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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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심암귀,
“자, 잠깐! 대화로 하자! 대화로!”
“대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남자가 팔을 내리자 사방에서 화살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마법사들이 실드를 펼치고 전사들은 방패를 치켜들었지만 압도적인 물량공세 앞에서 버틸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최후까지 남은 전사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이 새끼들! 내가 누군지 알아? 랭커야 랭커!”
“그래서?”
“그, 그래서라니? 만약 그냥 보내준다면 지금까지 쌓인 원한은 전부 잊어주지. 하지만 여기서 손가락 하나라도 댄다면 미션이 끝나고 너희들 전부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전사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멈칫할수밖에 없었다. 랭커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는 그만큼 무거웠다. 수만명이 넘어가는 사람들 중 천명만이 얻을수 있는 그 이름. 그런 사람이 복수를 하겠다는 말은 정말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하얀 갑옷을 입은 남자가 가소롭다는듯이 가래침을 뱉으며 말했다.
“대가? 얼마든지 치뤄주지. 하지만 그 전에….”
거대한 도에 은백색의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몸상태만 정상이라면 저런 공격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오밤중에 이어진 기습과 밤이 새도록 이곳저곳을 번갈아다니며 싸웠던탓에 더 이상 움직일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난 해태파 길드원이야! 중진이라고! 제, 제발!”
“네가 먼저 대가를 치뤄라!”
콰직!
묵직한 파열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 자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랭커라고 할지라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고도 살아남을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그 자리에는 전사가 착용하고 있던 장비과 잡다한 아이템들이 그대로 떨어졌다.
“어쩐지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더라니 이번이 마지막 목숨이었나보군요. 알고 있었나요?”
“알리가 없지. 첫 죽음이던 두번째 죽음이던, 랭커든 노말이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머리를 둘로 쪼개주겠다고 결심했어.”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은 납득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션이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은 습격을 당한 그룹의 리더였다. 처음에는 이백여명이 넘는 대형 그룹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 살인자 그룹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절반이하로 줄어들고 몇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겨서 지금까지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다.
당연히 그 원한은 보통이 아니리라.
“다들 뭐하고 있습니까? 모두 정리합시다 정리! 죽은 사람들 유품 수거하시고 식량은 빠짐없이 전부 챙겨주세요! 1시간 후에 마을 중앙에서 다시 모일겁니다!”
“자자, 빨리 흩어지자고.”
“저기 잠시 괜찮겠습니까?”
“할 말이 있으면 위의 유저들을 통해 말해주세요. 명령체계가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이주애 리더가 급하게 전해달라고 하는 말입니다.”
이주애라는 말에 대표자들은 귀를 기울일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살아남을수 있게 만든 중요한 공신이자 살인자 그룹이 무너진 지금 가장 큰 그룹의 리더인 그녀를 함부로 무시할수 없었던 것이다.
“상당한 양의 도주자가 발생…해서 그런데 도적 유저들을 조금 지원해줄수 없냐고 합니다.”
“도주자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네요. 한둘이야 당연히 생기죠.”
마법사가 별거 아니라는 어투로 말했다.
모두 격멸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기습을 가했어도 오밤중에 이 넓은 숲속에서 치뤄진 전투다보니 몇명 빠져나간 사람이 있는건 당연했다.
“일단 간단한 정비를 마치고 추격조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조금 기다리라고 전해주십시오.”
“…그게 지금 당장 추격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니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니까요. 일을 확실히 하자는건 좋은데 밤새 이어진 기습으로 이쪽도 상당히 지쳐있어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탈출한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소수일텐데….”
“…입니다.”
“예?”
“약 100명 정도가 탈출했습니다.”
“…….”
“…….”
“…지금 당장 추격대를 구성하도록 하죠.”
‘멍청한 년! 대체 어떻게 하면 100명이 넘는 놈들을 그냥 보내줄수 있지? 그게 말이 돼? 그냥 몰려가서 공격만 해도 그렇게는 안되겠다!’
평소 온화하고 자비심 많은 성격을 보여주는 남자였지만 현재 그의 내심을 짐작한 사람들은 조용히 옆에서 따라서 걸어올 뿐이었다. 만약 이주애가 자신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최소 200명 이상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감췄다는것을 안다면 이정도로 끝나지 않았으리라.
“그래도 일단 마을을 없앴으니 다행아닙니까? 지금은 일단 기뻐합시다.”
