 되오. 만약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곧바로 실격이오. 그럼 일각 후 바로 시행할 것이니 미리 내공을 다스리도록 하시오.”
감독관의 말에 응시생들이 술렁였다.
말이 쉽지 반시진 동안 허공에 떠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최소한 절정고수라야 돌파가 가능한 관문이군.’
백엽이 눈을 빛내며 옆에 서 있는 매영설을 쳐다봤다.
매영설은 그다지 놀라지 않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설아. 자신 있느냐?”
“네. 사부님. 겨우 버틸 수 있을듯해요.”
“그러면 됐다. 다만 내공이 높아졌다고 해서 경공 실력 역시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내공으로 버틸 생각이었는데 잘못된 건가요?”
“그렇지는 않다. 내공이 높을수록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이지. 다만 나는 혹시 모를 다른 장애물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다.”
“다른 장애물이라 하심은 주최 측에서 방해를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버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합격 인원을 줄이기 위해 방해를 할 수 있지.”
백엽이 말한 바로 그때.
마치 그의 말을 들은 것처럼 감독관의 말이 이어졌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적절한 이차 합격 인원을 위해 시험 도중 의도적인 훼방이 있을 수 있소. 그러니 나중에 놀라지 말고 잘 대처하시오.”
“의도적인 훼방이라 하심은 뭘 말씀하는 겁니까?”
응시생 한 명의 질문에 감독관이 대답했다.
“음공이오. 상황에 따라 음공이 가해질 수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소. 자, 이제 시간이 다 되었소. 북이 세 번 울리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삼장 높이 허공으로 떠오르시오. 그런 후 그 자리에서 정지해야 하오. 나머지는 조금 전 말한 바와 같소. 북을 울려라!”
둥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천여 명의 응시자들이 경공을 펼쳐 삼장 높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벌써 탈락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날아가는 경공만 연마했던 응시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원래 경공의 최고봉은 순간적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이형환위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연마하기 위해서는 부동공(不動功)이 필수였다.
하지만 이형환위 연마가 워낙 어려우므로 아무리 절정고수 수준이라 해도 부동공 연마에 소홀해지기 쉬웠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절정고수급이 되려면 내공 또한 최소 이갑자는 되어야 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나 대부분의 무림인은 그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요컨대 이번 관문은 부동공 연마와 그 내공에서 부족한 자들이 너무 많아 탈락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쿵쿵쿵.
삼장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는 응시자들이 끝없이 나타났다.
개중에는 탈락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자도 있었으나, 그들은 강제로 끌려나가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백엽과 매영설은 나란히 삼장 높이에 가부좌하고 앉아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백엽이 매영설을 보니 벌써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아직 절정고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내공은 백엽의 도움으로 겨우 이갑자 수준을 유지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내공이 이갑자라고 해서 무조건 절정고수가 아닌 것처럼 이번 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백엽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매영설을 돕기 시작했다.
돕는다고 해서 직접 부동력을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녀에게 전수한 바 있던 자연심법의 구결 해석을 전음으로 들려주었다.
매영설은 백엽의 뜻을 간파하고 자연심법 운공에 최선을 다했다.
백엽이 말해준 구결 해석은 곧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심법 구결의 이해는 각자의 성취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백엽의 심화 해석이 그녀의 성취를 배로 앞당겨준 것이었다.
구결 이해도가 높아지자 기혈순환 역시 활발해졌고, 겨우 버티던 매영설도 서서히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일주천을 한번 할 때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확실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엽이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실패하고 아직 버티고 있는 사람은 백여 명 정도였다.
이 정도면 굳이 음공을 펼쳐 불합격자를 더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
시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는 전혀 다른 울림이었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이 보통 음파가 아니었다.
‘음공이구나!’
백엽이 흠칫할 때 북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둥둥둥!
이번에는 끊이지 않았고, 그 음파가 직접 응시생들을 강타했다.
그러자 겨우 버티던 응시자들이 우수수 추락하며 관문 돌파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 수가 무려 오십여 명이었다.
북소리가 중단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무래도 주최 측에서 알맞다고 생각한 이차 합격 인원인 것 같았다.
백엽이 매영설을 보니 온몸에 땀을 흘리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해 추락하려던 찰나.
감독관의 말이 들렸다.
“종료하겠소. 다들 고생이 많았소.”
“휴우!”
“하아!”
털썩, 털썩.
긴장이 풀린 이차 합격자 오십여 명이 일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감독관이 소리쳤다.
“삼차 관문 시험은 내일이오. 다들 합격증을 받아간 후 내일 아침 일찍 오시오. 내일 네 명의 본선 진출자가 가려지게 될 것이오.”
짝짝짝.
합격자들을 향한 박수가 쏟아졌다.
연무장에는 구경하러 온 수천 군웅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응시자들의 동문이거나 가족이었다.
다들 이번 관문이 매우 어려웠다는 것을 알기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감독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두 번째 관문까지 돌파한 분들은 향후 입맹시 조장급 이상 무사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오. 그 점은 미리 축하드리는 바이오.”
와아아.
합격자들과 군웅들이 함께 함성을 질렀다.
이후 연무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각자 거처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이차 합격자들은 어서 돌아가 내일 삼차 관문 시험을 위해 휴식을 취해야 했다.
“사부님.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매영설이 합격의 기쁨 때문인지 웃으며 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무림맹 무사 한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혹시 무명서생과 무명선자 두 분입니까?”
“네. 맞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총군사께서 찾으십니다. 어제 장씨세가에서 벌어진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절 따라오시지요.”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