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97
27. 슬슬 완료되는 퀘스트들?
고개를 들은 알렉시안은 처음과 달리 경계심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작 사과 한 번으로 경계심을 줄일 수 있다면야···.’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알렉시안 입장에선 굉장히 남는 장사였다.
그러나 제국민 입장에선 감히 자신들의 황제를 위협한 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보는 시선이 절대 곱지 않았다.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기에 알렉시안이 급히 옆을 돌아보았다.
“이들과 얘기를 나눌 곳이 있나?”
“예. 폐하.”
알렉시안의 물음에 한 관료가 황급히 열차역 안으로 안내했다.
“같이 가시겠소?”
“제 역할은 이들을 여기로 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제국의 일은 제국 사람들끼리 해결해야 함이 옳은 줄 압니다.”
대주술사 마르샤의 말에 알렉시안이 웃으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네 명을 데리고 함께 들어갔다.
“그대는 밖에서 대기하게.”
“폐하!”
알렉시안의 말에 근위대장이 발작하듯 말했지만, 기사들과 함께 밖에서 대기하라 명했다.
“문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겠다는 근위대장.
이것이 그의 마지노선임을 느낀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4명의 인원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어떠한 기사도 없이 오직 황제 홀로 오랫동안 핍박받던 이들과 대면하는 것.
“앉지.”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헛기침을 하면서 앉았다.
“마실 것이라도 대접하고 있지만, 경계심이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한 배려조차 부담감으로 작용할테지.”
그렇게 말하며 알렉시안이 네사람을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제국은 그대들이 필요하네.”
그 말에 신성력을 사용하는 남자가 조용히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선 신을 믿으시옵니까?”
“아니.”
남자의 말에 칼같이 답하는 알렉시안.
“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믿네.”
그 말에 남자가 빤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는 남자를 보며 알렉시안이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신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테지.”
“···.”
알렉시안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남자.
“짐은 다르네. 짐이 생각하는 신과의 관계란 계약. 신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 이쪽 역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는 것.”
“으음···.”
“솔직히 그대들 역시 신을 믿는 대가로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 말에 남자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남은 세 명을 바라보았다.
“계약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대들 역시 짐과 ‘계약관계’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그 말에 마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약관계라 하오시면···.”
“제국이 싫으면 용병 신분으로 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만?”
알렉시안의 제안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핍박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제국을 좋아한다? 같이 살게 된다? 짐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마녀를 보며 말했다.
“마탑주가 마녀 출신이라 하지만 그대들은 끝까지 제국을 증오했기에 숨어지내던 이들. 정령사와 주술사 역시 마찬가지. 짐이 즉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국민들은 그대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의 힘이 필요로 할 때만 잠시 잘해줄 뿐, 그곳에 정착하려 하면 결국 눈치를 주거나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강제적으로 떠돌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깊은 숲에 정착하며 몬스터의 위협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설령 현 세대의 사람들은 핍박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을 오지로 내몰려 힘들게 살게 만든 제국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대수림때처럼 운 좋게 가까워질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돈으로 받거라.”
“···돈 말입니까?”
알렉시안의 말에 마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명예를 다시 찾아준다? 좋지. 하지만 그걸 빌미로 싼값에 부리려 한다면?”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이때까지 당해왔던 최악의 상황들을 하나둘 읊어주었다.
마녀를 정식 마법사에 준하는 존재로 복권시켜주겠다. 그러니 협력하라.
정령사를 배척하지 않겠다. 그러니 군에 입대하라!
주술을 연구할 수 있게 도와라! 그럼 너의 가족들을 정식 제국민으로 받아들여주마!
음지 속에서라도 제국에 속하고 싶다면 나를 도와라!
토호세력들이 음지에서 그들을 회유할 때 했던 말들이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몇몇 세력들이 비밀부대로 만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명예를 가지고 꼬드기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짐이 즉위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신분의 벽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기에 네 명 모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 제국에서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강력한 황권을 가진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돈이었다.
“현재 제국에선 돈으로 작위를 사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 말에 신의 사자들이라 칭하는 세력의 남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으며 묻는 알렉시안.
왜? 짐이 몰랐을 것으로 생각하나?”
“그건 아니옵니다만···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짐이 의도한 것 아니냐고? 맞다.”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짐은 귀족과 평민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줄여버릴 것이다. 굳이 법령으로 신분제에 제약을 걸지 않아도 알아서 쇠퇴하게끔 만들 것이다. 그 수단은 돈이다.”
돈으로 땅을 살 수 있게끔 만든다.
돈으로 작위를 거래하는 것을 묵인한다.
돈으로 국가와 거래해 귀족들의 허락 없이 장사할 수 있게끔 만든다.
알렉시안이 서부 귀족을 때려잡은 후 수도부터 차근차근 진행한 일이었다.
“짐이 돈으로 보상한다고 했을 때 실망했나? 하지만 그것으로 웬만한 일들은 다 할 수 있다면?”
마녀가 살 땅을 살아 그곳에 모여 살 수 있다면?
돈은 필요 없다. 그저 자연과 살길 희망한다는 정령사에게 숲을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주술사들을 끌어모아 세력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신의 사자들. 맞지?”
“···거기까지 알고 계셨군요. 맞습니다.”
“그대들 역시 돈을 벌어라. 그리고 정치를 해. 제국을 전복하려거나 과거처럼 선을 넘지 않는다면 용인하마.”