“추격대도 보냈으니 일단 전리품도 나누고 캠프로 귀환해서 재정비를 합시다.”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거하게 먹을수 있겠는데요?”
애써 분위기를 띄우려는듯이 긍정적인 말을 나누면서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얀 갑옷의 전사는 대번에 경을 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기 시작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지금까지는 한 마을안에서 그나마 얌전하게 있던 놈들이라고. 그런데 지금은 본거지를 잃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게릴라가 되버렸어. 그것도 한두명이 아니라 무려 100명이 넘는 인원이!’
전력면으로 보자면 전과 비교할수 없을만큼 줄어들었지만 위험도만 본다면 그 전과 그리 변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보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지금 당장 대규모의 추격조를 구성해서 전부 일망타진하는게 옳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모두 너무 지쳐있다. 익숙하지 않은 야생에서의 생활은 물론 물도 오염되어 있고 어젯밤의 전투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쓰러지기 일보직전.’
노말 중에서 상위에 속하는 전사인 자신이 양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인데 다른 사람이야 보지 않아도 뻔했다. 자신들이 지친만큼 상대도 지친건 확실하다. 이제 식량도 충분하고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으니 잠시동안은 휴식을 취해도 상관없으리란 생각이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식량의 분배나 전리품은 대충 나눴으니 이제 캠프로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는 배부르게 마음껏 드셔도 될겁니다. 그리고 이주애님은 어디갔습니까?”
“아까 일행을 이끌고 먼저 돌아갔는데요.”
“하긴 그래도 양심이 있으면 여기에 남아있을수 없지.”
“그래도 너무 예의 없는거 아니야?”
사람들이 열심히 뒷담을 하기 시작했지만 애초에 사람인지라 당연히 불만이 쌓여있었던 리더들은 뭐라고 하지 않고 숲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얼굴은 대체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가장 커다란 위협이었던 살인자 그룹을 없애고 전리품을 잔뜩 가진채로 귀환하니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서 그런 기쁨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저거 연기 아니에요?”
“모닥불이라도 피우나보죠.”
몇몇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중얼거렸지만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은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연기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제 완연히 해가 떠오른 대낮인데 저렇게 많이 불을 지필 이유가 어디있다는 말인가?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을 독려해서 급하게 숲을 가로질러 캠프에 도착한 순간 사람들은 그대로 충격에 빠질수밖에 없었다.
타닥, 타닥.
엉망진창이 되버린 캠프. 곳곳에 붙은 불들은 허술했던 목책이나 움막을 태우며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사람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핏자국이나 육편들로 상황을 유추하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대, 대체 무슨….”
“경계! 당장 수색을 실시한다! 생존자를 찾아!”
지쳐서 쓰러질것만 같았지만 궁수들은 화살을 꺼내어 사방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전사들은 급하게 움직여서 원진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수색이 진행된 후 도적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모아두었던 약간의 식량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범인은?”
“알수 없습니다. 다만 흔적으로 볼때 상당한 양의 마법이 시전되었고 혈흔이 이렇게나 많이 튄걸로 봐서는 전사도 합류해있을가능성이 큽니다. 남아있던 사람들이 31명이었으나 습격자들은 분명히 소수는 아닐겁니다.”
“…일단 수색을 실시한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도적들은 조금만 더 고생해주도록.”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남자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대체 누가? 도망자들이 여기를 습격한건가? 아니, 녀석들은 분명히 서쪽으로 탈출했다. 아무리 복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습격에서 탈출한 이후 오밤중에 숲을 거의 반바퀴나 돌아서 애써 여기를 습격했다고?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고민에 빠진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 있는 다른 생존자들은 전부 황폐화되버린 캠프에 돌아와서 큰 충격을 받았다. 동료의 죽음에 분개하는곳도 있었고 절망에 빠진곳도 있었다.
공포, 분노, 절망, 의심, 경계, 온갖 감정에 휩싸인 다른 생존자 그룹들과 전혀 다른 충격에 빠져있는 그룹이 있었다.
바로 이주애의 그룹이었다.
패잔병같은 모습으로 터덜터덜 되돌아온 그들이 처음에 캠프에 당도했을무렵 느낀것은 다른 그룹들이 느낀 감정과는 전혀 다른것이었다. 그들이 느낀것은 바로 황당함이었다.
“…이게 대체 왜 여기에?”
툭.
환각이 아닌가 의심스러워 발로 툭 건드리자 틀림없는 촉감이 전해져온다. 그들을 놀라게한건 바로 마을 근처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식량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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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성훈.