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Grand Archive’s Young Master RAW novel - Chapter 343
342화. 보물이 적힌 서신.
바람 좀 쐴까!
날아가자!
[검존, 밥에 돌을 가득 넣어드리겠소! 까르르르르.] [큭큭큭!] [으드득, 진짜 돌이 있잖아!] [큭큭큭큭!]색관조가 금섬을 태우고 날아올랐다.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검존이 그 말을 들었다. 피식 웃었다. 천화서고는 기이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기억을 잃고 험하게 다뤄진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왜 아득히 옛일처럼 느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사이 색관조는 이미 멀리 나아갔다.
[어디로 갈까?] [그으으으으으윽!] [북해빙궁? 멍청아, 거길 왜 가! 신비랑 얼음마녀가 여기 있는데.] [그으으, 그으으윽!] [마교?] [극!] [돌았냐?] [큭큭!]그러다 정했다.
아무 데나. 서쪽으로. 그저 바람 쐬러 나온 것이라 천천히 날았다. 하늘에서 여러 새들을 만났다. 반갑게 아는 척했다. 마주한 새들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끼이이이이!]놀라 도망치거나,
옴짝달싹 못하고 오들오들 떨었다.
새가 말을 하고, 금빛 반짝이는 두꺼비가 웃어봐야 무섭기만 하다. 색관조는 계속 날았다.
[대승~~~. 흐그으으으응~~~.] [그으으으으으으으윽!] [그때 그 미친 새끼는 누구였을까? 알아듣게 말을 해야지. 귀신이었을까?] [그으윽!] [그치. 귀신 같지? 주인님께서 듣지 못하셨으니 미친 귀신 녀석이 틀림없어.]촉산을 향해 날아가며 들었던 외침을 떠올리기도 했다. 덕분에 가만히 있던 당명은 귀가 가려워졌다. 누가 내 욕을 하나? 욕하는 놈들은 살려둔 적이 없는데.
색관조는 몇 번 더 흐긍을 외치다 보았다.
[저것들 보게!] [그으으으윽!]금섬도 눈을 매섭게 떴다. 독수리 떼였다. 많았다. 한 마리, 두 마리, 총 일곱 마리. 독수리들이 하얀 깃털의 매를 공격하고 있었다.
[야! 뭐하는 짓이야! 일대일로 싸워야지!]날갯짓 한 번이면 충분했다. 독수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얀 매를 뒤쪽에 두고 눈을 부라렸다.
[니들 죽을래, 뒈질래?] [그윽?] [아, 같은 말이었네. 까르르르르르르!]까르르 웃어도 독수리들은 다가오지 못했다. 새의 눈이 푸른 보석처럼 조각조각 반짝인다. 날아온 것도 보지 못했다. 무슨 소린가 들렸다 싶을 땐 이미 눈앞이어서 움츠러들었다.
모든 독수리가 그런 건 아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달랐다. 용기를 냈다.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죽인다. 새든 두꺼비든. 그 결과,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가버렸다. 금섬이 독연을 뿜어낸 건 아니었다. 그저 소리만 질렀다. 그 기세만으로 화들짝 놀라 우두머리가 줄행랑쳤다. 그렇게 모든 독수리가 사라졌다.
[까르르르르르! 가버렸네.] [큭큭큭!]하얀 매를 향해 돌아섰다. 매는 조금 다쳤다. 다리 쪽에 피가 났고 몸통의 하얀 깃털에도 피가 맺혀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 다쳤을 뿐이다. 금섬이 독연을 뿜어내지 않은 것도 바람에 독연이 날려 하얀 매까지 죽게 될까 봐 신경 쓴 것이었다.
알아들었는지 하얀 매가 따라 내려갔다. 숲속에 내려앉았다. 치료는 간단했다. 금섬이 상처난 부위를 물었다. 파인 살이 순식간에 아물었다. 전혀 아프지 않아 하얀 매는 신기했고,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고맙지?] [끼이.] [고마우면 내놔.] [……?] [그거 내놔.] [……?]하얀 매는 알아듣지 못했다. 다리에 묶인 서신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새와 두꺼비가 그걸 원할 리 없다. 하지만 이 새와 두꺼비는 달랐다. 뭐라도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서 읽기는 주인님의 취미.
무슨 서신일까. 사랑의 말이 담겨 있을까. 아니면 누굴 조지러 가자는 요청일까. 뭐든 상관없었다.
[내놔!]색관조가 윽박질렀다. 금섬은 이미 움직였다. 하얀 매의 발에 묶인 끈을 풀고 낚아채왔다. 전서는 독수리에게 공격당하면서 많이 뜯겨 나가 절반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우리가 가진다. 괜찮지?] […….] [대답 안 하지?] [끼이.]하얀 매가 겨우 답했다. 영특했다. 살려줬던 놈들이 이젠 죽일지도 모른다 싶어 빠르게 포기했다. 이대로 돌아가야지. 혼나겠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까르르르르르르! 장난이야, 장난. 너 매사 진지하구나?] [큭큭!] [따라와. 주인님이 읽으시고 나면 돌려줄게. 주인님은 읽으시면 늘 돌려보내시니까. 가자아아아아아!] [그으으으으으으윽!]***
그렇게 후공의 손에 쥐어졌다.
후공은 혀를 끌끌 찼다. 전서는 절반도 안 남은 것이다.
“쓸데없는 짓은.”
[주인님, 그래도 보물 이야기가 적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허억! 그 생각을 못 했네.”
[까르르르르르르르!] [큭큭큭!]주인이 과장되게 눈을 크게 뜨니 색관조와 금섬은 좋다고 펄쩍거렸다. 그렇게 펼쳐졌다.
“응?”
[주인님, 왜요?]글이 아니었다.