그렇게 말하며 네 명을 번갈아 보며 바라보았다.
“마침 제국은 그대들을 비싼 값에 고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 상황을 잘 이용해.”
“···종말세력 때문입니까?”
“맞아. 그들이 사용하는 주술, 그리고 고대의 기술들을 분석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말과 함께 진한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
“남부의 재앙이 일어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고위관료급 연봉을 줄 생각이야. 보너스도 두둑이 얹어주지.”
“전···부 말입니까?”
신의 사자들을 대표해 온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말세력에 관한 분석, 그리고 이 힘의 활용법 및 수련. 뭐든 후하게 쳐줄 생각이야.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저희는 저분과 마녀처럼 딱히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주술 역시 대수림의 주술에 비하면 저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마법계열인 마녀와 신성력을 사용하는 집단과 달리 마법과 오러에 밀려난 기술들.
“그대들 역시 종말세력과 관련해서 도움을 줄 것이 있다.”
그렇게 말하며 알렉시안이 종말세력에 관한 기밀 정보들을 말해주었다.
반마족이라 명명한 변이자들을 만든 실험은 주술과 마법이 결합한 형태였다. 그 중 재생에 관한 것은 치유쪽 주술과 연관이 있었는데, 제국의 주술사들이 이 치유관련 주술이 잘 발달하여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일반 평민들에게 도움 되는 형태로 계승, 발전시켜온 덕분이었다.
“저희는···.”
“그대 역시.”
그렇게 말하며 토템에 관해 설명했다.
민간신앙이 만연했던 시절, 제국에는 ‘신’이라 불리던 이들이 많았다.
자연 속에서 강력한 힘을 각성한 동물 혹은 영체들을 모셨었다. 현대의 정령사들은 그것을 계승한 이들이었다.
고대의 신 역시 이 민간신앙을 기반으로 성장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말씀하신대로라면 도움은 될 것입니다. 다만 저희는 다른 세력처럼 뭉쳐있는 집단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또한, 한군데에 소속되기를 싫어할 것이옵니다.”
방랑벽이 있거나 숲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은 정령사들.
알렉시안 역시 이에 관해선 익히 알고 있는 바였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다. 오히려 좋지. 제국 전역에 흩어진 고대신의 흔적들과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는지 추척하는 것을 맡기면 될테니.”
“그러하시다면 한번 모아보겠습니다.”
네명 모두 제국과 계약을 맺고자 하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이들을 설득했다고 당장 숨어있던 모든 이들이 오지는 않을 것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시작이 좋았다.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와주었으면 좋겠군. 상황이 급하다.”
알렉시안의 말에 네 명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슬러!”
“예! 폐하.”
그의 부름에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근위대장.
“정보부 요원. 같이 왔나?”
“그렇습니다.”
근위기사로 위장시킨 정보부 요원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동부에 파견된 요원들을 통해 이들을 도우라. 일단···돈부터 넉넉히 지원해줘.”
여기저기 천을 덧댄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있거나 몇년은 된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을 보며 돈부터 챙겨주라 명령한 알렉시안이 꼭 다시 보자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나 그래도 본래의 목적을 잊지는 않았다. 본래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동부를 축하하기 위함과 비상하는 대수림을 축복하기 위함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던 동부의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 최대한 많은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동부가 더 발전하기를 바라며 축복해주었다.
대수림 사람들 역시 만나며 그 자리에서 추가로 더 많은 부분에서 협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로인해 재무부와 외무부가 죽어나겠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앞당긴 것뿐이다.
“동부 산맥의 광산개발이 진행 중이라 들었소.”
“어렵지만 해본다고 하더군요.”
반드후드의 말을 전하는 대주술사.
그런 그녀를 보며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었다.
“힘들면 제국이 도울 것이오. 투자는 황실과 정부에 한해서 이뤄질 것이니 염려하는 바는 없을 것이오.”
투자를 빌미로 과하게 이권을 챙겨가려는 것을 걱정하는 듯한 대주술사의 표정을 보며 못을 박는 알렉시안.
“정 걱정된다면 지금보다 거래를 확대하여 제국의 물건을 사가시오.”
“그리 전하겠습니다.”
순수한 호의임을 느낀 마르샤가 진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어느새 정보부와 같이 밖으로 나온 네 명의 인원들.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신의 사자들의 수장이 대표로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지자 마녀와 정령사 역시 같이 온 이들과 함께 하나둘 사라졌다.
얼마 후, 대주술사 마르샤가 그녀의 곁으로 돌아온 주술사를 보며 물었다.
“다시 한번 믿어보려는 것이냐?”
“···예.”
저 멀리 모든 행사를 끝마치고 동부의 도시를 돌아보기 위해 마동차에 탑승하는 알렉시안을 바라보는 마르샤.
“믿어도 될만한 분인 것 같구나.”
약속한 바는 철저히 지키는 인물.
오랜세월 살아온 그녀가 보기에 알렉시안은 그러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인정이 많아보이니 지금의 선택이 나쁘진 않을 것이야. 다음 대도 이럴지 걱정되긴 한다만···그때쯤이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테지.”
벌써부터 제국은 신분제가 무너지려 하고 있다.
대수림 역시 기존의 질서가 붕괴하고 새로이 재편되려 한다. 그런 상황에서 후대를 걱정하는 것이 무에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제국에 사는 주술사들의 마지막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황제라는 끈.
그 끈을 꽉 잡으라 조언한 마르샤가 진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대수림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