온통 기호와 문양. 암호.
후공은 암호여서 갸웃했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암호가 익숙했다. 무림맹의 암호였다. 해독이랄 것도 없이 바로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 안휘 지부장께 모용곽이 인사 드립니다.
안휘 지부장은 호호검 몽연몽.
모용곽은 모용진의 형이자, 맹의 군사. 제갈혜의 후임.
– 이 서신을 받는 즉시 천화서고 대공자께 전해주십시오. 지금부터는 대공자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이거 진짜 보물이네?”
[정말요? 까르르르르르르! 이제 보물 찾으러 간다. 신난다! 까르르르르!] [극극극!]색관조와 금섬은 더 난리가 났다.
그 아래로는 간단한 인사말이 이어졌다.
– 대공자, 이제 곧 봄이로군요. 만났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았거늘 몇 년은 지난 것 같으니 기이합니다. 한 번씩 환상이 보이곤 합니다. 자줏빛 광채가 맹의 밤하늘을 휘젓는 광경이 보이는 듯합니다. 색관조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말라 하셨고, 천화서고에 없을 것이라 하셨으니…… 이 서신이 반드시 전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맹ㅇ.
거기서 끝났다.
안부 인사로 보였다.
과연 그럴까? 확인이 필요했다.
후공은 색관조를 불렀다.
“큰일이구나. 제일 중요한 보물의 위치가 없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금섬도 열의를 보였다.
“아쉽지만 그건 찾지 못한다.”
작은 조각이다. 게다가 하늘에서 뜯겨 나갔다.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갔을지 모를 일.
“무림맹에 다녀와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왜요?]“무림맹에서 보내온 것이니까. 군사 모용곽을 찾아라.”
[보물이 아닌 거네요?]“굉장한 보물이다만.”
마음이 담겨있는 건 모두 보물이다.
[그럼 맡겨 주세요!]“얼마나 빨리 돌아올 수 있지?”
[뜨거운 차가 식기 전까지요.]“하하하!”
색관조가 날아올랐다.
***
다음 날 아침.
색관조가 돌아왔다. 차가 식기 전이었다. 계속 데우고 있던 건 아니었다. 방금 따른 찻잔이었다.
[까르르르르. 주인님, 김이 모락모락 나네요?]“굉장하네!”
감탄한 건 함께 있던 당명이었다.
어제 정오 무렵 들었다. 가자아아아, 하면서 색관조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기에 빨라도 밤쯤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이었다.
금섬이 뛰어올라 풍제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그 모습에 제갈혜가 웃음을 머금었고, 후공은 소매를 한번 펄럭였다.
기막을 둘렀다. 방 안의 공기가 한순간에 무거워졌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는 일. 천화서고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가 많다. 그렇기에 소리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차단했다.
“자, 그럼 보물 이야기를 들어볼까?”
후공의 말에 모두가 색관조를 바라봤다.
풍제, 당명, 제갈혜.
환혼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며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주인님, 어쩌죠? 실망하실 것 같은데요.]“실망하게 되면 더 좋다.”
[그래요? 까르르르르. 다행이에요!]별일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최상의 소식.
[모용모용이 말했어요. 무림맹의 진법 중 절반이 넘게 부서졌다고요.]“응?”
[제가 물었어요. 싸움이 났냐고요. 모용모용은 아니래요. 그냥 갑자기 작용하는 힘을 잃었다고 말했어요. 왜 그렇게 된 건 줄은 모르겠대요. 땅에 묻어둔 흑주석이 아예 가루가 되었다는 말도 했답니다.]흑주석은 오행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영석(靈石).
진법을 설치함에 반드시 필요한 돌이다. 희귀할 뿐 아니라 단단하기 이를 데 없어, 강기로도 단번에 잘려나가지 않는다.
의미는 컸다.
실망하길 바랐건만 그때와 같다.
그랬다.
그때 나눈 이야기를 통해 후공은 환혼에 대해 이해했었다. 맹의 진법을 설계한 이는 귀곡자. 환혼은 귀곡자의 진법에 교란되면서 기묘한 작용을 일으켰다.
그 결과가 천화서고 대공자.
한데 이번엔 규모가 다르다.
– 백부님, 환혼대법일까요?
제갈혜가 전음을 보내왔다.
답은 없었다. 혜도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전음이 튀어나왔다.
아직은 알 수 없다.
가능성이 크다는 건 확실하고.
당연히 풍제와 당명도 환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대형으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 대형, 환혼이라면…… 이전보다 나아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명이었다.
후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다. 무림맹의 흑주석이 절반 가까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인이 필요했다.
– 대형, 바로 가시죠.
풍제는 채근했다.
풍제의 눈빛은 어느샌가 지극히 가라앉아 있었다. 가라앉아 잇음에도 숨겨진 분노가 어쩔 수 없이 한번씩 번뜩이며 나타났다.
[주인님, 그리고 모용모용이 또 말한 게 있어요.]“무슨 말을 하더냐.”
[이건 웃으면서 말했어요. 무림맹에 천하십객이라 불리는 굉장한 사람들이 있나 봐요. 그중에 소향객이 돌아왔대요. 근데 분위기가 달라졌대요. 딴 사람처럼요. 뭐라더라. 아, 맞다. 어째서인지 경망스럽지 않아졌다고 했어요. 이제야 어른이 된 건가, 라며 웃었어요. 까르르르르르르.]“……?”
색관조가 정신 사납게 날았다.
풍제의 머리에 앉아 있던 금섬도 신바람을 내며 뛰어다녔다.
후공도 미소를 머금었다.
소향객.
천하십객 중 하나.
결코 어른이 될 리 없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뀌려면 크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한다.
또 하나는,
환혼.
‘가보자.’
보물을 찾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